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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극드라마리뷰

선덕여왕, 김춘추의 미소 & 비담의 미소

by 뷰티살롱 2009. 9.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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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드라마로 자리하고 있는 <선덕여왕>이 37화를 기점으로 본격적인 권력구도를 형성하고 있는 모습이다. 김유신(엄태웅)의 미실가와의 혼인으로 서현가와 미실새주가와 손을 잡음으로써 김유신은 자신을 희생함으로써 가야세력을 완전하게 장악하게 되는 모습을 보여졌고, 그로 인해 군사력 뿐 아니라 정치적 세력을 형성하게 된 모습을 갖추었다. 여기에 미실가는 김유신을 혼인을 통해 포섭했다는 현실과는 먼 망상에 빠져들게 된 모습을 보였다.

여기에 더해 정치적으로 혹은 그동안 화랑들의 롤모델로 등장했던 국선문노(정호빈)은 비담(김남길)과의 대결도중 독침을 맞고 죽음을 맞음으로써 하차한 모습이다. 국선문노의 죽음은 사실상 드라마 상에서 구세대의 퇴장을 알리는 중요한 시점을 보여준다고 할만하다. 신라라는 연합연맹체적 국가에서 진평왕(조민기)은 사실상 권력을 가지지 못하고 있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이름과 자리뿐인 왕으로 등장하고 있으며, 거기에 국선문노는 왕보다도 더한 지위권을 행사하는 모습으로 보여지기도 했었다. 이는 어찌보면 드라마 이야기가 청소년 시기의 화랑중심으로 극이 흘러가기 때문이라 할 수 있어 보인다. 그 때문에 국선문노의 존재감은 신라를 대표하는 듯한 모습으로 비춰지기도 했었다. 어찌되었건 국선문노의 죽음은 신진 세력의 새로운 시대가 도래했음을 알리는 것이나 마찬가지 모습이었다.

새로운 신진세력으로 등장하게 될 세력들은 누구일까. 기존 신라에서의 귀족세력은 미실가를 중심으로 미실새주(고현정), 세종(독고영재), 설원랑(전노민)이 지배하는 세상이었다. 이는 구세대라고 보기보다는 중간층으로 분류해 낼 수 있을 법하다. 현재 권력을 쥐고 있는 핵심적인 세력을 의미하고 있는 반면, 문노의 입장은 기존 진흥왕 시기의 세력인 구세대로 분류해 낼 수 있을 듯 해 보이는 모습이었다.
신진세력은 현 체제에 대한 도전세력으로 분류할 수 있을 법하다. 즉 덕만(이요원)과 유신, 알천(이승효), 비담, 김춘추(유승호)가 그들이라 할 수 있다.

37회에서의 하이라이트는 문노의 죽음이라 할 수 있는데, 이는 구세대의 퇴장을 의미함으로써 본격적인 지배층과 신진세력의 대립이 구체화됨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 비담은 국선문노의 유언에 따라 신라의 화랑으로 자리를 완전히 틀어잡았다. 그리고 문노의 죽음을 캐기위해 도박장을 찾으며, 거기에서 종이접기하는 춘추와 대면하게 된다.

천연덕 스러운 춘추의 웃음, 비담보다 한수 위

비담과 마주하게 된 김춘추는 마치 자신은 '나 바보요'라는 듯이 삼한지세의 책을 어린아이같은 발상으로 아무렇지않게 찢어발기며 종이접기를 일삼고 있었다. 비담에게 있어서 삼한지세는 자신이 스승과 함께 걸어온 인생 전부라 할 수 있는데, 그것을 아무렇지않게 여기고 어린아이 장난하듯이 종이접기하는 김춘추의 모습이 괘심하게 짝이없는 노릇일 법하다. 그리고 김춘추의 그 해맑은 미소는 비담의 마음을 자극하기에 충분하기만 하다.


비담과 김춘추라는 캐릭터를 놓고 볼때, 두 인물에게는 공통점을 발견하게 된다. 미소다. 비담의 미소에는 마치 사람들의 존재를 무시하는 듯한, 자신의 존재를 만 천하에 알리려는 듯한 비정함과 비열함이 배어나오는 웃음이지만, 김춘추라는 캐릭터에게는 이러한 비정함이나 비열함과는 거리가 먼 해맑은 소년의 미소가 생각나게 된다.

비담과의 대면에서 피묻은 칼을 겨누던 비담에게 보내는 김춘추의 미소를 보면서 한편으로 비담보다 더 잔인스러움을 느끼게 된다. 이는 아무리 철부지라 하더라도 피자체만으로도 기겁을 할 법하고, 피향기에 떨법한데, 천연덕스럽게 아무렇지 않게 웃음을 보일 수 있다는 여유가 보여졌기 때문이다. 어디에서 그러한 여유가 나올 수 있었던 것일까. 두가지 추측이 가능하다. 철저하게 바보이거나 혹은 철저하게 자신을 숨기고 있다는 것이다. 김춘추가 유학까지 한 유학파라는 점에서 볼때, 바보는 아니고 더욱이 비담처럼 절대무공을 익히지 않는 무지랭이 선비라는 점에서 볼때, 무사의 칼은 겁을 내야 당연한 모습일 법한데.... 이는 철처하게 다른 사람들을 철저하게 속이고 있고, 그를 위해 자신까지도 철저하게 위장하고 있다는 반증이다.

