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사극드라마리뷰

선덕여왕 38화, 왕실과 귀족간 치킨게임? 그럼 농민은?

by 뷰티살롱 2009. 9. 30.
반응형

인기드라마인 MBC의 <선덕여왕> 38화에서 흥미로운 이야기가 전개되었다. 곡물의 매점매석을 통한 귀족들의 부의 축적이 그것이었다. 시장에 곡물이 나오기가 무섭게 귀족들은 매점매석을 통해 작게나마 자영업을 하는 농민들의 곡물을 거둬들임으로써 곡물값이 천정부지로 뛰게 만들었다. 결국 농민들에 의해 시장에 팔려나간 곡물은 좋은 시세를 치고 상인들에게 넘겨졌다하더라도 그것을 구매해서 먹게되는 다른 상공업에 종사하는 다른 사람들은 높은 값에 곡물을 사들여야 한다는 이치를 보여주었다.

그런데 한가지 이해되지 않는 것이 있다. 미실(고현정)가와 왕실인 덕만공주(이요원)나 김서현(정성모) 재가에서 곡물값을 가지고 장난아닌 장난을 치는 모습이었다. 시장에서의 원활한 시장논리로 본다면 이야기는 100% 이치에 맞는다고 봐야 할듯한 이야기다. 더욱이 삼국시대인 농경사회에서 농사일 이외에는 사실상 경제적인 활동이 많이 보급되어 있었던 것이 아니라는 점에서 <선덕여왕>에서 보여진 시장논리는 맞을 법도 하다. 적어도 고대사인 농경사회에서 비춰어볼 때말이다.

그렇지만 현대 사회에서 이같은 시장논리는 맞지않는다. 왜냐하면 현대사회는 농경사회가 아니기 때문이다. 더욱이 도시화된 사회에서 농사를 통해 곡식을 거두들이고 시장에 내다파는 일련의 행위에 있어서 농민들은 과거 그러했던 것처럼 자신들의 소출물들을  전부 내다팔지는 않는다. 농민들에게 있어서 한해 농사일을 마치고 농작물을 내다파는 행위에 앞서 다음해의 씨앗을 남겨두어야 하는 게 상례다. 그렇다면 드라마 <선덕여왕>에서 매점매석으로 인해 피해를 보는 사람들은 농민이 아닌 소작인들이라는 얘기가 된다. 소작인들의 경우에는 귀족들이나 땅주인에게서 땅을 빌어 농사를 짓기에 가을걷이를 한다 하더라도 그다지 생활이 녹록하지 않기 마련이다. 때문에 곡식이 떨어져가는 봄이나 파종시기에는 남겨놓은 곡물마저 내다팔게 되고 결국에는 그마저 수월치 않게 되면 귀족들의 노예계약으로 나앉게 되는 꼴이 되는 셈이다. 그로 인해 귀족의 세력은 커져만 가게 된다.

귀족과 왕실의 치킨게임

별반 드라마 <선덕여왕>에서 다루었던 귀족과 왕실의 곡물전쟁을 보면서 실상적으로 그 시대에 주류 피지배층이었던 농민들은 어떻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과거 시골에서 농사를 지었던 바가 있어 <선덕여왕>에서 보여졌던 곡물전쟁은 적잖게 관심거리가 되는 부분이었다.


귀족들의 매점매석으로 시장에서의 곡물값이 폭등하는 모습을 보면서 사실 농민들의 어려움보다는 농민들의 어려움에 비해 중간마진을 남기는 상인들의 모습이 보다 부각되어 있는 모습이었다. 사실상 곡물값으로 인해 자영업(그 시기에 자영업이라는 의미는 어쩌면 농사를 짓던 소농경인들을 의미할 듯함)을 하던 농민들은 곡물값을 감당하기 어려워 결국 귀족들의 소작인으로 나앉게 되고 노예로 전락하게 된다는 얘기를 한다. 거기에 시장의 곡물값을 안정시키기 위해 덕만공주는 묘수를 써서 군량미와 구휼미를 풀어야 할 듯 싶지 않냐며 귀족들인 미실과 설원(전노민), 세종(독고영재) 등을 압박해 나간다.

