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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드라마리뷰

솔약국집 아들들, 드라마의 영원한 테마 '장남과 차남의 형제애'

by 뷰티살롱 2009. 7.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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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장 드라마의 구도가 대세를 이루고 있는 최근 드라마 유형에서 4형제로 구성된 <솔약국집 아들들>이라는 드라마는 잔잔한 가족애를 중심으로 눈딜을 끄는 훈훈한 드라마다. 요즘들어 주말드라마에 필이 꽂혀 매주마다 시청하고 있는 <솔약국집아들들>에서 개인적으로 눈길을 끄는 사람은 연예인 출신의 오은지(유하나)와 사회부 기자출신인 송선풍(한상진)이 결혼에 골인하는 모습도 아니고, 그렇다고 과속스캔들을 연상케하는 재수생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송미풍(지창욱)과 10대 출산모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최수희(강은비)도 아닌 중년의 나이에 아직까지도 싱글을 고집하는 둘째 송대풍(이필모)과 첫째인 진풍(김현주)의 형제애다.
공교롭게도 선풍과 대풍 형제는 나이로 치면 3살터울 형제로 드라마에서는 형과 동생이라기보다는 친구같은 모습으로 아웅다웅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특히나 두 형제가 한여자인 이수진(박선영)을 사이에 두고 사랑쟁탈전을 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어 눈길을 끈다. 그러데 한 형제가 한 여자를 마음을 두고 3각과계를 펼치게 될 확률은 얼마나 될까? 그리 높지는 않을 것으로 보여진다. 한 지역에서 오랜동안 살아온 사람들이라면 모를까 현대 사회에서 한 여자를 두고 두 형제가 동시에 사랑하게 될 확률이란  과거에 비해 상당히 낮아졌다 할만하다.

얘기의 중심이 한 여자를 두고 사랑을 차지하느냐하는 얘기가 아닌데, 너무 글이 길어질 법하고 얘기의 중심에서 벗어난 듯 싶다. 본론으로 들어가서 이야기를 계속해보자면, 첫째와 둘째, 진풍과 대풍이라는 두 형제에서 비춰지는 한국사회에서의 장남과 차남이라는 점에 대해서 얘기하고 싶어진다.

드라마의 테마중에 오랜시간 변하지 않는 것이 있다면, 남녀의 사랑 이야기를 테마로 3각관계를 형성하기도 하고, 때로는 오해를 불러일으켜 떠나가는 비련의 러브스토리가 한국드라마의 영원한 테마이기도 하지만, 그에 뒤지지 않는 테마가 있다면, 아마도 첫째와 둘째, 즉 장남과 차남이라는 형제관계를 두고 벌어지는 치열한 생존관계 혹은 갈등을 야기하는 이야기라 할만하다.

소지섭을 주연으로 등장시키며 성공시켰던 <카인과아벨>은 형과 동생이라는 형제간의 갈등을 그리며 시청자들을 흥분시켰던 드라마다. 특히나 자신의 야욕을 위해서라면 살인도 아무런 죄의식없이 자행하는 모습을 그려냄으로써 형제간에 감정의 골을 극대화시켜 놓았던 작품이기도 하다. 물론 <카인과아벨>에서 등장한 두 형제는 피를 나눈 형제가 아닌 배다른 형제라는 설정이었지만 살아온 환경을 형제로 그려냈던 작품이다.

그런 반면 형제지간은 아닌 자매의 경우에도 이같은 갈등구조를 내포하고 있는 모습은 흔히 찾아볼 수 있다. 한 드라마가 시작되는 부분에서 눈길을 끄는 것이 있다면 아마도 두 형제지간으로 그려지고 있지만, 왠지모를 반전이 내포되어 있다는 의혹을 시청자들은 어느순간부터 들게 된다. 혹시 형제로 설정되어 있지만, 어느 한쪽은 어디에서 데려온 자식이라든가 아니면, 뒤바낀 관계가 아닐까 하는 생각들이다. 그런 점에서 시청자들이 의혹을 아예 종식시켜 놓은 채 출발한 드라마가 <에덴의동쪽>이라는 드라마다. 핏줄전쟁이라는 네임까지 얻으면서 신태환 가족과 이동철 집안간의 거대한 집안 싸움을 보여주긴 했었지만, <에덴의 동쪽>에서 갈등과 화해의 중심을 이루고 있던 것은 다름아닌 뒤바낀 운명이라 할만하다.
공교롭게도 <에덴의 동쪽>에서 실질적 갈등과 반목을 이어가던 사람은 첫째인 이동철(송승헌)과 둘째인 이동욱(연정훈)이었다.