비담은 사실상 무자비하게 사람을 죽일 정도로 비정한 캐릭터로 보여졌지만, 문노의 죽음으로 자체적으로는 본성이 잔인하고 포악하지는 않다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삼한지세를 손에 넣기 위해 문노와 마지막 혈전을 불사했지만 독화살을 맞고 죽어가는 스승을 등에 업고 갈 정도로 비담이라는 인물은 권력보다는 오히려 정에 굶주려 있는 캐릭터라로 보여졌다. 문노에게 사랑을 얻지 못하고 계속적으로 질타만을 받아왔던 바, 문노의 눈에 들기 위해서 수단을 가지리 않는 결과가 비정함으로, 포악함으로 보여졌다는 얘기가 된다.


비담의 살의에 찬 미소보다 천진스럽게만 보이는 김춘추의 더 무서움이 자아내는 것이 이러한 속내를 알수 없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특히 비담은 자신의 감정을 그대로 표출해내며 입꼬리를 올려 상대방을 조롱하는 듯한 야릇한 미소를 보낸다. 그에 반해 김춘추는 상대방을 방심하도록 하는 천연덕스러움에 가까운 미소를 보낸다. 상대방에게 경계를 느끼게 하는 비담에 비해 상대방에게 경계를 풀도록 유도하는 김춘추의 미소 사이에는 이러한 비수같은 무서움이 서려있는 듯 보여졌다.

자신의 감정을 속이는 김춘추

김춘추라는 캐릭터를 처음 봤을 때만 하더라도 과연 어떤 캐릭터로 등장할까라는 궁금증이 많았다. 이는 삼한일통이라는 대업을 진행시켜나가는 중심에 서 있는 태종무열왕이라는 실존인물이라는 점에서 더욱 그러했고, 아직까지 세력을 두지 못하고 있는 김춘추라는 캐릭터가 보여질 모습이 궁금했기 때문이다.

첫 덕만공주와의 대면에서 김춘추의 모습에서는 표정이 없어 보이는 해탈을 겪고 있는 모습이었고,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기도 했었다. 이것이 덕만공주와의 첫 대면이었고, 사실상 예상했던 것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라고 할 수 있었다.


그런데 한가지 눈여겨 봐야 할 부분이 있는데, 김춘추의 종이접기가 불러오는 엽기행각이다. 김춘추는 왕실 서고에서 알천랑과 함께 있으면서도 책을 보는 첫 하다가 책을 찢어 종이접기를 하며 책을 못쓰게 한다. 어찌보면 공부하기 싫은 전형적인 청소년의 모습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종이접기를 하는 모습에서 적잖게 놀라게 되는 것은 하나의 종이를 차례로 찢어나간다는 점이다. 즉 책을 보고 난후에 놀이를 한다는 얘기가 된다. 이는 극히 천재일 수 있다는 얘기다. 실제로 김춘추라는 인물은 외교력에서 뛰어난 임기웅변을 발휘하기도 하고, 협상의 귀재로 통할만큼 역사에 기록되어 있는 인물이다.

삼한지세를 보았음에도 불구하고, 책을 찢어 구태의연하게 수십개의 종이접기를 한 연유가 무엇때문이었을까. 즉 자신의 위기를 느끼고 있었을 수도 있다는 얘기다. 문노의 죽음과 비담의 방문이 이어질 것이라는 것을 예감한다면, 온전하게 책이 보존되어 있는 모습은 비담에게 한낱 칼세례를 받을 수 있는 일이라 할 수 있다. 책의 존재가치를 알고 있는 사람은 문노가 죽은 후 비담이 유일하다 할 수 있다. 온전하게 남아있는 상태였다면 아마도 김춘추는 그 자리에서 단칼에 죽음을 당하게 뻔한 일이고, 비담의 관심을 돌려세울려면 자신을 철저하게 속이는 방법밖에는 없을 것이다. 즉 책의 내용에 대해 별다른 느낌이나 관심이 없다는 것을 보여주어야 한다는 얘기다. 삼한지세는 권력이자 한 나라의 왕을 상징하는 물건이고, 또한 대업을 달성하는 무기인 셈이나 마찬가지다. 누구나 한번 보게되면 유혹에 넘어갈 물건이지만, 김춘추는 "나에겐 한낱 종이에 불과해"하는 제스쳐를 보여준 셈이나 마찬가지라는 얘기다.


비담의 미소는 잔인하지만 춘추의 미소는 따뜻함을 느끼게 한다. 그 따뜻함이 주위 사람들에게 마음을 열게 만들기도 하고 방심하게 만드는 모습이기도 하다. 특히 색주가에서 미생(정웅인)과의 자리에서 김춘추는 계속적으로 미생에게 웃음을 보임으로써 상대방이 경계를 풀도록 하는 모습이었다. 결과 미생은 춘추에게 보량(박은빈)을 소개하기에 이른다. 신라에서 혼인은 하나의 권력을 상징한다. 족내혼이 빈번하게 일어나는 이유가 그 때문이고보면 이상스러울 것이 없어 보이지만, 김춘추와 보량의 만남은 미실가와의 타협이라는 점을 알려주는 대목이다. 그렇지만 그 타협이 쌍방간에 협의로 이루어진 것인지조차 사실 의심스럽게 보여진다.

김춘추가 보내는 미소는 진심이 담겨있는 듯 보여지지만, 그 반대로 완전한 거짓을 담고 있는 미소로 보여지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비담의 미소보다 더 무서움이 서려있어 보이기만 한다. 과연 보량과의 관계가 김춘추에게 어떤 수단으로 드러날지 기대된다. 처음에는 자신의 안위를 지키기 위해 적의 소굴로 들어가려는 모습으로 보여졌지만. 갈수록 흥미로운 구석이 많은 캐릭터가 다름아닌 김춘추가 아닐까 싶다.
<본 글에서 삽입한 이미지는 인용을 위한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사진에 대한 저작권은 MBC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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