짝패30회, 어그러진 세상을 바로잡을 사람은 누구일까?

사극드라마인 MBC의 <짝패>를 시청하고 있노라면 드라마가 자체는 잔잔하다 할 수 있는데도 불구하고 혼탁함과 어두움이 짙게 깔려있어 한편으로는 애절하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분노하게 되는 감정선의 기복이 심하기만 합니다. 귀동(이상윤)과 천둥(천정명)의 기구하리만치 뒤바뀐 운명을 보고 있노라면 자라난 환경으로 인해서 자신들의 살아가야 하는 이유가 불분명하다는 점에서 슬퍼지게도 하지만 공포교(공형진)이나 포도청의 종사관이나 포도대장의 일처리를 보게 되노라면 백성의 어려움은 안중에도 없이 자신들의 사리사욕과 안전에만 급급해 하는 모습을 보면 분노하게 되기만 하죠.

비록 김진사(최종환)이 소위 말해서 최악의 나쁜놈이라고 할 수 있지만, 천둥에게는 하나밖에 없는 아비인 것만은 사실입니다. 그렇지만 천둥은 김진사에게 '아버지' 라는 말대신 '부끄럽다' 는 말을 자연스레 쏟아놓습니다. 자신의 아비가 아무리 나쁜 짓을 했다 하나 천륜은 저버릴 수 없는 것이거늘 아비와 아들 사이에 오가는 대화가 그렇다면 슬픈 현실일 수 밖에 없는 것이지요. 아비가 아비로써의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는 점에서 말입니다.

뒤바뀐 신분의 비밀이 언제 주인공인 천둥에게 알려지게 될까 궁금했었는데, 자연스레 비밀을 알게 되었습니다. 아래적을 뒤쫓아온 귀동은 아래적이 된 천둥과 마주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곤 천둥에게 '서로가 뒤바뀌었음' 을 가르쳐주죠. 비밀이 폭로되었다는 것은 그동안 짝패였던 천둥과 귀동의 관계가 더이상 짝패가 아님을 설명해주는 듯해 보였습니다.

귀동에게서 들은 비밀은 천둥에게는 충격적이었을 겁니다. 하지만 자신의 진짜 아비가 아래적의 살생부에 올린 최악의 탐관오리였다는 것은 천둥에게는 아비로써 인정하기 싫은 사실이었을 겁니다. 힘없는 백성들의 편에서서, 약자의 편에 서서 탐관오리들을 척살하는 아래적은 천둥에게 새로운 시대를 위해 망루에 올라서 북을 치는 존재들이었습니다.

사실을 인정하고 싶지 않았을 겁니다. 차리리 천둥에게 신분이 바뀌었다는 사실이 사실이라고 하더라도 최소한 온갖 비리의 주인공이었던 김진사가 자신의 아비이기보다는 한낱 이름없는 촌부가 자신의 아비였으면 좋았다고 생각하고 있었을 겁니다. 사실은 더욱 천둥의 어깨를 짓누르게 된 것이죠. 김진사의 서찰을 받고 한밤중에 만나게 된 부자상봉에서 천둥은 부끄럽다는 말로 일축했습니다.

드라마 <짝패>가 이제는 마지막 회를 2회 남겨놓고 있는 상황에서 짐직 결말에 대해서 생각을 해보게 되네요. 과연 천둥과 귀동은 어그러진 관계를 회복할 수 있게 되는 것일까? 혹은 동녀(한지혜)와 귀동의 사랑은 이루어지게 될 것인가, 갖바치의 딸인 달이(서현진)와 천둥의 사랑은 맺어지게 되는 것일까 하는 것들이었죠.

한가지 결론이 생각이 나더군요. 천둥이 자신의 신분을 확인하기 위해서 찾았던 막순(윤유선)을 차마 천둥은 해하지를 못했습니다. 지난 살아온 세월을 생각해보면 자신이 거지움막에서 태어나게 된 것도, 그리고 어렵게 세상을 살아온 것도, 자신의 동녀에 대한 사랑을 버려야 했던 근복적인 까닭도 사실상 모두가 유모 막순에 의한 한순간의 결정때문이었습니다.

살아온 삶을 생각해보면 천둥은 단칼에라도 막순의 숨을 끊어놓고 싶은 원통함이 들었겠지만, 끝내 막순에게 향한 칼을 거두었습니다(사실 막순에게서 칼을 거두며 자신의 진짜 신분에 대해서 알게 되는 모습에서 연기에 대한 아쉬움이 들기도 하더군요. 어쩌면 천둥에게 있어서 가장 비련스러움을 보여주어야 할 대목인 듯 싶었었는데, 마치 물 흐르듯이 지나가는 듯해서요).

그리곤 힘없이 아래패의 본거지로 걸음을 옮기면서 김진사에 대한 기억을 떠올렸습니다. 자신과 닮아있던 지난날의 시간을 생각했습니다.

