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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극드라마리뷰

선덕여왕, 신-스틸러(scene stealer)가 있다면 누구?

by 뷰티살롱 2009. 10.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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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 MBC 선덕여왕>

월화드라마로 인기몰이를 하는 MBC의 <선덕여왕>을 시청하고 있다면 간혹 드라마의 진짜 주인공이 누구일까 하는 의문점이 들 때가 많을 듯해보인다. 드라마의 제목처럼 선덕여왕이 되는 덕만(이요원)이 주인공이라 할 수 있겠지만, 그 배경을 들춰보고 생각해보면, 덕만의 최대 라이벌이자 간혹 멘토처럼 보이는 미실(고현정)이 주인공으로 낙점을 받을만한 입지를 가지고 있다고 느껴지기도 한다. 하지만 비단 이같은 모습은 미실에서 그치지 않는다. 죽음으로 하차한 천명공주(박예진)는 덕만이 낭도시절이었을 때에 주인공인 듯한 강한 인상으로 드라마를 종횡무진했으며, 덕만에게 힘이 되어주는 김유신(엄태웅) 또한 덕만이 공주신분을 회복하면서, 그 입지가 두터워진 모습을 보이고 있다. 여기에 최종비밀병기로 등장한 김춘추(유승호) 또한 만만치않은 포스를 내비치고 있는 모습을 보이고 있어 제목만 선덕여왕이지 사실상 주인공이 여럿으로 분류되어 있는 형국이다.

MBC 사극드라마의 유형을 돌이켜볼때, 과거 1인극 위주의 형태에서 변모된 모습이라 할 수 있다.
<상도>,  <대장금>, <허준>, <이산> 등의 인기몰이를 했던 MBC의 사극드라마의 모습을 비교해볼때, <선덕여왕>은 분명 주인공의 입지는 조연배우들에 의해 상당히 약화되어 있는 듯한 모습을 취하고 있기는 하다. 그중에서도 최고의 수혜자라 할 수 있는 비담(김남길)의 등장은 선덕여왕의 흥미를 극대화시켜 놓은 인물이라 할 수 있을 법하다.


 또한 비담의 등장 이전에는 비천지도의 화랑을 이끌고 있는 알천(이승효)가 전면적으로 부상되어 있는 모습을 취하고 있었다. 사실상 드라마의 흥행몰이를 덕만이 아닌 미실-알천-비담-유신-춘추 등으로 이어지며 그야말로 진짜 주인공을 능가하는 위력을 발휘하고 있는 모습이라 할 수 있다.
 
최근 모 영화관련 프로그램에서 소개되는 신스틸러(scene stealer) 소개코너가 있다. 신스틸러는 말 그대로 장면에서 주인공보다 더 돋보이는 조연배우를 가리키는 말이다. 영화에서 배역이 독특하기도 하고 성격파로 분류되기도 하고 눈에 띄어 영화의 장면을 기억하는 주요 인물로 낙첨되는 게 신스틸러라 하는데, 선덕여왕에서는 어찌보면 미실과 알천, 비담이나 춘추 등이 이러한 신스틸러에 해당하는 인물들이라 할 수 있을 법하다.

하지만 진정한 신스틸러라고 하기에는 약하다. 왜냐하면 시대상으로 김유신과 김춘추는 신라를 통일국가로 만들어내는 장본인이라는 점에서 선덕여왕 제위시기에 중요한 인물들로 성장할 수 배경을 갖추고 있는 실존 역사적 인물이라는 점이기에 신스틸러라고 부르기에는 적당하지가 않아보인다. 드라마의 제목이 선덕여왕이라는 점에서 본다면 조연배우에 해당할 수 있겠지만, 본질적으로 핵심인물들이기에 조연배우라 부르기에 타당하지 않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비담과 미실일까? 두 사람역시 신스틸러의 반열에 올리기보다는 대립적 관계에 있는 인물이라는 점에서 핵심인물로 보여진다. 그렇다면 남은 사람은 알천.... .... 알천랑은 드라마 초반 아막성 전투에서의 파란을 일으키며 등장한 인물이다. 역동적이고 강인한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일시에 시청자들의 시선을 집중시키기는 했지만, 신스틸러라고 부르기에는 부적당해 보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누구일까.