일련의 모습은 사실 농민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고 보여지기는 했었지만,  엄밀히 말해 농민의 이야기는 없는 상인들의 이야기라 할 수 있지 않을까. 앞서 얘기했듯이 농민들이라면 자신들이 일궈낸 소출물에 대해 100% 시장에 내다팔지 않는다. 그것은 농사를 해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 수 있는 얘기다. 자신들이 굶주릴지언정 다음해에 뿌린 씨앗까지 소진하지는 않는다는 얘기다. 내일 당장에 굶어죽지 않는다면 씨앗으로 저장해놓은 낱알 한톨이 농민들에게는 희망이나 마찬가지다. 그렇지만 드라마상에서는 세상의 곡식들을 귀족이 사들임으로써 농민들이 자영에서 귀족의 노비로 전락되는 사태를 풀어나간다. 솔직히 말해 시장논리는 맞지만 농민의 생활에서 본다면 맞지 않는 얘기일 법하다.

곡물가격이 높아진다면, 농민들이 감내해야 할 부분은 곡물가격 자체가 아니라 생필품에서 오는 어려움에서 비롯된다. 고대 농경시대에 곡물은 오늘날의 화폐나 다름없는 상거래 수단이었다. 특별한 통화화폐가 있지 않은 상태에서 콩이나 쌀 등의 주요 농작물이 시장에서 화폐와 같은 수단으로 이용된다는 것이다. 이는 농민들에게 뿐만 아니라 일반 소상공인들에게 엄청난 타격이라 할 수 있다. 그중에서도 농민들과 더불어 중인들이 위치도 어렵게 만든다. 삼베를 짜서 파는 중인계층의 사람들이나 혹은 가공품을 만드는 사람들에게는 더할나위 없이 어려운 상황이 되지 않을까.

사실상 시장에서 물건을 내다파는 역할을 맡게되는 상인들의 입장은 농민들의 입장과는 다르다. 곡물을 종합적으로 내다파는 상인들은 중간마진을 남겨서 이득을 취하는 사람들로 일종에 곡물값이 뛰거나 내린다 하더라도 중산층에 속해 있는 사람들, 생산업자들이 어려움에 봉착하게 된다. 결국 국가를 이루는 주요 피지배층이 귀족에 흡수됨으로써 왕실의 세력기반이 약화되는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는 얘기가 될 법하다. 이는 왕실이나 귀족이나 자신들의 잇속만을 위한 임시방편적인 모습에 불과하다. 왜? 덕만공주는 그래도 시장의 곡물가격을 안정시켜려 노력하지 않았나 하는 의문이 들기도 할 것이지만 그렇지 않아 보였기 때문이다.
 
곡물값이 내려간다고 만사 해결되지는 않는다

덕만공주는 시장에서의 귀족들이 곡물을 매점매석하는 모습에 궁극적인 목적이 무엇인지 미실에게 찾아간다. 마치 미실이 덕만의 멘토나 되는 듯한 모습이기도 했지만, 덕만에게는 소기의 목적을 이룬 모습이었다. 귀족들이 곡물을 매점하는 최종 목적이 자영인들의 몰락을 통해 자신들의 세를 늘려나가기 위함이라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그 시기가 곡물이 많지않은 흉작였을 때라 설정해 놓고 있었다. 타당성이 있는 얘기다. 흉작기에 귀족들의 고리대금을 통해 사재를 함으로써 시장경기를 뻥튀기 시켜놓은 것이다. 그런데 여기에 발을 맞춰 덕만또한 맞불작전으로 나간다. 시장의 곡물값을 낮추기 위해 국고에 쌓여있는 구휼미와 군량미를 풀것이라는 언지를 내렸기 때문이다.

