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님의 죽음과 연관되어 있는 양두희 회장의 과거 비망록과도 같은 조선은행권 금괴를 손에 넣게 된 진이(이나영)와 지우(비)는 막상 손안에 들어온 금괴를 사이에 두고 실랑이를 하기에 이르렀습니다. KBS2의 <도망자 플랜B>가 서서히 마지막 클라이막스로 향해 달려가고 있는 모습이죠. 조선은행권 금괴의 정체가 만천하에 알려지게 되면 양두희(송재호) 회장의 과거 행적이 밝혀지게 되고, 그렇게 된다면 진이의 복수도 이루어지게 될 것이라 믿고 있었던 것이죠. 하지만 결과적으로 어떻게 금괴를 세상에 알릴 것인가가 문제가 되겠죠. 그리고 조선은행권 금괴로 밝혀진다 하더라도 그것이 양두희 회장과의 연관성을 어떻게 지을 것인가가 마지막 남아있는 과제일 것으로 보여집니다.

경찰이었던 도수(이정진)로부터 탈취에 성공한 지우와 진이는 마지막 결전을 앞두고 금괴를 어떻게 보관할 것인가를 두고 신경전을 펼쳤습니다. 지우는 자신의 비밀금고안에 금괴를 보관할 것이라고 말하죠. 세상 누구도 찾을 수 없는 곳이며 오직 자신만이 금괴가 있는 곳을 알게 될 거라 진이에게 말합니다. 하지만 진이는 그러한 지우의 말에 의문을 품게 되죠. 막대한 양의 황금. 그것은 사람의 감정이나 이성을 마비시키는 환각제나 다름없는 물건이라 할 수 있습니다. 황금이 버젓이 앞에 있는데, 그것을 송두리째 지우에게 맡긴다는 것이 진이로써는 꺼름직하게 느꼈을 겁니다. 결국 두 사람의 이견차이는 이별이라는 극단적인 결과를 낳게 되었죠. 지우가 우선은 금을 찾았다는 것만으로 파티를 열자며 케익을 사러 나간사이에 진이는 금괴를 가지고 홀로 떠난 것이었죠.

진이가 지우를 떠나게 된 것은 금괴라는 물건이 가지고 홀로 떠난 이유를 생각해보면 지우에 대한 믿음에 가지 않기 때문만은 아닌 듯 보여집니다. 지우의 말처럼 진이 할아버지가 양두희 회장과 결탁해 금괴를 빼돌린 주범이었을 수도 있다는 과거사의 일이 사실이 될 수도 있을 것이지만, 할아버지의 유죄만이 지우를 떠난 이유는 아닐 듯 싶어 보이더군요. 양두희 회장에게 황금을 자신이 가지고 있다는 메시지를 보낼 것이고 그 속에서 어쩌면 카이(다니엘헤니)와 다시 만나게 되는 운명에 처하게 될수도 있겠죠.



하지만 진이가 지우를 떠나게 된 결정적인 이유는 할아버지의 공범 사실이 드러나게 될 것이라는 사실이 아니라 진이가 어느새 지우를 좋아하게 되었다는 사실때문이었을 겁니다. 고객과 의뢰인으로써 만나게 되었던 지우와 진이의 관계는 아직까지 연인으로의 관계까지는 나아가지 못했었죠. 만약 두 사람중 한 스텝이라도 나아갔더라도 확실하게 연인으로 발전해 나갔을 관계였지만, 두 사람은 그 한 스텝을 사이에 두고 발전하는 관계를 코믹으로 일관하거나 혹은 소위 오버하지마 라는 말로 선을 그었습니다. 그래서 더 이상의 연인으로의 관계는 발전하지 못하고 고객과 의뢰인으로의 신뢰와 믿음을 전제로 관계를 유지해왔었습니다.

