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가 시청자들의 눈길을 사로잡는 가장 빠른 방법은 아마도 악역다운 악역이 그 진가를 발휘하는 때가 아닐까 싶습니다. MBC의 새로운 드라마인 <역전의여왕>에서 눈길을 끄는 악역이 등장한 모습입니다. 바로 한송이 상무죠. 얼핏 첫회만을 시청하고 봉준수(정준호)와 황태희(김남주) 부부 사이에 끼어들어 있는 백여진(채정안)이 최고의 악역으로 등극할 듯해 보였지만, 실상 최고의 악역은 따로 있었습니다.

블라인드 공모전으로 새롭게 이미지를 쇄신하고자 하는 퀸즈 그룹은 인터넷 접수를 통해서 디자인을 공모하기에 이릅니다. 많은 사람들을 정리해고(말이 좋아서 희망퇴직이지 실상은 해고수준이었으니까요)한 데에 대한 사회적인 분위기를 만회할 수 있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는 데에서 한송이 상무도 찬성하기에 이르렀죠. 결국 회사에서 쫓겨난 봉준수에게 부인인 황태희는 블라인드 공모전에 응모해 보도록 권유했지만, 봉준수는 한번 쫓겨난 회사를 다시 들어간다는 데에 대한 자존심으로 거절하게 되었습니다. 이에 황태희는 자신이 직접 공모전에 뛰어들게 되었죠. 물론 인터넷을 통해서 공모하는 것인지라 누가 누구인지 발표하기 전에는 입상자를 알 수 없었기 때문에 퀸즈 내의 사람들에게 황태희 자신이 공모한 것이라는 것은 밝혀지지 않게 되는 점이 이점이었죠.


그렇지만 공모작들을 들여다 보던 한상무(하유미)는 어디선가 공모작이 본 듯하다는 직감이 들게 되고, 백여진에게 누가 응모를 한 것인지를 알아보라고 하게 되었습니다. 황태희는 공모전 출품을 위해서 그동안 자신이 쌓아왔던 자료들과 사람들의 평가를 토대로 꼼꼼하게 작품을 만들었던 것이었습니다.

그런 황태희의 실력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던 것은 아마도 한상무였을 겁니다. 팀장으로 있을 당시 자신과 같은 커리어우먼으로 독신녀 대열에 서서 오래도록 자신의 오른팔처럼 있어 줄 것이라 믿었던 황태희의 갑작스런 결혼발표는 한송이 상무에게 일종의 배신감같은 마음이 들었을 것이고, 그 때문에 한송이 상무는 황태희를 회사에서 쫓아내게 되었었죠. 그렇지만 거기에서 그치지 않고, 번번히 다른 회사에 원서를 내더라도 황태희는 매번 고배를 들어야 했습니다. 다름아닌 한상무의 입김이 작용했기 때문이었죠. 회사를 그만두고 전업주부로 살아가던 황태희였습니다. 한송이 상무에게 황태희라는 존재는 자신의 분실과도 같았을 겁니다. 퀸즈에서 전략기획실 팀장으로 있으면서 수많은 제안서를 만들어내고, 그것들을 검토해냈던 것이 한송이 상무였다면, 아무리 블라인드 공모전으로 진행되었다 하더라도 황태희의 제안서를 단번에 알아볼 수 있었을 테니까요.

황태희의 재입사를 막아서려는 한송이 상무는 백여진에게 구용식(박시후) 구조조정 본부장에게 올라간 입상자 파일에서 황태희 작품을 빼내라고 지시하지만 이미 구용식은 다섯개의 작품들을 검토한 연후였습니다. 한송이 상무의 저지는 일단락된 모습이었죠.


일반인으로 다시 퀸즈를 찾은 황태희는 로비에서 우연찮게도 한송이 상무와 마주치게 되었습니다. 조금의 흔들림이나 당황스러워 하는 기색이 없어 보이는 한송이 상무는 황태희에게 다가가 다른 사람들은 들을 수 없을 정도의 말로 황태희를 압박하는 장면이 보여졌습니다. 그동안 함께 일한 것이 얼마인데, 설마 번호표로 응모한다고 한들 황태희의 작품이라는 것을 자신이 모를 것이라고 생각했느냐면서 차갑게 말합니다. 그리고는 다른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짓밟아 주겠노라며 나즈막히 말했습니다.

