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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목드라마로 요즘 애청하는 KBS2의 <신데렐라언니>를 보고있노라면 묘한 느낌이 들때가 있습니다. 왜 <신데렐라 언니>라는 제목을 달았을까 하는 느낌이 첫번째였고, 동화적 상상력속에 존재하는 신데렐라라는 존재는 누구를 빗대어서 말하는 것일까 하는 점이었습니다. 드라마 구성상 은조(문근영)와 효선(서우)의 관계를 놓고 볼때, 한명은 분명 익히 알고 있는 신데렐라의 역할일 법하고, 또다른 한명은 신데렐라 언니에 해당하는 것일 테니까요. 그런데 혼란스럽게 하는 점은 동화속에 존재하는 신데렐라라는 이미지 즉, "신데렐라는 어려서 부모님을 잃고요♪~ 계모와 언니들에게 놀림을 받았드래요♬"라는 노래가사처럼 모진 생활을 겪다가 왕자를 만나 행복을 찾게 된다는 것이었습니다. 중간에 유리구두니 호박마차니 하는 것들은 일단 생략하기로 하고요.
드라마 <신데렐라 언니>를 처음 보았을 때, 왜 신데렐라 언니일까 하는 점에서 고개를 갸우뚱거릴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동안 읽어왔거나 혹은 만화영화를 통해 보았던 신데렐라의 주인공 시점과 다르게 계모의 딸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드라마일 것이라는 점은 쉽게 간파할 수 있을 듯합니다. 그런데 신데렐라의 원작을 놓고 볼때, 신데렐라는 일명 재투성이라는 뜻을 갖고 있는 말이죠. 일종에 집안일을 도맡아 하다보니 온몸에 재투성이가 된 모습이라고 할 수 있겠죠.
그런데 드라마 <신데렐라언니>에서 신데렐라는 다름아닌 효선이고, 언니역에는 은조가 되는 모습입니다. 동화속에 등장하는 신데렐라는 마음씨착한 어린 소녀였고, 계모와 딸들은 마음씨 나쁜 악인들입니다. 그 첫번째 모습을 생각해 본다면 은조는 분명 마음씨 나쁜 계모의 딸이 되는 겪이겠지요. 그런데 처음 드라마<신데렐라언니>가 선보인 모습에서 은조의 모습은 마음씨 나쁜 계모의 딸이라기 보다는 자기 자신조차도 사랑하지 못하는 세상과 벽을 쌓으며 온갖 불신을 지니고 있는 그런 모습이었습니다. 그렇지만 정말 나쁜 아이구나 하는 느낌이 들기보다는 단지 사람들의 접근을 스스로 차단시켜 놓으며 자신만의 성안에서 살아가는 폐쇄적인 성향을 지니고 있는 모습이더군요. 물론 그에 비해 효선은 마냥 사랑스럽고 주위 사람들로부터 사랑을 받는 말 그대로 신데렐라 같은 모습이기도 했었죠.
초반 4회인가까지의 모습을 표현해 본다면, 이 드라마가 정말 신데렐라 언니?인가 하는 묘한 느낌이었어요. 은조가 정말 나쁜 아이인가? 라는 뭐 그런것 때문에 드는 느낌이랄까 아니면 제목에서부터 배신을 당했다는 느낌이었다고나 할까요.
그런데 6회의 방송분을 보니 비로서 <신데렐라언니>라는 제목과 묘한 매칭을 이루고 있는 듯한 모습이었습니다. 그것은 어쩌면 계모의 역할로 등장하는 송강숙(이미숙)의 직접적인 변신 때문이었습니다. 은조는 계속해서 세상에서 탈출을 시도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심지어 자신의 어머니인 강숙으로부터도 분리되기를 희망하던 아이였죠.
참도가에 몸을 의탁하게 되면서부터 은조는 조건부로 효모개발에 전력을 다했었던 모습이었습니다. 떠날 준비가 되었다고 판단될 때에 보내주겠다는 구대성(김갑수)의 아버지로써의 사랑은 은조에게 있어서 자신에게 삶의 탈출구같은 것이었겠다 싶어 보였습니다. 어머니인 강숙의 동거생활을 지켜보아온 은조로써는 고단하고 힘겹기만 한 고통의 연속이었을 거라 보여집니다. 그런 삶 자체를 벗어나고 싶었던 게 은조의 속마음이었을 거라 보여지는 모습이었습니다.
그런 생활속에서 은조는 모든 것들이 짜증스럽기만 했던 것은 아니었을까요. 구대성의 말을 100% 믿었다면 아버지가 된 효선의 아버지이자 자신의 아버지이기도 한 대성의 말에 신뢰할 수 있으련만 오랜 시간동안 더디고 고딘 환경탓에 은조는 자신의 마음에 자물쇠를 채워놓았던 것이라 보여집니다.
