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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드라마리뷰

7급공무원 2회, 로코물 아닌 풍자와 해학의 드라마였다니!

by 뷰티살롱 2013. 1.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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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수목드라마인 '7급공무원'은 지극히 전형적인 로맨틱 코미디 드라마인줄 알았다. 적어도 첫방송에서 한길로(주원)와 김서원(최강희) 두 남녀 주인공의 만남과 공무원 시험을 치르게 되는 과정까지의 모습은 전형적인 남녀 러브스토리를 그대로 따르는 드라마라 보였다.

아니 드라마가 국가정보원(국정원)에 합격해 신입 정보원이 된다는 설정 자체만으로도 국정원 안에서 벌어지는 촌철살인 남녀 로코물이 아닌가 싶기만 했다. 생계형 아르바이트를 전전하는 김서원은 친구의 부탁으로 맞선녀가 되어 2시간을 채우고 알바비를 받기도 했지만, 자신의 양심이 허락하지 않아서 친구에게 다시 돈을 돌려준다. 007 영화에 필이 꽂힌 한길로는 영화를 보고 첩보원이 되는 꿈을 꾸고 생활형 실전연습에 매달렸다. 불법 카레이싱 경주에 사설사격장을 드나들며 권총사격을 몸에 익히는 첩보원 가상 실전연습에 목을 맨다. 하지만 영화속 첩보원을 흉내만 냈을 뿐 한길로는 상대방을 제압할 수 있는 방법을 익히지는 않은 허세만 가득찬 남자다.

국정원 합격소식에 두 사람은 연수원으로 향하게 되는데, 버스안에서 다시 만나게 되고, 시끄럽게 소란을 피운 명목으로 버스에서 쫓겨나게 되었다. 그리곤 김서원에게 되돌려차기 한방에 나가떨어져버렸다. 생활셩 첩보생활을 즐기던 한길로는 그렇게 허무하게도 김서원의 돌려차기 한방에 쓰러졌다.

2회에서는 한길로와 김서원이 본격적으로 국정원 요원이 되기 위한 교육생활에 들어가게 되었는데, 첫회에서는 보여지지 않던 드라마의 천성일 작가의 해학과 풍자가 엿보인다. 이미 천성일 작가는 인기드라마였던 '추노를 통해서 어느정도는 이름이 알려진 유명세를 지니고 있다.

전작인 추노에서는 두개의 세계가 충돌한다. 바로 노비의 세상과 양반의 세상이다. 현실을 지배하는 양반의 세계를 전복하시기 위해서 노비들은 혁명을 일으키려 하지만 결국 실패하고 말았다. 권력에 맞서게 되는 하층민의 반항적인 모습이 돋보였던 작품이기도 했었는데, '7급공무원' 2회에서는 과거의 시대가 아닌 현대의 시대에서 국가에 대한 정의가 보여졌었다.


로코물에서 출발해 본격적인 모습을 드러낸 듯하기만 하다.
한길로를 피해서 김서원은 면접실로 다시 들어오게 되었는데, 특별히 면접관들에게 할 이야기가 있어서 다시 들어오게 된 것은 아니었다. 단지 한길로를 피한다는 것이 부득이하게 면접실로 다시 들어오게 된 것이다.

김서원은 나가라는 장영순(장영남)의 말을 무시하고 다시 자리에 앉아서 질문했던 '국가란 무엇인가'에 대해서 답변을 쏟아냈다.

'하지만 저는 조국이란 단어에 가슴이 뛰거나 코끝찡하지는 않았습니다. 적어도 조국은 저에게 아무런 감동도 주지 못했습니다. 감동은 커녕 실망과 좌절만을 주었습니다. 만약 할 수 있다면 감동을 주는 조국을 만들고 싶습니다. 저같이 아무것도 아닌 사람도 감동할 수 있는 그런 조국말입니다. 이건 진심입니다'

언제부턴가 대한민국은 88만원 세대와 학자금 대출로 대학졸업을 하게 되면 신용불량자로 전락하게 되고 은행권의 빚독촉을 받아야 하는 사람들도 넘쳐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계 1위의 통신기술을 갖고 있는 나라라는 자부심과 긍지가 있기도 하다. 하지만 정작 젊은이들은 미취업의 문턱에서 힘들게 하루하루를 버텨가며 자신의 생활과 싸워야 한다. 그 대표적인 캐릭터가 김서원이라는 캐릭터다.

마치 날카롭게만 보이는 사회적인 풍자가 아닌가.
드라마 '7급공무원'은 로맥틱 코미디를 빙자한 사회풍자를 담아내고 있는 드라마다. 언젠가부터 코미디 프로에서는 풍자가 사라져버렸다. 신설되는 풍자개그는 얼마못가 코너가 폐지되는 운명을 맞는다. 시청자들은 풍자와 해학의 코미디를 보면서 웃고 즐기기도 한다. 헌데 대체 어디로 숨어버린 것일까?


