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은 높아지고 몸이 살찌는 가을이다. 지방 어딘가는 벌써부터 눈이 내려 설국을 이루고 있다는 소식이 있기는 하지만, 아직까지는 늦가을의 정취가 가득한 11월이다.

 

충남 서천하면 한산모시가 유명하지만, 여행지로 손꼽히는 곳 중 하나가 바로 신성리갈대밭이다. 우리나라 갈대밭이야 커다란 강가를 끼고 있는 곳이라면 쉽게 찾을 수 있는 곳이기도 하겠지만, 잘 정돈돼 있는 곳을 찾기는 그리 쉽지는 않다.

 

 

충남 서천 신성리갈대밭은 영화 '공동경비구역 JSA'로 많이 알려져 있는 곳이다. 해마다 갈대밭을 찾는 여행객들이 줄을 잇는 곳이기도 하는 곳이 '신성리갈대밭'인데 유명한 드라마 촬영지로 이국적인 모습을 찾아오는 여행자들에게 선사한다.

 

 

신성리갈대밭으로 향하기 전에 점심을 해결하기 위해서 색다른 식당을 들렀다. 요즘에는 지방초등학교들이 학생수 미달로 인해서 많이 폐교가 되고 통합된다고 하는데, 그 때문에 학교건물을 다른 용도로 이용하는 이들이 많이 늘어나고 있다.

 

혹은 지자체에서도 폐교를 특화시켜 박물관 등이나 미술관 등으로 용도를 변경해서 새로운 지역 여행상품으로 거듭나고 있다고 하는데, 신성리갈대밭으로 향하는 길목에 '갈숲식당'이라는 곳이 눈에 띄었다.

 

학교건물을 그대로 사용해 식당으로 활용하고 있는데, 나름 운치가 있고, 학교에 들어서면 옛날 책상들이 전시돼 있어서 기성세대들에게는 과거 어린시절 공부했던 학창시절을 떠올리게 하는 곳이다.

 

 

정갈한 서천지역의 나물과 호박부침 등이 한상에 올려지고 그 가운데로 먹음직한 보쌈 그릇이 올려진다. 학교에서 먹는 점심의 맛은 묘한 매력을 주는 식사다. 어린 시절이 떠올라서일지, 맛이 남달리 느껴진다.

 

이런 밥상을 마주하고 있노라면 왠지 지방 막걸리는 빼놓을 수 없는 음주거리 중 하나일 듯 하다.

 

우리네 전통 먹걸리가 쌀과 누룩으로 빚어진 곡주라는 점에서 '거기서 거기'라고 여길 수 있겠지만, 먹걸리는 지역마다 특색있는 맛을 갖추고 있다. 일동 막걸리가 그러하듯이 충남 서천의 먹걸리는 서천지역의 맛을 담고 있다.

 

 

점심을 든든하게 해결하고 차로 이동하면 채 10여분의 시간도 지나지 않아서 신성리 갈대밭에 도착한다.

 

차가운 바람이 부는 주말 오후인지라 두꺼운 외투와 점퍼 차림의 여행자들이 많이 눈에 띄이기도 했는데, 평지를 걷는 갈대밭 산책로라는 점에서 가벼운 옷차림의 가족들도 꽤 많이 눈에 띄였다.

 

금강 강가에 조성된 신성리 갈대밭은 그 크기만 해도 압도적인 모습이다. 가을을 지나고 있는 신성리 갈대밭의 갈대들은 푸르르던 옷가지를 벗고 이제는 갈색의 양탄자를 두른 모습이었다.

 

송강호, 이영애, 이병헌 주연의 영화 '공동경비구역 JSA'의 영화 판넬이 갈대밭으로 들어서는 초입에 여행자들을 맞이하고 있었고, 저마다 스마트폰을 꺼내들고 기념사진을 찍는데 몰두하는 모습들이다.

 

 

이곳 지명이 갈숲마을인가 보다. 주말에 많은 외지인들이 찾다보니 자연스레 이곳 신성리갈대밭 광장에는 팜마켓이 형성돼 있었고, 현지에서 수확한 농산물을 판매하는 모습들이 보였다.

 

여행을 하다보면 길가에 늘어서 있는 팜마켓을 만나는 것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지만, 마주칠때마다 새롭기만 하다. 어떤 지역에는 나물이 대표적인 판매상품으로 나와있기도 하고, 어떤 지역에서는 약용식품, 어떤 지역에서는 과일류가 단골처럼 판매되기도 한다. 지역의 팜마켓을 만나는 것은 한편으론 그 지역의 나고자라는 작품과 문화를 만날 수 있는 또하나의 지표인 셈이기도 하다.

