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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극드라마리뷰

짝패28회, 천둥과 귀동 - 다른 길과 같은 목표

by 뷰티살롱 2011. 5.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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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의 사극드라마인 <짝패>를 시청하고 있노라면 눈에 띄게 극과 극의 대립구조도 없는 드라마가 흡입력만큼은 뛰어나다는 데에 놀라지 않을 수 없습니다. 착한 사람이 있으면 거기에는 최고의 악당이 있기 마련이죠. 흔히 주연배우들로 대립각을 만들어놓고 거기에서 시청자들의 눈길을 끌게 하는 갈등구조가 드러나게 됩니다. 얼마전에 종영을 한 <로열패밀리>라는 수목드라마가 가장 유사한 드라마일 겁니다. 최고의 악녀로 보여지는 공순호 회장(김영애)에 대항하는 김인숙(염정아)을 등장시킴으로써 선과 선의 대결이 아니라 악에는 악으로 맞서싸우는 듯한 갈등구조가 시선을 압도했었던 드라마였었죠.

그렇지만 월화드라마인 <짝패>는 이렇다할 악당을 자처하는 캐릭터는 없어보입니다. 악당이라고 해야 할 인물이 귀동의 유모이자 어미인 막순(윤유선)을 협박하던 조선달(정찬)이었지만, 술에 취해서 한밤중에 자객의 칼에 의해서 비명횡사 당했습니다. 거기에 최고의 악당이라고 할 수 있는 인물은 아마도 포도청의 공포교(공형진)일 겁니다. 캐릭터 자체가 가장 완벽하게 보이는 악당이라 할 수 있어 보입니다. 공연한 죄없는 사람에게 죄를 만들어 씌우면서 돈을 요구하는 모양새나 죽은 사람에게서 발견된 환표를 개인적으로 착복하는 등의 모습을 보임으로써 최고의 악당이라 자처할 만 할 겁니다.


그런데 공포교가 그리도 양민들을 괴롭히고 소위 말해서 삥발이를 하는 데에도 이유가 있었습니다. 지금까지도 드러나있지 않았떤 공포교의 출생에 대해서 드러났습니다. 공포교가 빼돌린 환표를 조사하던 귀동(이상윤)은 공포교가 무당의 집을 통해서 환표를 세탁한 것임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이면에도 충격적인 사실이 숨겨져 있었더군요. 전혀 예상하지 못했었는데, 공포교가 다름아닌 무당의 자식이었던 것이었죠.

환표의 출처에 대해서 조사하는 귀동에게 공포교는 자신이 무당의 자식임을 말하게 되었습니다. 짐짓 귀동이 알고있을 것이라 생각하고 으름장을 놓기 위해서 무당어미를 괴롭히지 말라고 엄포를 놓은 모습이었는데, 묘하도록 귀동의 처지와 공포교의 처지가 비슷하게만 보이더군요. 귀동은 막순에 의해서 거지움막에서 태어났지만 아이를 바꿔치기함으로써 김진사(최종환)의 집에서 부러울것이 없이 자라났습니다.

특히 성인이 되어서 포도청의 포교로 일을 하면서도 포도대장이나 종사관도 귀동을 무시하지 못하는 집안의 후광을 누리고 있습니다. 그에 비해서 공포교는 윗사람에게 아부를 하면서 자신의 자리를 지켜내야 하는 초라하고도 위태롭기만 한 처지였었죠. 남을 비난해야만 자신의 입지가 굳건하게 될 수 있다는 것을 공포교는 깨닫게 된 진실였습니다.

비록 거지움막에서 태어났지만 귀동은 어미의 결단으로 부러움없이 자라게 되었는데, 막순이 결단을 내지 못했었다면 어쩌면 공포교와 같은 노선을 걷고 있었을 수도 있지 않나 싶어보이더군요. 시류와 탁류에 몸을 어느쪽에 맡겨야 편안하고 안전하게 살아가는 것인지, 여태껏 악당으로만 보여지던 공포교가 측은하게만 보여지던 모습이기도 했습니다. 그만큼 세상이 비리와 거짓으로 얼룩져 있다는 것이었으니까요.


애초에 갓난아이를 바꿔치기했었던 막순이 악녀같은 이미지를 보여주었지만, 회차가 거듭될수록 막순의 삶 자체도 녹녹하지 않았었음이 드러났습니다. 자신의 아이만큼은 자신과 같은 삶을 살아가지 않게 되지를 바라던 어미의 비틀어진 생각이 죄를 만들어낸 것이라 할 수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막순이 악녀라고 치부하기에는 그녀의 삶 또한 처절했었습니다.

아마도 가장 악한 사람은 조선달도 그렇다고 공포교도, 막순도 아닌 김진사일 겁니다. 겉으로는 제법 품위있고 교양있는 사람으로 사람들에게 보여지고 있지만, 실상 김진사는 온갖 비리의 온상을 만들어내고 있는 장본인이라 할 수 있습니다. 높은 벼슬아치들의 구린내나는 곳을 손수 자신이 만져주면서 세상을 혼탁하게 만들고 있으니까요.

세상은 가장 높이 있는 사람에 의해서 더럽혀지는 것이 아니라 어쩌면 가장 높은 사람에게 빌붙어서 살아가는 사람들에 의해서 더럽혀지는가 봅니다. 겉으로 보기에 그들은 너무도 청렴해 보이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뭇사람들에게 존경을 받을 것처럼 보이는 인물일 수 있겠지만, 속으로는 아첨과 사리사욕을 일삼고 있는 부류입니다. 그런 부류가 김진사라는 캐릭터라 할 수 있겠죠.


