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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드라마리뷰

보고싶다10회, 서로 다른 모성애의 두 얼굴 '보라엄마-수연엄마'

by 뷰티살롱 2012. 12.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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멜로와 서스펜스가 마치 롤러코스트를 타는 듯한 드라마가 MBC수목드라마 '보고싶다'가 아닐까 합니다. 한정우(박유천)와 이수연(윤은혜) 두 남녀의 애절한 멜로라인은 시청자들을 애타게 만들고, 강형준(유승호)의 한태준에 대한 복수심은 긴장감을 만들어놓고 있어요. 그런데 세남녀 한정우와 이수연 그리고 강형준이라는 캐릭터들의 서로다른 행보가 시선을 사로잡기도 하지만, 드라마 '보고싶다'는 주인공보다 더 눈에 띄는 조연들이 있어서 특이하게 보이기도 합니다.

10회에서는 강상득의 살인사건 용의자로 지목되었던 조이(본명은 수연이었지요)가 무혐의가 되었지만 출국금지되었습니다. 더 나아가 강상득을 살해한 범인이 모습을 보이게 되었는데, 충격적이게도 경찰서에서 일하는 청소부 아줌마인 보라엄마 송미정(김미경)이었어요. 사실 한정우가 14년이 지나서 경찰이 되었을 때에 경찰서 내부에서 일하는 청소부 아주머니 모습으로 처음 등장했을 때부터 중요한 캐릭터이겠거니 예상은 들었었지만, 이처럼 충격적인 모습으로 돌변하는 모습이라니 놀랍기만 했습니다. 경찰서에서 늘 한정우에게 사위삼아야겠다면서 자신의 딸 보라 자랑을 늘어놓기도 했었지요. 헌데, 특이하게도 보라라는 딸의 모습은 몇회가 지나도 보이지 않았었던터라 의심이 가던 인물이기도 했었어요.

10회에서 드러난 강상득을 죽인 살인범의 모습으로 변신한 보라엄마의 모습은 충격이었지만, 한편으로는 두 모성애가 교차되어 비교되기도 했었습니다.

경찰서에서 취조를 받던 조이를 알아본 수연엄마는 조이가 살고 있다던 집으로 찾아가게 되었습니다. 한정우가 경찰서에서 한시도 눈을 떼지 않았었던 여자 조이를 처음 본 순간 수연엄마 명희(송옥숙)는 조이가 자신의 딸 수연이라는 것을 알아볼 수 있었습니다. 모습은 바뀌었지만 열다를 배아파 낳은 딸을 못 알아볼 엄마가 어디있을까요. 더군다나 수연과 수연모는 남들과는 다른 환경속에서 살아왔던 모녀였었지요. 술취해 행패부리는 남편밑에서 매일처럼 매맞고 살아온 두 모녀는 서로에게 잠시라도 의지가 되어줄 수밖에 없는 처지였었습니다. 사람을 죽인 살인자의 가족으로 낙인찍혀 마을사람들에게 손가락질을 당하고 피해자 가족들이 찾아와 멱살잡이를 당할 때마다 이수연은 그들에게 '잘못했어요' 다섯마디만을 말하며 울먹였었습니다.

다시 만나게 된 모녀는 서로에게 미안한 마음뿐이었어요. 엄마는 어릴적 남들 자식들과는 달리 그럴듯한 옷과 맛있는 음식을 먹여줄 수 없었던 가난함과 살인자의 딸이라는 이유로 손가락질과 죄인취급을 받으며 살아왔던 것에 대한 미안함과 한스러움이 있었습니다. 딸 수연은 엄마가 살아있음에도 찾아가지 않고 좋은 집에서 다른 이름으로 살아가고 있으니 죄스러움이 더하기만 했었습니다.

그렇게 모녀는 서로에게 미안하고 또 미안한 마음으로 눈물의 상봉을 했습니다. 하지만 엄마는 수연에게 절대 자신이 이수연이라는 것을 말하지도 알게 하지도 말라며 떠나버렸습니다.

