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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극드라마리뷰

천추태후, 역사적 환타지에 짜맞춘 실험적 사극?

by 뷰티살롱 2009. 9.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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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의 인기 사극드라마인 <천추태후>가 마지막 종영을 남겨두고 거란의 침입을 슬기롭게 막아내는 장엄함으로 종지부를 찍을 듯한 모습이다. 마지막회만을 남겨둔 <천추태후>는 어찌보면 실험성이 강한 사극드라마가 아닐까 싶은 모습이다. 과거 KBS1 채널에서 방영되던 대하사극을 KBS2채널로 옮겨가면서 시청률이 떨어진 모습을 보이고 이는 단점을 보여주기도 했다.

각 방송사마다 보여지는 사극드라마는 각기 특색을 달리하고 있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데, 그중에서도 KBS의 대하사극은 정통이라는 말이 어울리는 모습을 보여왔다. 그 때문에 적잖게 시청자들에게 사랑을 받아오던 드라마였다 할수 있다. 그렇지만 <천추태후>는 사실상 정통이라는 말이 무색하리만치 인기를 쫓아간 모습이 아니었나 싶다. 사실 KBS의 대하드라마의 특징은 치밀한 인물들의 갈등이 주요 볼거리였다. 각기 뜻을 달리하는 파당이나 특색있는 인물을 내세움으로써 권력을 차지하려는 음모와 권모술수 등이 조화있게 다루어졌다 할 수 있다.

전란속 방황하는 항복파와 항쟁파

인물평전이라 불릴만큼 완성도가 높은 대하극을 보여주었던 KBS의 대하사극과는 달리 <천추태후>는 1인 위주의 모습으로 위인전 스토리에 버금가는 모습을 담아내었던 것이 단점이었다 할 수 있다. 천추태후(채시라)와 강조(최재성) 그리고 김치양(김석훈) 3인에게 초점이 맞추어져 있던 모습속에서 사실상 신라계나 황주계의 대립은 극도로 치밀성을 잃어버린 모습이었다. 과거 KBS1을 통해 방송되었던 정통사극에서의 모습을 돌이켜보자면, 이같은 3인위주의 극적 전개는 주변 인물평전을 떨어뜨리는 단점을 고스란히 드러내놓고 있는 모습이었다. 특히 마지막회로 가는 거란 2차 침입을 그리는 부분에서의 모습은 신라계와 황주계로 양분되어 있는 인물들이 너무도 평면적인 모습으로만 그려져 있어 한편으로 전개의 밋밋함을 드러내 놓고 있는 모습이라 할만하다.

목종(이인)의 암살과 거란침략으로 사분오열하는 신료들의 모습은 각각의 이해타산에 의해 분열되는 모습을 그려내기 보다는 단순히 살고죽음, 막연하게 못된편과 좋은편으로 일관해 그려진 모습이었다. 과거 정통사극의 묘미를 놓고볼때, 시시각각으로 변화되고 긴장감있게 전개되는 인물평전과는 너무도 동떨어져 있는 모습이라 할만했다. 어찌보면 여황제라는 천추태후라는 실존인물을 드라마화한다는 점에서 적잖게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 흔히 알려진 김치양과의 사통으로 알려진 요부의 모습에서 재평가되는 천추태후의 모습을 다르게 각색했다는 점은 새로운 실험극이라 할수 있겠지만, 오랜동안 정통사극 드라마를 시청해왔던 애청자로써는 상당히 달라진 모습에 실망스러움을 감출 수는 없는 일이다. 전란으로 고려의 명운이 일촉즉발의 위기에 놓여있는 상황이라지만, 파천을 통해 드러내는 인물들의 모습들은 왠지 어설픈 코미디 한장면을 연상시키는 듯 보여지기만 했을 정도였다. 드라마는 드라마로 그칠 뿐이라는 말에 이의를 제기하는 것이 아니라 기존 KBS의 대하사극이 보여주던 장중하고 사실감있는 모습이 사라져 버린 애석함이 많다는 얘기다.

고구려의 패권주의에 사로잡히다

한편으로 <천추태후>의 아쉬운 부분은 고구려가 이루어냈던 거대한 동북아의 패권주의에 몰입시켜 놓았다는 부분이다. 이같은 모습은 마지막까지도 상상주의에 빠져든 모습이다. 김치양과 천추태후의 사통에 의해 태어난 김진은 독연(이은정)에 의해 여진족에게 빼돌려졌다. 사실상 픽션이라는 부분이 강하게 제기되는 부분이기는 하지만, 일종의 역사의 재조명을 보여주고 있는 모습이다.

사실 대한민국의  역사에서 볼때, 여진이라는 부족을 역사의 한 테두리에 부여하고 있지 않는다. 변방의 오랑케로 배워왔던 게 30~40십대 이후세대들이 배워온 교과서적 역사관이라 할 수 있다. 여진족이 세운 금나라의 시조가 신라의 후예라는 기록이 있다지만, 대한민국의 역사관에서 여진을 정당한 역사에 기록하지는 않는다. 그럼에도 드라마 <천추태후>는 금나라를 세운 아골타의 시조를 천추태후와 김치양의 자식으로 설정함으로써 마치 역사기준을 재평가 받기라도 하는 듯한 모습을 취하고 있다.

이쯤에서 한가지 말이 생각이 난다. 드라마는 드라마일 뿐이라는 말이다. 후대에 의해 재평가된다는 점에서 역사는 그 평가기준이 달라지게 마련이다. 집권층이 누가 되는가에 따라 패권을 잡는 세력이 누구인가에 따라 재평가된다는 말이다. 여진족에 대해 살펴보면 사실상 고구려와 발해의 세력권에 있던 말갈족이었다고 한다. 여진족이 세운 금나라는 아골타에 의해 부족을 병합해 세운 나라이다. 그런데 아골타라는 인물이 신라의 후손이라는 분석이 있다. 결국 <천추태후>에서 김진이라는 인물이 금나라를 세우게 된 인물이라는 얘기가 된다.  아골타에 의해 세워진 금나라는 1115년에 국호를 대금, 연호를 수국으로 하고 스스로 황제에 즉위하게 된다. 픽션이라는 부분에서 극적인 모습이기는 하나 <천추태후>의 상상력은 상당히 논란거리가 제기되는 부분이라 할 수 있다. 특히 역사적 기록이라는 부분에서 한국사에 대한 전면적인 재평가가 이루어져야 한다는 모습이 들기만 한다.

한가지 주목되는 부분은 KBS대하드라마가 가을개편으로 다시 KBS1로 채널을 옮기게 된다는 소식이 들려온다는 점이다. 사실 KBS2로 자리를 옮기면서 광고수익의 극대화를 노린 것인지 흥미위주의 전개에 적잖게 실망감을 안겨주기도 했었기 때문에 다시 친정인 1채널로 돌아가 과거 정통사극의 모습으로 돌아가주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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