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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극드라마리뷰

선덕여왕 44화, 국회파행 직접적 묘사- 제작진들 안전할까?

by 뷰티살롱 2009. 10.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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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화드라마로 독주체제를 이어가고 있는 인기드라마 <선덕여왕>이 최대 고비점이라 할 수 있는 미실의 난으로 이어지면서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는 모습입니다. 드라마 속에서 미실(고현정)이 말한 "가장 저열하고 치졸한 모습이어서 보는 사람들이 치를 떨게 할 정도"로 언급되는 화백회의의 긴급수집과 덕만공주(이요원)의 근위병들과 병부의 병사들이 첨예하게 대립되는 모습까지의 과정을 지켜보면서 시청자들은 어떤 생각을 하게 될지 얘기하지 않아도 분명해 보입니다.

인기드라마인 <선덕여왕>을 시청하고 있노라면 최근 몇회분량의 모습에서 현재의 정치계를 묘사하는 모습이 여럿 눈에 띄더군요. 다름아닌 국회의 모습이 그것이라 할 수 있는데, 드라마 상에서는 이를 다름아닌 만장일치제인 <화백회의>로 묘사되고 있습니다. 화백회의라는 것은 다름아닌 한사람의 반대표가 있더라도 부결이 되는 제도로 드라마 상에서는 10명의 귀족, 즉 화백이 참여해 자신들의 의사권을 행사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완전하게 동의하지 않으면 법안상정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뭐 그런거.

지난 43회를 기점으로 미실은 왕권도전에 정면으로 출사하게 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다름아닌 덕만공주의 스스로 왕의 계승자가 되겠다고 선언한 것과 김춘추(유승호)의 골품제의 폐단에 대한 발언으로 미실이 깨어나게 된 것이죠. 왕후에만 만족하며 꿈을 이어가던 미실은 덕만과 춘추의 행동과 언변으로 비로소 신라를 주름잡게 될 왕위에 욕심을 드러내게 된 셈이라고나 할까싶습니다.

그런데, 드라마속에서처럼 과연 미실이라는 인물이 진평왕 제위말기에 난을 일으켰을지는 분명하지 않을 듯 합니다. 역사적 사료에서 미실이라는 인물이 묘사된 것은 화랑세기 필사본에 잠깐 언급되어 있던 인물로 비추어지고 있는데, 드라마에서처럼 난을 일으킬만큼 영향력이 컸을거라 보기는 어렵겠죠. 하지만 그 반대의 경우도 있을 수 있다고 보여집니다. 다름아닌 나라를 뒤바꾸게 할 대역죄인이었다면 그동안 모든 역사서에 기록되어 있던 사실들은 왕실에서 제명시킬 수 있기 때문이죠. 그 시대에 살았던 사람이라면 모를까 미실의 난이라는 것은 사실상 미스테리이자 현시대 사람들에게는 추측과 가상에 기반을 둔 모습일 수밖에 없을 듯 싶습니다.

하지만 허구적인 미실의 난과는 별도로 칠숙과 석품의 난은 진평왕 제위말기에 일어났던 실존적인 일이죠.


이찬과 아찬의 품계를 지니고 있는 칠숙(안강길)과 석품의 난은 선덕여왕이 왕위를 물려받게 되는 계기가 되는 결정적인 난으로 평가되기도 하는데, 사실상 칠숙의 난은 일어나기에 앞서 왕에게 발각됩니다. 다름아닌 염종이라는 사람에 의해서 거사가 이루어지기가 무섭게 평정이 됩니다. 어찌보면 미실의 난은 칠숙의 난을 확대해서 묘사하고 있는 듯한 모습이기도 하더군요.

이야기가 다른 방향으로 잠깐 우회한 듯 합니다. 지난 44회에서는 미실이 군사정변을 일으키기 위해 군대를 동원하는 명분을 갖게되는 모습이 보여졌습니다. 가장 저열하고 비겁한 수라고 묘사하는 음모를 통해서 말이죠. 덕만파라 할 수 있는 김서현(정성모)과 용춘공(도이성)을 찾아가 술을 밤새도록 먹이고 그 술에 약을 타서 긴급소집한 화백회의에 참석하게 못하게 만든 전략을 보여주었습니다. 파발을 통해서 회의가 있다는 통보를 뒤늦게서야 받게된 김서현과 용춘공은 헐레벌떡 열성각으로 뛰어가지만 열성각 앞에는 병부의 병사들이 스크럼을 짜고 열성각 안으로 들어가지 못하게 막아서고 있었습니다. 이에 김서현과 용춘공이 도착했다는 소식에 풍월주인 김유신(엄태웅)과 알천(이승효)는 화랑들을 앞세우며 열성각으로 향합니다.


열성각 앞을 지키던 병부의 병사들은 사실상 무장을 하지 않은 상태였는데, 김유신의 화랑들은 무장을 한 채 이들의 저지를 뚫은 셈이 된 것이지요. 화백회의장에 들어선 용춘과 김서현은 덕만공주의 정무참여 박탈에 대한 논의에 반대표를 던져 미실파를 꺾는 듯 보였지만, 정작 비열하고 저급한 수라는 것은 화백회의를 통해 덕만공주가 정무에서 물러나게 하는데 있었던 것은 아니었습니다. 다름아닌 무력진압이라는 명문, 즉 김유신과 알천 등 덕만공주 파가 무장한 채 열성각 안으로 난입한 사실을 꼬투리 잡기 위한 계략이었죠.

