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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극드라마리뷰

마의 38회, 이름을 날릴 것인가, 사람을 살릴 것인가

by 뷰티살롱 2013. 2.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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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진왜란 때에 소실되었다는 임언국의 종기치료 종합서라 할 수 있는 '치종지남'의 재등장으로 사극의학드라마인 '마의'가 새로운 흥미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한의학이라는 의학분야는 신비로운 분야이기만 하다. 필자는 한의학과 양의학에 대해서 과연 어떤 의학이 더 우월한 것인가를 생각해보곤 한다. 사람의 몸을 중심으로 의학이 발달된 분야가 한의학인 반면, 양의학은 병의 직접적인 원인이 세균을 죽임으로써 병을 치료하는 의학이다. 이러한 동.서양의 서로 다른 체제에서 신비롭게 보이는 것은 한의학이기도 하다. 

mbc드라마 '마의'는 한방과 양방의 중간에 해당한다는 생각이 들곤 한다. 기존 한의학 드라마에서는 보여지지 않았던 '의과술'이 백광현(조승우)에 의해서 새롭게 조명되고 있으니 말이다. 마취와 절개를 통해서 환부에 드러난 종기를 제거함으로써 병의 직접적인 원인을 없애는 수술장면은 현대의학의 외과술을 그대로 보여주는 듯한 모습이기도 하다. 이러한 수술집도 모습은 한의학이라기 보다는 양의학에 가까운 수준이기도 하다. 그렇지만 침을 이용해 마취를 하는 과정은 분명 한의학이다.

사람의 몸에 칼을 대서 환부를 도려내는 방법으로 치료하는 백광현에게 새로운 적수 최형욱(윤진호)의 등장은 새로운 흥미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그동안은 이명환(손창민)을 통해 한의학과 새로운 외과술에 대한 대립이 볼거리를 만들었는데, 없어졌다던 치종지남을 들고 시체를 해부하는 매골승이 되어 등장한 이가 쵯형욱이다.


외과술로는 백광현보다 더 뛰어난 실력을 갖고 있는 최형욱이지만 한 스승밑에서 나온 사람이라는 것이 밝혀졌다. 바로 사암도인(주진모)의 제자였음이 드러났다. 사암은 시체가 훼손된 사건으로 최형욱이 조선으로 온 것을 직감했다. 놀라운 해부술로 시체가 훼손되었음을 알게 된 사암은 제자인 소가영(엄현경)에게 '그놈이 돌아왔다'고 설명했었다.

사암과 최형욱의 만남은 백광현을 만나기 이전에 소가영과 함께 제자를 들였을 때의 인물일 듯하다. 그런데 소가영이 최형욱에 대한 평가를 떠올려보면 백광현과는 달리 자신의 영달과 광영에 환자들을 더 많이 이용했었다는 느낌이 든다. 이같은 평가는 사암과 백광현의 질문과 답에서도 찾을 수 있는데, 광현에게 왜 무리하면서까지 환자를 살리려 하느냐는 질문에 광현은 '더 많은 환자들을 살리기 위해서, 왕실사람을 치료하게 되면 외과술에 대한 편견을 백성들이 떨칠 수 있기 때문에' 라고 답했다.

외과술이라는 학문은 조선시대에는 사술과도 같은 의술이기도 하다. 사람의 몸을 파헤쳐 환부를 없애 병을 낳게 하다고는 하지만, '신체발부 수지부모'라는 유교적 사상이 깊었던 조선시대에서 절개를 통해 병을 낳게 한다는 의술은 쉽게 받아들여지지 않았을 것이다. 비록 높은 벼슬아치의 다리를 절단하면서까지 병의 진행을 막고 목숨을 살려주기는 했다지만 생살을 도려내는 듯한 외과술이 쉽게 받아들여질 수 있겠는가.


백광현은 자신의 가지고 있는 외과술의 한계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특히 절개를 통해서 환부를 도려내는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파상풍과 패혈증은 치명적인 약점이기도 했다. 그로인해 광현은 기름진 음식과 술을 섭취함으로써 자신의 팔에 난 종기를 키워 도리어 자신의 몸을 실험도구로 만들고자 했다.

백광현에게는 자신의 몸까지 실험도구로 삼아야 했던 데에는 그만큼 환자에 대한 절박함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과거 자신의 스승이었던 고주만(이순재)를 죽게 만든 것은 광현이 아닌 파상풍이 원인이었다. 수술은 성공적으로 끝났었지만, 수술후유증으로 인해 파상풍이 발생해 끝내 목숨을 잃었었고, 백광현에게는 조선 최고의 외과술이라는 명성을 얻었지만, 여전히 자신이 죽음으로 내몬 고주만 스승의 죽음은 떨쳐낼 수 없는 트라우마 같은 것이었다.

