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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드라마리뷰

5월의 청춘, 레트로 청춘로맨스보다 시대에 주목되는 드라마

by 뷰티살롱 2021. 5.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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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적인 로맨스 장르가 시선을 사로잡았던 적이 얼마만일까. KBS2채널에서 월요일과 화요일에 방영되는 '5월의 청춘'이라는 드라마다.

 

한때 응팔 드라마가 인기를 몰아쳤던 때가 있었다. 케이블 채널인 tvN에서 방영됐던 '응답하라 시리즈'의 드라마였는데, 대체적으로 1980년 후반대의 대중적인 문화와 결부된 레트로 로맨스라 해도 될법한 드라마에 해당한다.

 

헌데, KBS2 월화드라마로 방영되는 12부작 드라마인 '5월의 청춘'은 기존에 인기를 모았던 응팔 시리즈의 드라마와는 로맨스 부분에서는 교집합이 형성되지만 전혀 다른 유형의 드라마다.

 

정치적, 사회적 이슈들이 한데 모아져 있는 1980년의 광주의 모습을 담아내고 있다. 가장 중심을 이루고 있는 것이 황희태(이도현)-김명희(고민시)-이수찬(이상이)-이수련(금새록) 4명의 남녀가 엇갈리는 사랑을 해 나가는 과정이 주를 이루고 있다.

 

하지만 그들 네명의 로맨스 주위로 흐르는 적막과 고요는 마치 폭풍의 한가운데 서 있는듯한 위태로움이 가득하다.

 

명희에 대한 열정적인 희태의 사랑과 맞선한번 잘못 엮이게 된 수련은 집안을 책임져야 하는 혼사의 올가미에 걸려들고 있었고, 누이의 친구를 좋아하게 된 한 남자는 엇갈려버린 사랑앞에서 눈물을 삼켜야 한다.

 

언뜻 통속적인 로맨스멜로 장르가 이토록 애절하게 시선을 끄는게 이상하리만치 생각이 들기도 하다. 눈물없이 볼수없었던 통속의 멜로치정이나 막장의 요소로 한번 빠져들면 억울해서라도 끝까지 시청해야만 하는 자괴감 따위는 아니다.

 

'5월의 청춘'은 1980년 광주를 배경으로 하고 있는 드라마다. 사람들에게 익히 알려져 있는 아픈 현대사의 한 단면인 광주민주화운동의 한가운데를 향해 드라마가 조금씩 향해가고 있다는 점 때문에 어쩌면 시선을 빼앗기지 못하는 것 같다.

 

간호사 출신의 명희는 힘들게 공부해서 독학으로 독일 유학을 갈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하지만 가난해서 비행기표값조차 마련하지 못하고 있는 캐릭터다. 그런 명희에게 수련은 맞선에 대신 나가게 되는 조건으로 명희의 비행기값을 마련해 줄 것을 약속했다. 그런데 운명의 장난일지 명희를 첫눈에 좋아하게 되는 희태가 맞선 자리에 나왔다. 두 사람은 이뤄질 수 없는 로미오와 줄리엣과 같은 관계다. 대신 맞선자리에 나왔으니 말이다. 수련의 오빠인 수찬은 언제부터인지 동생 수련과 함께 있는 명희가 눈에 들어왔다. 설레이고 가슴이 뛰어 무엇인지 핑계를 삼아 명희와의 자리를 만들려 했다.

 

네 남녀의 로맨스만으로 본다면 그저 그런 이뤄질 수 없는 슬픈 사랑에 빠진 남녀의 이야기라 생각할 수 있겠지만, 네 남녀의 로맨스가 1980년 광주를 배경으로 5월 18일을 향해 조금씩 나아가고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할 필요가 있다.

 

더욱이 희태와 명희 수찬-수련 남매의 집안을 살펴보면 긴장감은 로맨스라는 부분을 묻어버리기에 충분해 보인다. 희태의 아버지인 황기남(오만석)은 보안부대 대공수사과 과장이다. 수련과 수찬 남매의 아버지인 이창근(엄효섭)은 광주에서 성공한 사업가다. 명희의 아버지인 김현철(김원해)는 시장에서 시계수리 좌판을 운영하고 있으며, 황기남과 악연으로 엮여있는 관계다.

 

집안의 관계를 놓고보면 암울한 광주의 그날에 대한 아픔이 점차 가까워지고 있는 모습이 역력하다.

 

6회가 지난 즈음에 이제 드라마는 절반이 지났지만 여전히 5월 18일까지는 이제 8일여가 남아있는 모습으로 전개되고 있다.

 

드라마 어디에도 비극의 모습은 보여지지 않지만, 드라마를 시청하는 시청자의 시선 한켠에는 아마도 벌써부터 그렁그렁 눈물샘이 맺혀져 있을 법하기도 하다.

 

꼬여버린 운명으로 수련과 희태는 약혼식을 하게 되게 되고 약혼식 도중에 희태는 명희와 식장을 빠져나와 버렸다. 그 모습을 수련의 오빠인 수찬도 발견했지만, 희태에게 뭐라 한마디 할 수가 없는 처지다. 사업을 위해서, 집안을 위해서 희태의 아버지인 황기남의 힘이 필요했고, 그 과정에서 동생인 수련은 집안을 위해 희생을 강요당하는 처지가 됐지만, 그 강요는 다름아닌 자신의 의학사업을 위해서 필요했기 때문이다.

 

과연 이 드라마가 광주 5.18이라는 시대적 배경을 관통하게 될 것인지는 미지수처럼 보이기도 하다. 어쩌면 고통과 비극의 시기에 이런 청춘들이 있었다 라는 식의 전개가 지나가게 될 것인가 하는 예상도 들긴 하지만, 희태의 친구이자 군대에 끌려가 입대하게 된 경수(권영찬)가 드라마의 후반부에 어쩌면 광주에 투입될 공수부대라는 것에는 어느정도 예상이 들기도 하는 부분이다.

 

또 정부의 하수인으로 황기남은 힘있는 사람들에게 기업을 나눠먹기식으로 차지하게 되는 공동사장 제의를 수련의 아버지인 이창근에게 제안하는 모습도 보였다. 일종에 다 빼앗기기보다는 덜 빼앗기는 방법으로의 제안이라는 점을 들면서 말이다.

 

수련은 유복한 집안의 딸이지만 노동운동과 민주화운동에 앞장서는 열혈 학생운동가다. 하지만 함께 있는 동료들은 수련의 배경과 희태와의 약혼 등을 이유로 변절자 내지는 신고자로 의심한다.

 

네 남녀의 레트로 로맨스가 어떤 결말을 향해 나아갈지에 대한 기대보다는 네 남녀가 1980년 5월의 광주라는 공간에서 어떤 잔혹은 운명의 순간을 마주하게 될 것인지가 더 궁금해지는 드라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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