이렇듯 드라마의 전체적인 갈등이 사랑이 되었건 아니면 야망이 되었건 심심찮게 등장하는 것이 있다면 형제라는 설정, 장남과 차남의 관계가 아닐수 없다.

언제나 자신의 삶이 없는 장남

집안에서 장남은 언제나 어둠의 자식을 연상케 할만큼 삶의 무게를 어깨에 짊어지고 가는 역할을 도맡는다. 부모님으로 인해 혹은 동생들로 인해 형은 언제나 자신의 가고싶은 길을 포기하고 동생들에게 넘겨주는 모습으로 보여진다. 특히나 아버지가 없는 곳에서는 아버지의 대행이라는 커다란 존재로 집안에서 혹은 사회적으로 존재감이 극대화되어 있는 모습을 보여준다.

여기에서 둘째, 즉 차남과의 갈등의 골은 깊어만 간다. 장남에게 있어서 자신의 존재는 늘상 가족을 위해서 희생해야 하는 존재이고, 자신의 생활은 없는 듯하다. 집안 대소사의 일들은 언제나 형의 몫이고, 동생들은 언제나 철부지나 다름없는 어리광부리는 존재나 다름없다.

<솔약국집 아들들>에서 진풍은 자신이 진심으로 좋아하는 수진을 대풍이 좋아한다는 점 때문에 자신의 사랑을 포기하는 인물로 그려진다. 늘 그래왔듯이 자신보다는 가족의 안위가 먼저이고, 가정의 평화나 형제간의 우애가 우선되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진것이 대풍이라는 인물로 보여진다. 그렇기 때문에 사랑이라는 감정까지도 형제보다 앞설 수 없다고 여기는 것인지 동생인 대풍에서 자신의 사랑을 양보하는 모습이다.

언제나 피해자는 차남

차남에게 있어서 장남은 언제나 집안의 버팀목이었고, 차남의 입장에서 아무리 형을 넘어서려 하지만 부모님의 눈에는 형만한 동생이 없다는 전제가 깔려있다. 형보다 공부를 잘한다 해도 오로지 부모님의 눈에는 형의 성공은 크게 보이지만 차남인 동생의 성공은 그다지 인정되지 않는 것처럼 인식이 된다.

언제나 형이라는 존재는 뛰어넘을 수 없는 존재이고, 부모로부터 인정받기 위해 형보다 우수하게 학업성적을 이뤄내지만 결국에는 허탈함을 느끼게 된다. 언제난 차남은 집안에서 응석받이에 불과하고, 아무리 기를 써도 형을 능가할 수 없는 2인자이기도 하다.

대풍은 선풍에게 있어서 자신의 삶이 형 때문에 인정받지 못한다 생각한다. 늘 부모님은 형을 1순위로 대했고, 차남에게는 형이 물려준 옷가지를 얻어입히고, 좋은 옷이라고는 입어보지 못했다. 70~80년대 태어난 사람이라면 이러한 사회적인 모습을 이해할만도 할 법하다. 40~50십대 차남들에게 있어서 한국사회는 그다지 풍요롭지 못한 시대였고, 어리시절 형이 입던 옷가지며 학용품들을 되물려 사용해본 사람들이 많다. 하다못해 새 운동화를 얻기 위해 물려받은 헌 운동화를 벽돌에다 갈아대며 너덜거리게 만들었던 기억도 가진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형이라는 존재는 늘 차남에게 있어서 자신의 것을 빼앗아가는 존재였었고, 자신이 넘어야 할 산이었다. 어쩌면 그 넘어야 할 산이라는 경계는 부모의 사랑을 얻기위한 치열했던 모습이었을 수도 있다.

