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를 건조하는 조선소를 둘러싸고 사랑과 성공이라는 전개로 다이나믹하게 이어지고 있는 MBC의 주말드라마인 '메이퀸'이 주인공들이 아역배우들에서 성인연기자들로 교체되면서 두드러지게 날카로워진 것은 주인공들 주변의 어른들의 무서움일 거예요. 어린 천해주(김유정)에게는 그나마 사랑을 주던 천홍철(안내상)이 있었기에 아무리 힘든 역경이 있다 하더라도 천해주가 밝게 성장할 수 있었던 계기가 되었었지요. 홍철의 아내인 조달순(금보라)은 천해주가 어딘가의 섬에서 다른 여자와 눈이 맞아서 해주를 낳게 된 것이라 오해하고 어린 해주에게 갖은 구박을 주었지만, 그때마다 해주에게는 든든한 아버지가 있었습니다.
아버지인 천홍철이 창희(재희)의 아버지인 기출(김규철)에 의해서 죽음을 맞게 되고 해주에게는 세상의 바람막이를 해줄 사람이 사라져 버린 듯 보였지만, 의외로 홍철이 살아있을 때에는 구박을 하던 달순이 도리어 최고의 후원자가 된 모습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메이퀸이 본격적인 성인연기자들로 바뀌게 된 이후로 어른들의 무서운 모습들이 가득채워져 있어 살떨리는 매서움을 느끼기도 합니다.
그중에서도 어른들의 무서움을 보여주고 있는 인물들은 초반부터 악인으로 등장해 해주의 친아버지를 죽게 한 장도현(이덕화)입니다. 천지조선의 거인이 되어버린 장도현은 누구도 함부로 건들 수 없을 만큼 거대해졌지요. 더군다나 창희까지 검사가 됨으로써 천지조선의 어려운 일들을 전화 한통화로 해결해 나갈만큼 거물이 되어버렸지요. 창희가 장회장을 도와주게 된 데에는 아버지라는 아킬레스건이 있기 때문이기도 할 거예요. 또한 장회장 때문에 조선소 문을 닫게 되었던 강대평(고인범)의 변화도 시선을 끌더군요. 철천지 원수로 여기고 있는 장회장과의 관계속에서 장도현의 딸인 장인화(손은서)가 내민 손을 잡으려 하기 때문이었지요. 인화는 강대평에게 자신이 강산과 결혼하게 되면 천지조선을 얻게 되는 것이 아니냐며 거대 빅딜을 제시했었는데, 강대평은 인화의 말에 손자인 강산(김재원)에게 인화와의 결혼을 넌지시 꺼냈습니다.
시간이 흐르면서 변화된 어른들의 무서움이 드러내놓고 있는 드라마인데, 장도현과 강대평 그리고 박기출 3인방의 모습은 생각만 해도 소름이 돋는 '어른들의 무서움'이라고 할만합니다. 나이의 연륜과 사회적인 경험을 가지고 있는 어른들은 청소년이나 청년들과는 달리 자신들의 분노를 그대로 표현하는 것이 아니라 첫수를 내다보고 득이 될 것인지, 아니면 실이 될 것인지를 따지게 됩니다. 감정을 앞세우기 보다는 이성이 지배하고 있는 어른들의 세상은 상대방이 어떤 패를 가지고 있는지를 가름하기 어려워 보일 때가 있습니다.
장도현은 해주(한지혜)의 능력이 출중하다는 것을 알고 프로펠러 개발팀으로 인사이동을 시켰는데, 아들 일문(윤종화)는 아버지 도현의 결정을 납득하기 어렵기만 합니다. 어른과 아이의 차이를 극면하게 보여주었던 아들과 아버지의 차이랄까 싶기도 했었는데, 한편으로는 사업의 연륜과 경영자로써 포용과 결단이라는 측면을 보여준 해주의 인사이동이었습니다.
그렇지만 장도현의 숨겨진 무서움보다 독한 아버지의 사랑이 보여지기도 했었습니다. 바로 창희의 아버지 박기출의 비뚤어진 부성애였습니다.
창희와 해주가 사귀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박기출은 달순을 찾아가 두 사람 사이를 갈라놓으려 했었지요. 하지만 달순은 창희와 해주의 교제가 나쁘지만은 않지요. 더군다나 해주의 출생에 대해서도 적잖게 짐작하고 있는터라서 지난달 자신이 어린 해주에게 못된 짓을 했다는 것을 후회하고 있는 듯 하기도 하더군요. 남편인 홍철이 어느 섬에서 눈맞아 낳은 딸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으니까요.
