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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극드라마리뷰

선덕여왕, 김춘추 전략 - 난세에는 군웅활거 비책?

by 뷰티살롱 2009. 10.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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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세에는 영웅이 태어나는 법, 인기드라마 <선덕여왕>에서 그동안 갈등과 대립의 관계가 성립되어 있는 미실-덕만의 체제에서 난데없이 수나라에서 돌아온 김춘추가 41회에서 신라 골품제에 대해 언급함으로써 명실공이 태풍의 핵으로 자리했다. 그 진위여부에 대한 숨어있는 뜻을 알아맞추기라도 하듯이 다양한 의견들이 보여지기도 했었지만, 가장 근접했던 예상은 신라의 지배체제에 대한 붕괴라 할 수 있다. 그동안 신라는 드라마 상에서는 미실세주(고현정)에 의해 집권되고 있다해도 과언이 아닐만큼 그 영향력이 컸었다. 귀족들의 화백회의는 세종(독고영재)에 의해 지배되어 있었고, 군권마저도 설원공(전노민)에 의해 장악되고 있었으니 사실 신라의 왕은 빈털털이 신세나 다름없는 존재였다. 귀족들의 세가 강하다는 것은 그들의 목소리 즉, 화백제도라는 행정과도 같은 조직이라 할 수 있다. 나라안의 대소사에 대한 결정권이 왕에 의해 좌우되는 것이 아니라 귀족들의 모임으로 결정되고 있었으니 왕은 꼭두각시나 다를바가 없다. 또한 군대의 통솔력마저도 군 사령관으로 볼 수 있는 설원랑에게 있었으니 미실의 세력은 왕실에서 면목상의 왕이 아닐뿐이지 왕을 능가하는 세력을 가지고 있었다.

그렇지만 김춘추의 발언인 골품제의 천박하고 야만적인 제도라는 것은 신라의 근간을 흔드는 것이나 다름없다. 왜냐하면 신라의 대소사를 관장하는 모든 제도들의 귀족들의 목소리 즉 화백제도에서 결정되기 때문에 한편으로는 화백제도의 부당성을 암묵적으로 표현하는 말이나 다름없다. 더우기 미실에게 있어서 김춘추의 말은 치명적이라 할 수 있는 일이다. 왜냐하면 자신이 장악하고 있는 군권과 행정조직에 대한 일련의 관계들의 다름아닌 골품에 의해 이루어져 있기 때문이다. 즉 남녀의 결혼으로 성사된 조직체라는 얘기다. 그 말은 달리 본다면 정략적 결합에 의해 이루어진 세력은 부당하다는 것과 같다는 볼 수 있다.

그렇지만 한편으로 자신 스스로가 주군이 되겠다고 선언한 덕만(이요원)에게도 치명적이라 할 수 있다. 덕만의 신분은 다름아닌 성골이다. 정통 왕족의 혈족으로 왕의 계승을 받아도 되는 위치이지만, 김춘추(유승호)의 발언은 성골에 대한 절대적 지배력에 대해 부인하는 결과를 낳기 때문이다. 물론 김춘추는 엄밀히 말해 성골에 버금가는 골품을 가지고 있다. 그렇지만 어디까지나 김춘추가 가지고 있는 성분신분은 귀족들이나 왕실이 인정하는 성분차이일 뿐 문서적인 영향력은 없는 진골에 불과하다. 이러한 김춘추의 위치에 대해서 김서현(정성모)은 강력하게 반대하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그렇지만 진골입니다!"

김춘추의 발언하나로 인해 왕실뿐 아니라 귀족계로 볼 수 있는 지배계층이 분열되는 모습이 역력하다. 용춘공과 김서현의 대립이 일어나기 시작했고, 그에 반해 미실세력에서는 세종과  설원의 대립이 발생하기에 이른다. 즉 골품으로 왕이 된다는 덕만의 도전보다 골품제에 대해 맹비난한 김춘추의 왕위계승에 주변인물들이 관심을 가지게 되는 셈이다. 이 때문에 세종은 진골이면서 상대등이라는 위치로 왕위를 바라볼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한 셈이나 다름없다. 왕 다름으로 권위를 지니고 있는 세종으로써는 왕으로의 굴림을 상상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이에 최대의 걸림돌은 다름아닌 김춘추가 될 수 있다. 김춘추는 사실상 골품제를 떠나 현재의 왕인 진평왕의 딸의 아들이라는 점이기 때문에 충분히 골품제가 아니더라도 왕위계승을 할 수 있는 위치에 있는 인물이다. 설원의 딸인 보량(박은빈)의 중요도가 이러한 시점에서 김춘추와 맺어진다면 사실상 성골남진인 마당에 당연스레 골품제는 몰락하게 되고 군권을 지니고 있는 설원이 득세하게 될 것은 뻔한 이치이다.


세종과 설원의 대립, 그리고 김춘추-미실-덕만, 마지막으로 용춘과 김서현의 날이 세워진 대립을 보면서 앞으로의 전개에 덕만이 아닌 김춘추가 드라마의 형세를 판가름하게 될 것이라는 예상을 하게 된다. 왜냐하면 말 그대로 지금까지의 형세는 미실과 덕만이라는 두 인물에 의해 구축되어져 있던 병부와 귀족들이 있었다. 마치 과거 냉전체제였던 구소련과 미국의 세계정세와도 같은 모습이었지만, 구소련이 붕괴되면서 냉전체제는 해체되었다. 그 와중에서 공산국가인 구소련의 체제붕괴는 한편으로 약소민족들의 독립전쟁으로 번져나갔다. 소련의 변방지역에서 자체적으로 국가로써의 독립체를 선언하며 전쟁이 일어나기도 했었다.

