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종로에서 회사를 다니는 후배가 연락이 왔다. 일년에 두어번은 만나게 되는 후배인데, 꽤 잘나가는 중견기업에 다니는 터라 만나기만 하면 얻어먹는게 더 많은 후배인데, 연말이라서인지 연락을 한 모양이다.

"올해도 벌써 한달밖에는 남지 않았네요. 선배 저녁에 시간 어떠세요~~"

마다할 이유도 없도 특별한 약속도 없는지라 중간에서 만나기로 했다. 둘이 만나게 되면 움직이기가 쉽고 중간역이 서대문역이다. 늦은 저녁도 아니었지만 벌써 6시만 되어도 어둠이 짙게 깔리는 것이 본격적인 겨울이 시작된 듯한 느낌이 든다.

 
일을 일찍 끝마친 터라 먼저 서대문역에 도착했고, 10여분이 지나서야 후배가 도착했다. 늘 사람들과 만나는 약속을 잡게 되면 난감한 것이 어디로 가야할까 하는 점이다. 일본풍의 선술집은 요즘 자주 찾는 음식점이기도 한데, 친구와 함께 조용한 분위기에서 담소를 나누면서 가볍게 술한잔 마시기가 좋다는 점이 매력적이기도 하다.

많은 사람들이 어울리는 곳으로는 왁자지껄한 곳을 찾기도 하는데, 보통은 호프집이나 혹은 치킨집을 많이 선호하는 편이다. 소위 요즘말로 '치맥'이라고 말하는 곳은 가볍게 맥주한잔하기에 적당한 곳이라는 얘기다.

후배와 만난 것이 벌써 서너달이 지났다. 가벼운 수인사로 안부를 묻자 후배는 미리 알고있는 곳이 있다는 듯이 길을 앞섰다.


서대문역 1번출구와 2번출구 사이의 골목길로 길을 잡고 앞서며 걸어가던 후배가 고개를 돌아보며 넌지시 말을 꺼낸다.

"뭘먹죠 선배? 삼겹살에 소주한잔 할까요?"

마땅히 서대문 인근에서는 알고있는 음식점이 없었는데 후배의 말에 선뜻 생각나는 음식점이 한곳 있었다. 얼마전에 방문했었던 고기집이었는데 특별한 맛이 일품이었던 음식점이기도 했다. 딱히 단골 음식점, 특히 술을 마실수 있는 음식점이라는 더더욱 단골이라는 것을 만들어놓지 않는 성격이었지만, 서대문에 위치하고 있는 '참맛집'은 인상에 남는 음식점이었다.


전철역에서 골목안으로 들어서 50여미터를 들어가자 어두운 저녁 골목 막다른 곳에 '참맛집'이라는 음식점이 모습을 보인다. 메뉴는 단 세개가 전부인양 보여지는 곳인데, 점심에는 돼지고기 두루치기와 저녁에는 소갈비살과 소안창살 숯불구이가 대표 메뉴인듯 간판을 가득 메운 음식점이다.

"별난 소고기 맛 어때?"

후배에게 간단하게 말하며 참맛집 안으로 들어섰다.


안으로 들어서자 마자 요즘 CF의 한 구절이 떠오르는 푯말이 카운터 앞에 놓여있는게 눈에 띄인다.
 
'단언컨대'

참맛집의 저녁메뉴는 소갈비와 안창살이 메뉴인데, 숯불구이로 제맛을 즐길 수 있다는 것이 매력이다. 요즘에는 다양한 화기를 이용해서 고기를 굽는 음식점들이 많은데, 뭐니뭐니해도 참숯에 고기를 구워먹는 것이 육질을 그대로 느낄 수 있어서 입맛을 당긴다.


서대문 고기집인 '참맛집'에는 특별한 맛을 내는 재료가 눈에 띄는데 바로 '김'이다. 손님이 자리에 앉자마자 가장먼저 테이블을 찾아온 것은 김통이다. 김통에는 서너개의 김이 들어있는데, 구워지지 않은 김이다. 빨갛게 달구어진 참숯이 테이블에 놓어지면 손님은 김통에서 김을 꺼내어 숯불에 먼저 구워놓는다.

그 사이에 반찬들이 테이블에 세팅이 되는데, 김을 구우면서 추운 겨울 날씨에 상기된 몸을 녹이는 재미가 쏠쏠하다.


밑반찬으로는 오이김치와 열무김치 파무침과 고추절임 등이 테이블 가득 차려지는데, 특히 열무김치의 맛을 먹어보면 음식점의 깊이를 알 수 있을 법하다. 소문난 맛집이라는 곳을 몇차례 방문해 보았는데, 그때마다 메인 음식보다는 반찬맛을 먼저 맛을 보는 습관이 있는데, 특히 김치맛이 좋은 집은 왠만하면 메인메뉴는 실망하지 않는다는 것을 여러번 경험해 보았던 터다.

설렁탕 집에 가게 되면 그 집의 설렁탕 맛은 깍두기의 맛이 어느정도 깊이가 있는지에 따라 맛을 좌우하는 경우가 많다. 한국음식의 대부분은 제아무리 인테리어가 좋고 손님들의 시선을 끄는 구조를 갖는다 하더라도 밑반찬의 맛이 좋지 않으면 메인메뉴의 음식맛도 그다지 좋지 않다는 것을 흔히 경험했을 것이다.


