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들은 여자들에 비해서 드라마를 보면서 쉽사리 감정이입을 하지 않고 보는 게 평준적일 겁니다. 영화를 보더라도 남자에 비해서 여자 관객이 더 눈물을 많이 보이기도 하는데, 그만큼 감정적인 면이 남성들에 비해서 풍부하기 때문이겠죠. 집에서 드라마를 시청하다보면 간혹 아버지에 비해 어머니의 경우에는 마치 자신이 당하고 있는 듯히 등장 캐릭터를 향해 분노하시기도 하고, 불쌍해 여기기도 하십니다.


그런데 MBC 드라마 <역전의 여왕>을 시청하면서 남자이면서도 상당부분 봉준수(정준호)라는 캐릭터와 동일시되는 부분을 경험하곤 합니다. 완전하게 일치하는 것이 아니고, 그렇다고 회사에서 언제 짤릴지를 걱정하거나 혹은 정리해고되는 수준의 입장은 아니지만, 드라마속 봉준수의 모습은 어쩌면 중년의 남자들이 갖고있는 불안요소들을 대변하고 있는 모습이라 볼 수 있을 듯 싶더군요. 퀸즈에서 희망퇴근서를 제출하고 회사를 그만두기는 했지만, 회사에 다니던 모습에서는 공감가는 부분이 많았었죠.

작년에 한국의 경제상황은 그다지 좋지 않았었습니다. 많은 회사들이 문을 닫기도 했었고, 여기저기에서도 급여조정이 이루어졌었습니다. 몇몇 알고 지내는 분들도 대체적으로 연봉이 깎였다는 얘기들을 들을 수 있었고, 개인적으로 연봉이 삭감되기도 했었습니다. 직장을 다니는 셀러리맨들의 입장은 회사 경영에 따라 급여가 조정되기도 하는 좋지않은 소식에 접할때가 많을 거라 보여집니다. 그래서인지 <역전의여왕>에서의 봉준수 캐릭터는 다소 오바되는 모습이기는 하지만 직장인들에게는 공감이 가는 모습이라 할 수 있어 보입니다.

구조조정으로 누가 짤릴지 모르는 상황에서 노심초사하는 부분이라든가, 적잖게 나이가 먹어버린 중년의 직장인들에게는 부양해야 할 가족에 대한 생계 압박감이 드는 것도 사실일 법합니다. 그렇지만 집에서만큼은 큰소리내고 싶고 누구와 비교해서 자신있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은 게 남자들, 가장이 아닐까 싶어요.

드라마 <역전의 여왕>에서 봉준수는 퀸즈에서 사직하고 집에서 다른 일들을 알아보게 되었습니다. 개인사업을 구상하기도 해보고, 다른 회사에 입사원서를 넣어보기도 했지만, 입사는 멀고, 사업은 희망사항에 불과한 모습이었습니다.

만약 30대 후반이나 40대 초반의 회사원들이라면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싶더군요. 구조조정으로 회사를 나가게 되는 상황이 된다면, 아마도 눈앞이 캄캄해질 거라 생각이 듭니다. 특히 나이제한으로 회사를 그만두게 되면 당장 다른 곳에서 일할 수 있는 자리도 마땅치가 않은 게 중년이라는 나이가 가진 계급장일 겁니다.

필자도 30대 초반에는 연봉이 많은 곳으로 회사를 옮기기도 하고, 다시 시작하는 곳에서는 자신감도 있었드랬습니다. 그렇지만 현재 중년의 나이가 되고보니 쉽게 자리를 옮긴다는 게 버겁기만 해 보이더군요. 자신감이나 능력을 떠나서 웬만한 회사라면 경력과 나이를 1순위로 보기 때문이기도 하고, 특히 나이제한에서 많이 탈락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죠.

집에서 놀고먹는 백수의 생활이 시작되자 봉준수는 황태희(김남주) 대신에 음식물 쓰레기를 내다 버리는 장면이 나오더군요. 힘없이 쭉 처진 어깨로 아내인 황태희의 손에 쥐어져 있던 쓰레기를 가지고 쓰레기장으로 나갔습니다. 그리고는 시간이 지나도 집으로 들어오지 않았죠. 황태희는 걱정스레 밖으로 나가고, 쓰레기장 구석에 웅크리고 앉아있는 준수를 발견하게 됩니다.


자신이 버려진 쓰레기같다면 오열하는 남편을 끌어안고 황태희도 오열하던 장면은 심금을 울리는 듯하더군요. 열심히 일을 하면서 회사를 위해 뛰어다녔지만, 정작 정리해고되고 나니 할 수 있는게 아무것도 없다는 것을 봉준수는 알게 되었던 것이었습니다.

어떤 사람들은 놀고먹는 사람들을 향해서 '무엇이든지 찾아보면 안될게 뭐가 있냐'며 얘기하곤 합니다. 물론 그 말이 정답이기는 합니다. 보다 눈을 낮추고 더 많이 찾아본다면 분명 해야 할 일이 생겨나기 마련이겠죠. 그렇지만 그 과정을 헤쳐나가는 당사자로써는 여러번 떨어지는 경험에 부딪치게 됨으로써 상실감이 들기 마련일 겁니다. 그래서 점차 의욕도 사라지게 되는 것이고, 결국에는 인생 낙오자로써의 모습으로 살아가게 되는 것일 겁니다.

예전에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3~4달 가량을 백수로 지내던 때가 생각이 나더군요. 당시에는 아직까지도 젊었던 30대 초반이었기에 3~4달 직장을 알아보고, 사람들을 만나서 정보도 알아보는 게 어렵지는 않았었습니다. 그렇지만 당시 기억으로 3달가량이 지나게 되니까 점차 '사회에서 뒤쳐지지는 않을까, 혹시 이러다 영영 직장을 얻지 못하는 것은 아닐까' 싶은 불안감이 생겨나기도 했었습니다. 그런 일들은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일들이고,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일들이겠지요.

드라마 <역전의여왕> 봉준수라는 캐릭터는 어쩌면 중년 남자들의 대표적인 불안감을 표현해내고 있는 모습이 아닐까 싶더군요. 당장에 회사에서 깔리게 되면 어찌해야 될지, 어떤 일을 알아봐야 할지 막막한 기분이 들 것이라 보여집니다. 생각해보면 그다지 잘난 회사를 다니를 다니는 것도 아니고, 누가 봐도 알아보는 상호의 회사가 아닌 소기업에 다니기에 요즘에는 더더욱 인생에 대해서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간혹 집에서 부모님들이 얘기하는 '아무개의 아들은 어떻다드라'라는 얘기를 듣기도 하고 잘나간다는 얘기를 들을 때마다 답답스러움이 들기도 하죠. 특히 의사니 혹은 변호사 아들네미 얘기를 하실 적에는 착찹스러움이 들기도 합니다.

비록 봉준수의 오열이 아무것도 하지 않고 백수생활을 하고 있는 데에서 기인한 넋두리로 보이기는 하지만, 중년의 남자들에게는 적잖게 공감이 가는 부분이 아닐까 싶기도 해 보이더군요. 쓰레기를 닮았다는 과장된 표현이기는 하지만 가정과 일이라는 두 세계안에서 살아가는 현대 중년 남성들이 안고 있는 부담감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래서인지 봉준수라는 캐릭터가 남자임에도 불구하고 감정이입되는 장면들이 많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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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뷰티살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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