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발 그렇게 되지만은 않기를 너무도 간절히 바랬기 때문이었기에 <역전의여왕>에서의 봉준수와 황태희의 이혼모습은 슬프기보다는 한심스럽기만 해 보였습니다. 캐릭터를 연기하던 배우들에 대해서 뭐라 하기보다는 드라마를 만들어가는 시나리오의 진행이 솔직한 표현대로라면 '짜증'스럽기만 해 보이더군요.

봉준수는 결혼전에 백여진(채정안)과 사귀었던 사이였습니다. 사귀는 관계를 지나서 결혼까지도 생각했었던 사이였었죠. 그렇지만 백여진은 퀸즈그룹 입사와 함께 봉준수(정준호)를 버리게 되고, 준수는 자신을 버린 백여진을 따라서 나보란듯이 퀸즈에 입사하게 됩니다. 그리고 그곳에서 현재의 아내인 황태희(김남주)를 만나서 결혼하게 되죠. 문제는 결혼전에 백여진과 봉준수가 사귀었던 연인관계였다는 것을 황태희가 모르고 있었다는 것이었습니다.

결혼 6년이 지나서야 황태희는 블라인드 공모전으로 떠났던 퀸즈로 다시 돌아오게 되고, 희망퇴직자였던 봉준수 또한 회장의 막내아들인 구용식(박시후) 본부장을 견제하기 위해, 엄밀히 말하자면 황태희를 견제하기 위해서 한송이(하유미) 상무로부터 재입사 자격을 부여받고 기획팀으로 다시 돌아오게 되었죠. 그런 와중에서 황태희는 오래된 사진을 발견하고 백여진과 자신의 남편인 봉준수가 과거 연인이었다는 사실을 알아버리게 되었습니다. 결혼생활이 거짓이었다는 것을 느끼게 된 황태희는 극단적으로 남편의 모든 것을 믿지 못하게 된 상황이 된 것이나 다름없었죠.



그렇지만 이혼이라는 도장을 찍게 되기까지 전개했어야 했을까 싶은 생각만 들더군요. 그동안 보아왔던 봉준수의 모습이라면 도장을 찍기 일보직전에 이혼서류를 빼앗아들며 발기발기 찢으면서 '안해 내가 왜 이혼을 해. 안해 아니 못해!' 하는  행동이 보여지기만을 바랬었습니다. 어쩌면 황태희 또한 남편이 그래주기만을 바라고 있었던 것은 아니었나 싶기도 했었죠.

봉준수는 황태희를 사랑하고 있습니다. 단지 직장 상사로써 퀸즈의 팀장이었기 때문에 총각시절 노처녀의 노골적인 대시를 출세의 도구로 삼기위해 결혼을 결심했던 것이 아니라 황태희를 진심으로 사랑했기 때문에 결혼했었습니다. 그리고 결혼하고 나서 6년이 지나 한 아이의 아빠가 되고서는 아내를 보살필 수 있는 한 사람의 남자로 그리고 한 아이의 아빠로 자존심까지 내던지며 무릎을 꿇었던 남자였었죠. 그런데 자신이 과거 현재의 아내인 황태희와 결혼하기 이전에 사귀었던 백여진과 연인사이라는 이유만으로 아내에게 헤어지자고 먼저 말을 꺼냈습니다.

생각해보면 참 멋진 녀석이다 혹은 로맨틱하다라는 말이 생각날 수도 있는 모습이었죠. '당신이 하지 못하는 말 내가 할께, 난 나쁜 넘이었으니까 마지막까지 내가 나쁜 넘 할께' 라고 말하죠. 로맨티스트?라고 해야 했을까요? 세상에 어떤 남자가 사랑하는 여자를 그것도 아이가 없다면 그럴수도 있겠구나 싶겠지만 아이까기 있는 가장으로써 아직도 자신의 아내를 사랑하고 있는데, 아내가 아파하기 때문에 이혼을 결심할까 싶기만 하더군요. 로맨티스트일수는 있겠지만 너무도 비현실적인 설정이란 얘기죠. 자신의 아내가 자신을 믿지 못한다는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습니다. 백여진과 걸핏하면 함께 있는 모습을 들켜버리게 되니 아내에게 의심의 눈초리는 당연히 쏟아지게 마련일 겁니다.

