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릴러 장르인 <줄리아의눈>이 왕십리CGV에서 시사회가 열렸습니다. 개봉일을 앞두고 미리 열렸던 시사회에 참석해서 영화를 한발 앞서 보게 되었는데, 개인적으로 영화의 장르상으로 스릴러물을 그다지 즐기지는 않는 관객중 한 사람일 겁니다. 긴장감과 스릴을 즐기는 관객이라면 스릴러 장르를 좋아할 법하지만, 영화를 보면서 영화가 전달해줄 수 있는 재미있고 환상적인 모습을 즐기는 터라 환타지나 SF 장르를 좋아하는 편이죠.

영화 <줄리아의눈> 시사회에 참석하게 된 것은 <판의미로-오필리아와 세개의 열쇠>의 감독이었던 길예르모 델 토로의 작품이라는 점 때문이었습니다. 그런데 확실하게 알아야 할 점은 <줄리아의 눈>이라는 작품은 길예르모 델 토로 감독이 직접 메가폰을 잡은 작품은 아니라는 점입니다. 제작에 참여한 작품인데, 워낙에 <판의미로>의 독특한 영상과 소재때문에 감독의 이름을 앞서내세운 작품이라는 얘기입니다.

그런데 영화 <줄리아의눈>이 길예르모 델 토로의 작품이 아니라는 점때문에 절대로 점수를 깎고 싶지도 않거니와 감독의 명성을 등에 업고 등장한 스릴러물이라는 것은 아니라는 점입니다. 기옘 모랄레스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영화 <줄리아의눈>은 스릴러 장르로는 독특하고도 관객들이 눈을 떼지 못하게 만드는 영화더군요. 흔히 스릴러 장르의 전개는 주인공과 범인 혹은 어떤 알 수 없는 정체불명의 사람과의 대치국면에서 오게되는 긴장감이 주요한 전개방식일 겁니다. 관객들은 언제 주인공이 어떻게 될지 모르는 긴박한 순간의 위기감에 가슴이 오그라들기도 하고 깜짝깜짝 놀라게 하기도 하죠. 그런데 그러한 스릴러 장르의 경우 대부분은 범인이 밝혀진 상태에서 위기상황을 어떻게 풀어나가는지를 보여줍니다. 그것이 아니라면 누군지 모를 정체불명의 범인을 찾아내는 방식으로 전개되기도 하죠.

  

흔히 영화속 주인공은 모르고 있지만, 영화를 보는 관객은 미리부터 누가 범인인지를 알 수 있게 되는 상황을 맞닥드리기도 하고, 아니면 주인공을 위협하는 범인을 찾아가는 탐정의 역할을 부여하기도 할 겁니다. 관객은 범인과 주인공이 만나게 되는 정점에서 스릴을 맛보게 되기도 하겠죠.

영화 <줄리아의눈>은 독특한 소재의 영화입니다. 주인공인 줄리아(벨렌루에다)는 선천적으로 시력을 잃게되는 병을 앓고 있습니다. 이미 언니인 사라는 시력을 잃은 채 살아가다 결국 자살하게 되죠. 언니 사라의 죽음은 영화가 시작되자마자 지하실에서 목매달게 되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관객들이 알게 됩니다. 하지만 언니 사라의 죽음을 보면서 누군가 언니를 죽게 만들었다는 것 또한 보여줍니다. 단순한 자살이 아닌 타살이 성립된다는 것이죠. 관객들은 이쯤에서 주인공과 정체를 알수없는 범인과의 대결이 주요한 전개가 될 것이라고 짐작하게 됩니다.

줄리아는 언니의 사망소식을 쌍둥이만이 느낄 수 있는 교감으로 알아채게 되고 언니의 집으로 향하게 됩니다. 그리고 싸늘하게 죽어있는 시신을 발견하게 되죠. 목을 메 자살로 보이는 언니의 죽음에 주변사람들은 모두가 자살이라 단정짓지만, 줄리아는 언니의 죽음에 강한 의혹을 느끼게 됩니다. 죽음을 앞에 둔 사라가 음악을 틀어놓았다는 점도 아이러니 하거니와 남자친구가 있었다는 주변의 말들, 그리고 남편인 이삭(루이스 호마르)의 행동도 이상스럽게만 보여집니다. 주변의 만류와 남편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줄리아는 언니의 죽음에 대한 조사를 남편몰래 해 나가게 되죠. 그리고 하나둘씩 줄리아에게 찾아오는 의혹들은 자살이 아닌 누군가에 의한 언니의 죽음이었다는 사실, 그리고 그 죽음을 만든 범인이 자신에게 마수를 뻗치고 있다는 것을 느끼게 됩니다.

줄리아는 범인을 찾아낼 수 있을까요?

