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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드라마리뷰

역전의여왕 4회, 황태희의 '갑을' 강론에 시원하면서도 막막함이 들었다

by 뷰티살롱 2010. 10.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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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게 표현하면 아마도 이런 얘기가 나올법해 보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당신은 영원한 루저인거죠'라고 말입니다. 요즘 월화드라마로 새롭게 시작하고 있는 <역전의여왕>이 자꾸만 시선을 붙들어매고 있습니다. 월화극이라면이야 MBC의 <동이>가 종영한 이래로 SBS의 <자이언트>에 KBS2 채널에서는 <성균관스캔들이 막바지 피치를 올리고 있는 형국이라서 사실상 <역전의여왕>이라는 코믹생활드라마가 먹혀들지 의구심이 들기도 합니다. 그렇지만 한번 시청하게 된 이후에는 쉽게 채널을 돌리지 못하게 만드는 매력을 발산하고 있는 드라마이기도 하죠.

어쩌면 <역전의여왕>이라는 드라마는 디지털 세계에서 하루하루를 시간에 쫓기면서 살아가는 직장인이라는 삶을 살아가고 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더군요. 아침에 눈뜨면 회사로 출근해야 하고, 간혹은 클라이언트와 미팅자리로 저녁자리가 이어지기도 하고, 혹은 낮 동안에도 행사나 미팅을 수시로 해야 하는 40~50대 남성 샐러리맨들이라면 절대적이란 표현까지는 아니더라도 공감이 가는 장면들이 너무나 많이 등장하더군요.

결혼과 동시에 회사를 퇴직해야 했던 황태희(김남주)는 주부로써의 모습으로 살아가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남편이 된 봉준수(정준호)는 퀸즈에  남아 직장생활을 계속하게 되었죠. 하지만 황태희와의 결혼은 상사이자 옛 애인이었던 백여진(채정안)의 눈총을 고스란히 받아야 했습니다. 남녀의 삼각관계를 재미있게 시청하기 보다는 <역전의 여왕>에서는 30~40대 남성 샐러리맨들이 느끼는 애환을 공감있게 풀어놓는 모습이더군요. 특히 소위 라인을 잘 타서 승진이 승승장구하는 남성이 아니라 열심히는 일하면서도 번번히 승진 인사고가에서만큼은 미끄럼을 타게 되는 만년 과장이 비애를 보는 듯 하기도 합니다.

드라마가 사실상 '그렇고 그런 해피엔딩을 보여주겠지'하는 뻔한 결말을 예상할 수 있겠지만, 그 뻔한 결말보다는 어려움속에 자신을 버려야 하는 봉준수라는 캐릭터의 회사 생활은 어쩌면 이 시대의 중년 남성들이라면, 특히 샐러리맨 들이라면 공감갈 수밖에 없는 모습일 거라 보여지더군요.

회사에서는 언제 짤릴지도 모르는 형편이지만, 집에서만큼은 큰소리치고 싶은게 아마도 남자들의 심리일 겁니다. 호되게 상사에게 혼을 났더라도 집에 들어오면 옆에 영원한 응원자가 있다는 안도감도 있겠지만, 무한한 책임의식이 들기 때문에, 한 여자 혹은 아이에게만은 절대 굶기지 않으리라는 남자의 자존심이 생겨나는 것이겠죠. 드라마속 봉준수의 모습이 어쩌면 현대인들 특히 중년의 남성 회사원들의 모습이 아닌가 싶기도 해 보이더군요.

얼마 오래전의 일도 아닐 겁니다. 바로 작년초에 느닺없이 불어닥쳤던 세계경기 둔화의 여파로 국내에서도 참담할 만큼 기업체에서의 칼바람이 불었드랬습니다. 물론 제가 대기업이나 중견기업에 다니고 이는 것은 아니었고, 그렇다고 고액의 연봉자는 더더욱 아니지만, 작년 한해, 소규모 업체들에서는 아마도 허리띠를 졸라매는 경험을 했던 분들이 많을 겁니다. 그리고 아직도 여전히 진행형인 회사들도 많이 있겠죠.

말 그대로 드라마 속에서는 구조조정으로 사원을 감축하는 방법이 등장했는데, 작은 회사의 경우에는 실제로 임금이 삭감되는 사태까지 일어났었죠. 한 국가에서만 일어난 일이 아닌 세계적인 추세때문에 회사 매출이 오르지 않았던지라 급여삭감을 당한 중년 직장인들이 많았을 겁니다. 또한 대기업에서도 구조조정이 불기도 했었구요.



