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2 채널의 <도망자플랜B>를 애청하고 있으면서도 한편으로는 아쉬움이 많이 드는 드라마였습니다. 아마도 전작인 <추노>의 영향때문에 너무 높은 퀄리티를 요구하고 있었던 것은 아니었나 싶기도 합니다. 화려한 도시들과 액션씬, 추격씬들로 채워진 <도망자플랜B>이기는 하지만, 스토리라인의 어리숙함이라기보다는 등장인물들의 캐릭터들이 어딘가 모르게 부족해 보였던 것이 흠이었다고 할 수 있을 법합니다.
 
그런데 14회에서는 눈에 띄는 반전이 등장했었죠. 다름아닌 열혈경찰인 도수(이정진)가 자신이 추격자가 되어 지우(비)를 쫓던 입장에서 이제는 다른 사람들에게 쫓기는 도망자가 되어버린 모습이었습니다. 도수가 도망자가 된 모습은 씁쓸함이 들기도 합니다. 소위 권력형 비리를 근절시킬 수 없다는 것을 한편으로는 보여주고 있었기 때문이었죠.

황미진(윤손하) 교수의 저격의 배후에 있던 양두희(송재호) 회장은 지우의 연락을 받은 도수에 의해 검거되기에 이르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양두희 회장이 가지고 있던 금괴까지도 증거품으로 도수가 획득하게 되었습니다. 양두희 회장을 검거하는 과정에서 공교롭게 도수의 팀원이었던 경찰이 칼에 맞게 되어 중환자실에 실려가게 되기도 했습니다. 도수는 양두희 회장을 경찰서로 끌고가지만, 형사반장은 도수가 잡아온 양두희 회장을 조사없이 풀려주었습니다. 그리고는 오히려 잡아온 도수를 윽박지르게 되죠.



양두희의 손이 손이 어디까지 뻗쳐있는 것인지를 실감하게 된 도수는 마침내 지난날 지우가 한 말을 떠올리며 경찰직을 사직하게 됩니다. 자신이 그토록 꿈꾸던 세상은 비리로 얼룩져있는 세상이 아니었기 때문이었고, 아무리 자신이 발버둥친다해서 바뀌어질 세상이 아님을 깨닫게 된 것이었죠. 버젓이 죄를 지었음에도 불구하고, 증거가 있었음에도 조사한번 하지 않고 풀려나는 양두희 회장의 모습을 보면서 자신이 몸담고 있는 경찰이라는 직업에 회의감이 몰려든 것이었을 겁니다. 죄인이 죄가 있고없음을 판단하는 기준은 도수에게는 없었습니다. 오로지 자신은 죄인이라는 범인들을 잡아오는 경찰이라는 임무만을 수행해왔었던 캐릭터였죠. 어찌보면 꽉 막힌 듯한 무식함이 엿보이는 캐릭터라 할 수도 있었는데, 경찰인 도수는 오로지 자신이 해야 할 일만을 수행해 나갔던 것이었습니다. 사람이 죄가 있고없고는 문제가 되지 않았던 것이었습니다. 그 평가는 검사의 판결여하에 따라 죄인이 되는가 되지 않는가가 결정될 뿐, 도수 자신은 범인으로 지목된 사람만을 연행해 오면 되는 것이었었죠. 그렇기에 케빈(오지호)을 죽인 범인으로 지목된 지우를 잡는데 집중했었고, 지우의 변호는 안중에도 없었던 것이었습니다.

   
자신이 몸담고 있는 경찰이라는 곳까지 손을 뻗치고 있는 양두희의 실체를 보게 된 도수는 그제서야 자신의 나약함을 알아버렸습니다. 자신이 아무리 해도 변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이겠죠. 잘난 사람들은 자기들끼리 잘 살라며 도수는 지우에게 전화를 걸고는 한국을 떠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도수의 오열을 지켜보면서 솔직히 '이런 XX 세상'는 도수의 말에 울컥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면서 도수가 어쩌면 알콜중독자가 되어서 아무도 찾을 수 없는 시골 어딘가로 떠나게 될 것 같더군요. 그리고 그러한 폐인이 되어가는 도수를 찾아내는 사람이 다름아닌 지우가 될 것이라고 여겼었죠. 시작한 사람이 지우와 진이(이나영)였으니 그들로 인해 피해자가 되어버린 도수를 찾아 다시 원상복귀 시킴으로써 비리의 핵심이자, 악의 축인 양두희를 몰락시키게 될 것이라고 예상했었던 것이었죠.

