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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드라마리뷰

역전의여왕, 남편&아버지라는 존재에 웃다가 울었다

by 뷰티살롱 2010. 10.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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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롭게 시작하는 MBC의 <역전의 여왕>이 힘겨운 경쟁을 할 것이라는 예상이 든 것은 사실일 겁니다. 월요일 밤에 방송되는 드라마들을 보면 SBS의 <자이언트>, 뒷심을 발휘하고 있는 KBS2의 <성균관스캔들> 속에 <역전의 여왕>은 버거워 보이기만 한 대진표를 받아든 모습이었기 때문이었죠. 그런데 뚜껑을 열어보니 다른 드라마와의 인기비교에 앞서 현대를 살아가는 아버지와 남편이라는 남자들에 대한 비애에 공감이 가더군요. 대기업을 다니던 황태희(김남주)는 어느날 신입사원으로 들어온 봉준수(정준호)와 사랑에 빠져서 결혼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백여진(채정안)과 한송이(하유미) 상무에 농간으로 황태희는 회사를 그만두게 되었죠. 화려한 싱글에서 가난한 결혼생활이 시작되었다고 해야 할까 싶기도 한 모습이 황태희는 결혼생활이었다 할 수 있었죠. 문제는 싱글이었던 봉준수가 백여진과 과거에 애인이었다는 사실이었죠. 황태희가 그만두고 나서 백여진은 봉준수의 앞길을 막아서게 되는 팀장같은 모습이었기 때문이었습니다.

회사생활과 결혼생활이 시작된 <역전의여왕>은 김남주표 <내조의여왕>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기는 합니다. <내조의여왕>이 주부의 모습을 그렸다면, 황태희의 성공기를 다루고 있는 것이 <역전의여왕>이라 보여집니다. 회사에서 짤리고 마트에 갈 때에는 헐렁한 티셔츠 하나에 슬리퍼를 끌고 촌티나는 복색이 되어버린 소위 아줌마에서 사업아이템을 찾아내 실패가 아닌 가정과 일이라는 두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아내는 것이 최종적으로 <역전의 여왕>이라는 드라마의 큰 흐름으로 보여지기도 합니다.

헌데, 화려한 싱글에서 초라한 주부의 모습이 된 황태희가 눈에 들어오기보다는 가장이 된 봉준수의 모습에 드라마를 보면서 웃다가 눈물이 날뻔 하더군요. 황태희와 봉준수는 사내커플로 화려하게 결혼생활을 시작했지만, 결국 신혼여행에서 돌아와서 황태희는 회사를 그만두게 되었습니다. 한순간에 가정이 생계유지의 몫이 황태희가 아닌 봉준수에게 떠맡겨진 것이었죠.

5년이라는 기간동안 황태희는 다른 회사로 취업을 하지 못하고 초라한 가정주부로 변모해갔습니다. 그리고 봉준수는 회사에서 마치 대기발령이라도 받은 사람처럼 승진심사에서 번번히 미끄러져 떨어져 여전히 평사원으로 자리하고 있었죠.


준수가 다니는 회사에 일대 구조조정이 몰아치고 사원들은 하나같이 '자신은 아니겠지'라는 바램을 품게 되었습니다. 봉준수의 회사생활과 가정생활을 시청하면서 보는 내내 정준호식 코믹연기에 한참동안을 웃기도 했었습니다. 아내에게만은 힘없는 남편의 모습이었기에 잔소리하는 황태희의 바가지를 고스란히 받아내면서도 '승진'이라는 말 한마디에 남자로써의 자존심을 세우기 위해 당당하게 거드름을 피웠죠. 그런데 그 승진은 커녕 봉준수의 말은 거짓이었습니다.