그런데 도수로부터 금괴를 탈취하고 나니 싸워야 할 상대방이 양두희 회장이라는 것은 이미 정해져 있습니다. 그런데, 진이의 트라우마 중 하나는 자신의 주위에 있던 사람들이 죽었다는 강박증에 쌓여있다는 것일 겁니다. 즉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들 모두 죽음에 이르렀고, 카이또한 자신을 배신하고 양두희의 사람이었다는 것을 알게됐죠. 자신이 좋아하던 사람은 죽었거나 아니면 자신에게 등을 돌리게 된다는 기억에 쌓여있었던지라 지우 또한 진이에게는 과거의 트라우마에 빠져있는 사람으로 적용된 것은 아닌가 싶어 보였습니다. 즉 결국 지우도 죽게 될 것이라는 혹은 금괴때문에 자신을 배신하게 되지 않나 하는 불안감이 들었다고 보여지더군요.


황금이 눈앞에 있는데, 눈이 흔들리지 않을 사람은 없다는 지우의 말처럼 진이는 지우의 말이 진심이든 아니면 거짓이든 지우에게 넘어가고 있는 자신의 마음을 알고 있었던 것이겠죠. 그래서 혼자 양두희 회장과 맞서는 것을 선택하게 된 것으로 보여지더군요. 지우가 자신에게 해줄 수 있는 것은 거기까지만 충분했다고 생각했을 수도 있을 겁니다. 황금, 즉 증거를 확보하게 해 준데에 대해 만족하고 지우에 대한 감정이 깊어지기 전에 떠나기로 마음먹은 것이라 할 수 있었겠죠.

드라마 <도망자 플랜B>는 등장인물들 모두가 적도 아군도 아닌 것이 특징입니다. 영원한 연인이나 친구도 존재하지 않죠. 경찰인 도수와 지우의 관계도 그러하거니와 필리핀에서 하루밤을 지샌 도수와 윤형사(윤진서)의 애절한 사랑도 결국에는 완전하지는 못합니다. 그들 사이에는 경찰이라는 신분과 도망자라는 신분이 가로막혀 있습니다. 특히 탐정인 세명의 인물들을 보더라도 나까무라황(성동일)과 제임스봉(조희봉) 그리고 지우의 관계역시 파트너였다가 어느순간 서로의 목숨까지 겨누게 되는 적대적 관계로 돌변해 버립니다. 또한 부자 관계로 등장하는 양영준(김응수) 의원과 기업가인 양두수 회장 또한 혈연관계보다는 이해관계를 먼저 내세우고 있습니다.

극단적인 인물들간의 관계는 도수의 필리핀 생활에서 표현해놓고 있는 모습이죠. 한국을 떠난 도수는 양회장이 가지고 있는 금괴를 빼돌려 필리핀으로 밀수입했습니다. 집안에는 보디가드를 4명이나 두고 집안에 든든한 금고까지 두고 있었지만, 정작 금고안에는 금괴대신에 자신의 과거 경찰배치를 넣어두었죠. 재산보다 소중하게 생각했던 것이 도수에게는 경찰이라는 자부심이었습니다. 그 자부심만은 자신의 모든 것이나 다름없었고, 누구에게 들키고 싶지 않았을 것입니다. 하지만 경찰에서 쫓겨난 몸이니 오로지 자기 자신밖에는 인정해줄 수 있는 사람이 없는 셈이 되겠지요. 누구도 믿지 못하고 누구와 손을 잡지 못하는 인물들의 대립적 이해관계는 도수의 금고를 통해 설명이 되는 듯 하기도 하더군요.

금괴를 가지고 지우를 떠난 진이는 양두희 회장에게 홀로 전면전에 나서게 될까요. 지우가 말한 플랜C처럼 전화를 걸고, 양회장의 다음 행동에 따라 녹음을 하거나 녹화를 하게 될수도 있겠죠. 그렇지만 지우 또한 진이를 찾아서 양회장과 충돌하게 될 것이겠죠. 자신이 진이에게 얘기했던 순서를 쫓다보면 진이를 다시 만날 수 있게 될 것이니까요. 영원한 고객님으로써 진이를 찾게 될지 아니면, 연인으로써 찾게 될지, 그것도 아니라면 단지 금괴를 찾기 위해서일지 궁금해지네요.
Posted by 뷰티살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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