결국 김유신과 알천이 있는 시위부 화랑들과 설원과 석품 등 있는 미실파 화랑들이 열성각 앞에서 일대 무력시위를 하는 장면으로 이어집니다. 또한 군대는 화백회의에서 난이 일어났다며 서라벌로 진군하는 잘 짜여진 일대 군사정변이 일어난 모습이죠.

화백회의가 열린 열성각앞에서의 모습을 시청하면서 너무도 눈에 익은 모습이 아닐 수 없었습니다. 지난해부터 올해초까지 이어지면서 파행적 모습을 보여주었던 국회의 모습과 너무도 흡사해 보였기 때문입니다. 아니 흡사하다는 표현보다는 시대극으로 포장만 했을 뿐 같은 모습이었다고 해야 할 듯 싶더군요.


여의도 국회에서 집권당인 한나라당과 야당인 민주당과의 대립은 지난 미국 쇠고기 수입에 대한 FTA 상정안에서, 혹은 미디어 법에서도 대립되곤 했었습니다. 국회에서의 회의자체가 열리지 못하던 때가 많았었고, 무력적인 충돌까지도 이어졌던 모습이었습니다. 더군다나 지난 미디어법 상정 때에는 아예 본 회의장에 들어서지 못하게끔 전경들의 회의장 앞을 진치며 민주당 의원들을 저지하던 모습까지 보였습니다. 이에 대해서 민주당은 아예 해머까지 들고 나서며 기습상정하던 한나라당에 맞서기도 했습니다.


미디어법에 대한 여야의 대립이 극도로 첨예하던 때를 기억해 본다면, <선덕여왕>의 열성각에서의 화백회의와 너무도 흡사한 모습이 아닐 수 없었습니다. 과거와 현재라는 시대적인 모습만이 달랐을 뿐, 김서현과 용춘공을 회의장 안으로 들어서지 못하게 막아서는 군부의 병사들은 무력적인 모습을 보이지 않고 안으로 들어서는 것만을 막아서는 모습이었고, 이에 대해 김유신과 알천은 덕만공주의 시위부 화랑들을 대동해 회의장을 점거한 병부의 병사들을 진압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어찌보면 회의장에 들어서기 위해서 해머를 들고 문을 부수던 미디어법 기습상정의 모습과 같아 보였습니다. 그리고는 열성각 앞은 준비하고 있던 미실파 화랑들과의 대립으로 아수라장이 되죠. 마치 해머에 대응해 소화기를 뿌려대며 아수라장을 만들어놓던 국회파행과 다를바가 없던 모습이라고나 할까 싶더군요.


미디어법 상정에 대한 국회에서의 기습적인 한나라당의 모습과 이를 저지하기 위한 민주당간의 몸싸움과 무력적인 모습은 민주주의의 퇴보라는 말이 나올만큼 전세계적으로도 수치스런 모습으로 보여졌습니다. 이에 대해서 각 당에서는 미디어법 상정은 기습상정이라는 측과 본회의장에 무력을 사용했다는 의원구속이라는 먹구름으로 변해가면서 장외싸움으로 변했었습니다. 아직까지도 해결되지 않고 진행형인 모습이라고 할 수 있겠죠.

선덕여왕이라는 인기드라마가 전면적으로 미실의 난을 그려보이며, 긴장감을 높이고 있기는 하지만, 개인적으로 제작진이 어떠한 외압에 걸리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들었습니다. 드라마에서 정치적인 모습이나 아니면 사회적인 이슈들을 간접적으로 묘사하는 모습은 여럿 눈에 띄었지만, <선덕여왕>의 열성각 시위장면은 묘사라기보다는 아예 한편의 <PD수첩>을 보는 듯한 모습이었습니다. 더군다나 MBC의 최근 모습을 보면 마치 방송을 통해 전면적으로 시위를 하는 모습이라고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다름아닌 시사프로그램들이 통폐합되는 시점에 있기 때문이죠. 

과거 방송되었던 드라마에서도 현대의 사회적 이슈들을 묘사했던 장면들은 많았었죠. 대표적인 모습이 이준기 주연의 <일지매>에서의 촛불집회 묘사가 그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특히 사극이라는 장르는 사회적인 이슈를 묘사하는데 가장 적합한 드라마 장르라 할 수 있습니다. 작가의 상상적인 면에 집중되어 있는 현대극과는 달리 사극이라는 장르는 역사적인 사실을 다루고 있기 때문에 그 시대의 집권당과 비주류 세력간의 권모술수가 이야기의 중심을 이루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과연 <선덕여왕>의 제작진은 어떤 제재를 받지는 않을까 걱정스러움이 앞섰습니다. 적나라한 묘사가 방송법에 부적절하다는 뭐 그런거~~(미실의 대표적인 대사죠^^)
미실의 난으로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는 <선덕여왕>을 애청하고 있는데, 44회에서의 열성각 앞에서의 무력충돌은 드라마의 재미를 떠나서 다른 한편으로 우려의 시선이 더 보여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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