 

탁 트여있는 6만여평의 갈대밭을 마주하고 있으면 영화의 장면 하나하나가 떠오르는 듯하다.

 

그중에서도 '공동경비구역JSA'의 한장면이었던 송강호와 이병헌이 처음 만나는 장면이다. 남북이 대치하는 긴박한 철책에서 수색하던 도중에 이병헌은 지뢰를 밟게 되고, 설상가상으로 북한군과 마주치게 된다.

 

서로가 서로에게 총을 겨눈 일촉즉발의 순간이 지나고 각자 조용히 헤어지려 한 순간에 이병헌은 울먹이며

 

'가란다고 그냥 가냐 ㅜㅜ 살려줘~~'

 

공동경비구역에서 서로에게 노출되지 않고 긴장감이 높아질 상황에서 한편의 촌철살인 블랙코미디 한방은 영화 '공동경비구역JSA'의 명장면이기도 했었다.

 

갈대밭을 따라서 산책로가 조성돼 있기는 하지만, 성인 키를 훌쩍 넘겨버린 갈대숲 한가운데로 들어서면 길일지 아니면 갈대가 만들어놓은 미로일지 분간이 되지 않는다. 길은 그저 길처럼 여겨질 뿐이고, 그 길 끝에는 갈대밭을 빠져나갈 수 있을지 묘한 불안감마저 생겨난다.

 

이정표와 앉을 공간이 없다면 걸어가는 방향이 맞는 것인지 분간이 되지 않는다. 과장이 다소 심하다 싶다.

 

조성된 길을 따라 나룻터까지 걸어가 봤다.

 

가을 햇볕이 금강의 물결과 어울러져 따스함마저 배어드는 오후의 시간이다. 나른함마저 들게 만드는 신성리 갈대밭의 산책은 곤한 아이가 잠에 빠져들 듯이 여행자의 걸음을 멈추게 만드는 마력을 지닌다. 그래서일까 갈대숲 이곳저것에 마련돼 있는 정자와 벤치에 조금은 쉬어가며 휴식의 숨고르기를 하는 사람들이 여럿 보이기도 한다.

 

이곳 신성리갈대밭은 겨울철이면 고니와 청둥오리 등 철새의 군락지로도 유명하다. 충남 서천은 갈대숲이 많은 고장으로 습지나 갯가, 호수 주변에 군락을 이루며 자라는 갈대의 특성을 보면 서천의 자연환경을 가늠할 척도가 되는 좋은 예이기도 하다. 인근에는 하구둑 유원지 외에 가까운 군산에 월명공원, 서천군의 춘장대해수욕장, 한산모시관 등 연계 여행지가 많아 찾아볼 만한 곳들이 많다.

 

무성한 갈대숲으로 조성된 산책로 빠져나와 갈대밭이 한눈에 펼쳐져 보이는 아스팔트 길위로 올라섰다.

 

한시간여의 산책이 그리 힘들지 않다. 그도 그럴것이 금강을 따라 평지인 강변를 산책하는 것이니 높은 산위로 오르는 산행과는 다른 편안함의 연속이다.

 

강둑에서 내려다보는 갈대밭은 장관이다.

 

아스팔트 강둑길을 경계로 한쪽으로는 가을갈대가 무성하고 또 다른 한쪽은 추수를 끝낸 논이 펼쳐져 있다.

 

어린 아이 하나가 자신이 키우는 강아지와 함께 산책길을 나선 모습이 정겨워 웃음이 절로 나온다.

 

비교적 넓은 갈대광장 한복판에선 오랜만에 야외로 나온 가족이 가족운동을 하는 모습이 눈에 띈다. 춥지도 그렇다고 덥지도 않은 가을의 11월. 가을햇사마저 사랑스러운 날씨에 어쩌면 갈대밭 산책은 가을여행의 백미가 아닐런지 싶기도 하다.

 

단풍이 진 11월을 보내고 12월로 들어서는 마지막 가을여행, 조금은 덜 신경쓰고 가벼운 몸으로 금강변을 따라 조성된 신성리갈대밭을 찾는다면 시간의 흐름속에서 어쩌면 찰나의 순간에 시간이 멈춰 흘러가고 있는 것을 발견하게 될지도.

 

<유익하셨다면 쿠욱 하트 뿅뿅~~>

Posted by 뷰티살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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