온갖 공납과 뇌물의 온상 한가운데에 김진사가 있음을 아래적은 알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왕두령을 죽였지만 왕두령보다 더 크나큰 도적을 죽이기 위해서 일을 꾸미게 되었죠. 포도청에 붙잡힌 임포졸을 구출하는데 성공한 아래적은 살생부에 올라있는 김진사를 죽이기 위한 암살을 시도했습니다. 수많은 비리들을 관리감독하고 있는 김진사를 죽임으로써 사실상 그보다 더 위에 있는 사람들의 뇌물공납이 근절될 수 있기 때문이었을 겁니다.

아래적 수령인 천둥(천정명)은 늦은 밤에 집을 나선 김진사를 아래패들과 함께 죽이고자 암습을 가했습니다. 김진사의 목숨이 천둥의 손에 달려있다고 해야 할 위기를 맞게 된 모습이었습니다. 그렇지만 김진사또한 만만치않은 상대임에는 불명합니다. 어쩌면 암살계획은 실패로 끝나게 될 수도 있어 보이더군요. 암살이 실패로 돌아게 되지만, 김진사에게는 또다른 생의 터닝포인트를 맞게 될 것이라 생각이 들더군요.

아무리 복면을 했다 하지만 천둥의 칼끝이 김진사의 목을 향하고 끝내 암습이 실패되었다 하더라도 김진사는 아래패의 한사람에게서 천둥을 떠올리게 될 듯해 보입니다. 자신의 아들임을 알게 되면서 부쩍이나 부자의 정으로 다가서려 했었던 김진사는 동녀(한지혜)와의 혼인을 통해서 천둥으로 하여금 가문을 잇도록 하려 했었죠. 총포술을 함께 연마하며 가까워졌었던 지난달들을 생각해보면 복면을 썼다 하더라도 김진사가 천둥이었음을 짐작하지 않을까 싶어 보였습니다.

자신의 친아들이 도적의 무리, 조선사회의 근간을 흔드는 아래패의 수장이 되었다는 사실은 김진사로 하여금 새로운 결단을 내리게 할수도 있지 않나 싶어보이더군요. 자신이 지금껏 살아왔던 잘못된 삶에 대해서 생각하게 되고, 마지막으로 자식에게만큼은 훌륭한 아비였음을 보여주려 하지는 않을까 싶어보였습니다.

최고의 악인이라 할 수 있는 인물이 김진사라 할 수 있겠지만, 막순이 그러했던 것처럼 김진사역시 자신의 아들에게만큼은 의기있는 선비이자 옳곧은 벼슬아치였다 보여주지 않을까 싶어보였습니다. 성초시(강신일)가 그러했듯이 김진사 또한 성초시와 같은 길을 가지 않을까 싶어 보인다는 것이죠.


청국으로 떠난 줄 알았던 천둥이 청국으로 떠나지 않았음을 알게 된 동녀는 청국상인으로부터의 정황을 듣고서야 짐작하게 되었죠. 천둥이 아래적으로 가기 위해서 일부러 여각에서 떠난 것임을 말이죠. 천둥의 정체를 동녀가 알게 된 이상 어쩌면 귀동에게까지 알려지는 건 시간문제가 아닌가 싶더군요.

천둥과 귀동은 완전히 다른 길을 걸어가고 있습니다. 귀동은 포도청에 남아 썪어빠진 세상이지만 자신이 기둥이 되어 힘없고 불쌍한 양민들을 도와주어야 한다며 양반의 길을 선택했습니다. 하지만 그에 비해 천둥은 아래패의 수장이 됨으로써 양민의 편에 서서 양민의 길을 걷고 있죠.

그런데 두 사람이 가고있는 길은 서로가 다르지만 결국 그 목표점은 동일한 곳이라 할 수 있습니다. 아래에서부터의 혁명을 통해서 개혁을 이루려는 천둥과 위에서부터의 잘못된 것들을 고쳐나가면서 개혁을 바라는 귀동은 결국 모두가 행복해지고 신분을 초월하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서 걸어가고 있습니다. 어쩌면 포도청의 포교로 귀동은 아래적의 수장인 천둥에게 칼을 겨누게 될수도 있을 겁니다. 사회적으로 볼 때, 양민들을 위해 도적질을 하고 죄많은 양반들을 벌하는 아래패이지만,  나라에 반하는 세력에 불과하기 때문입니다. 그렇지만 양반들의 사리사욕을 채우기 위해서 제도가 만들어지는 세상에서 아래패의 봉기는 의기있는 자들의 일어섬이라 할 수 있습니다. 망루에 올라 북을 치는 사람이 자신이 된다면 죽어도 여한이 없다고 말하며 생을 마감한 강포수(권오중)의 말처럼 말입니다.

드라마 <짝패>는 구구절절 사연없는 캐릭터들이 없는 드라마입니다. 어쩌면 사람들이 지니고 있는 사연들이 모여서 만들어져가는 세상을 이야기하기 때문에 절대적인 악당이나 악녀가 없어 보이는 듯해 보이기도 하더군요.

귀동과 천둥이는 서로가 생각하는 세상을 위해서 마지막에는 서로에게 칼을 겨누게 될 것인지 아니면 세상을 변화시키기 위해서 서로가 손을 잡게 될지 기대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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