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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극드라마리뷰

짝패23회, 천둥의 아래적은 민중을 이끄는 의적이 될까?

by 뷰티살롱 2011. 4.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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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민중사극인 <짝패>가 기다리고 기다리던 전환의 시기가 온 듯 합니다. 아래적의 수장이었던 강포수(권오중)이 총상을 입고 목숨이 위태롭게 되자, 후계를 정하게 되었는데, 다름아닌 천둥(천정명)의 이름을 꺼내었습니다. 하지만 천둥은 그간 강포수가 이루려는 무력에 의해 이루어진 이상적인 세상이라는 점은 반대하던 입장이었습니다.

아래적의 일당들은 수장이 될 천둥의 성품을 시험하기 위해서 천둥의 무술솜씨를 시험해보았죠. 학문과 무예를 겸비한 천둥이라는 강포수의 말대로라면 사내 4~5은 넉근히 해치울 수 있는 실력이었을 거라 여겼지만, 천둥은 의외로 아래적 수하들에게 제압당했습니다. 하지만 천둥은 그들이 지니고 있는 무기가 진검이 아닌 목검이라는 것을 알고 자신의 실력을 십분 발휘하지 않고 제압당한 듯 연극하는 모습이었습니다. 장꼭지(이문식)에게 그들이 아래적 일당임을 알고는 무엇을 증명하려고 했었는지를 간파했죠. 그리고는 왈짜패의 왕두령(이기영)을 제거하기로 합니다. 왕두령을 죽임으로써 아래적에게 자신의 존재를 증명하기 위함이었죠.

헌데 천둥이 그토록 거부하던 강포수의 제안을 수락하는 듯한 모습이여서 왠지 톱니바퀴 하나가 빠진 듯 보여지기만 합니다. 강포수에게 울먹이며 자신이 어리석었음을 읖소하던 장면도 있었지만, 사실상 천둥의 울음은 강포수가 생각하는 것처럼 귀동(이상윤)이 강포수와 자신을 속이고 아래적을 완전히 소탕하기 위한 유인책에 당했다는 배신감이 아니었습니다. 강포수에게 세상을 보는 시각이 잘못되었음을 깨닫게 된 데에는 귀동이 아닌 동녀(한지혜)의 변하지 않는 성품때문이었습니다.

 
비록 양반의 신분이기는 하지만 동녀는 아버지 성초시(강신일)를 잃고 한때 기생으로 전락한 위기에 빠졌던 적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동녀를 귀동과 천둥이 의기투합해서 기방에서 빼냈었죠. 천둥과 귀동이 손을 쓰지 않았었다면 동녀는 양반이 아닌 천한 기생의 신분이 되어 있었을 겁니다. 그런 동녀지만, 김진사(최종환)의 도움으로 여각을 꾸리고 재화를 모으게 되어 안정적인 삶을 누리게 된 현재에는 과거의 자신을 돌아보지 않고, 심지어 아버지인 성초시의 됨됨이조차도 닮지 않은 뼛속까지 깊게 양반의 신분을 들먹이고 있습니다.

여각에서 행수로 생활하면서 줄곧 동녀의 곁을 지켜오던 천둥은 어쩌면 자신이 옳은 길을 가게 되면 사람이 변할 것이라 믿고 있었던 것이었을 겁니다. 신분이 천하고 귀함을 떠나서 눈으로 보는 그대로를 평가하게 될 것이라 여겼었죠. 하지만 천둥 자신은 옳고 곧은 길을 가고 있었지만 세상은 신분의 귀천, 반상의 법도에 따라서 움직일 뿐 변하지 않았습니다. 동녀의 변하지 않는 양반타령으로 천둥은 결국 여각을 떠나 혼자만의 길을 걷기로 결심하게 된 모습이었죠.

23회에서 강포수의 말처럼 천둥은 아래적이 되어야 할 운명이라 했었지만, 과연 강포수가 생각하는 의적이 될 것인지 의문스럽습니다. 왜냐하면 천둥이 살아가고 있는 생활이란 양반들의 세상이 아닌 민초들의 세상이기 때문이죠. 힘있는 양반에 의해서 갖은 수모를 겪고 있는 민초들의 삶 즉 강자가 약자를 괴롭히는 세상이라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강자에 의해 약자가 괴롭힘을 당하는 반상의 법도가 지배하는 신분제도의 조선사회는 단지 양민들이 수탈의 대상이 되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민초들 사이에서도 약자가 약자를 괴롭히고 수탈하는 양반네들의 모양새가 그대로 전이되어 있는 모습이었습니다. 그런 삶 속에서 살아온 천둥이 과연 민초들만의 의적이 될 것인지 의문스럽다는 얘기죠.