그 효과는 금새 시장에서 나타나 천정부지로 치솟던 곡물가격이 하루아침에 곤두박질 치는 현상으로 빗어졌다. 과연 덕만의 처사는 옳은 것이었을까? 귀족들의 세를 약화시키기 위한 노력이었다는 점에서 볼 때는 상당히 수긍이 가는 부분이지만, 곡물값이 하루아침에 곤두박칠 치는 현상은 오늘날의 주식경기가 하루가 다르게 널뛰기하는 모습이나 다름없다. 또한 어찌보면 부동산경기가 오르락내리락 하는 모습일 수 있다. 부동산과 주식시장은 현대 우리나라 사회에서 자본이 움직이는 주요 통로가 할 수 있고, 과거에 곡물값은 오늘날의 그것과 마찬가지다. 결국 미실가를 잡을 수는 있겠지만, 사회적으로 커다란 혼돈이 생겨날 수 있다는 얘기가 된다.

그리고 그 와중에 가장 혼란을 빗는 것은 다름아닌 농민들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하루아침에 곡물값이 떨어진다면 상대적으로 생필품이라 할 수 있는 옷이나 잡화의 가격은 오르게 되기 때문이다. 자신들이 지불해야 하는 돈의 개념인 곡물값이 떨어졌으니 바꿔야 할 잡화비는 높아질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또한 곡물값이 떨어진다면 상대적으로 잡화나 의료 등의 가격은 떨어진다. 곡물로 인해 경작을 하지 않는 중간층들은 상대적으로 빈곤하게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인플레이션과 디플레이션이 하루가 다르게 왔다갔다 한다는 얘기나 마찬가지다.

덕만공주는 시장의 논리에 앞서 귀족들을 제압하기에 앞서 중간마진에 대한 사전적인 조사가 이루어졌어야 했으며, 더욱이 가격변동에 대한 기준치를 조사했어야 하는 게 옳은 처사다. 덕만의 치세는 결국 농민을 위한 처사라기보다는 오히려 중간 피지배층의 빈곤을 가져오게 만든 정책을 펴고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인 셈이다. 미실이 곡물가격을 통해 자신들이 노비들을 늘리고, 세를 확장해 나가는 모습이나 덕만의 해결은 사실상 지혜롭지 못한 처사였다고 보여지는 것이 이 때문이다.

현대 사회에서도 이같은 모습은 쉽게 볼 수 있다. 풍년이 들었다고 해서 농민들의 삶이 나아지지는 않는다. 시장에 물건들이 많이 나오게 된다면 상대적으로 물건값은 내려가기 마련이고, 아무리 풍년이라 하지만, 실상 농민들은 빈곤을 겪게 되는 상황이 연속된다. 언젠가 배추 파동으로 인해 한 농민이 트랙터를 가지고 자신의 밭을 갈아업는 모습이 뉴스에서 보여졌었다. 시장에 물건이 많기 때문에 물건을 내다파는 비용이 타산에 맞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풍년이 들었다고 해서 농민들의 마음이 가벼워지는 것은 아니다. 단지 자신이 한 일에 대한 만족에서 오는 기쁨이 있을 수 있겠지만, 실상 시장에서의 가격을 경험하게 되면 오히려 작황이 적었을 때보다 아니함만 못한 모습에 한숨을 짓기도 한다.

추석이 불과 3일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서 요즘 시장에 나가보면 제수용 물건들이 가격이 오른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고수란히 그 이익이 농민들에게 전해졌으면 좋겠지만, 실상 현대사회에서 농산물의 널뛰기 행진에서 이익을 많이 보는 것은 다름아닌 중간상인들이라 할 수 있다. <선덕여왕> 38화 곡물전쟁을 보면서 올해 추석에는  물건값이 많은 변동폭을 보이지 않기를 바래본다.
반응형

댓글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