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응형
80년대 출간되어 만화계에 일대 센세이션을 일으켰던 바 있는 이현세의 <공포의외인구단>은 만화라는 장르가 아이들의 세계가 아닌 어른들의 세계로까지 이탈시켜 놓았던 문제작이기도 하다. 그 때문인지 영화계에도 이현세의 <공포의외인구단>을 영화화시켜 놓았는데, 그것이 1986년에 개봉한 바 있는 이장호의 외인구단이라는 영화다. 얼핏 보기에 두개의 작품은 다른 제목을 쓰고 있는데, 영화계에서는 '공포'라는 단어가 부적절하다는 판결을 내려서 부득이하게 감독의 이름으로 재탄생되었었다. 86년에 개봉된 <이장호의 외인구단>은 이보희와 최재성이라는 두 남녀배우의 로맨스를 통해 원작만화의 묘미를 살려내며 당시 흥행에도 성공했었고, 최재성이라는 배우는 그 이후에도 까치의 이미지를 오랜동안 지니면서 연예계에 남았다.
그리고 2009년도에 드라마로 방영을 시작한 <2009외인구단>은 윤태영과 김민정, 박성민으로 이루어진 오혜성-엄지-마동탁으로 재탄생하고 있다. 원작만화가 발표되고 영화가 개봉된지 20여년이 지난 후 만들어진 리메이크라는 점에서 학창시절의 추억을 떠올리게 할만한 장점을 지니고 있다. 그런데 역시 세월의 힘이라고 해야 할까, 아니면 너무도 무뎌진 감정이라서일까.... 과거 고등학교 시절에 만화방에서 읽었을 때의 감흥이라기 보다는 <2009외인구단>을 보면서 오혜성의 저돌적이고 독기서린 고집과 미련하기 짝이없었던 엄지와의 사랑, 그리고 광기와 집착의 대명사로 기억되던 마동탁에게서 과거의 느낌이 살려나지 않는다.
드라마 <2009외인구단>은 원작이 발간되고 20여년이 지난 후에 다시 만들어졌다. 그런만큼 시대로 변하고 가치관도 달라진 모습일까. 마동탁의 광기와 집착은 그다지 그 단어사용에 부적절해 보이기만 하다. 어찌보면 드라마의 미흡한 연출탓이라고 볼 수 있겠지만, 엄지와 마동탁의 결혼생활에서 살아돌아온 오혜성은 과거 사랑에 마친 모습이라기 보다는 한 가정의 파괴범으로 보일만큼 캐릭터의 성격이 죽어있는 모습이다. 달리 말하자면 마동탁에게서는 집착과 광기가 빠진듯한 모습이라고 할 만도 하거니와 오혜성의 광기또한 너무도 약하게만 보인다고 할 만하다.
드라마에서 마동탁은 가정을 지켜내기 위한 한 가정의 남자로 보일뿐이다. 그 가정이 만들어진 결과가 오혜성의 죽음을 모르고 있었다는 점도 있겠거니와 구단주와의 관계에서도 불륜의 금을 넘지 않은 옳곧은 모습으로 그려지고 있다. 만화에서도 그랬을까? 한 아이의 아버지이자 한 여인의 지아비가 된 마동탁은 자신의 가정이 파탄되는 것을 볼 수 없을 뿐이고보면 엄지에 대한 오혜성의 집요한 집착이 오히려 얄밉게만 보인다.
더욱이 <외인구단>의 중심인물들의 모습들도 20여년이 지난 후에 느껴지는 이미지는 너무도 가벼워진 모습이다. 조상구, 나경도, 최관, 최고의 사령탑이자 과묵하기까지 했었던 감독 손병도까지도 드라마 속 <2009외인구단>의 맴버들은 가벼워 보이기만 하다. 전승무패를 자부하던 손병호는 매 경기마다 위기의 순간을 이겨내지만 좀처럼 그의 입가에서는 웃음을 찾아보기 힘들만큼 썬그라스 너머로 고독하기만 한 인물이다. 시대는 바끼기 마련이고, 스포츠도 바끼기 마련인지 손병호의 캐릭터에도 변화된 모습을 보이고는 있지만, 20여년 전에 만화를 읽었을때의 모습이 더 생각이 난다.
세월이 지나고 나서일까? 학창시절에 <공포의외인구단>을 읽으면서 느꼈던 청춘의 방황과 사랑을 먼저 생각하기 보다는 한 가정의 존립에 더 이끌리게 되는 것은 어쩌면 그 대열에 서 있기 때문은 아닐까.
반응형
'일반드라마리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솔약국집 아들들, 드라마의 영원한 테마 '장남과 차남의 형제애' (1) | 2009.07.13 |
---|---|
친구, 우리들의전설 - 드라머로의 리메이크 성공할 수 없는 이유 (0) | 2009.06.28 |
내조의여왕, 무한도전 출연 포복절도 에피소드 인상깊다 (0) | 2009.05.20 |
남자이야기, 명도시 개발에 왜 용산참사가 생각나는걸까 (0) | 2009.05.19 |
외인구단, 이현세의 오혜성과 윤태영의 오혜성의 차이점 (0) | 2009.05.18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