그런데...
여지없이 예상을 빗겨나는 반전이었습니다. 지우에게 전화를 걸며 나라를 떠나버리겠다며 울먹이던 도수는 필리핀으로 출국을 했습니다. 그런데, 필리핀으로 떠난 도수는 180도 달라진 모습이었죠. 넓은 풀장이 있는 대저택에 경호원을 네명이나 두고 시중드는 사람까지 고용하고 있는 갑부의 모습으로 변해있었던 것이었죠. 다름아닌 양두희 회장이 가지고 있는 조선은행 금괴를 자신이 빼돌렸던 것이었습니다. 양두희 회장을 검거하는 과정에서 자신의 차에 두었었는데, 필리핀에서 그 차를 중고차로 사들인 것이었습니다.

금괴를 가로챈 도수의 모습을 보면서 한편으로는 최고의 반전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었지만, 소위 권력형 비리에 고리를 단절시키지 못하고 계속적으로 이어지는 과정이 엿보이기도 했습니다. 도수라는 캐릭터는 범인을 잡는 일에만 전념하는, 자신의 고집을 꺾지않는 열혈형사였습니다. 지우를 잡기위해 뒤쫓던 과정에서도 지우로부터 '왜 나를 범인으로 몰았는지 한번이라도 생각해봤느냐'라는 질문에도 '관심없다. 넌 범인이고 난 형사이니 널 잡는게 내 임무'라는 식의 고집을 고수했던 캐릭터였습니다. 다시 말하자면 어떠한 뇌물공여도 비집고 들어갈 틈을 보여주지 않는 경찰이었다고 할 수 있을 듯 합니다.

그렇지만 필리핀으로 떠난 도수는 양두희 회장이 가지고 있는 옛날 조선은행 금괴를 가로챈 상태입니다. 이는 쉽게 말해 비리경찰이 뇌물을 받는 것이나 진배없는 상황으로 보여지기 때문이었죠. 금괴는 일종에 양두희 회장의 과거 행적에 대해서 풀어내는 증거물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러한 증거물을 도수가 직접 가지고 있게 된 것이었죠. 돈이면 모든 것이 해결되는 세상에서 금괴는 도수에게 어떠한 것들도 가능하게끔 해줄 수 있는 것이 되어 버린 듯한 모습이었습니다. 직접적으로 양두희 회장이 도수에게 넘겨준 것은 아니었지만, 도수가 필리핀으로 금괴를 빼돌림으로써 양두희 회장의 과거의 행적과 비리는 묻혀버린 것이나 다름없는 것이 된 셈이겠죠. 다시 말해서 양두희 회장으로부터 빼앗은 금괴는 일종의 뇌물이나 다름없는 것이 된 것이라 할 수 있어 보였습니다.

  
도수는 필리핀에서 윤형사(윤진서)에게 천원짜리 지폐를 우편으로 보냈습니다. 윤형사에게 국제우편을 보낸 것은 다름아닌 자신을 찾아오라는 단서를 보내준 것이나 다름었었죠. 도수의 우편물을 받은 윤형사는 필리핀에서 도수를 체포하게 되지만, 비로서 도수는 윤형사와의 로맨스에 종지부를 찍었습니다.
 
경찰이라는 신분이었을 때에는 도수는 윤형사보다는 범인이 먼저였었습니다. 언제나 윤형사에게는 애뜻한 감정이 있기는 했었지만, 자신의 신분을 잃지 않았었습니다. 지우를 잡는 것은 도수에게 경찰이라는 신분을 가지고 있음으로써 최우선일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렇기에 언제나 윤형사는 두번째였었죠.

그렇지만 금괴를 가지게 됨으로써 부를 거머쥐게 되었지만, 도수는 어딘가 마음 한구석이 비어있는 공허함에 허기를 느끼는 모습이었습니다. 사랑을 찾고 표현했었지만 자신의 의지를 꺾을 수가 없는 듯한 모습이기도 했습니다. 그래서인지 도수와 윤형사의 완성된 로맨스는 마치 마지막 로맨스처럼 보여지기도 했습니다. 도수는 어쩌면 본격적인 거대조직과의 전쟁을 내다보고 있는 듯했습니다. 이제는 경찰이 아니기에 지우처럼 자유롭게 자신의 의지를 표출할 수 있는 입장이 되어버린 것이나 다름없었기 때문이었습니다. 도수를 쫓아서 필리핀까지 함께 오게 된 진이와 지우는 손을 잡게 되는 것일까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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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뷰티살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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