자신이 승진했다는 말 한마디에 마냥 좋아하는 황태희를 보면서 봉준수는 아마도 혼자만의 시름이 시작된 모습이었습니다. 더욱이 결혼 5년이란 기간은 자신의 아내뿐만이 아니라 이제는 한 아이의 아버지로써 자리하게 되었던 것이죠. 회사에서 구조조정이 시작되고 봉준수는 정보를 미리 알아내기 위해서 목영철(김창완) 부장이라는 동아줄을 잡았지만, 사실상 썪은 동아줄일 뿐이었죠. 봉준수는 과거 자신과 사귀었던 여진이 이사하는 날에 손수 가구들을 옮기면서 비위를 맞추기도 했습니다. 어떻게 해서라도 구조조정에서 살아남아야 했기에 자존심이라고는 남아있지 않았었죠.

집에서는 거드름 피우고, 못질 하나 안하던 준수가 여진의 이사짐을 날랐다는 소리에 태희는 한소리을 날립니다. "집에서는 못질하나 않던 사람이 왠일이래. 난 당신이 그런 건 하지도 못하는 줄 알았지 뭐래"하면서 거들먹거리는 태희에게 준수는 '더한것도 할 수 있다'며 큰소리를 치죠. 태희는 준수의 말에 기분이 나쁘지는 않은 표정이었습니다. '그래도 이 남자가 자신과 아이의 남편이자 아빠'라는 든든함이 있었던 것이죠.   

준수의 그 한마디를 들으면서 드라마 <역전의여왕>은 과거 한 주부의 내조로 성공하게 되는 남자이야기가 아닌 이 시대의 남편이자 아버지로써의 초상을 보는 듯했습니다. 회사에서 상사에게 싫은 소리 들어가면서 늘상 동료와의 술자리에서는 '내가 이 회사를 때려치우고 만다'라며 큰소리를 치지만 아침이 되면 어김없이 고단한 몸으로 출근길에 오릅니다. 혼자였다면 자존심 구겨가면서 회사에 남아있을 수 없었겠지만, 가족이라는 울타리를 지탱해야 하기에 아버지라는 존재는 오늘도 자신의 자존심은 버리기로 합니다. 한번 고개를 숙이게 되면 기뻐해야 할 아내가 있고, 아이가 환하게 웃기만 합니다. 그렇기에 씁쓸함과 어려움은 잠시 외출을 보내기로 하는 게 유부남이라는 존재가 아닐까 싶더군요. 봉준수와 황태희의 결혼생활이 주는 코믹스러움으로 한동안 <역전의 여왕>을 시청하면서 웃음을 짓다가 마지막에는 숙연해지는 느낌마저 들더군요.


더욱이 봉준수는 과거 군생활하던 당시에 쫄따구로 들어왔던 구용식(박시후)이 구조조정 본부장이라는 사실에 아연실색하게 됩니다.  잘 나가던 봉준수였었는데, 이제는 상황이 역전이 되어버린 것이었죠. 새까맣게 아래였던 이등병을 고참으로 쌩까면서까지 놀려댔었는데, 용식의 말이 모두가 사실이었던 것이었죠. 자신은 이름있는 대기업은 아니지만 재벌 20위안에 드는 기업의 아들이라는 용식의 말에 헛웃음지으며 농담으로 받아들였던 군생활이 후회가 될 것이었겠죠.

구용식이라는 캐릭터가 과거 방송되었던 <내조의여왕>에서 보여주었던 허태준(윤상현)이라는 재벌 2세가의 모습과 교차되기는 한 모습이지만, 앞으로 준구-태희 커플과 어떻게 엮어나갈지 기대되는 모습입니다. 구조조정으로 만나게 된 봉준구와 용식은 서로가 도움을 주는 관계가 될지 눈길이 가기도 하더군요. 예전에는 고참병이었던 봉준구였지만, 이제는 상황이 역전되어 직장 상사, 그것도 높기만 한 본부장의 자리에 올라있는 용식을 보게 된 준구는 어떻게 대응하게 될까요. 직장인으로써의 남자의 일생을 고스란히 담아놓은 듯했던 봉준구의 코믹과 씁쓸함에 자꾸만 뭉클해지기만 하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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