6회의 마지막 장면이었었나요. 강숙의 말에 오열하는 은조를 보면서 앞으로 은조가 자신의 마음과는 다르게 정말 <신데렐라 언니>가 될 것같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동안 어린 학생시절에서 은조는 효선과의 관계를 돌이켜 보면 <악하다>라는 느낌이 들지는 않았습니다. 한가지 예로 효선이 좋아한다던 동수(연우진)가 준 꽃다발 주인이 효선이 아닌 은조였던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의 모습을 떠올려보면 간단히 이해될 것으로 보여집니다. 효선이 착한 모습에 은조는 <정말 내가 좋아하는 것이라면 뭐든 줄수 있으냐>고 물으면서 동수의 꽃다발을 자신의 꽃다발로 얘기했었죠. 하지만 효선이 꽃다발 속에 들어있던 메모를 발견했을 때, 봐도 되느냐는 말에 당황해하며 안된다고 했습니다. 은조는 메모를 읽으면 동수가 효선에게 꽃다발을 주었다는 것이 밝혀지게 될 것임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죠. 하지만 은조의 그같은 예측은 빗나갔고, 동수가 보낸 주인공은 다름아닌 은조 자신임을 알고 허탈스런 표정을 짓게 됩니다.
6회에서 강숙에 대한 말을 듣고 은조는 오열합니다. 구대성을 사랑하기는 했니 라는 말과 제발 그렇다고 말이라도 해 달라고 하죠. 강숙은 은조에게 참도가의 모든 것을 줄 것임을 명확하게 설명하고 있습니다. 효선에게 친딸처럼 사랑하며 살갑게 대했지만, 그 모든 것들이 사실은 은조와의 비교를 거듭함으로써 구대성에게 친딸이었던 효선이 걱정거리이자 말썽장이 허수아비로 전락하게끔 만들었던 것이었습니다.
은조의 오열은 일종의 자신의 마음속에 남아있는 양심이라고 할 수 있어 보이기도 했었고, 다른 한편으로는 양아버지가 된 구대성에 대한 죄책감으로 보였습니다. 자신을 믿고 지금까지 밀어준 믿음에 대한 배신에 오열하는 듯해 보였죠. 강숙의 말은 비수처럼 은조의 마음을 후벼파는 것이었습니다.
은조의 오열을 보면서 한편으로 인기드라마였던 <선덕여왕>의 비담이 떠오르더군요. 덕만과 비담(김남길)은 자신들의 뜻과는 달리 주위의 사람들에 의해서 서로 다른 길을 걷게 되는 비극을 맞게 되었습니다. 세력을 지키기 위해서 비담의 난이 일어났지만, 그것은 결코 비담의 의지와는 다른 것이었죠. <신데렐라 언니>에서의 은조 또한 비담의 모습과 달라 보이지가 않았습니다. 참도가를 차지하고픈 마음도 누구를 배신하고자 하고 싶지도 않았지만, 자신의 어머니인 강숙에 의해 휘말려들게 되는 모습이었습니다. 은조는 그저 아무도 모르는 곳으로 떠나고 싶었지만, 그때마다 자신의 어머니인 강숙에 의해 발목이 잡히곤 했었습니다.
그런데 강숙의 참도가에 대한 계획에 은조의 오열은 사실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볼 수도 있습니다. 그저 떠나기만 하면 되는 상황이니까요. 자신의 어머니인 강숙도 참도가의 으리으리한 대저택에서 안주인으로 풍족하게 살아갈 수 있는 모습이니 자신이 걱정해야 할 필요가 없어보이니 어찌보면 이상한 구도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은조의 삐틀어진 행동속에는 엄마인 강숙에 대한 애정이 뿌리깊게 자리하고 있는 모습이 아닐까 싶습니다. 외적으로는 모질고 억척같은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은조에게 엄마라는 존재는 떼어낼 수 없는 애증의 관계가 성립되고 있었다고 할 수 있겠죠. 결국 은조의 오열은 구대성이라는 양아버지에게 조금씩 마음을 열었는데, 그런 사람을 배신해야 한다는 사실과 자신의 엄마인 강숙이 말했던 대성참도가의 몰락을 생각하면서 점차 악으로 치닫는 엄마의 모습을 보면서 오열한 것은 아닐까 싶더군요. 엄마의 악은 어쩌면 은조 자신이 짊어지게 될 것이기 때문이죠. 참도가를 빼앗는 것 또한 엄마의 손에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닌 자신의 손으로 하나하나씩 전철을 밟아나가야 함을 알았기에 오열하게 된 것은 아니었을까 싶은 모습이었습니다. 이제부터는 정말 모진 계모의 딸인 신데렐라 언니가 등장하게 되는 것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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