명희는 딸 수연을 잃기는 했지만, 자신이 품어 고생시키기 보다는 부유하고 화려한 환경에서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다면 딸이라는 운명까지도 놓아버릴 수 있다고 생각했었어요. 그렇기에 추운 겨울날에 신발도 신지 않은 채 수연을 두고 도망치듯 집에서 나올 수가 있었던 것이지요. 모성이라는 크기는 자신이 갈가리 찢겨지는 아픔도 자식을 위해서라면 잊어버릴만큼 위대하고 숭고한 것이기도 합니다. 차가운 아스팔트의 냉기마저도 잊게 만들만큼 딸 수연을 향한 명희의 사랑은 깊기만 했습니다.

하지만 명희에게는 이제 세 자식이 있었어요. 자신의 배아픔으로 낳은 수연이라는 딸과 범죄자의 가족을 품어주고 새로운 가족으로 만들어주었던 김성호(전광렬) 형사의 딸인 은주(장미인애), 그리고 수연을 찾기 위해서 화려한 삶을 버리고 찾아들어온 한정우(박유천)였습니다.

그중에서 한정우는 죽은 줄만 알고 있는 수연을 대신하는 새로운 자식이었어요. 그만큼 애뜻하기만 한 자식이 한정우였습니다. 모두가 죽었다고 말하지만 한정우는 수연이 살아있다 주장하며 14년의 세월동안 명희의 곁을 자식처럼 살아왔습니다. 실제로 살아돌아온 자신의 친딸인 수연을 외면하며 돌아섰지만 명희는 이제 딸의 행복을 위해서 외면한 사실에 14년의 시간동안 한결같이 수연의 귀가를 바라며 해바라기처럼 자신의 곁에서 수연대신으로 살아온 정우에 대한 죄책감에 마음이 아파올 수 밖에 없습니다.

자신의 딸은 이제 다시 살아돌아왔지만 외면해야 하는 현실앞에서 한정우에게는 거짓말을 해야만 합니다. 거짓을 말하는 것조차도 명희에게는 죄스러움과 미안함에 정우의 이름을 하염없이 부르기만 할 뿐이었지요.

차마 조이가 자신의 딸 수연이라는 사실을 말하지 못한채 명희는 술에 취한 채 한정우에게 화풀이를 하고 맙니다. 이제는 딸의 생사를 알게 되었으니 더이상 한정우가 고생스럽게 자신과 함께 있지 않아도 되지만 차마 조이가 수연이라는 말을 꺼낼 수가 없는 것이지요. 하지만 정우또한 조이가 수연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는 것을 명희또한 알고 있었을 겁니다. 정우와 명희는 그렇게 서로가 암묵적으로 수연을 위해서 조이를 부정하고 외면해야만 하는 상화이었습니다.

모성은 자식앞에서는 전사와도 같은 힘을 발휘하기도 하는 가 봅니다. 첩첩산중에서 앓고 있는 자신을 등에 업고 버선발로 돌맹이가 낭자한 길을 달려 병원으로 향했다던 모성애의 힘은 자신의 살이 찢기고 베어지는 것도 잊은 채 자신의 안위만을 걱정하며 살아가는 내리사랑입니다. 명희에게 수연과 정우는 이제 자신의 아들과 딸이 되어버린 것이었습니다. 정우로 인해서 수연을 잃었지만 14년의 동거는 피가 섞이지 않았지만 정우를 아들로 만들어 버렸고, 수연을 찾았지만 내칠 수도 없는 상황이 되어버린 것이었습니다.

명희의 수연과 정우에 대한 사랑이 아낌없이 주는 내리사랑이었다면 청소부 아줌마 보라엄마의 사랑은 모성을 잃은 분노와 심판을 보여주는 모습이었습니다. 드라마 '보고싶다'는 폭력과 유아살인이라는 충격적인 사회적 이슈를 소재로 하고 있는 드라마입니다.

납치범에게 유괴된 유족들의 아픔이 알마나 깊을지를 새삼스레 보여주고 있는 잔인한 드라마이기도 합니다. 수연은 어릴 적 강상득에게 납치를 당하고 폭행까지 당했지만 가까스로 빠져나와 조이로 모습을 바꾸어 살아가고 있습니다. 하지만 또다른 피해자의 모습을 담고 있는데, 바로 보라엄마인 송미정입니다. 유괴범에게 자식을 잃고 살아온 모정의 또다른 모습이기도 하지요.