한상무의 그같은 말을 들은 황태희는 자신이 입상한 것이 자신의 실력이 아닌 한상무에 의해 의도된 것이라고 오인하는 듯해 보였습니다. 일부러 미끼를 던져주고 낚시줄을 잡아당기려 하는 한상무의 잔인한 계략이라고 생각했었던 것이었죠. 황태희는 한상무의 말에 짐짓 겁을 먹고 황급히 자리를 떠나려 했지만 엘리베이터 앞에서 백마탄 왕자인 구용식 본부장과 맞닥드리게 됩니다. 구용식 본부장은 시상식에서 달아나는 황태희에게 그렇게 사니까 평생 을이 되는거라며 비아냥거리게 됩니다. 그리곤 황태희의 손을 잡아 채고 시상식장을 향했습니다.


황태희와 다시 마추치게 된 한송이 상무를 보면서 인기드라마였던 <선덕여왕>의 미실이 생각나더군요. 한없이 잔인스러웠던 미실(고현정)의 포스는 흔들리지 않는 고요함이라고 할 수 있을 겁니다. 상대방에게 전혀 굴하지 않고, 마치 어린아이를 타이르는 듯히 나지막하게 속삭이던 살벌한 대사들이 아직도 기억이 나는 듯 하네요. 천명공주(신세경)가 어릴 적에는 부드럽게 안아주면서 귓속말로 '두려우십니까, 그럼 도망치세요'라며 웃음을 머금던 장면이나, 덕만이 궁으로 다시 돌아왔을 때에 집무실에서 덕만의 손을 잡으며 조용스레 말을 했던 장면이 생각이 납니다.


'두려움을 이겨내려면 두가지 방법이 있습니다. 도망치거나 분노하거나....'
드라마 선덕여왕에서 미실의 카리스마는 부드러움을 간직한 악역이었다는 점이었겠죠. 그 중에서도 상대를 제압하는 방식은 분노를 통해서가 아니라 상대방을 지극히 자애롭게 끌어안거나 혹은 어루만지면서였습니다.

한송이 상무가 황태희에게 경고를 날리는 모습이 미실과 같지는 않습니다. 완전히 다른 모습이라 할 수 있겠죠. 간적적인 방법으로 상대방을 제압하던 미실과 달리 한송이 상무는 직접적으로 상대방을 제압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황태희와 다시 재회하게 된 한송이 상무의 소름끼치던 모습은 마치 미실이 다시 등장하는 듯한 모습이었습니다. 속삭이면서도 또랑또랑한 말로 갈기갈기 찢어 쫓아낼 것이라며 황태희를 겁박하는 모습은 소름돋던 장면이었습니다.

악역다운 악역으로 손색이 없어보이는 캐릭터가 한송이 상무일 겁니다. 백여진은 한송이 상무의 수족이 된 듯이  한상무의 말한마디에 일언반구 대꾸를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황태희와의 전면전은 너무 깊이가 없어 보이기도 하더군요. 싸우기도 전에 이미 승부는 난 듯해 보이는 대결구도가 백여진-황태희 구도일 거란 얘기죠. 그런 반면에 한송이 상무는 비주얼에서도 까칠함이 녹아있는 모습이 아닌가 싶어요. 빨간 릭스팁이 트레이드마크가 되어 버린 듯한 모습인데, 어찌보면 만화속에서 마음씨 나쁜 계모의 이미지를 그대로 살려내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들기도 하더군요.

한상무의 말에 지레 겁을 먹고 황급하게 퀸즈를 빠져나가려던 황태희 앞에 우연으로 만나게 된 구용식 본부장의 모습은 드라마틱한 장면이기도 했습니다. 온갖 수모를 주었던 황태희였는데, 알고보니 자신이 극찬했던 블랙로즈가 다름아닌 황태희였다니 한편으로 구용식 자신도 헛웃음이 날 수밖에 없었을 겁니다. 두 사람의 퀸즈에서의 직장사가 어떻게 될지 기대되는 부분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구용식과 황태희가 막아서야할 한송이 상무와의 대립구도도 흥미진진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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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뷰티살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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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이 분 예전부터 연기를 참 잘하시는데 ^^
    데뷰하실 때 한국어가 아직 익숙치 않으셨던 기억이 나네요?
    잘 등장하진 않았지만..
    그때도 신선한 이미지의 배우였던 거 같아요..

    • 황태희에게 귓속말 하는 장면에선 소름이 돋더군요. 캐릭터가 확~ 살아나는 듯한 느낌이었어요. 역전의 여왕에서 절대악역으로 자리하게 될듯해보이데요^^
      즐거운 하루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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