달순이 해주를 구박하고 못되게 굴었던 것은 다름아닌 여자로써의 참을 수 없었던 수치심에서 비롯된 것이었을 거예요. 남편 홍철과 결혼하고 애까지 낳은 상태에서 어느날 갑자기 어린 아이를 들고 집으로 돌아온 홍철은 달순에게 해주의 출생에 대해서 아무런 설명도 없었습니다. 단지 자신의 딸로 들여놓았지요. 비록 해주에게는 더할나위 없이 아버지의 사랑을 주기는 했지만, 해주가 아내인 달순에게 모진 구박을 받게 된 원인제공자이기도 합니다. 해주가 자신의 딸이 아니라는 사실 하나만이라도 얘기해 주었더라면 달순이 어린 해주를 구박하지는 않았을 테니까 말이예요.
창희의 아버지 기출은 해주와 자신의 아들인 창희가 교체하는 것을 극도로 거부하고 있습니다. 해주가 다름아닌 금희(양미경)의 친딸이라는 사실을 알고있는 때문이기도 한데, 한편으로는 검사가 된 자신의 아들에게 가난한 해주는 인생의 걸림돌이라 여기고 있을 겁니다. 번듯한 집안의 아가씨를 아들과 결혼시키고 싶은 욕심이 높은 것이기도 하겠지요. 천지조선의 안주인인 금희가 외식자리에서 창희와 인화의 결혼을 입에 올린 이후 박기출은 장도현 회장까지도 무너뜨릴 수 있다는 욕망에 사로잡혀 있는 듯해 보이기도 해요.
기출의 욕심은 창희가 식사자리에서 해주와의 결혼발표를 한데에서 드러나게 되는데, 기출은 식단을 팽게치고 식탁에서 일어섰습니다. 박기출의 행동은 장도현 가족에게는 도저히 상상이 안되는 행동이었을 겁니다. 집사일이나 하면서 집안일을 돕던 기출이 장도현의 가족들이 모두가 모인 자리에서 밥상을 엎을 정도로 과격하게 된 것은 놀라울 뿐이었습니다. 과거 장도현에게 골프채로 맞아가면서 살던 박기출이었는데, 식사자리에서는 장도현의 집에서 가장 상위 클래스에 올라서 있는 듯했습니다.
박기출의 그같은 행동에는 아들 창희의 성공이 밑바탕을 이루고 있기에 가능한 것이었습니다. 울산지부의 검사가 되어있는 창희는 기업가인 장도현에게는 절대로 무시할 수 없는 권력을 가진 존재가 되었습니다. 아들의 성공은 곧 자신의 성공과도 같다는 법칙이 성립이 된다고 여기는 이가 박기출일 겁니다. 아무런 힘도 쓰지 못했었던 과거와는 달리 현재는 장도현마저도 박기출은 제압할 수 있다고 여기고 있는 듯해 보이더군요.
인화와의 결혼에 대해서 장도현이 박기출을 서재로 불러들여 욕심을 부리면 탈이 나는 법이라며 무시하는 태도로 일관하자 기출의 표정은 일그러졌습니다. 아들의 힘이라면 장도현이 가진 재력쯤은 언제든지 날려버릴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장도현에게 맹목적인 충성심에서 이제는 반기를 드는 캐릭터가 된 모습이었습니다.
네 남녀의 사랑이 본격적으로 엉켜있는 상태가 아닌지라 창희-해주-강산-인화의 사각관계는 아직까지는 순수하게만 전개되고 있습니다. 창희는 아버지 기출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해주의 어머니인 달순을 찾아가 해주와 결혼할 것이라는 것을 말하고 집에까지도 정식으로 찾아갔었습니다.
그렇지만 드라마 <메이퀸>은 이미 해주와 창희의 첫사랑은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것이 알려져 있습니다. 어느순간에는 비련의 사랑이야기로 돌변하게 될 것이라는 것쯤은 시청자들 모두가 알고 있는 사실이지요. 어떻게 이어지게 될 것인지는 지켜봐야 하겠지만, 창희는 해주대신 장도현의 딸인 인화와 결혼하게 된다고 되어 있습니다. 한 달순이 해주를 구박한 데에는 가장 큰 원인제공을 한 것이 홍철이기도 합니다.
12회에서는 창희가 해주를 버리고 인화를 선택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엿보이기도 했었는데, 어릴적 폭력배에 의해서 해주가 죽음고비에 처했었던 일들을 사주한 사람이 바로 자신의 어버지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좋아하는 사람을 갈라놓게 되는 창희의 아버지 기출의 행동이나 장도현의 노림수를 생각해보면 실로 무섭기 그지없는 어른들의 세상이란 생각이 드는 드라마입니다.