영화의 줄거리만으로 본다면 흔한 스릴러 장르라 할 수 있을 겁니다. 알 수 없는 범인을 찾아나서는 동생의 추격, 그리고 비로소 찾아낸 범인과의 대결구도이기도 하니까요. 하지만 <줄리아의눈>이 스릴러 장르로는 수작이라 할 수 있는 점은 주인공인 줄리아의 상태와 그 상태에서 오게되는 불안요소들이 완벽하리만치 긴장감을 주고 있다는 점일 겁니다. 줄리아는 시력을 잃어가는 선천성 시력장애를 앓고 있습니다. 앞을 볼 수 있는 기간이 얼마남지 않게 되는 비운을 맞게 되고, 언니의 죽음은 줄리아의 시력장애를 더욱 악화시키는 스트레스 요인으로 작용하게 되죠. 서서히 앞을 볼 수 없게 되는 줄리아의 상태에서 범인에 대한 윤곽이 하나둘씩 드러나게 되는데, 아마도 관객들은 줄리아와 함께 하는 눈뜬 시간동안 수많은 범인 리스트들을 작성하게 됩니다. 의심쩍은 형사인 다마스(프란세스크 오렐라)를 비롯해 자신의 남편인 이삭또한 묘한 의문을 품게 만드는 행동들을 합니다. 거기에 줄리아의 시력을 찾아주게 될 안과의사까지도 관객들은 의심의 대상이 되게 만듭니다. 분명한 것은 줄리아의 언니인 사라가 누군가에게 죽음을 당했다는 영화가 시작하자마자 보여진 사실 때문이었죠.

불안한 와중에 줄리아는 안구를 기증받아 수술을 하게 되고, 일정기간 눈을 가리고 있어야만 합니다. 범인이 채 알려지지도 않은 상태에서 줄리아는 아무런 방어막을 펼칠 수 없게 된 상황이죠. 영화는 철저하게 줄리아의 상태에 맞추어져 관객에게 보여집니다. 줄리아의 바로 옆에 범인이 있지만 관객들조차도 범인의 얼굴을 확인할 수 없게 되는 것이죠. 줄리아의 긴장감뿐 아니라 관객들마저도 긴장감을 최고조로 만들어놓게 됩니다. 그렇지만 줄리아는 자신의 눈을 가리고 있는 붕대를 풀수 없습니다. 왜냐하면 기간을 놓치게 되면 영영 시력을 잃게 되는 상황이기 때문이죠.


영화 <줄리아의눈>을 관람하게 된다면 여느 스릴러 장르의 영화들이 보여주고 있는 범인과 주인공의 대치적인 모습에서 오는 스릴감보다는 줄리아가 바라보는 혹은 바라보지 못하는 시선에 따라 찾아오는 긴장감에 숨을 멎게 만듭니다. 선천적으로 시력을 잃어가는 상황이기는 하지만 줄리아는 언니 사라와는 달리 시력장애가 그제서야 시작이 된 것이기 때문이죠. 범인을 바라볼 수 있는 찰라의 시간도 어찌보면 줄리아에게는 선택이 될 수 있는 상황이 되고, 영화를 보는 관객들 또한 '도대체 범인은 누구일까'라는 의문과 긴장감을 맛보게 됩니다.

길예르모 델 토로의 작품인 앞선 두개의 영화를 보게되면 유난히 사람의 시각에 의한 환타지적인 요소를 극대화시켜놓고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판의미로-오필리아의 세개의 열쇠>라는 영화는 잔혹동화와 같은 환타지적인 요소가 강하게 내포되어 있는 영화였었죠. 소녀 오필리아의 눈에 보이는 환타지의 세계를 보면서 관객들은 오필리아가 보는 세계가 존재하는 것인가 아니면 오필리아만이 보게되는 진실인가? 하는 의문이 계속적으로 들게 만들었던 작품이기도 했습니다. <오퍼나지-계단의 비밀>에서도 이러한 독특한 시각적인 구도가 돋보였던 영화이기도 했었습니다.

 
영화 <줄리아의 눈>이 스릴러 장르로 관객들에게 볼만하다고 느끼는 점은 주인공과 범인의 관계일 겁니다. 살인자의 계속되는 위협속에서 주인공 줄리아는 긴장감을 늦추지 못합니다. 그런데 막상 사람을 죽인 살인범, 언니 사라를 죽인 범인의 실체를 보게되는 순간에 관객들은 짜릿한 비명보다는 의외의 놀라움에 마주하게 됩니다. 이를테면 허를 찔린 격이라 할 수 있을 법하기도 합니다. 더군다나 범인의 실체가 경찰에 의해서 찾아내지지 못했었는데, 맹인이나 다름없는 줄리아가 찾게되는 모습을 보게 되는 순간에 줄리아와 범인의 주체성에 묘한 동질감을 느끼게 되기도 할 듯 해 보입니다. 어쩌면 이러한 범인과 주인공의 동질적인 면모로 인해서 스릴러장르로는 수작이 아닌가 싶은 평가를 내리게 되기도 할 듯 합니다. 스릴러 장르를 좋아하는 관객이라면 절대로 놓치지 말아야 할 영화가 <줄리아의눈>이라고 보여지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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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뷰티살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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