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수목드라마인 '붉은 달 푸른 해'는 꽤나 시선이 꽂히는 드라마다. 달리 표현하자면 꽤 잘 만들어진 드라마이긴 한데, 시청율이 아쉽다는 얘기도 된다. '시와 죽음 그리고 아이' 이 3가지 요소는 '붉은 달 푸른 해'가 가지고 있는 핵심적인 키워드라 할 만하다. 죽음이 발견되고 그곳에는 한쪽의 시구절이 드러나 있다. 다른 죽음과는 차별점이 있는 연쇄적인 죽임이고, 시가 발견되는 곳에선 항상 아이가 연관돼 있다.

 

아동학대를 소재로 다루고 있는 드라마이다 보니 시청하는 것이 그리 편하지만은 않은 드라마이긴 하지만 드라마의 구성과 배우들의 연기력에 빠져들 수 밖에 없는 드라마라 여겨진다.

 

잘 알려지지 않은 배우들의 열연은 '붉은 달 푸른 해'에 집중할 수 있게 한 원동력이기도 했다. 그 중에서도 개장수로 등장한 배우 백현진은 소름이 돋는 듯한 능청스러움과 파렴치함을 고루 보여준 캐릭터였다. 자신의 아이를 방임하고 또다시 되찾는 과정에서 보여준 모습은 광기와 몰염치의 극상을 보여준 열연이었다.

 

하나를 아동센터에서 되찾아 왔지만 싸늘하게 시체로 발견된 고성환의 등에는 '모두가 죄를 먹고 시치미를 떼는데, 개처럼 살아가니 사람 살려라'라는 시구절이 남겨져 있었다.

 

아동학대 가해자인 박지혜와 노숙자 미라여인, 스스로 투신해 자살한 민하정에 이르기까지 그들의 죽음과 깊게 연결돼 있는 붉음울음이라는 닉네임을 가진 아이디를 쫓는 차우경(김선아)와 경찰강지헌(이이경), 전수영(남규리)는 한울아동센터에서 일하는 이은호(차학연)이 붉은울음이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하지만 이은호는 어린시절 한울센터의 큰원장으로부터 학대를 받았던 아픔을 갖고 있었다. 한울센터 원장인 송호민(김법래) 역시 아버지인 큰원장으로부터 아동학대 피해자였음이 밝혀졌다. 예상하건데 어린시절 이은호와 송호민은 같은 보육원에서 함께 자랐고, 큰원장으로부터 아들의 잘못에 대한 바람막이 역할을 했던 것이 이은호의 역할이었지 않았나 싶어 보였다.

 

드라마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는 아동학대에 대한 환경과 그 환경을 고스란히 받으며 자란 아이들에 대한 행동과 인성에 대한 이야기들은 경찰인 강지헌과 상담가인 차우경의 대화속에서 찾아볼 수 있기도 했다.

 

 

보호가 필요한 힘없는 아이들에겐 어른은 큰 바람막이가 되기도 하고, 한편으론 넘을 수 없는 거대한 벽일 수 밖에 없다. 때문에 거친 환경에서 살아온 아이(드라마에선 아동학대에 해당된다)에겐 자신이 살아온 환경이 일상적인 것이라 여기게 될 수 있고, 학대에 대한 개념을 당연시하게 받아들이게 되기도 한다. 아이가 성장하고 어린이 돼서도 자신이 살아온 어린시절의 기억과 경험은 하나의 트라우마가 되기도 할 것이니 말이다.

 

이은호는 어린시절 큰원장으로부터 학대를 받고 자랐지만 학대에 대해 거부할 수 없었을 것이고, 성인이 되어서 어느 순간 아이들에 대한 학대에 대해서 심판하는 존재가 된 것이라 여겨진다. 또 가해자인 어른들을 죽이면서 그것이 죄가 아닌 심판이라 여겼을 것이고 아이들을 구한 것이라 스스로를 합리화 시켜버린 것이다. 시를 남긴 것은 시를 좋아서가 아닌 어쩌면 가장 증오하는 대상이 됐기 때문이란 생각이 들었다.