이는 사실상 체제에 대한 붕괴라 할 수 있다. 미실로 인해 결합되어 있는 세종공과 설원공은 극도로 긴장된 상태다. 사실상 미실이라는 인물이 그동안에 신라왕실에서 핵심적인 인물로 자리하고 있었지만, 진골왕족이라 할 수 있는 김춘추는 새로운 신라왕실에서의 핵심인물로 보여질 수 있다.

김춘추의 행보에서 눈여겨 볼 수 있는 모습은 다름아닌 사람을 포섭하려는 의지다. 염종과의 대화에서도 알 수 있듯이 김춘추는 수나라에서 돌아온 이래 신라라는 체제안에서 세력을 두지 못한 상태다. 탕아같은 모습으로 덕만과 대립하는 모습을 비추기도 하고 미실에 협력하는 모습을 취하기도 했었지만, 사실상 보량과의 관계만을 제외한다면 미실과 손을 잡았다거나 협력한다는 모습은 어디에도 없었다. 단지 미생공(정웅인)에 의해 보량과 가깝게 지낸다는 말로 인해 자신들의 편이 되었다고 스스로 자축할 뿐이었다. 즉 미실이 구축해왔던 결혼이라는 관계를 통해 우군을 얻었다고 자축한 모습이 전부였다. 이러한 모습은 김유신(엄태웅)도 마찬가지였다. 결과적으로 미실의 연합체는 다름아닌 혈족에 의해서 구축되어진 동맹이나 다름없는 모습이다.

김춘추는 염종과의 대화에서도 만약 비담(김남길)이 자신에게 협조하지 않는다면 죽여버려야 할 인물이라고 말했다. 이는 자신의 사람으로 만들수 없다면 적이 되는 것이니 살려둘 이유가 없다는 것과 같다. 김춘추의 행보중에 눈길이 가는 부분은 다름아닌 덕만이 낭도로 있던 용화향도의 죽방(이문식)을 자기사람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말한다. 죽방의 인물됨이 드라마에서 볼 때, 인물을 파악하고 상황을 정리하는 분석력이 강한 인물로 묘사되고 있는데, 죽방을 끌어들임으로써 용화향도의 낭도세력, 나아가 김유신이나 월야 등의 가야세력권을 자신의 세력으로 만들어내겠다는 숨은 뜻이 있어보인다.

주목되어야 할 부분은 다름아닌 덕만공주가 왕위로 올라서게 되는 결정적 계기가 되는 부분이 다름아닌 칠숙과 석품의 난이라는 점이다. 화랑세기에는 칠숙의 난을 미리 파악했다고 알려져 있다. 여기에 친숙한 인물이 거론되는데 다름아닌 염종이다. 염종은 드라마 <선덕여왕>에서 춘추의 사람으로 등장한다. 즉 미실의 세력인 세종공과  설원공을 와해시키며, 보량과의 혼인으로 자연스럽게 설원공을 자신의 사람으로 돌려세우고 있는 모습이다. 이를 김춘추는 미실을 이용했다 말하고 있지만, 애석하게도 한가지 김춘추가 간과하지 못한 것이 있다면, 설원공과 미실의 관계일 법하다. 보량을 취함으로써 설원공을 자신의 편으로 만들었다 할 수 있겠지만, 드라마 상에서 미실의 속마음을 가장 잘 이해하고 걱정하는 사람은 다름아닌 설원공이었다.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파악하고 있을만큼 미실에 대한 정이 깊게 묘사되고 있는 모습이었다.


또한 김춘추는 죽방의 영입을 추진하려 하지만 덕만에 대한 충직스러움으로 뒤로 밀려날 듯해 보인다. 덕만을 따르는 김유신이나 알천랑(이승효) 또한 자신의 사람으로 만들기에는 역부족이라는 것을 통감하게 될 것으로 보여지기도 하고, 결국 김춘추에게는 귀족세력인  용춘이 전부나 다름없다. 그러한 와중에 칠숙과 석품의 난은 어찌보면 미실에게 치명적인 결과를 낳게 될 것으로 보여지기만 한다. 즉 김춘추가 스스로 왕이 되기를 나섰지만, 이를 저지한 것이 다름아닌 비담이 아닐까. 칠숙(안강길)의 난을 간파하고 주도세력을 정리함으로써 왕실내에서의 미실의 세력이 급속도로 와해되는 과정을 밟게 될 것으로 보여진다.

[미실보다는 더 오래살지 않겠느냐]
드라마 선덕여왕에서 김춘추는 미실의 세력을 걱정하기 보다는 그녀의 사후에 대해 시사한다. 즉 미실을 이용함으로써 자신의 세력을 취하고 왕위로써의 행보를 단행해 나간다는 모습으로 보여진다. 그렇지만 그러기에 앞서 미실의 세력이나 덕만의 세력은 너무도 강하게 응집되어 있는 모습을 보이고, 비담과 미실의 관계를 알고 있어 보인다. 그렇기에 그가 왜 두려운 인물인지도 간파하고 있을 법하다.
드라마 선덕여왕은 작가적 상상력이 치밀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 드라마다. 그 때문에 매 회마다 시청자들에게 하여금 하나의 의문점을 던져주며 각종 상상력을 던져주고 있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할만하다.
김춘추의 숨은 속내는 과연 무엇일지 궁금해지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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