조선달(정찬)은 천둥과 막순(윤유선) 그리고 귀동의 관계를 짐작하게 되고 막순을 협박하고 있습니다. 출생의 비밀을 미끼로 막순에게 거금의 돈을 뜯어내려하는 것이었죠. 막순을 협박하는 조선달이나 언젠가 천둥이 공포교(공형진)의 공갈로 도둑으로 몰려 옥에 갇히게 되었을 때 겪었었던 가장 하류 인생들끼리도 그들만의 계급주의를 만들어놓고 있었습니다.

높이 있는 사람들은 몇천냥의 거금을 뜯어내면서 관직을 사고 팔지만, 그와 달리 민초들은 하루끼니를 상대로 혹은 노름돈을 만들기 위해서 또다른 약자를 괴롭히고 있는 형국이나 다름없습니다.


천둥과 귀동이 서로 출생이 뒤바뀌지 않았다면 어쩌면 귀동은 상인이 되어 거상이 되었을수도 있을 겁니다. 그에 비해 천둥은 어떤 사람이 되어 있었을지 생각하게 됩니다. 아버지인 김진사의 성품을 보고 자란 천둥이었다면 아마도 김진사보다 더 큰 도둑이 되어 있을 사람으로 성장하지 않았을까 싶더군요.

탁류와 청류앞에서 사람은 바람이 불면 때론 고개를 숙일줄도 알아야 한다고 김진사는 말하죠. 하지만 귀동은 그런 아버지의 생각과는 다릅니다. 세상은 썩을데로 썩어있는데, 자신마저도 편승해 탐관오리들과 함께 어깨를 나란히 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그 때문에 억울하게 붙잡힌 민초들을 구명하는데에 앞장서고 있고, 의적이라고는 하나 나라의 법을 어지럽히는 아래적을 소탕하고자 하는 것을 겁니다. 욕심없는 세상이라면 법과 규율이 필요없겠지만, 인간이라는 동물은 자신들의 욕심으로 세상을 돌아가게 하는 속물들입니다. 썩은 오물물이라도 퍼내는 사람이고 싶다는 귀동은 세상은 썩었지만, 썩은 세상일지라도 질서를 바로잡는 사람이고 싶은 것일 겁니다.

비록 거지움막에서 태어나 자란 천둥이지만 성품은 대쪽같고, 자신의 의지를 쉬이 꺾지않는 모습이었습니다. 세상과 타협하면서 살아가라는 아버지 김진사의 가르침과 환경을 따랐다면 천둥은 어쩌면 양반의 법도에 물들어 민초들을 한낱 거렁뱅이 집단이라 여기지 않았을까 생각을 해 봅니다. 왜냐하면 그만큼 양반의 피가 천둥에게 흐르고 있었기 때문이었죠. 어쩌면 천한 신분탓에 천둥이 가지게 되었을 수도 있었던 반상의 법도와 신분의 귀천을 희석시킨 것은 아니었을까 싶어 보였습니다.


아래적이 되기 위한 관문으로 천둥은 왕두령을 제거할 계획을 세우게 되었습니다. 아래패들에게 인정받기 위한 방편이기도 한 시험무대겠죠. 하지만 강포수가 이끌던 아래패와는 달리 아래적의 수장이 될 것으로 보여집니다.

즉 천민들을 무조건적으로 위하고 나눔거사를 통해서 배고픈 양민들에게 돈을 던져주는 의적만이 되지는 않아보인다는 얘기죠. 상단의 행수로 재물을 모아 아랫사람들을 부리며 등짐을 지게 하는 사람들을 쓰는 윗전이 되었다지만, 여전히 사람들은 천둥의 신분을 업신여기고 있습니다. 자신들이 상전으로 모시고는 있지만 거지움막에서 태어난 신분이라는 자신들보다는 천한 신분이라는 것이죠.

아래패의 수장이 되는 것은 천둥의 운명이라고 말한 강포수의 말처럼 과연 천둥은 민초들을 위한 의적이 되는 것인지 아니면, 의적보다 더 나아가는 더 큰 혁명을 준비하게 될 깨어있는 자가 될 것인지 궁금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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