하지만 손한번 잡아보지 못하고, 하룻밤이라도 진하게 보냈다면 아내의 이혼선언에 눈물머금고 호응할 수 있겠지만 봉준수는 아무런 한짓이 없는 상태였죠. 부모님이 돌아가셨다는 소식에 장례절차를 도와주었던 일이 들통나기도 했었지만, 백여진과의 관계는 확실하게 못을 박았던 봉준수였습니다. 아내를 그만큼 사랑했기 때문에 과거에 사랑했었던 사이었지만, 현재는 아무런 관계가 아님을 확실히 해 두었던 것이었습니다.



봉준수의 캐릭터를 생각해보면 이혼서류에 도장을 찍는 모습은 너무도 대조적이기만 해 보입니다. 초반에 희망퇴직자 대열에 서있으면서, 그리고 백수가 되어 프랜차이즈를 구상하며 공동묘지 관리나 혹은 떡볶이 집 개업을 준비하던 봉준수는 자신의 아내에게 큰소리라도 칠 수 있는 남자였었습니다. 가진거라고는 달랑 자존심과 거시기 두쪽이었지만, 집에서 가족을 부양하는 가장으로써의 존재감은 잃지 않았던 모습이었습니다. 밤늦게까지 술에 떡이 되어 결국에는 아내인 황태희가 카트를 밀며 집으로 데려오던 봉준수의 모습을 떠올려보면 이혼까지 가게 된 이들 봉황부부의 모습은 도를 넘는 듯하기도 하더군요.

그런데 그런 봉준수의 모습이라면 응당 아내의 이혼요구에 응할 수 있다 하더라도 막상 이혼서류에 도장찍을려는 순간에 서류를 찢어버리는 배짱을 부리지 않을까 싶은 기대가 들었습니다. 그렇지만 이혼은 예정대로 이루어지고 말았죠. 결국 이혼하고 나서 이웃집으로 부모님과 함께 입주하게 됨으로써 이혼숙례기간이란 3개월 별거생활에 돌입한 모습이라 할 수 있습니다. 어쩌면 3개월이라는 기간동안 봉준수와 황태희의 제2의 러브스토리가 이어지지 않을까 싶기도 합니다.

그렇지만 요즘의 드라마에서 부부사이를 걸핏하면 이혼시켜놓은 드라마의 요소는 그다지 끌리지는 않더군요. KBS2의 <결혼해주세요>라는 주말 드라마에서도 서로가 정말로 싫어서 이혼한 사례는 아닙니다. 애정이 남아있고, 서로에 대한 생각으로 차 있으면서도 이혼을 결정하게 되었습니다. 너무도 쉽게 이혼이라는 설정으로 치닫는 드라마의 전개가 아닌가 싶기만 하더군요. 드라마일 뿐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지만, 이러한 드라마속의 무분별하게만 보이는 이혼이라는 설정은 그리 좋아 보이지가 않습니다. 서로가 바라보지못하는 원수지간이 되었다면 이혼이라는 설정이 공감이 갈 듯도 하지만, <역전의여왕>이나 <결혼해주세요>에서 보여주고 있는 부부관계와 이혼의 모습은 공감가기보다는 거부감만 들었습니다.


특히 유부녀의 이혼과 함께 시작되는 로맨스는 최근 드라마속의 주요 단골 메뉴이기도 할 겁니다. 봉준수와 황태희가 이혼서류를 접수하고 나서 3개월 숙례기간에 돌입되자마자 구용식 본부장과의 로맨스가 급격하게 진척되려는 듯한 모습입니다. 다이어트에 성공한 사람을 섭외하기 위해서 찾은 달동네에서 돌아오는 도중에 황태희는 빙판길에서 넘어지게 되고, 황태희를 일으켜세우려던 구용식도 함께 쓰러지게 됩니다. 구용식-황태희-봉준수의 3각관계가 드디어 시작되려나 봅니다. 세사람의 3각관계를 정립하려는데에 이혼서류까지 등장했어야 했을까요?

드라마 뿐 아니라 영화에 이르기까지 아내의 이혼과 로맨스가 남편의 바람끼를 몰아내고 그 자리에 틀어앉아있는 모습입니다. <역전의여왕>이 초반부터 다른 멜로드라마와는 다른 모습에 기대감이 들기도 했었지만, 계속적인 멜로의 향연은 어쩌면 초반에 보여지던 색깔까지도 잃어버린 듯한 모습이 아닌가 싶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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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뷰티살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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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결국 재결합으로 끝날 것은 알지만..
    문제가 이혼 만으로 해결된다는 건 역시 아쉽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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