마지막회로 갈수록 그 끝이 어떻게 될까 궁금해지기도 하는데, 드라마 <짝패>의 결말을 얘기하기보다는 전체적인 모습을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먼저 자신의 신분을 알게 되었던 귀동은 유모 막순에 대한 원망보다는 이제는 자신의 어미로 인정하게 되었죠. 그렇지만 한편으로는 김진사에 대한 아버지로써의 끈을 놓지 않고 있습니다. 신분이 뒤바뀌었지만, 김진사에 대한 연민으로라도 끝까지 아들의 자리를 지키려 하고 있습니다.

동녀또한 여각을 꾸리며 생활하던 시절에서 천둥으로부터 많은 변화를 겪었습니다. 뼈속까지 양반이었던 동녀는 천둥을 단지 거지움막에서 태어난 천한 사람으로 연민의 동정을 보내었죠. 하지만 귀동의 신분을 알게 되었지만, 신분이 바뀌었다고 해서 자신의 사랑을 갈아타지 않았습니다. 일종에 변화가 생겨난 것이었죠.

드라마 <짝패>를 시청하고 있노라면 시대의 어두움속에서 어두움을 빛으로 만들고자 하는 젊은이들의 모습이 엿보입니다. 그들이 바로 천둥과 귀동이라 할 수 있겠죠. 귀동은 포도청에서 관직을 갖고 있는데, 다른 관료들과는 달리 약한자의 편에서 자신의 직무를 다하고 있습니다. 즉 '세상이 더럽다 하나 혼자서라도 올바르게 관직을 이행해가다보면 세상이 변한다는 것' 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혹은 '혼탁한 세상이지만 혼자서라도 힘없는 사람들의 편에서서 그들을 어루만져야 한다' 는 의무를 다하고 있습니다.
천둥은 귀동과는 다르게 세상을 변화시키고자 합니다. 이미 썩을대로 썩어 냄새나는 세상을 바꾸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이죠. 그렇기에 아래패에 들어가 스스로 망루에 올라가 북을 울리는 사람이 되고자 하고 있습니다.

두 사람이 바라보는 세상은 어쩌면 같은 꼭지점이었을 겁니다. 아무리 힘들다 하나 현실을 부정할 수 없는 현실주의적인 귀동과 세상을 지금과는 다르게 변화시킬 수 있는 이상주의적인 인물이 귀동과 천둥이라 할 수 있을 겁니다.

허나 이들이 추구하는 세상을 똑같은 세상이었죠. 그렇다면 결론은 결국 하나뿐이라 생각이 들더군요. 바로 김진사의 변화일 겁니다. <짝패>에서 김진사는 온갖 비리와 탐관오리들을 연결시켜놓은 가장 핵심적인 인물일 겁니다. 가장 추악하고 악한 캐릭터라 할 수 있겠죠. 자신의 아들을 알게 됨으로써 김진사는 천둥과 동녀가 맺어짐으로써 대를 잇게 되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귀동과 동녀의 사랑은 무시되어 버린 것이죠.

동녀와 귀동, 그리고 천둥과 달이의 사랑이 완성되는 것은 어찌보면 드라마 <짝패>에서 새로운 세상을 의미하는 것이라 할 수 있어 보이더군요. 절대로 합쳐질 수 있는 남녀관계가 바로 이들입니다. 반쪽짜리 신분을 갖고 있는 귀동의 신분으로써 양반의 신분인 동녀와의 혼인이란 어찌보면 불가능한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그렇기에 동녀는 천둥에게 일개 거지움막에서 태어난 미천한 신분이라는 말을 했었던 것이라 보여집니다). 그리고 김진사의 아들인 천둥과 일개 갖바치의 딸인 달이의 혼인은 사회적으로 있을 수 없는 사랑일 겁니다.

이들의 사랑이 완성되기 위해서는 한사람의 변화를 떠올리게 합니다. 바로 김진사죠. 과거 그랫듯이 성초시(강신일)가 몰락양반들의 중심이 되어 궁궐에 상소를 올리듯이 김진사는 현실이 지니고 있는 부정부패와 비리로 얼룩져 있는 세상에 대해서 스스로 참회하고 죄를 받게 된다면 세상은 뒤바뀌지게 될 겁니다.

아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아버지가 되는 것이 어쩌면 당연한 인간의 길일 겁니다. 천둥을 만나게 된 김진사가 진짜 아들에게 아버지라는 존재가 부끄러운 존재가 되어있다는 것은 가장 치욕스럽고도 감내하기 힘든 현실일 겁니다. 아들에게만은 당당하고 부끄러움이 없는 아비가 되는게 일반적일 겁니다. 천둥에게 아비로써의 존재를 인정받게 되는 길은 하나밖에 없는 셈이겠죠.

단 2회를 남겨놓고 있는 <짝패>의 결말이 어떻게 진행될지 궁금해지는데, 동녀와 귀동, 그리고 달이와 천둥의 사랑이 맺어졌으면 하는 바램을 해 봅니다. 어쩌면 신분을 뛰어넘은 그들의 사랑은 작은 시작일 수도 있어 보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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