 

스스로 심판자인 붉은울음이 돼서 아동학대 가해자들을 죽인 이은호는 원장인 송호민을 살인죄로 경찰에 붙잡히게 만들었다. 개인적인 상상이겠지만 드라마 '붉은달 푸른해'를 시청하면서 드라마의 전개도 탄탄한 구성을 내고 있는데, 심판자로 나선 이은호의 반전은 소름이 돋는 듯했다. 이은호에게 가장 최후의 심판은 비밀사이트에 접속해서 아동학대를 일삼는 어른들이 아니라 자신의 어린시절 학대를 가한 큰원장과 현재의 한울센터 원장이 아니었을까 하는 상상이 들었기 때문이다.

 

원장이 구속되고, 이은호는 큰원장을 찾아가 마지막 심판을 내렸다. 서재의 시집을 모두 꺼내어 찢고, 큰원장을 살해하고 입에 시집 종이들을 집어넣어 복수를 완성한 모습으로 비춰졌으니 말이다. 하지만 그보다 더 완벽한 복수는 스스로에게 내린 심판이었다. 차우경을 인질로 삼고 이은호는 엄마가 어린 자신을 버렸던 장소까지 이동했다. 경찰이 차우경과 이은호를 뒤쫓아왔고, 차우경을 겨눈 총구를 보고 강지헌은 이은호를 향해 방아쇠를 당겼다.

 

매사에 완벽하게 일처리를 하는 형사의 직업으로 모든 것을 의심하는 습성까지도 파악하고 있는 이은호였으니 어쩌면 차우경에게 총구를 들이밀게 된다면 강지헌이 실탄을 자신에게 쏠 것이란 것은 당연히 알고 있었을 것이다. 결국 자신 스스로에게 심판을 내리기 위해서 총구를 차우경에게 겨눈 것은 아니었나 싶기도 했다. 아동학대 가해자가 죄가 있지만 그들을 살해한 것은 심판이 아닌 죄에 해당한다. 완벽한 복수라 여겨졌을법한 이은호의 최후였다.

 

 

상당사인 차우경은 스스로의 행동에서도 분노를 표출하려는 숨어있는 잔인성이 드러낼 때가 있었다. 아이를 방임하면서 돈을 요구하던 아이엄마를 차로 들이받으려 했었지만, 인간은 이성과 본능 사이에서 어느 한쪽을 선택하고 그 선택이 더 올바른 방향이라는 것을 알기에 마음속으로는 수백번 '죽었으면 좋을 인간들'이라 외치지만 정작 살인자는 될 수 없다.

 

아동학대 가해자들을 연쇄적으로 살해한 붉은울음의 정체가 밝혀진 가운데, 드라마 '붉은 달 푸른 해'는 마지막 반전을 남겨두고 있다. 차우경에게 나타난 녹색옷을 입는 어린 소녀의 정체와 차우경의 관계다.

 

녹색옷을 입은 소녀가 차우경 자신이라 생각했었지만, 병상에 누워있는 자신의 동생 차세경(오혜원)임이 암시됐다. 드라마 초반부터 느낀 점이기는 했는데, 친모도 아닌 계모인 허진옥(나영희)과 차우경의 관계다. 세상에 둘도 없는 혈육인 차세경-차우경 자매는 교통사고를 당했었다. 차우경은 괜찮았지만 동생 세경은 사고로 식물인간처럼 병원신세를 져야 했다. 남편이 죽었는데, 계모인 허진옥은 병상에 누워있는 세경의 병수발을 묵묵부답으로 받아주고 차우경에게도 살갑지는 않더라도 딸을 돌봐주며 친모처럼 대해줬다.

 

헌데 왜 병상에 누워있는 세경의 어린시절 모습이 차우경에게 나타난 것이었을까. 어쩌면 아동상담가인 차우경 역시 어린시절 아동학대를 받았던 것이 아닌가 하는 반전을 예상해 본다.

 

강지헌과의 대화에서도 표현했듯이 어릴 적 폭력에 노출돼 있는 아이들에겐 그 세계가 일상처럼 여겨지는 것처럼 차우경과 차세경은 어린시절 계모인 허진옥이나 혹은 자신들의 아빠로부터 학대를 받았던 것이 아니었을까 하는 반전말이다.

 

푼(www.pooq.co.kr)에서 VOD로 다시 볼 수 있다.

 

마지막까지도 녹색옷을 입은 소녀가 차우경에게 나타난 이유가 도통 갈피를 잡히지 않고 궁금할 따름이다.

Posted by 뷰티살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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