사랑이라는 개입 장남vs차남 혹은 장녀vs차녀

드라마에서 늘 형제간의 갈등이 두드러지는 테마에서 빼놓지 않고 등장하는 것이 있다면 남녀의 사랑, 즉 형제 혹은 자매를 사이에 두고 벌어지는 3각관계라 할만하다.
막장드라마의 최고봉이라 할만한 <아내의 유혹>은 민소희 신드롬을 일으키며 인기를 한몸에 받던 드라마다. 한 남자를 두고 자매간에 벌어지는 애정쟁탈의 모습을 보면서 시청자들은 막장의 한계를 지켜보았었다. 아내의 유혹뿐 아니라 MBC 아침드라마의 주요 테마는 자매간에 벌어지는 3각관계가 이례적으로 많은 부분을 차지한다.

얼마전에 막을 내린 <하얀거짓말>이란 드라마에서 이복형제간에 한 여자를 두고 형의 아들이 있지만, 동생이 여자를 사랑하는 관계로 묘사된다. 어찌보면 형수라 불러야 할 사이였는데 말이다.
또다른 드라마인 <그래도좋아>는 어떨까? 언니의 사랑을 빼앗고 결국에는 자신까지 망가지는 모습으로 차녀의 모습이 보여졌었다. 드라마에서 보여지는 차남 혹은 차녀의 모습은 언제나 말썽꾸러기나 혹은 철부지같은 존재로 보여지는 사례가 많다. 한국사회에 자리하고 있는 가부장적 모습에서 출발된 장남의 모습은 아버지를 대신하는 존재로 동생들을 뒷바라지 하는 존재로 그 존재감이 너무도 크게 그려지는 게 다반사인 듯 하다.

<솔약국집 아들들>에서 어찌보면 형인 진풍은 동생인 대풍을 위해서 자신을 사랑을 놓아버리는 모습으로 보여진다. 거기에 대해 대풍은 자신을 좋아하는 간호사인 김복실(유선)을 나몰라라 하며 한눈파는 바람둥이로 그려진다. 달리 표현하자면 형의 사랑을 집요하게 휘방놓은 모습으로 보여지는 말썽쟁이로 보여질 법하다.


 우려되는 점은 다름아닌 이러한 모습을 시청하면서 시청자들은 대풍의 바람끼에 대해 부정적이라 여긴다는 점이다. 진풍의 애뜻한 사랑은 좋게 보이지만 대풍의 사랑은 한낱 형의 사랑을 빼앗으려하는, 달리 표현한다면 복실의 사랑을 받아주지 않는 못된 캐릭터로 전락해 있다. 그러나 사랑이라는 감정이 단지 한 사람에 의해 주도적으로 이루어지지는 않는다. 대풍이 수진을 좋아하는 일방통행적 사랑을 하는 모습에 괘심하다는 생각을 하기 전에 일방적으로 대풍을 좋아하는 김간호사의 캐릭터를 놓고 김간호가가 불쌍하고 대풍은 못된 사람이라는 식의 판단은 옳지 않다는 점이다. 어찌보면 수진과 대풍이라는 인물은 서로에게 있어서 단지 자신을 좋아하는 상대방에 대해 솔직한 모습을 보여주지 않았다는 점이 문제다.

수진은 대풍의 저돌적인 애정공세에 대해서 한마디로 선을 긋지 않는다. 진풍을 그저 멀리 보고만 있었고, 대풍과 진풍이 함께 한 자리에서 자신이 진풍을 좋아한단 말을 하지 않고 중간에 발을 담그고 있는 모습이다. 또한 대풍은 김간호사에게 자신은 김간호사를 여자로 보지 않는다는 분명한 의사를 표현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시청자들은 여자의 일방적인 모습에는 동정표를 던지고, 남자의 일방적인 공세에는 비난의 잣대를 들이대는 것일까?

거기에는 여자와 남자라는 측면의 입장차이도 있겠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장남으로써의 진풍과 차남으로써의 대풍이라는 두 캐릭터가 보여지는 사회적 인습이 작용하는 것은 아닐까 싶다. 차남으로 산다는 건 한국사회에서는 인정받지 못하면서도 집안에서는 부모님의 사랑을 차지하는 천덕꾸러기 혹은 천방지축이 옳은 모습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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