15년의 사랑과 20년의 짝사랑. 인화(손은서)는 강산에게 자신이 왜 강산을 좋아하는 것인지를 이야기하지요. 하지만 좋아하는 데에는 정의가 없습니다. 그저 그 사람이기에 좋은 것이지요. 궂이 이야기하자면 잘생겼기 때문에? 라고 말하기도 하는데, 좋아하는 데에는 이유가 없는 것이지요. 인화의 말처럼 마음이 가기 때문에 좋아하는 것이지, 상대방이 부자여서가 아닙니다. 인화의 강산에 대한 사랑고백은 창희가 해주를 좋아하는 이유이기도 하고, 해주가 강산은 안되고 창희가 되는 가장 적절한 표현이기도 했습니다.
강산은 해주에게 '창희는 되는데 왜 자신은 안되는 것인데' 라고 질문을 하지만, 강산의 그같은 질문에 똑부러지게 정의를 내려서 해주가 답을 이야기할 수 있었을까요? 그저 좋은 것은 좋은 것이지 좋아하는 이유는 명쾌한 정의는 없는 것이지요. 단지 창희가 자신과 닮은 아픔을 안고 있었기에 처음부터 마음이 끌렸다는 일차적인 원인이 있었을까요?
회사를 문닫게 만든 장도현에게 강대평의 원한의 깊이는 너무도 깊기만 합니다. 헌데 강대평은 손자인 강산에게 찾아가 인화와의 결혼에 대헛 제안을 합니다. 힘들게 복수를 하기보다는 가장 손쉬운 방법이 인화와 결혼하게 됨으로써 천지조선을 손에 넣는다는 계획인 셈이었지요. 장도현이 천년만년 살아있는 것도 아니고 언젠가는 죽게 될 것이니 천지조선은 자연적으로 강산이 가질 수 있다는 계산이 선 셈입니다.
장도현에게는 딸 인화도 있지만, 아들인 장일문이 있습니다. 하지만 강대평의 계산으로 볼 때, 강산과 장일문과의 대결은 싱거울 것이라 여긴 것이지요. 특히 인화가 죽자사자 강산에게 목매달고 있다는 사실을 어릴적부터 보아왔기 때문에 장도현의 사업체를 빼앗을 수 있는 것은 식은죽 먹기라 여기고 손자에게 얘기를 꺼낸 것이었습니다. 그만큼 강산에 대한 능력을 믿고 있다는 것이지요. 하지만 장도현이 천년만년 살수 있는 것도 아니라는 것쯤은 알면서 자신역시 천년만년 살지 못한다는 것은 왜 모르는 것일까요? 강대평에게 장도현에 대한 증오와 원한은 자신의 죽음보다 더 깊다는 것을 보여주는 모습이기도 했었어요. 자신의 손이 아니더라도 손자인 강산의 손에서 복수할 수 있게 된다면 강대평으로써는 복수가 완결된다고 여기고 있으니 대를 이어 전해지는 무서운 어른의 복수심일 겁니다.
장도현과 강대평이 보여주고 있는 숨겨져 있는 어른들의 무서움에 비해 박기출의 드러내놓고 저질러지는 어른의 무서움은 급기야 해주를 폭행하게 되는 사태까지 이어졌습니다. 자신의 아들과 만나는 것을 절대로 허락할 수 없는 박기출이었기에 해주의 뺨을 때리고 머리채까지 잡아가면서 결사결혼반대를 외치고 있는데, 한편으로 배우 김규철의 악역연기는 언제봐도 일품이기만 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사람이 악하면 어디까지 악하게 될지를 극단으로 보여주는 장면이기도 했었습니다.
기출의 반대는 강산과 창희 두 남자의 대립을 부채질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예상이 되는데, 강산은 창희에게 더이상 해주와 만나지 말라고 선언했습니다. 창희 아버지 박기출의 폭행을 직접 보았기 때문이었지요. 아버지에 의해서 해주가 죽을 고비를 경험했다는 것을 알게 된 창희는 해주와의 애정관계에서도 적잖은 변화가 일 것으로 보여집니다. 특히 윤정우(이훈) 검사장에 의해서 주도되고 있는 천지조선 장일문에 대한 조사는 창희와 인화가 결혼할 수 있게 되는 중요한 사건이 될 것으로 예상이 들어요.
주인공들의 순애보적인 러브스토리와 함께 어른들의 무섭도록 집요하고 깊은 복수심과 폭력은 드라마 <메이퀸>의 시선을 잡은 요인입니다. 특히 박창희의 아버지인 박기출의 폭력과 악행은 장도현의 숨겨진 매서움을 능가하는 살벌함을 더하고 있는 모습이기도 해요. 해주와 창희의 사랑이 이루어질 수 없는 가장 큰 걸림돌이자 창희에게는 아킬레스건이 아닐까 싶어요. <사진은 인용을 목적으로 사용되었습니다. 사진출처 = MBC 주말드라마 '메이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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