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자와 해학 그리고 사랑이야기가 담겨있는 한국고전의 대표적인 작품이 아마도 '배비장전'이라는 이야기가 아닐까 싶다. 선비의 지조와 권력을 가진 양반들이 기생 애랑의 치마폭에 빠져들어 어금니를 사정없이 뽑아주는 대목은 풍자의 극치라 할 수 있어 보인다.

예술의 전당 25주년 기념자이자 CJ 토월극장 개관작으로 선정되어 오는 3월 31일까지 공연을 갖게 된 '살짜기옵서예'의 프레스콜 행사가 지난 2월 19일에 열렸었다. 필자는 프레스콜에 초청받아 '살짜기 옵서예'를 조그이나마 감상할 수 있었는데, 무척이나 기대가 높은 작품이란 느낌이 들기만 한다.

필자에게는 한가지 추억이 있다. 요즘에는 디지털방송에 스마트폰으로도 TV를 보는 시대이기는하지만 필자의 어린시절은 TV라는 매체가 집집마다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1970년대 말에 시골마을에 처음으로 TV가 들어왔을 때 마을 사람들은 브라운관을 통해 보여지는 영상에 모두가 흠뻑 빠져들었었다. 더욱이 지금처럼 화질이 배우의 숨구멍까지 섬세하게 보여지는 것이 아닌 흑백으로만 보여지던 TV매체에 온 마을 사람들이 모여들어 저녁시간대에는 잔치집같은 분위기였었다.

연속극이라는 매체와 레슬링이 당시 마을 흑백TV의 주요 볼거리였는데, 필자의 기억으로는 마당놀이 한편이 아직도 생생하게 떠오른다. 배비장전이라는 마당극이었는데, 해악적으로 풍자적인 내용으로 관객을 시종일관 웃게 만들기도 했었던 작품이었다. 하지만 엄밀히 말해 그 작품이 아직까지도 기억에 난 것은 어린 나이에 흥미있게 보았다기 보다는 눈물을 흘리면서 보았던 TV속 '배비장전'이기 때문이다.

흔히 마당놀이극은 아이들의 전유물이라기보다는 어른들의 전유물이었다. 아마도 설이나 추석같은 명절때에 방영되었던 '배비장전'이었는데, 아침시간대에 공개방송처럼 스튜디오 안에서 펼쳐지는 마당놀이를 보기 위해서 관객들이 브라운관 안에까지 잡히고 방자와 배비장, 목사들은 분주하게 관객들과 함께 신명나게 어울어져 웃음을 선사했었지만, 동시간대에 다른 채널에서는 아이들이 좋아하는 특집만화가 방영되고 있었다. 어린 나이에는 마당놀이가 그리 재미있지만은 않았었다. 오히려 특집만화를 볼수 없다는 원통함이 더 많이 들었었던 때였다. 그런데 신기하기도 나이가 들어가도 어릴적에 보았었던 '배비장전'의 모습들이 지워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애랑의 계략으로 화초장 속에 숨어들어가게된 배비장은 방자의 계략으로 장농이 바다에 떨어진거라는 위기를 느끼게 되는데, 문이 열리자마자 웃통을 벗은 배비장이 마당에서 땅짚고 헤엄을 치려 하는 웃지못할 상황이 벌어지게 된다.

CJ토월극장의 개관작으로 선보이게 되는 '살짜기옵서예'는 '배비장전'을 원작으로 한 작품으로 첫 작품은 1966년 10월 26일에 개막해 단 4일간 7회공연으로 무려 1만6천명의 관객을 동원한 위력을 보여준 뮤지컬이다.


초연에서 패티김이 연기한 제주기생 '애랑'역에는 김선영이 캐스팅되어 색다른 느낌의 '애랑'으로 탄생되었으며. 애랑에게 빠져드는 배비장 역에는 환상적인 가창력의 홍광호와 다양한 영역에서 자신만의 색깔을 연기하는 최재웅 두 배우가 맡게 되었다. 이 밖에도 뮤지컬 배우보다는 TV드라마나 영화에서 자주 본 송영창과 박철호가 신임목사역으로 출연해 반가운 모습이다.

'살짜기 옵서예'의 프레스콜 행사를 찾은 필자는 기억속에 있는 배비장전의 풍자와 해학이라는 부분보다 남녀 사랑에 보다 많은 촛점을 맞춘 작품이 아닌가 싶어 보였다. 필자가 어릴적에 보았었던 배비장전은 홀어머니에게 효도가 지극한 사람이 배비장이었고, 제주로 부임하는 목사를 따라 비장직에 오르게 되었다. 어머니의 말씀으로 여자를 조심하라는 당부와 함께 배비장은 여색을 즐기는 신임목사와는 달리 곧은 성품을 지닌 선비의 모습이었다.

