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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나라

거북이달린다(2009), 인간적인 모습에 열광할만 하다

by 뷰티살롱 2009. 6.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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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부터가 눈길을 끄는 한편의 영화가 흥행몰이를 하고 있다. 환타지 소재로 제작비만도 무려 500억이라는 대형 블록버스터로 오랜만에 영화계에 모습을 보인 전지현을 무력화시키고 있는 영화가 <거북이달린다>라는 영화다. 개봉하기 전에는 솔직히 김윤석이라는 배우에게서 느껴지는 묘하디 묘한 하드코어적인 이미지 탓인지 별반 기대하지 않았었던 영화이기도 하다. 왜냐하면 배우 김윤석에게 있어서 전작인 <추격자>에서 보여졌던 비리경찰이었던,  흥신소를 운영하는 인물을 연기하던 모습이 뇌리를 떠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거북이달린다>는 그러한 배우 김윤석이 주연을 맡으며 탈주범을 잡는다는 내용의 영화다. 전작이었던 <추격자>에서는 경찰을 떠나 흥신소를 차린 전직 경찰이었지만 <거북이달린다>에서는 현직경찰로 등장한다. 

전작의 흥행성공탓만은 분명 아니었다. 두 영화 <거북이달린다>와 <추격자>라는 영화는 태생이라 할만한 포스터에서 느껴지는 포스또한 만만찮게 묘하게도 연장선상에 있어보이는 영화다. 특히나 전작인 <추격자>에서 김윤석이 연기했던 엄중호라는 캐릭터는 어찌보면 제목만을 달리 바꿔놓은 <추격자비기닝>같은 모습으로 느껴진다. 마치 엄중호라는 전직경찰의 경찰시절로 다시 돌아간 듯한 늬앙스를 풍기고 있는 듯하다고나 할까 싶을 만큼 포스터를 통해서 접했던 느낌은 '거기서 거기'의 수준을 벗어나길 않을까 싶은 생각이 들기도 할 만했다. 마치 <공공의적>의 흥행성공으로 속편제작이 이어지고 급기야는 강철중이라는 인물이 영화제목으로 급부상하는 <강철중> 시리즈로의 변천을 보는 듯하다고나 할까?

그렇지만 영화 <거북이달린다>라는 영화를 보는 순간 기존까지 가지고 있던 기우와 우려(?), 혹은 식상함은 한순간에 날라가 버리게 됨을 느낀다.

추격자와 완전히 다른 성격의, 배우 김윤석 또한 엄중호의 이미지와는 180도 달라져 있는 전혀 새로운 모습을 보게된다. 그중에서도 <거북이달린다>에서는 어떤 것을 발견하게 될까.
엄중호에서 조필성으로 다시 돌아온 김윤석은 <거북이달린다>에서 끈질기게 따라잡는 추격자의 모습보다는 인간적인 모습에 이끌리게 된다. 조필성은 한낱 시골마을의 형사인 조필성은 기껏해야 집안에서는 아내에게는 기를 펴지 못하는, 딸에게는 나름  훌륭한 1일교사로 마을에서는 알아주는 형사다. 한마디로 사람냄새나는 그저그런 투박하기 이를데 없는 시골 촌부의 이미지를 담고 있는 모습이다. 연쇄살인범을 쫓고 싸이코패스의 뒤를 쫓는 위태위태한 강력계 경찰의 몸싸움을 보여주기보다는 어딘가 어수럽하기 짝이없는 경찰의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코믹스러움을 극도로 끌어올리고 있는 영화가 <거북이달린다>라는 영화라 할 수 있다. 관객들은 한편으로 비상하고 노련한 탈주범에 비해 어수룩한 경찰과의 대결에서 벌어지는 코믹함과 황당함을 100% 즐기고 있는 셈이다.

개인적으로 이러한 영화는 예상하지 못한 반전이라 할만한 영화다. 누구나 예상하고 있을정도로 범인잡는 경찰은 범죄자보다는 우위에 서있거나 코믹스럽거나 좌충우돌형으로 그려지는 경우는 없었다. 한국영화의 강력계 경찰의 좌충우돌 흥행영화를 꼽는다면 <투캅스>를 빼놓을 수 없을 법하다. 나름 머리쓴다던 한 비리경찰에게 그야말로 알짜배기 우직스런 신출내기 경찰이 파트너로 짝지어지면서 벌어지는 우스꽝스럽기 짝이 없는 코믹스러움은 사실상 한번의 반전이나 다름없음이다. 거기에 두 경찰이 그려내고 있는 우스꽝스러움은 코믹의 정수라 할만하다. 그렇지만 공통점이 있다면, 조연으로 등장하는 조폭까지도 악당들까지도 코믹스타일을 일관한다는 점이다. 그도 아니라면 <강력5반>이나 <공공의적>과 같이 맞짱뜨기식으로 캐릭터들의 준비되어 있는 경우가 많다. 즉 강한 적일수록 경찰도 강한 캐릭터로 등장하는 식이라고 할만하다. 영화 <살인의추억>은 코믹과 강함을 양날로 세워놓으며 관객에게 긴장감과 코믹을 동시에 선보였던 영화라 할만하다.
그렇다면 <거북이달린다>는 어떠할까. 이 영화는 제목에서부터 느껴지는 것처럼 경찰과 탈주범의 태생이 완전하게 뒤바꿔있는 모습을 띠고 있다. 완벽함에 어울리는 탈주범에 모자람이 다분한 경찰이 그것이라 할만하다. 이 두 세계의 충돌은 생각지 못한 코믹과 우스꽝스러움으로 웃음을 선사한다. 경찰이라고는 하지만 조필성은 한편으로 본다면 바로 옆집 아저씨나 같은 모습으로 회자될 수 있는 캐릭터다. 달리 표현한다면 일반적인 소시민적 모습을 담고 있다는 얘기다. 거기에 비해 탈주범 송기태(정경호)는 완벽함의 극치를 달리는 캐릭터다.

송강호 주연의 <우아한 세계>라는 영화의 모습을 떠올리게 하는 것은 이러한 아이러니와 뜻밖의 인물설정이라는 점을 빼놓을 수 없겠다. <우아한 세계>에서 강인구는 전직 조폭출신이자 현재까지도 조폭에 몸담고 있는, 그렇지만 나이가 먹을대로 먹어버린 한 가정의 아버지이자 남편의 모습을 취하고 있다. 조직폭력배의 이미지가 사시미 들고 배에 구멍내며 피튀기는 이미지를 담아내던 기존 영화와는 달리 <우아한세계>는  나이가 들어 게으러진 몸뚱아리를 가진 한 가정의 남편이자 한 아이의 아버지의 모습을 담아내고 있다. 무시무시한 문신보다 출렁이는 아랫배의 무게감때문에 뛰는 것을 포기한 모습의 강인구에게서 그동안의 조폭영화와는 다른 새로운 감각을 영화에서 보게 된다. 특히나 과거 칼들고 싸우던 다른 조직의 보스와 호스로 물뿌리며 싸움질을 대신하는 모습들을 스크린에 올려놓음으로써 관객들은 예상했던 영화의 이미지를 일찌감치 벗어놓고 새로운 모습에 매료된다.

<거북이달린다>를 보면서 <우아한 세계>에서의 생뚱맞은 설정을 떠올리게 된 것은 어찌보면 경찰이라는 신분에 앞서 조필성에게서 삶의 향기가 묻어나기 때문은 아니었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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