<역전의 여왕>에서는 구조조정의 모습으로 시청자들의 공감대를 산 모습이었죠. 어느날 갑자기 권고사직를 받는다는 허망하기가 이를데가 없을 겁니다. 어디가서 먹고살아야 하는 막막함뿐일 것이겠지요. 중년들에게는 아이도 있겠고, 늙어간다는 사실에 노후에 대한 걱정도 쌓이게 되기 마련이죠.

회사로 찾아갔던 황태희는 자신의 남편이 구조조정 본부장에게 무릎이라도 꿇으라면 꿇겠다는 말을 해가면서 애원하는 모습에 눈물을 주체하지 못하죠. '이 남자 저렇게까지 일하고 있구나'하는 주부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모습이기도 하더군요.

직장생활하다보면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다수의 의견을 따라야 하는 때가 많이 발생하죠. 신세대들의 문화차이가 있어서 회식이라면 빠져도 되고, 술자리에서 마다해도 아무런 상관이 없다는 개인적 자율개방저인 회사문화는 정착된 것은 아닐 겁니다. 어쩌면 그것이 셀러리맨들의 비애라고 말하는 것이겠지요.


미리부터 해고시킬 사람들을 정해놓고 그 사람들을 위로한다는 취지 혹은 짤리는 사람들이 서로간에 위안받을 수 있게끔 한다고 한자리에 모아놓고 술자리를 만들어 놓은 구용식(박시후)은 군대시절에 고참병으로 온갖 얼차례를 안겨주었던 준수에게 그 몇십배의 수모를 안겨다 주는 모습이었습니다.

그런데 그때 준수의 아내가 들어와 회식자리에 함께 하게 되었죠. 흑기사도 있는데, 준수의 흑장미인 아내라고 소개하며 연거푸 글라스에 든 소주를 벌꺽벌꺽 들이킵니다. 그렇지만 그리 오래 버티지는 못하죠. 취기가 오른 태희는 용식에게 갑과 을에 대해서 얘기합니다. 소위 말해 세상에서 고생도 해보지 못한 고명하신 대기업의 재벌2세로 태어난 용식은 절대적 갑이라면 언제 짤릴지도 모르는 직장샐러리맨들이 바로 을이라는 것이었죠. 나가라면 나가야 되고, 시키면 시켜야 되는 것이 을인데, 그런 을의 처지를 갑이 어찌 알겠냐는 것이겠죠.



정말이지 황태희의 주정을 보면서 속 시원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마음 한구석이 꽉 막히는 듯하기만 하더군요.
왜 였을까요.
아마도 중년의 직장인들이라면 그 이유를 어느정도는 이해할 수 있으리라 보여지더군요. 쉽게 다른 곳으로의 이직이 쉬운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쉽게 새로운 것을 찾아볼 수 있는 용기가 생기지도 않거니와 더더욱 암울하게 하는 것은 그러한 도전이 실패했을 경우에 어찌할까 하는 막막함일 겁니다. '이 직장 아니면 갈 데가 없을까보냐'라는 너스레를 치면서도 사실상 그렇지가 않은 것이 중년이라는 남성이 가진 현대 사회의 초상일 거라 보여집니다.

가족을 먹여 살린다는 의무감은 남성들이라면 누구나 갖고 있는 생각일 겁니다. 하다못해 어려운 일이 생기더라도 쉽사리 가족들에게는 내심을 하지 않고 혼자만의 해결책을 고민하기도 하죠. 만년 과장이라는 타이틀이라면 연봉도 높지 않아 나이가 들었음에도 생활고는 여전히 밑바닥 인생을 벗어나지 못하겠지요. 그것이 어쩌면 중년이라는 남성, 아버지, 남편이라는 존재가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그러한 처지를 돌려세우지 않고 거침없이 쏟아내는 황태희라는 캐릭터가 공감가는 이유가 여기에 있었죠.

4회가 방송된 <역전의여왕>을 시청하면서 3회에서도 그랬었지만, 드라마가 끝났음에도 한동안 리모콘에 손을 댈수가 없겠더군요. 멍한 기분이 들었기 때문이었죠. 드라마속 봉준수는 한 아이의 아빠가 되어버린 30대 후반의 직장인일 듯 보여지더군요. 동질감이 들어서였을까 싶기도 했었구요.

봉준수는 회사에서 퇴직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으로 된 듯 해 보이더군요. 그렇지만 드라마의 구성상 좋은 사람과 나쁜 사람이 극명하게 갈려있는 모습이었죠. 한송이(하유미) 상무를 중심으로 악역이 구성되어 있는 반면에 아직까지는 완전하게 물들지는 않은 백여진 팀장, 거기에 철부지에 안하무인격인 재벌2세인 구용식이라는 인물은 태희-준수 부부에게 역경을 주기도 하고 도움을 주기도 할 것으로 보여집니다. 참 묘하게 시선을 끄는 드라마가 <역전의여왕>이라는 드라마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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