헌데 곧은 선비를 타락시키는 것이 좋은 작품일까? 배비장전은 양반들의 도포자락속에 숨겨져 있는 추악하고 탐욕스러운 모습을 웃음과 해학으로 무장해제시킨 작품으로 유명하다. 때문에 원초적인 본능을 멀리하던 양반들의 기개를 적나라하게 풀어헤친 작품이기도 하다. 때문에 곧은 성품의 배비장을 타락시키는 일련의 음모는 유교적인 조선사회에서 사람들의 눈을 피해 탐욕스러운 양반들을 질타하는 작품이라는 것이 필자의 얉은 소견이다.


CJ 토월극장 무대에 올려지는 '살짜기옵서예'는 남녀의 사랑을 보다 극대화시켜놓은 모습이었다. 탐관오리나 혹은 양반들의 해학적인 면보다는 기생 애랑과 정절을 지키려는 배비장의 캐릭터가 원작에서 볼 수 잇는 사랑이라는 주제안에서 보다 더 심도있게 풀어놓은 모습이었다.

프레스콜에서는 1막의 주요 하이라이트 장면들을 배우들이 선보였는데, 배비장이 제주로 떠나기 이전에 죽은 아내와의 혼령을 만나게 되는 장면이 보여지기도 했다. 어릴적 노모의 청으로 여색을 멀리해야 한다는 당부를 받으며 제주로 떠났었던 배비장의 모습에서 CJ토월극장에 올려지는 작품은 죽은 아내의 혼령을 만나게 되는 배비장으로 변화를 보이고 있는 모습이기도 하다. 죽은 아내의 혼령이 나타나는 대목에서는 흘로그램이 선보이기도 해 뮤지컬으로는 상당히 볼거리가 풍성해 보이기도 한 모습이었다.

제주도는 여타의 섬이라 해서 제주목사는 벌써부터 신이 났다. 하지만 비장의 절개는 목사의 일탈행위를 막아서는 것이기도 할 것이다. 그 때문에 목사는 애랑을 시켜 배비장을 꼬여낸다면 상을 주겠노라 하게 된다. 여색을 멀리하고 죽은 아내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는 배비장에게 애랑의 유혹은 참기 어려운 일이기만 하다.


제주 기생 애랑의 미모와 말은 많은 남자들을 유혹한다. 그녀의 미모와 언변에 빠져든 남자들은 그녀가 원하는 것이라면 무엇이든지 들어주게 되는데, 생이빨을 뽑아주는 것은 다반사이기만 하다. 특히 뮤지컬 '살짜기옵서예'에는 제주방언을 적전히 사용해 현장감을 살려내었다는 느낌이 들었다. 대사 곳곳에 배우들은 제주방언을 사용해 고개를 갸웃거리기도 했었는데, 곰곰 생각해 보니 대사를 틀린 것이 아니라 바로 제주방언이라는 것을 알았다.

제주도의 대표적인 명물인 돌하루방이 등장해 방자의 추임새에 따라 얼굴 형태가 변하는 장면도 놓쳐서는안될 볼거리 중 하나일 법하다. '살짜기 옵서예'는 문화체육 관광부와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주최한 '2011 차세대 콘텐츠 동반성장 지원사업'으로 선정되어 차세대 문화기술을 통한 무대 매커니즘으로 구현하면서 2013년 공연을 맞아 현대 기술을 통해 한단계 발전한 형식고 규모의 무대를 선보인 작품아다. 기존 뮤지컬의 평면적으로 2차원적인 무대구성을 넘어서 홀로그램, 3D맵핑 등 최신 영상기법을 적극 활용해 무대 세트를 보다 입체적으로 구현하며 드라마가 좀더 풍부하게 보일 수 있는 새로운 무대기법을 보여주고 있다.


지난 연말 국내 극장가는 오페라의 역습이라는 신조어가 식을 줄 몰랐다. 바로 '레미제라블'이라는 영화가 주는 감동이 관객들을 찾은 때문이었다. 필자역시 '레미제라블'을 관람하기는 했었지만, 처음부터 끝까지 배우들의 노래로 채워져있는 전개가 다소 아쉬움이 들기도 했었던 작품이었다. 물론 많은 관객들은 영화의 새로운 변화에 기립박수를 보내기는 했다. 개인적인 취향이 다를 수 있을 것이다.

뮤지컬 '살짜기옵서예'는 필지가 좋아하는 유형을 띠고 있는 형식을 취하고 있다. 필자는 아직까지도 최고의 명화를 꼽으라하면 '사운드오브뮤직'이라는 작품을 얘기한다. 음악과 춤, 배우들의 대사가 긴 러닝타임에도 불구하고 지루함이 없는 작품이기도 하고, 생각날때마다 집에서 DVD를 감상하는 작품이기도 하다.

'살짜기옵서예'의 프레스콜을 방문한 필자는 배우들이 주는 연기와 노래들, 많은 안무들을 마치 한폭의 뮤지컬 영화를 보는 듯하기만 했다. 특히 현대영상기법을 가미해 무대라는 협소함이 주는 단점을 보완한 작품이라는 느낌이다.


