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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 행사리뷰

바미 기펏네~, 소외당한 사람들의 행복한 파티 - 세상은 누가 정상적일까?

by 뷰티살롱 2010. 12.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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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에는 대학로 마로니에라고 많이 불리던 곳이 지금에는 각종 공연들이 열리고 있는 소극장이 운집해 있는 곳입니다. 불과 몇개의 소극장으로 이루어져 있던 곳이었는데, 너무 오랜만에 들린 대학로인지 공연을 준비하는 소극장들이 많이 들어서 있더군요. 혜화역에 위치해 있는 대학로에서 공연하는 연극 <바~미 기펏네>에 초대되어 금요일 저녁에 일과시간을 마치고 바삐 걸음을 재촉했습니다. 공연시간에 맞출 수 있을까 걱정되기도 했었는데, 가까스로 <대학로예술극장 3관>에 도착할 수 있었습니다. 예술극장 3관은 <예술극장> 본관과는 따로 떨어져 쇳대박물관 지하에 위치해 있는 곳이죠. 아마도 공연을 많이 관람하시는 연극팬들이라면 쉽게 찾을 수 있을거라 여겨기지도 합니다.

서울시 블로거 담당하시는 분으로부터 공연에 대한 초대를 전해듣고 무척이나 반가웠습니다. 공연이라는 말에 어떤 내용인지도 모르고 덜컥 공연장을 찾았었기에 내용이나 주제 등등의 사전적인 정보는 전혀 전무한 채 공연을 보게 되었죠.

<극단 지구연극>의 창단 10주년 세번째 작품인 <바~미 기펏네>는 세상을 비추는 아름다움을 담고 있는 연극이었습니다. 장애인의 모습을 무대위에 올려 소외당한 사람들의 삶을 조명해주고 있는 모습이었는데, 연극을 본 관객들에게 무엇인가를 전해주는 뭉클함이 남더군요.

 
연극 <바미 기펏네>는 연극배우 박수용, 박유밀, 홍기준, 김민재, 전지원 5인으로 구성된 출연자들로 진행되는 연극입니다. 연극을 관람하기 전에 사실 '무슨 내용이지?'하는 의문이 드는 제목이었습니다. 소리나는대로 읽어보니 그 뜻을 알겠지만 글씨를 읽어보기만 하면 뜻이 애매모호했기 때문이었죠. <밤이깊었네>라는 말을 소리나는대로 제목화 한 것인데, 왜 단어를 정확하게 하지 않았을까? 싶었죠.

연극의 내용은 그리 어려운 내용이 아니었죠. 제야의 종소리가 울리는 새해 첫날밤에 수용과 민재라는 청년이 성북동의 대 저택을 털기 위해서 담을 넘게 되는데, 그들이 담을 넘은 이유는 민재가 생활고로 사채까지 써서 빚을 지게 되고 그 빚을 갚기위해 유명한 교수의 집을 터는 것이었습니다. 수용과 민재는 으리으리한 저택에서 돈이 될만한 것을 가지고 나오려 했지만, 그곳에서 뜻밖의 인연을 만나게 됩니다. 다름아닌 건영이라는 장애인이었죠. 건영은 집안에서 24년이라는 기간동안 다리에 족쇄를 한채 집밖으로 나가본 적이 없는 장애인이었습니다. 그리고 새해에 홀로 큰 저택에 홀로 남아 있었던 것이죠. 가족들은 새해 여행을 떠나고 아무도 없었는데, 몰래 들어온 민재와 수용이 다락방에 갇혀있던 건영을 만나게 된 것이었습니다.


도둑과 장애인, 혹은 사회의 루저나 다름없었던 수용과 민재는 장애우 건영을 만나게 되고, 건영의 착한 마음과 사회의 때가 묻지 않은 모습에 점차 동화되어 갑니다. 건영은 수용과 민재를 만나는 것이, 세상에서 가족이라는 구성원 외에 처음으로 타인을 만나게 된 순간이었죠. 그렇지만 무엇보다 건영은 아무도 없이 텅빈 집안에서 홀로남아 있던 자신의 외로움을 함께 해줄 수 있는 민재와 수용이 고맙기만 했습니다.

처음에는 물건에만 욕심을 내면서 장애인인 건영에게 부드럽게 접근해가면서 집안의 값나가는 물건들에 대해서 욕심내던 수용과 민재는 자신들에게 선뜻 모아두었던 거액의 돈을 사심없이 건네주는 건영의 때묻지 않은 소년같은 마음에 새해 첫날밤 축제를 열기로 하죠. 그리고 그들이 알고 있던 유밀과 지원을 부릅니다. 연극배우가 꿈이었던 수용과 같은 극단에서 연극을 하던 유밀과 교회를 다니는 지원은 민재와 수용의 파티 제의에 저택으로 들어오게 되죠.

유밀과 지원 역시 처음에는 건영에 대해서 목적에 의해 파티에 참석하게 되었지만, 점차 건영의 인간적인 모습에 동화되어 가게 되죠. 그리고 그들은 새해 첫날 밤 5명만의 행복한 파티를 시작하게 됩니다.


사실 연극 <바~미 기펏네>라는 뜻을 연극을 관람해서야 알 수가 있겠더군요. 굳이 <밤이 깊었네>라는 표준어를 쓰지않고 소리나는 대로 제목을 붙였던 데에는 어쩌면 이 시대의 소외계층을 바라보는 일반인들의 시선과, 살아가는 모습을 관객들에게 보여주기 위함은 아니었나 싶었습니다.

