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한 일이지만, 우리 사회에서 특히 남녀의 연애에 관해서는 당사자들보다는 주변사람들의 관심이 더 큰 것이 사실일 겁니다. 주말드라마인 MBC의 '아들녀석들'에서 성인옥(명세빈)은 치과의사인 유현기(이성재)의 옆집으로 피아노 학원을 열게 되었습니다. 드라마에서 두 사람의 관계가 사랑으로 변할 것이라는 것은 초반부터 강하게 드러나 보였었는데, 이들은 반려자를 잃은 상처를 안고 있는 사람들이지요. 유현기는 7년전에 아내를 잃었고, 성인옥 또한 남편을 사별한 홀아비와 과부였습니다. 친구의 애인을 사랑하고 있는 유민기(류수영)과 주체할 수 없는 바람끼 때문에 이혼까지 당한 막내 유승기(서인국)의 사랑보다 시청자의 한사람으로써는 러브라인에 가장 많은 응원을 보내게 되는 커플이 유현기와 성인옥 커플이었습니다.
두 사람은 처음부터 오해로 시작해 만나게 된 사람들이었습니다. 술을 마시지도 못하지만 음료수 하나로도 얼굴이 빨갛게 달아오르는 증세를 지니고 있는 유현기에게 자초지정을 알아보지도 않고, 술마셨다고 하면서 차키를 빼앗은 성인옥이었고, 학원 교습때문에 자신의 아이를 맡기고 놀이동산에서 아이를 잃어버린 사건으로 오해해 유현기의 옷까지 찢는 사건으로 흡사 코믹커플 대열에 합류한 두 사람의 관계는 '쪼생이', '고지식'과 '오지랖' 이라는 두 단어로 서로에 대한 고정관념이 정착하게 되기도 했었지요.
성인옥은 남편을 잃고 아이 하나를 키우면서 세상의 온갖 어려움을 겪은 과부일 거예요. 행동 하나를 하더라도 다른 주위 사람들의 시선에는 다르게 비춰질 수 있는 게 여자의 인생이기도 하지요. 솔선수범에서 마을 동네 일을 하더라도 '여자 혼자서 살게 되면 독해지는 건가 봐' 하는 눈초리를 받기도 했을 겁니다.
같은 유치원을 다니는 아이들의 육아때문에 두 사람은 같은 날 학부형이 직접 학교의 청소당번을 하게 되었는데, 두 사람은 다른 사람들에게 오해를 사게 되었습니다. 아이들은 솔직하기만 하지요. 어른들의 세상과는 달리 유현기의 딸인 아람이와 성인옥의 아들인 다빈이는 쉽게 친해지고 둘도 없는 단짝이 된 모습이었습니다. 유치원 앞에서 만나게 된 네 사람은 아이들이 손을 잡고 들어가는 바람에 누가 보더라도 한 가족같은 모습이나 다름없는 모습이었지요. 아들 딸을 두고 있는 행복한 가정같은 모습이었습니다.
청소를 하는 와중에서도 다빈 엄마인 성인옥은 유현기의 물걸레질하는 모습이 못마땅하기만 합니다. 물이 흥건하게 젖은 걸레로 바닥을 훔치는 유현기에게 걸레의 물기를 짜서 바닥을 닦아야 한다면 시범을 보이기도 했었고, 주머니에서 빠질 것 같은 지갑이 염려되어 자신의 지갑에 보관하는 오지랖 백단을 보여주기도 했습니다.
따지고 보면 다분이 다른 사람들의 오해를 사고도 남음이 있는 다빈엄마 성인옥의 오지랖이기도 할 거예요. 특히 다른 남자의 지갑을 자신의 지갑에 보관한다는 것 자체는 오해를 넘어서 연인이나 할 수 있는 행동이기도 합니다. 경제적인 면과 사생활이 고스란히 담겨있는 지갑을 맡긴다는 건 절대적으로 믿을 수 있는 사람에게나 있을 수 있는 일이기 때문이지요. 물론 너무 많은 의심이 있어서일수도 있겠지만 지갑을 간수하게 된다는 사이라는 건 그만큼 신뢰나 믿음이 전제되는 행동일 거란 얘기지요. 나서기를 좋아하는 성인옥의 성격이기도 하겠지만, 오랜세월동안 남편을 잃고 아이를 키우는 과부의 입장에서 다른 사람들에게 없이여김을 당하기 않기 위해서 독하고 강하게 행동해야 했을 거란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하지만 다분히 성인옥의 그같은 행동은 남들의 의심을 살만한 행동이었음은 분명해 보입니다.