제주 목사는 곧은 성품과 지절을 지키려는 배비장을 꺽으러 음모를 꾸미게 되고 그 한복판에 방자가 있다. 사실 '살짜기옵서예'는 기존에 필자가 알고 있던 배비장전이나 혹은 애랑과 배비장의 애닳은 러브스토리가 주인공은 아니다. 오히려 작품속에서 쉬지않고 등장하는 방자가 주인공인 작품이다.

제주목사의 명으로 애랑은 배비장을 마음을 빼앗으려는 계획을 세우고 거기이 행동대장격으로 모든 음모의 중심에 방자가 개입되어 있다. 사실상 매 씬마다 방자는 등장하는 작품이다. 제주목사와 배비장의 대결이라는 구도에서 가교역할을 하는 이가 방자이고, 배비장과 애랑의 사랑 사이에서도 큐피트같은 존개가 방자다. 때문에 엄밀하게 말해 '살짜기옵서예'는 배비장이나 혹은 애랑, 제주목사가 주인공이라기보다는 이들 사이를 오가는 매파노릇하는 방자가 주인공에 가깝기만 한 작품이기도 하다.


프레스콜 행사에서는 몇개의 주요 하이라이트 장면들을 배우들이 직접 무대에서 보여주기도 했었는데, 마지막으로는 제주도의 모든 캐릭터들이 자리를 채우는 장면으로 소개되었다. 해녀에서부터 농부, 양반과 기녀들에 이르기까지 전 스텝들이 어울러져 신명나는 춤의 공연으로 마무리가 되었는데, 마치 한폭의 마당극을 연상케 하는 대목이기도 했었다.

현대에 이르러서는 마당극이라는 장르를 쉽게 접할 기회가 많지가 않다. 사실상 필자에게 마당극이라는 개념은 어떤 것일까를 묻는다면 '무한도전'과도 같은 프로그램이라고 말하고 싶기도 하다. 쉽게 말해 보통사람들과 어울러져 하나의 프로그램을 완성해 나가는 형태라고나 할까 싶다. 얼마전에 SBS에서는 유재석의 '러닝맨' 마카오편이 방영되기도 했었는데, 행인들이 프로그램에 쉽게 접근할 수 있는 형태의 모습을 보여주며 인기를 모았다.

마당놀이에서도 이같은 모습들을 흔히 볼 수 있다. 코미디 장르에서 흔히 '관객모독'이라는 말을 자주 사용하는데, 마당극에서는 그것이 비일비재한 일이다. 하다못해 마당극에서는 객석에 앉아있는 관객에게 직접 마이크를 전달해 주며 죄인을 어떻게 처결할 것인지 판결을 내려보라고 하기도 한다. 그리고 실제로 관객이 말한 대로 이야기를 비틀어내기도 한다. 참여할 수 있다는 점에서 관객의 호응은 높다.


물론 예술의 전당 토월극장에서 공연되는 '살짜기옵서예'는 관객과 통하는 마당극의 형태는 단연 아니다. 필자에게 배비장이라는 작품이 주는 추억이 그러하다는 것이다. 오히려 고급스럽고 최첨담으로 무장되어 있는 모습을 발견할 수 있는 작품이 아닐까 싶다.


뮤지컬은 음악과 춤이 주를 이루는 장르이기도 하다. 그런 면에서 토월극장의 개관작으로 공연하는 '살짜기옵서예'는 재미를 느낄수 있는 작품이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현대적인 뮤지컬을 들여다 볼수 있는 작품이란 생각이 든다.

지난 프리뷰 공연에서는 관객의 극찬을 받았다고 한다. 필자역시 수포동 폭포에서 애랑의 유혹에 넘어가는 배비장을 관람하면서 빠져들지 않을 수 없었다. 새롭게 개관한 토월극장의 음향효과가 뮤지컬 '살짜기옵서예'의 작품성을 더욱 높게 만든 모습이었다.


주요 하이라이트 대목들이 소개되고 행사가 마무리되었는데, 배우들의 무대인사가 이어졌다. 애랑역의 김선영, 배비장역에 최재웅과 홍광호 두명의 배우를 비롯해, 제주목사역의 송영창과 박철호, 그리고 배비장전에서 결코 빼놓을 수 없는 주인공 방자역에 김성기와 임기홍 두 배우의 무대인사가 이어졌다.


현대적 영상기법이 도입되어 보다 풍성한 볼거리로 채워져 있는 '살짜기 옵서예'는 지난 2월 19일부터 오는 3월 31일까지 공연이 열리게 된다. 뮤지컬 한편을 감상하기에 사실 서민들의 주머니 사정은 그리 녹녹하지 않을 듯 싶기도 한다. 두 사람이 작품하나를 관람하는데에 꽤 많은 지출을 소비해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왠지 끌린다.

1966년 패티킴, 김성원 등이 출연해 창작뮤지컬로 성공적인 개막을 한 이래, 국내뮤지컬 작품으로 뜨거운 호응을 얻고 있는 배비장전은 사실상 관객의 연령대를 무시하고 있다. 20~30대에서 40~50대에 이르는 폭넓은 관객층을 아우르고 있는 작품이 어쩌면 배비장전이라는 작품이 아닐까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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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뷰티살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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