회사를 퇴근하고 나서 저녁식사 전인지라 갈비살과 안창살을 함께 주문했다. 술을 마실때에는 빈속에 술을 마시기 보다는 음식과 함께 마시는 것이 습관처럼 되었던 터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늦은 저녁이라서 배가 고파서이기도 했다.

지난 방문때에도 느꼈던 것이지만 '참맛집'의 소갈비살과 안창살은 신선도에서는 꽤 상품의 고기가 나온다. 선홍색을 머금은 소갈비살과 안창살을 보니 굽기도 전에 벌써부터 입안에 침이 고이기만 한다.


소고기는 돼지고기와 달리 너무 많이 익히게 되면 맛이 없다는 게 다르다. 후배와 같이 앉아서 소량의 고기를 먼저 불판에 올려놓고 고기가 익어가는 것을 지켜본다. 보기만 해도 먹음직스러운 선홍빛의 빛깔이 숯불의 달구어진 온도만큼이나 맛있어 보인다.


익은 고기 한점을 깻잎에 싸서 한입 먹어보면 별미다. 소고기를 소금에 찍어 보는 것과는 또다른 맛이다. 적당히 간이 배인 깻잎은 따로 된장을 넣어서 먹을 필요가 없을만큼 일품이다. 먹음직스럽게 익은 고기 한점이 입안에서 녹는 듯하다.

식사 전인지라 후배역시 술한잔 보다는 먹는 것에 더 눈독이 들은 상태다. 파무침에 싸서 먹기도 하고 상추에 싸서 먹기도 하고, 허기진 배를 채우는 게 급선무가 되어버린 만남이다.


적당히 배가 채워지고 소주한잔을 건배하며 그간의 생활을 이야기한다. 참숯에 술이 익는 것인지, 아니면 고기가 익는 것인지 모를 시간이 흘러간다. 시간이 지난다는 건 그만큼 사람들도 세월이 지난다는 얘기다. 회사에서의 이야기들이 쌓여가고, 생활이 술잔에 녹아든다.


김에 싸먹는 소갈비살은 별미다. 고소한 김맛이 고기맛을 더 맛있게 느끼게 한다. 아니다. 어쩌면 사람과 함께 한다는 시간때문에 고기맛이 더 맛있게 느껴지는 법인가 보다. 고소한 안창살과 소갈비살의 고기맛이 김에 배여드는 것인지 아니면, 김이 고기에 배어드는 것인지 모를 정도다.

특별한 고기맛을 맛보게 되는 것만큼이나 특별한 사람을 만나는 것이 즐겁다.


참맛집의 고집스러움이 그대로 보여지는 한쪽 벽면에는 안창살과 갈비살에 대한 소개가 큼지막하게 붙어있는 모습이고, 김에 대한 이야기도 수놓아져 있다. 점심에 먹을 수 있는 돼지 두루치기 요리에 대한 소개도 정갈하게 적혀있는 모습이 눈에 띈다.


음식을 내놓는 주방앞에 붙어있는 플랜카드는 '참맛집'의 자존심을 그대로 보여주는 듯하다. 가장 완벽하지 않다면 값을 받지 않겠다는 고집스러움이 느껴지는 글귀였다. 음식을 내놓는 주방앞에 있는 글을 볼 때마다 손님들에게 최상의 재료를 내놓겠다는 주인의 다짐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손님에게 내건 슬로건이라기보다는 오히려 주인 스스로에게 던지는 약속으로 보여지는 글귀에 더욱 믿음이 가는 음식점이었다.


서대문에 위치한 '참맛집'의 테이블은 창문가에 위치한 테이블의 경우에는 각각 낮은 칸막이로 차단되어 있어서 다른 테이블의 손님들과 눈이 마주치지 않게끔 되어있다. 사실 음식점에서 음식을 먹다가 맞은 편에 앉아있는 손님과 눈이라도 마주치게 되면 여간 어색할 때가 많다.

다른 테이블과 칸막이로 차단되어 있어서 손님들간의 마찰이 빚어지는 것을 사전에 차단해놓은 것도 하나의 센스가 엿보이는 모습이다.


종로나 강남 인근에서는 자주 친구들과의 모임이 있었던지라 단골은 아니더라도 몇군데 맛집이라 여기는 음식점들이 있기는 하지만 충정로맛집은 그다지 많지가 않았었다.

"선배 김에 싸먹으니까 소고기맛이 별나네요 ㅎㅎ"

후배는 술한잔에 너스레를 떨듯이 음식평을 내놓았다. 고소한 김맛이 고기를 감싸는 듯하다면서 말이다.


최신 휴대전화의 모양새를 본뜬 메뉴판에는 저녁메뉴로 소갈비살과 소 안창살의 가격이 큼지막하게 쓰여져 있고, 원산지로 표기되어 있다.

쌀쌀한 겨울바람이 부는 날에는 서대문에서 맛보는 특별한 김말이 소갈비살과 안창살에 오랜만에 만나게 되는 사람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것은 어떨까. 시간이 술에 녹아들고, 김맛에 소고기맛이 감싸 특별한 맛을 음미할 수 있었던 '참맛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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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뷰티살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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