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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사극드라마인 <짝패>는 알게 모르게 사람들이 얽히고 설켜있는 관계가 묘하도록 치밀하게 보이는 드라마가 아닌가 싶습니다. 두 남자인 귀동(이상윤)과 천둥(천정명)의 뒤바낀 운명이 주요한 사건으로 만들어져 있다고 할 수 있겠지만, 주연배우들인 민초들의 이야기가 잔잔하게 흘러가는 드라마가 할 수 있어 보입니다. 사건과 갈등으로 점철되어 있는 요즘의 드라마 유형과는 달리 <짝패>는 전개흐름이 평이하다고 할 수 있어보이면서도 호소력이 짙은 드라마라는 것이지요.
27회에서는 놀음판을 전전하던 조선달(정찬)이 한밤중에 복면을 한 사람으로 인해 죽음을 당하며 포도청으로 시신이 운구되어 갔습니다. 범인이 아래적이라는 의적패의 소행이라 추측할 수 있겠지만, 아래적의 소행으로 본다면 조선달과의 상관관계가 모호하게 연관되어 있기에 단정지을 수는 없는 살인사건이라 할 수 있어 보입니다. 그렇다면 누가 과연 조선달을 죽였을까요?
조선달은 천둥과 귀동의 신분이 바뀌었음을 알고 그것을 미끼로 막순(윤유선)을 협박했었죠. 그런 조선달의 협박에 쇠돌(정인기)은 막순에게 받았던 환표를 건네주며 입막음을 했었습니다. 조선달의 최후에 은연중에 쇠돌이가 개입되지 않았을까도 짐작해 보았지만, 천성이 착하디 착한 사람이었던지라 조선달을 죽인 범인으로 보기에는 안될 듯 보여지기도 하더군요. 쇠돌이나 막순도 조선달의 죽음에 대해서 전혀 모르고 있었던 일이라서 놀라는 눈치였습니다.
쇠돌과 막순이 조선달을 죽이지 않았다면 과연 조선달은 누구의 손에 죽음을 당했던 것이었을까요? 한가지 의문이 생겨난 모습이더군요. 조선달이 죽고 그 자리에서 공포교(공형진)는 조선달의 품에서 환표 일만냥짜리를 발견하게 됩니다. 비리가 난무하는 조선후기의 시대에 공포교는 비리무관직을 하는 전형적인 관료로 보여지기도 하더군요. 하지만 공포교는 조선달의 죽음과는 무관한 사람일 듯해 보입니다. 어쩌면 공포교가 지니고 있는 환표, 즉 쇠돌이가 지니고 있었던 환표의 출처를 찾아나서는 귀동은 후에 자신의 아버지인 김진사(최종환)가 고위관료들의 자금세탁원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지 않을까 싶어 보이기만 합니다.
한가지 추측을 해보는데, 조선달의 죽음에는 의외의 인물이 숨어있지 않았을까 싶어 보였습니다. <짝패>의 지금까지의 모습대로라면 누구하나 가벼이 넘길수 있는 엑스트라같은 조연들이 없었다는 점입니다. 주인공들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거나 혹은 관계도를 알고있는 사람들로 구성되어 있다는 점이겠죠. 조선달은 애초 놀음판을 기웃거리던 한량이었는데, 어느샌가 귀동과 천둥의 신분에 대해서 존재감이 부각되었던 캐릭터입니다.
한가지 의문스러운 점이 있는데, 바로 비리로 얼룩져있는 관료들의 자금세탁에 대한 것들입니다. 자금에 대한 세탁은 김진사에 의해서 세탁되는 모습이 엿보였는데, 주요한 출처가 바로 동녀였습니다. 여각을 운영하는 동녀였던지라 거금을 바꿔치기 하는 것은 쉬운 일이었을터이고, 어디서 나온 것이었는지도 모르게 할 수 있는 일이었습니다. 김진사는 짐짓 동녀가 자신의 친구인 성초시(김신일)의 여식이었기 때문에 돌보아왔던 것으로 보여졌는데, 사실상 동녀의 여각을 통해서 일정정도 환표를 바꾸기도 했었습니다. 하지만 전격적으로 동녀에게 의존하고 있었던 것은 아니었을 거라 보여집니다. 다양한 루트를 통해서 김진사는 막대한 자금을 세탁하고 고위관료들에게 뇌물을 넘겨주었을 거라 보여집니다.
김진사가 동녀에게 건냈던 포도청 환표는 일종의 수많은 자금의 일부분에 불과한 것이었을 겁니다. 한곳에 집중적으로 세탁원을 두고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는 것이겠지요. 조선달이 죽음을 당하고 공포교역시 일만냥이나 되는 환표를 무당을 통해서 엽전으로 바꾸려 했었고, 무당은 또다시 상인을 통해서 환표를 바꾸려 했었죠. 이렇듯 뇌물을 주고받는 루트를 다양하게 분산시켜 놓음으로써 꼬리를 잡히지 않게 하려 했을 겁니다.
