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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드라마리뷰

로드넘버원 17회, 소지섭의 폭풍연기 - 시청율이 아쉽다

by 뷰티살롱 2010. 8.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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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드라마인 MBC의 <로드넘버원>이 이제 그 마지막을 향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당초 예상과는 비교할 수 없는 바닥을 치는 시청율을 뒤로 하고 배우들의 열연을 본다면, 웰메이드라는 말이 세삼스레 생각하지 않을 수 없는 드라마가 <로드넘버원>일 듯 합니다. 17회가 방영되는 동안 무엇인가 2%가 아닌 10%의 부족함을 느꼈을 직한 것들은 배우들의 어설픈 연기력이 아닌 전체적인 드라마를 이루고 있는 상황들이라 할 수 있을 듯 합니다.

흔히 애국가 시청율과 비교하는 최하위 시청율과도 같은 모습이 요즘 <로드넘버원>의 시청율일 듯 합니다. 4~5%의 저조하다 못해 밑바닥이라 할 수 있는 시청율을 보이고 있으니 말이죠. 하지만 지난 17회에서 보여주었던 소지섭의 폭풍같았던 광기어린 열기는 그야말로 소지섭이라는 배우 한사람의 내면연기의 절정을 보여주는 듯한 모습이었죠. 한영민 중위의 비겁스러운 도주로 인해 한차례 위기를 맞으며 후퇴한 2중대는 밀려드는 중군군을 맞아 교전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렇지만 2중대를 이끄는 이장우(소지섭)의 정신상태는 이미 평양에서 총에 맞아 쓰러진 수현(김하늘)을 구하지 못한 때부터 이상증세를 보이고 있었습니다. 진내폭격이 이어지고 장우의 곁에서 북한군 장교(오만석) 또한 죽음을 맞게 되었죠. 후퇴하던 도중에 붙잡은 북한군 장교와 함께 식사를 하던 장면은 어쩌면 남과 북이라는 대치상황에서 이념을 뛰어넘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었죠.

2중대는 그렇게 사지를 뚫고 후퇴해 결국 대전병원에 후송하게 되었죠. 그렇지만 이장우 대위는 누구의 접근도 불허하는 정신이상증세를 보이고 있었죠. 어쩌면 장우에게는 윤삼수(최민수) 중대장을 포함해 자신의 곁에서 죽어간 수많은 전우들의 외침소리가 들리는 듯한 모습이기도 했었던 것이죠. 그리고 전쟁에 대한 트라우마는 어쩌면 수현의 죽음을 통해 표출되었고, 수현이 없는 현실에서 장우는 자신을 감당할 수 없는 지경에까지 이른 듯 보여졌습니다. 수많은 전우들의 죽음을 보면서도 장우에게는 수현이라는 여인이 존재하는 한 자신을 잃지 않을 수 있었던 것이지요.


장우의 정신이상에 대한 원인에 대해서 쉽게 이해할 수 있었던 것이 중대원이었던 오종기(손창민)의 다리절단 모습에 오열하던 장면에서였습니다. 잘려나간 오종기의 다리를 부여잡고 하염없이 울고 있는 장우의 모습을 보면서 장우는 스스로 더이상 자신의 곁에서 죽어나가는 전우들을 볼 수 있는 자신이 없어진 것은 아니었나 싶었습니다. 너무도 많은 전우들이 죽음의 강을 건넜고, 마지막에는 수현마저 죽었다고 생각하니 자기자신조차 감내할 수 없는 전쟁의 상처들을 끌어안을 수 없었던 모습이었습니다.

정신이 나간 듯한 사람의 모습에서 어떤 때에는 광기에 사로잡힌 사람의 모습으로 그리고 또다시 온전한 사람의 모습으로 시시각각 변화하는 장우의 모습을 연기하는 소지섭의 연기는 말 그대로 전율같은 모습이었습니다. 장우의 몸속에는 세사람이 공존하는 듯한 모습이기도 했었죠. 미쳐버린 사람과 정신을 잃어버린 사람 그리고 정상의 인격체들이 무작위적으로 쏟아져 나오는 듯한 모습이었습니다.

흔히 소지섭이라는 배우를 소간지라는 별명으로 부르곤 합니다. 하지만 17회에서의 소지섭의 연기는 간지나는 연기가 아닌 폭풍연기와도 같은 모습이었습니다.


동료를 구하지 못한 죄책감에 사로잡혀 자신의 곁으로 더이상 접근하는 것을 불허하는 장우의 모습을 보이고 있었고,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마치 넋이 나간 사람의 모습으로 180도 바뀌어버렸다고나 할까 싶어집니다. 전쟁발발과 후퇴, 그리고 낙동강 방어선을 넘어서 북진해 평양으로 향한 장우에게 오로지 한가지 목적은 평양으로 떠났던 수현을 만나는 것이 전부였습니다. 하지만 2중대를 이끌면서 어느새인가 전쟁은 남의 것이 아니라 자기자신이 되어버렸습니다.

신태호(윤계상)에게 항시 장우는 말하곤 했습니다. 수현을 만나는 날 나의 전쟁은 끝이 날 것이고, 2중대는 앞으로 신소위가 맡으라는 것이었죠. 어찌보면 중대장으로써의 무책임한 태도였을 법해 보이기도 했지만, 전장을 겪으면서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어느새인가 장우는 자신의 곁에 있던 사람들의 죽음을 하나둘씩 만나게 되었습니다. 곁으로는 아무런 상관도 없다고 말하기도 했었지만, 누구보다도 장우는 다른 사람의 죽음을 마음에 묻고 있었던 것이었습니다. 그 수많은 전우들의 죽음들을 가슴에 묻으며 무너져내릴법한 자신을 다잡을 수 있었던 것은 다름아닌 수현이 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만날 수 있다는 살아있다는 믿음이 장우의 아픔을 잡아주었던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수현의 죽음을 눈으로 보면서 장우는 그동안 자신의 가슴속에 묻혀있던 전우들의 죽음, 전쟁에 대한 트라우마가 폭발해 버리고 말았습니다. 누구도 잡아줄 수 없었던 장우의 슬픔이었고, 태호또한 장우의 광기를 막을 수 없었습니다.


아픔을 그 원인을 찾아 치료해야만 하는 것이었습니다. 장우에게 죽음에 대한, 전쟁에 대한 깊은 슬픔은 어쩌면 그 슬픔자체를 애초부터 봉인시켜 둘 수 있었던 대상이 필요했습니다. 그리고 기적적으로 수현은 죽음에서 살아돌아온 것을 태호는 알게 되었습니다. 함께 싸우며 죽음의 문턱을 넘어온 장우는 태호에게 전우이자 친구가 되어버렸습니다. 그 친구를 위해 태호는 자신의 사랑을 버렸습니다. 사랑이 아닌 집착과 혼자만의 아집으로 보일 법해 보이던 태호의 사랑은 그렇게 손을 놓았던 모습이었습니다. 신태호는 수현이 있는 평택의 미군병원으로 가 장우를 살려내라고 합니다. 그리고 수현과 악수를 합니다. 연인이었던 여인에게 보내는 마지막 인사인 셈이었죠. 장우는 수현을 데리고 다시 대전으로 내려와 장우와 만나게 합니다. 

17회의 모습은 어느곳 하나 군데더기가 없는 모습이었습니다. 그동안 동감되지 못하던 등장인물들의 구조와 대립들을 떠나서 소지섭의 광기어린 폭풍연기와 후송되어 온 2중대원들 개개인들의 한과 슬픔, 그리고 미래에 대한 이야기까지 어느것 하나 나무랄데없이 보였던 회차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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