장애인 건영은 민재나 수용 그리고 유밀과 지원과는 달리 몸이 불편한 사람이었습니다. 편견이 지배하는 세상인 현대사회에서 장애인으로써 살아간다는 것은 일반인들과는 보이는 모습에서 차이가 있기 마련이죠. 다리가 불편하다거나 혹은 팔이 불편하다거나 혹은 생각이 느리다거나 하는 차이입니다. 그러한 차이가 일반인들과 어떤 차이가 있는 것일까요.

연극을 관람하면서 정상적인 사람들과 몸이 불편한 사람 사이에 불평등 사이에 과연 정상인은 누구일까 하는 생각이 들기만 했습니다. 빚을 갚기위해 남의 집 담을 넘은 수용과 민재, 그리고 목적을 위해서 파티장을 전전하는 유밀은 사실 정상인이기는 하겠지만, 시대에 뒤쳐진 사람들에 속합니다. 흔히 루저라고 말하는 실패자나 다름없는 사람들이라 할 수 있겠죠. 모양새는 정상이지만, 사실상 아무런 욕심도 없는 건영을 바라본다면 그들은 이 시대의 실패자이자 장애인과도 같은 존재가 아닌런지 싶기만 했습니다.


장애인이라는 기준은 사람들이 정해놓은 불편함의 정도나 다름없을 것입니다. 몸의 일부분이 다른 사람과 다르다 해서, 혹은 불편하다 해서 그들을 따로 격리시켜 놓은 것은 어쩌면 온전한 사람들이 자신들의 진짜 장애를 숨기기 위한 도구가 아닌가 싶기도 하더군요. 건영이 처음 민재와 수용을 만나게 되는 모습에서 다리에 사슬을 차고 등장하는 모습은 다소의 과장된 모습이기는 하지만, 어쩌면 연극 <바미기펏네>에서의 건영의 사슬은 실제 사회에서의 일반인들이 장애인들에게 보내는 시선은 아닌가 싶어 보이기도 했습니다.

자신과 조금 다르다는 이유로 시선을 피하게 되고, 외면하는 일반인들의 시선이 장애인들에게는 사슬처럼 몸을 구속하게 되는 것은 아닐까 싶어 보였습니다. 장애인인 건영은 하루밤의 파티에서 지원과의 로맨스를 선보이기도 합니다. 불편하던 몸은 정상으로 돌아오고, 지원과 블루스를 추게 되죠. 건영과 지원의 블루스를 보면서 <미녀와야수>라는 영화속 한장면의 로맨틱함을 생각하기 보다는 장애인과 일반인의 차이는 무엇일까가 생각이 나더군요.

  
새해 첫날인데도에 홀로 남겨진 건영은 4명의 사람들과 유쾌한 하루밤을 지내게 되지만, 결국 민재와 수용, 유밀과 지원은 건영의 가족들이 돌아온다는 소식에 황급히 집을 빠져나가게 됩니다. 홀로 남겨질 건영에게 그들은 함께 세상밖으로 나가자고 말하지만, 건영은 저택밖으로 나가지 못합니다. 24년이라는 기간동안 살아온 생활을 쉽게 버리지 못하기도 하겠지만, 건영의 탈출미수는 어쩌면 장애인들이 겪고있는 사회의 벽과도 같은 것처럼 보이더군요. 사회의 편견과 시선속에 장애인들은 그들만의 집속에 갇혀 빠져나오고 싶지만 쉽게 빠져나올 수 없는 것이죠. 그리고 홀로 남겨진 건영은 다시 풀어졌던 사슬을 자신의 발목에 채우고 크라잉넛의 <밤이깊었네>라는 소래에 몸부림칩니다.

비단 장애를 겪고 있는 사람들에게만 국한된 내용은 아닐 것입니다. 어쩌면 사회에 소외되어 있는 사람들이 건영과 같은 모습이라 보여지기도 합니다. 이제는 사회에서 빗겨나 있는 소외된 노인들도 디지털 시대에 들어서면서 점차 그 설 자리를 잃고있는 게 사회현상이겠죠. 핵가족화가 많아지게 되면서 노인들을 부양하는 세대는 점차 줄어들는 게 사회적인 현상입니다. 특히 농촌의 환경을 돌아보면 젊은 사람들이 도시로 떠난 자리를 채우고 있는 게 현재 21세기의 사회상일 겁니다. 대도시의 화려한 조명불빛을 바라보면 나이든 사람들을 위한 자리는 없을 것입니다. 어쩌면 장애인이 아닌 이들 소외계층들도 연극 속 건영과 같은 모습은 아닐까 싶더군요.

연극관람을 마치고 대학로를 지나면서 젊은이들의 세상은 존재하지만, 과연 나이든 사람들을 위한 세상은 존재하는 것인가 싶기도 하더군요. 이 시대를 이루어낸 것은 어쩌면 나이든 세대인 전세대의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것이었지만, 정작 시대의 장애인처럼 홀로 불꺼진 저택에 갇혀 지내고 있는 것은 아닌가 싶어지더군요. 

연극 <바~미 기펏네>는 오는 12월 26일까지 대학로예술극장 3관에서 공연이 이어집니다. 따뜻한 마음이 전해지는 연극이었고, 특히 자신을 돌아보게 해주는 공연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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