드라마 <짝패>에서 요즘 비호감에서 호감으로 바뀐 인물이 있는데, 아마도 천둥과 귀동 사이를 오가며 자신의 마음이 어디에 있는지를 확실하게 보여주지 않았던 동녀입니다. 동녀는 귀동과 천둥이 신분이 바뀌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지만, 그렇다고 귀동을 멀리하지 않고, 일편단심으로 돌아선 모습입니다. 천둥은 단지 좋은 친구같은, 자신이 힘들 때 한번쯤 의지할 수 있는 편한 사람으로 마음을 돌리고 한평생을 함께 할 사람은 귀동이라는 자신의 마음을 보여주었죠.
그렇지만 동녀의 마음과는 달리 그녀의 사랑앞에 걸림돌이 있었습니다. 다름아닌 귀동의 아비인 김진사입니다. 김진사는 천둥이 자신의 친자식임을 알게 되면서 입으로는 귀동을 자신의 친아들로 여기고 있다 말하지만 마음은 천둥에게 이미 돌아서 있는 상태입니다. 그렇기에 귀동에게 동녀와의 혼사는 이루어질 수 없다 잘라 말하고 천둥과 혼인을 해서 대를 이어야 한다고 단호하게 말했습니다. 비록 귀동을 친아들로 받아들이기는 했지만, 집안의 대를 잇는 것은 귀동이 아닌 천둥이어야 함을 강조한 것이었죠.
김진사의 고집에 반기를 든 것은 귀동이 아닌 동녀(한지혜)였습니다. 청국으로 떠난 천둥에게 서신이 도착했음을 보여주었던 동녀에게 김진사는 '그래도 천둥이가 가장 가깝게 생각하는 사람은 너로구나'라며 변할 수 없는 배필감임을 강하게 표시했었죠. 하지만 그런 김진사에게 자신의 마음은 이미 귀동에게 있음을 확실히 보여주었습니다.
<짝패>에 등장하는 주변인물들을 주인공들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는 것을 볼 수 있는데, 조선달 또한 예외는 아닌 듯 보여지더군요. 조선달의 죽음으로 인해서 어쩌면 지금껏 알려지지 않았던 것들이 드러나게 될 것으로 보여지기만 합니다.
한가지 예를 들어 비리공납에 대한 세탁과정이 드러날 수도 있지 않을까 싶어 보이더군요. 막대한 자금이 아무도 모르게 세탁되어지는 가장 손쉬운 방법은 어떤 루트가 떠오를까요? 현대의 사회에서는 어쩌면 카지노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을 겁니다. 조선달의 직업은 놀음판을 전전하던 노름꾼이었죠. 그것도 양반의 신분으로 놀음판을 기웃거린다는 것은 흡사 김진사와의 관계가 있지 않을까 예측을 해 봅니다. 깊게 관여되어있든 혹은 김진사의 세탁과정을 알게 된 인물이라 할 수도 있어 보입니다. 그렇기에 어쩌면 김진사에 의해서 제거되었을 수도 있을 겁니다. 혹은 그 반대로 조선달이 김진사의 자금을 세탁하는 노름판에서의 행동대장격이라 할 수 있을 수도 있을 법해 보입니다. 귀동과의 사랑을 가로막는 김진사의 엄포를 돌려세우기 위해서 어쩌면 동녀가 조선달을 해했을 수도 있어 보이더군요. 옛날 현감(김명수)를 마지막으로 만나면서 조선달은 이제는 평양으로 갈 예정이라고 말했었습니다. 기생은 평양기생이 제일이라고 했었지만, 평양으로 간다는 데에는 숨겨진 다른 뜻이 있었던 듯 보여지더군요.
마지막으로 예측이 가는 사람이 있는데, 달이(서현진)입니다. 27회에서는 옥에 갇혀있는 임포졸(김용희)를 구출하기 위해서 아래적이 포교를 납치하는 모습이 보여졌습니다. 그런데 달이가 기생의 신분으로 변복한 모습이 보여졌었죠. 조선달은 노름으로 파락호같은 삶을 살고 있는 인물인데, 술과 노름이 조선달의 전부인 듯 보여지기도 합니다. 그런 조선달을 얼핏 보게된 달이는 주모인 막순을 협박한 것이 무엇이었는지를 알게 되었을 수 있을 겁니다. 조선달의 입만 막게 된다면 지금처럼 천둥은 아래적의 수령으로 남아있게 될 것이고 달이로써는 자신의 사랑을 지킬 수 있는 가장 유일한 방법이었을 수도 있을 겁니다.
조선달의 죽음을 캐기위해서 나선 귀동은 점차 자신의 아버지인 김진사에 대한 비리를 속속들이 알아가게 될 것이고, 결국 짝패인 천둥과 같은 길을 걷게 되는 것은 아닐까 싶어 보이더군요. 물론 현재로써는 아래적의 수령이 천둥이라는 사실을 모르고 있지만, 귀동과 천둥은 어쩌면 한사람이 간다면 다른 한사람도 같이 가는 짝패일 수밖에 없는 운명으로 가게 될 듯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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