그렇지만 성인옥의 오지랖 행동보다 치가 떨리는 것은 두 사람의 관계를 색안경끼고 바라보는 주변의 시선이 아닐까 싶더군요.
흔히 연애하는 남녀 사이에 주위사람들은 온갖 추측과 억측으로 어떤 때에는 사랑하는 사람을 헤어지게 만들기도 하는 경우도 있을 겁니다. 특히 의심을 부르는 억측을 함으로써 당사자에게도 의심을 키우는 경우도 있을 거예요. 흔한 얘기로 전화를 받지 않았다는 사실을 친구에게 이야기하게 되면 '혹시 양다리 걸치는 거 아냐?' 라든가 '그 사람은 널 좋아하지 않는 거야' 하면서 온갖 악성 추측으로 당사자의 마음을 흔들어놓은 경우가 있을 거예요. 친구들의 말을 듣고 당사자는 사랑하는 사람에게 사랑을 확인하고자 화를 내보기도 하고, 집요하게 왜 연락을 하지 않았는지 하는 등의 추긍을 하기에 이르게 되면 좋았던 연인관계는 어느날 갑자기 집요함과 무서움으로 헤어지게 만드는 경우도 있을 겁니다.
성인옥의 행동을 의심스러운 눈으로 바라보던 학모형은 두 사람이 책상 아래를 청소하는 과정에서 '이미 돌아간 것인 줄 알고' 는 자신들끼리 두 사람 관계에 대해서 수다를 떨기 시작했었습니다. 오랜세월 혼자인 다빈엄마 성인옥의 처지를 이미 알고 있던 터라서 혹시 '유현기에게 꼬리를 치는 것' 이 아니냐며 자기들끼리 억지추측을 만들어냈었고, 그 이야기들을 두 사람은 책상 아래에서 듣게 되었습니다.
남녀가 좋아하고 사랑하는 것은 아름답다고 사람들은 얘기하면서도 온갖 루머와 악의적인 말들이 오가는 것이 연애의 과정이기도 할 겁니다. 학부형이 주고받는 말들을 들으면 소위 줌마들이 나누는 수다를 떠올리게 하는데, 아무것도 아닌데도 대단한 사건인양 부풀려서 이야기를 하는 경향이 많은 게 줌마들의 수다이기도 합니다. 유현기와 성인옥의 관계를 의심하는 학부형의 대화가 전혀 이해되지 않는 것은 아니었지만, 마지막에 '유현기가 의사 타이틀을 가지고 있는 성공한 남자였기에 과부가 꼬리를 치는 것' 이라던 두 학부형의 대화는 짜증이 나기도 하더군요.
소위 잘나가는 싱글녀가 어린 남자를 만나게 되면 '능력있는 여자' 라고 합니다. 그렇지만 그 반대로 나이많고 아이딸린 과부가 젊고 유능한 남자를 만나게 되면 '꼬리치는 여자'라고 오해를 사기도 하지요. 현대 사회에서 사람의 기준을 만드는 것은 사회적인 지위와 경제력에 있는 듯해 보이기도 하구요.
유현기와 성인옥은 서로간에 감정이 있어서 만나게 되는 연인도 아니고 애인도 아니지요. 단지 아이가 같은 학교를 다니고 있는 학부형이였기에 시시때때로 부딪치게 되는 관계였습니다. 정작 당사자들은 아무런 감정도 없는 상태인데 두사람을 바라보는 주위의 시선은 그야말로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던 장면이었습니다.
회사의 일을 하게 되면 으례히 다른 사람들의 입방아에 오르내리는 경우도 겪은 분들이 있을 겁니다. 아무런 일도 아니었는데, 사소한 행동 하나가 마치 능력없고 쓸데없는 사람으로 오인되는 경우도 있을 것이고, 바람둥이라는 다른사람들의 수다에서 안주거리가 되기도 하는 경우도 있을 거예요. 세상 사람들은 자신의 일보다는 다른 사람들의 연애에 왜 그토록 관심이 많은 것일까요? 자신들이 좋아하거나 사랑하는 사람도 아닌데, 어떤 때에는 당사자들보다 더 광적으로 개입하는 경우도 있을 건데, 왜 이러한 일들이 생겨나는 것인지 기분좋은 일들은 아닙니다. 자신들은 재미있고 화제가 되는 수다일지 모르지만 당하는 당사자에게는 비수를 꽂는 언행이라는 것을 알았으면 좋겠어요. 무심코 재미삼아 사람이 던지는 돌이 개구리에게는 생명을 위협한다는 사실과 다를바가 없을 거예요. <사진은 인용을 목적으로 사용되었습니다. 사진출처 = MBC 주말드라마 '아들녀석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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