풍자의 극치는 김서원이 국정원에 합격했다는 소식을 알게 된 서원의 부모 판석(이한위)과 오막내(김민경)의 식사자리에서도 그대로 드러난다. 국정원 합격이라는 말을 부모들은 안기부라고 이야기한다. 한국 현대사에서 안기부의 위상은 '날아다니는 새도 떨어뜨렸던 권력의 최상층'을 대표하는 기관이었다. 판석은 그런 곳에 자신의 딸이 합격했다는 사실만으로도 어깨에 힘이 들어간다. 하지만 김서원이 합격한 곳은 안기부가 아닌 국정원이란 곳이다.

시골 농촌의 생활은 조류독감에 광우병 파동에 이르기까지 말 그대로 한해가 멀다하고 소나 돼지, 닭들의 집단 폐사가 줄을 이었었고, 농촌의 농가에서는 주름살과 걱정이 늘어나기만 했었다. 방송국 시험을 준비중이던 김서원에게 부모들은 하는 일마다 실패하기만 했다는 것이 드러났다.

딸이 국정원에 합격했다는 소리에 아버지인 판석은 마을 잔치를 열었다.


드라마 '7급공무원'이 단순한 로코물만은 아니라는 것은 마을 잔치를 연 판석과 마을 사람들의 입담수다에서 드러나 보이는데, 딸 서원(진짜 이름은 경자라고 부르더만...)의 합격소식에 벌써부터 마을사람들은 판석딸의 힘을 빌려보려는 움직임이 엿보인다. 딸이 국정원 합격소식에 덕을 보자는 것이다. 서원의 아버지가 하는 말이 가관이다. '똥개새끼나 멍멍이 새끼나 다 같은 거 아닌감'  

순간적으로 떠오르는 모양새가 있다. 무엇일까?
누구나 동감하게 되는 모습들일 거다. 누군가가 성공한 사람이 집안에서 나오게 되면 그 뒤로 줄줄이 돈세탁을 해대는 사회비리의 모습일 거다. 대통령 선거가 국민투표에 의해서 치뤄지고, 새로운 정부가 출범하게 되면 대통령의 가족에 6촌에 이르기까지 감투하나씩은 꿰어찬다. 비자금 관리만해도 상상을 초월하는 금액이 미디어 추적으로 온 국민에게 전파되기도 한다.

김서원의 합격에 마을 사람들은 판석 딸의 힘을 이용하자고 한다. 농로신청을 한 것을 이야기한다. 한술 더떠서 판석은 '면장인지 한번 만나봐야 하겠구먼!' 하면서 기부스한 목에 힘이 잔뜩 들어가 있다.

얼마나 해학적이고 날카로운 모습인가!
풍자와 해학이 사라진 코미디에서 드라마가 이제는 정면으로 풍자의 극치를 담아내고 있으니 아무래도 얼마 못가서 작가교체나 조기종영이라는 말이 나오는 것은 아닌가 싶기도 하다.

 
해학적인 면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드라마 '7급공무원'은 싸늘하기만 하다. 극중 최우혁(엄태웅)의 존재감은 최강희와 주원의 캐릭터를 압도하는 존재감을 보여주고 있다. 국가에 대한 원한과 원망이 골수에 박혀있는 우혁은 흡사 사회전복을 야기시키는 테러리스트로 보여질 정도다.

'인간이 만든 조직폭력배 중에 가장 비인간적이고 잔인한 조직이 뭔지 알아? 국가야. 자기들의 이익을 위해서 수십만 수백만을 눈하나 깜짝하지 않고 죽여. 그 조직의 돌격대가 누군지 알아? 정보기관이야. 앞장서서 정보을 얻고, 그 정보로 인간을 통제하고 권력을 휘두르고 사람을 죽여. 정의라는 이름으로 그럴듯하게 포장해서...'
 
최우혁에게 대한민국은 저주스러운 국가다. 자신의 부모를 죽게 만든 나라이며, 그 복수를 위해서 돌아왔다. 부모의 죽음에 대한 복수, 그것이 그가 지니고 있는 정의다.

하지만 배우 엄태웅의 출연은 특별출연이란다. 드라마가 살아나기 위해서는 엄태웅의 고정적인 출연이 보장되어야 하는데, 어떻게 이야기가 흘러나가게 될지 궁금해진다.


젊은 청춘남녀의 로맨틱 코미디는 연애사라는 볼거리를 제공하고 있지만, 무엇보다 드라마 '7급공무원'은 숨겨져 있는 관전포인트가 오히려 볼거리를 넘어서고 있는 모습이다. 폭소를 자아내게 하는 해학스러운 설정과 풍자가 그러하다. 오히려 로코물이라는 것을 잊어버릴 정도로 해학과 풍자가 깊기만 하다. 그래서 더욱 시선을 붙잡는다. <사진은 인용을 목적으로 사용되었습니다. 사진출처 = MBC 수목드라마 '7급공무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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