경찰서에서 늘 한정우에게 사위삼아야겠다는 말로 무한의 애정을 보여주었던 송미정은 사실 딸을 잃어버린 피해자의 가족이었습니다. 어쩌면 강상득에게 딸을 잃고 복수를 위해서 오랜세월동안 경찰서에서 청소부로 일하고 있었던가 싶더군요. 경찰에 붙잡힌 강상득이 감옥에 가게 되고 그 세월동안 송미정은 청소부 아줌마로 강상득이 출소하기만을 기다려왔던 것이란 짐작이 들어요.

충격적인 반전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조이가 강상득의 살인자라 생각하고 있었는데, 진범은 새로운 곳에서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무거운 것을 옮기다 팔목을 상했다며 붕대를 찡찡 감고 나타났었던 송미정에게 다정스레 붕대를 다시 감아주었었던 한정우는 CCTV에 찍었던 범인의 윤곽에서 팔에 감겨있는 똑같은 형태의 붕대를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한정우의 PC를 통해서 드라이아이스를 주문하고 경찰서 내부를 제집 드나들듯이 오갈 수 있었던 유일한 사람. 그녀가 바로 청소부 아줌마 송미정이었습니다. 조이의 조언으로 옷입은 사람이 중년의 아줌마일 거라는 예측과 들어맞는 유일한 사람이기도 했었지요.

한정우는 송미정을 쫓아 살고있는 집으로 미행하게 되었는데, 미정은 집으로 빨리 온다던 딸의 연락으로 밥만 해넣고 다시 경찰서로 가자며 집안으로 한정우를 들입니다. 어쩌면 시청자들이 예상했던 것처럼 늘상 입으로 말하던 송미정의 딸 보라는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사람이 되었을거라는 아련함이 전해져 오기도 하더군요. 그리고 그 예측은 시청하는 내내 척추를 따라서 세포하나하나에 침을 꽂듯이 아파오기까지 했었어요.

중학생때에 입었었다던 보라의 교복이 발견되었고, 한정우에게 서랍속에 테이프를 찾아달라며 손을 내밀던 송미정의 싸늘함은 어쩌면 유괴범에게 자식을 잃어버린 유족들이 범인들에게 하고싶었던 단죄의 선언과도 같았습니다. 법은 사람들이 살아가면서 지켜야 하는 것이지만 때로는 불합리로 가득차있기만 합니다. 유괴범에게 유죄를 선언하고 감옥에 보내지지만 유족들에게는 범인을 단지 감옥에 보내는 것만으로는 해결될 수 없는 마음의 상처가 남아있는 것이지요.

이수연을 살해하고 강에 던져버렸다던 현장검증에서 강상득에게 김미정(송옥숙)은 물었습니다. '왜 그랬어. 왜 내 딸을 그렇게 했어' 라고 말이지요. 수연엄마와 보라엄마의 모습은 유괴범 가족에게 자식을 잃어버린 모정을 대변하는 모습이기도 해 보이더군요. 세상의 규제로 어찌 할 수 없는 처지에 놓여있던 수연멈마와 규약마저도 무시될 수 밖에 없는 유괴범 가족의 아픔말이예요.

드라마 '보고싶다'는 잔인하기만 한 드라마로 보여지기도 해요. 자식을 잃어버린 모정의 아픔의 심연을 건드리며 끝도 없이 슬픔을 만들어내고 있으니까요. 하지만 그 모정의 아픔에 대한 잔혹한 심판의 잣대를 보면서 우리는 그것이 잔인하다 말할 수 있을까요? 딸을 잃은 보라엄마는 강상득을 잔인하게 살해했지만, 그 죄의 정도를 심판할 수 있을까 싶기도 합니다. 왜냐하면 그 슬픔의 깊이가 너무도 깊게 표현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모성의 서로다른 모습을 보았던 '보고싶다'의 보라엄마와 수연엄마의 사랑이었습니다. <사진은 인용을 목적으로 사용되었습니다. 사진 출처 = MBC 수목드라마 '보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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