조연배우들의 톡톡튀는 연기

눈을 돌려 조연급으로 분류할 수 있는 인물들을 찾아보자. 계림의 10화랑 들 중 대남보(류상욱)나 임종(강지후), 보종(백도빈), 석품(홍경인), 호재(고윤후) 등은 드라마에서 인상깊은 조연배우을 맡고있는 인물들이다. 또한 독침에 의해 죽음을 당한 국선 문노(정호빈)나 칠숙(안강길), 설원(전노민) 역시 조연배우로는 무게감있는 연기력을 선보여 시청자들의 눈길을 사로잡은 캐릭터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선덕여왕>이라는 드라마가 사극이라는 장르라는 점에서 볼때, 이들을 신스틸러로 치부하기는 부족함이 있기는 해 보인다. 탄탄한 연기력을 보여주기는 하지만 상대적으로 기존 사극의 장르에서 보여지던 전형적인 인물을 표현해주는 듯한 모습을 취하고 있다.

이들 이외에 신스틸러로 손색이 없어보이는 인물이 있다면, 어쩌면 조연배우이자 <선덕여왕>의 감초연기로 톡톡튀는 환상적인 호흡을 보여주고 있는 죽방(이문식)과 고도(류담)를 빼놓을 수 없다. 긴장되어 있던 극의 흐름을 일시적으로 풀어줌으로써 일종의 청량제같은 역할을 하고 있는 등장인물이 죽방과 고도라 할 수 있어 보인다. 그렇지만, 감초연기에 머물러 있을뿐, 장면장면을 주연급 인물들의 등장장면을 훔칠정도의 모습은 아니었다.

그런데 최근 몇 장면 등장하지 않았는데도 주연급 인물들의 포스를 능가하는 듯한 모습을 보여주는 조연배우가 등장해 눈길이 간다. 다름아닌 염종역의 엄효섭이다.


염종역의 엄효섭이라는 배우가 드라마 상에서 두각을 나타내 보인것은 사실 얼마되지 않았다. 이미 국선문노와의 삼한지세에 대한 연구에 참여함으로써 모습을 보였지만 초기에는 그다지 눈길이 가지 않았었다. 그런 와중에 국선문노가 삼한지세를 김유신에게 넘겨준다는 사실을 알게되고, 자신의 주군인 김춘추에게 삼한지세를 넘겨줄 결심으로 문노를 살해하게 된다. 문노를 죽인 구체적인 범인이 염종이었는지 아니면 김춘추였는지는 드라마상에서 모호하게 나타나고 있기는 하지만 추후에 밝혀지게 될 듯 해 보인다.

문노가 죽음을 당하고 미담이 배후를 캐기위해 놀이판을 덮치던 때부터였던 것으로 기억된다. 기존 염종이라는 인물은 사극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일반적인 조연배우에 불과했지만, 문노의 살인의혹으로 비담의 끄나풀이자 염탐꾼의 역할로 발전해 나가자 인물성격이 급변하는 모습을 띠고 있다. 김춘추의 실제적 모사꾼이자 측근으로 등장하기도 하고 비담과 있을때에는 현대적 말투와 엽기적인 행동을 섞음으로써 어떤 씬에서는 비담이나 김춘추의 모습보다 톡톡튀는 개성을 연출해내고 있다.

특히 개성파 인물성격을 드러내 보인 때는 비담이 자신의 스승이었던 문노의 죽음으로 배후를 캐기위해 들이닥쳤을 때다. 서슬퍼런 칼날을 목에 겨누었음에도 불구하고 허허실실로 죽음을 아무렇지 않게 여기는 엽기적 모습이나 문노의 죽음에 대해 비담에게 책임을 전가시키는 언변을 보면서 사실 비담이라는 인물이 먼저 떠오르기보다는 염종의 엽기적인 모습이 기억에 강렬하게 남아있다. 적어도 개인적으로 느끼기에는.

김춘추와 속삭이듯 주고받는 대화도 비담의 출현으로 당황해하는 모습이나 갑작스레 문을 열고 집안으로 들어서는 비담에게 건네는 염종의 말 한마디는 장면을 빼앗아버리는 드라마의 신스틸러같은 모습이었다. 연극인으로 탄탄한 연기력을 겸비하고 있기에 가능한 모습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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