미련하기만 하다. 환자를 살려야 하는 의원으로써 자신의 몸을 실험도구 삼는다는 것은 분명 미련한 행동이다. 하지만 그 미련함이 한사람의 환자를 더 살려내고자 하는 의원의 마음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었던가.


세자의 얼굴에 난 부종을 치료하기 위해서 이명환 대신 백광현이 투입되었고, 이명환은 최형욱을 만나게 되었다. 최형욱은 이미 백광현의 외과술이 실패할 것이라는 것을 예견했다. 얼굴의 부종을 없애기는 했지만 백광현은 눈에 보이지 않는 혈맥을 건드려 지혈이 되지 않는 위험한 사태를 맞게 되었는데, 최형욱은 이미 그같은 일들을 예견했던 것이다.

사암의 제자였던 최형욱과 백광현 두 사람의 차이는 환자에 대한 마음에서 시작되는 듯하다. 최형욱은 의술의 경지로만 본다면 백광현보다 분명 한수 위의 명의의 수준이었다. 수술하는 것을 직접 보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정확하게 수술이 실패할 것을 예견했다. 수년간 시체들을 해부하면서 최형욱은 사람의 오장육부와 신체에 대해서 누구보다 많은 것들을 알고 있었을 것이다. 특히 그의 의술을 한단계 끌어올린 것은 임언국의 '치종지남'이라는 의서였을 것이다.

치종지남에 대한 의서는 백광현의 스승인 사암도인도 전혀 본적이 없는 것이었다. 치종지남이 있다면 보다 더 많은 종기환자들을 살려낼 수 있을 것이라는 사암의 말을 떠올려본다면 분명 왜란때 소실되어 누구에게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의서라는 얘기가 된다.


조선땅으로 돌아왔다는 사제의 이름에 소가영(엄현경)은 화들짝 놀랐다. 이는 과거 백광현을 제자로 받아들이기 이전에 이미 소가영과 최형욱은 같은 스승인 사암을 모시고 있었다는 얘기가 된다. 특히 그렇지만 최형욱은 자신의 의술을 이용해 부귀영화를 누리고자 했었을 것이라는 예측이 들었다. 그러나 의술을 이용해 돈을 벌고 명성을 얻으려 했던 최형욱과 달리 사암은 재산과 명성에는 그다지 관심이 없어 보이는 인물이다.

자신의 몸을 실험도구로 삼아 병을 키웠고, 세자의 병을 치료하겠다고 나서는 백광현에게 '왜 그토록 세자의 치료에 집착하는 것이냐'며 사암은 물었다. 그 질문에 백광현은 사람들이 외과술에 대해서 무서워하고 멀리하려 하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최형욱과 백광현의 외과술에는 분명한 차이가 있다. 죽어가는 사람을 살려내는 외과술이기는 하지만 최형욱은 새로운 외과술을 통해서 자신의 이름과 부를 얻으려 했던 반면, 백광현은 오로지 환자를 살리는 것에 관심이 있었다. 명의가 될 수는 있지만 명의가 되기 이전에 인의가 되는 것이 먼저가 아닐까.


이명환에게 백광현의 실패를 예견했고, 그 예견은 적중했다. 새로운 외과술의 달인인 최형욱이 백광현에게 최대의 적수가 될 것인가? 아니면 의학적 스승이 될 것인가?

한가지 예상되는 것이 있는데, 최형욱이 무작정 백광현을 적수로 만들려 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예상이다. 자신이 스승으로 모셨었던 사암을 뛰어넘고 싶은 명예욕이 최형욱에게 있다면, 백광현에게 자신의 의술을 전수해 주어 사암으로부터 제자를 빼앗아감으로써 자신의 명성을 얻으려 하는 복수극을 보여주지 않을까하는 예상이 든다. 이는 백광현이 이명환에게 했었던 복수의 한 부분이기도 하다. 특별시료청에서 구제하지 못한 환자들을 고쳐내며 이명환의 가진 의학적 명성을 하루아침에 무너뜨린 백광현의 복수가 어쩌면 사암을 향한 최형욱에게서도 나오지 않을까 싶다 <사진은 인용을 목적으로 사용되었습니다. 사진출처 = mbc 월화드라마 '마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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