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즐거운 국내여행

[경북 상주]함창향교, 가을의 정취와 상상력으로 찾아본 배움의 전당

by 뷰티살롱 2012. 10. 24.
반응형

역사가 깊은 고장에는 학식이 깊은 학자들의 많이 배출된 것을 알 수 있는데, 거기에는 학문을 계승하고 배움의 가르침이 있는 서당 등이 있기 때문이기도 하지요. 현대에도 유명 대학교나 고등학교, 중학교 심지어는 조기교육의 중요성 때문에 초등학교마저도 학교 인근에는 자녀들을 교육시키려 집을 장만하는 것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과거에는 어떻게 학생들을 가르쳤을까요? 현대에는 고등 교육기관인 대학교가 있지만 옛날에는 태학이나 성균관이 있어서 양반들의 자녀들을 가르치기도 했었습니다. TV 드라마였던 '성균관스캔들'에서도 유생들이 출연하는 모습들이 보여졌었는데, 현재나 과거나 가르치고 가르침을 받는 것은 매한가지이기도 합니다.

경북 상주시 함창읍에는 한시간 정도의 짧은 여행으로 옛날의 배움의 모습을 엿볼 수 있는 곳이 있는데, '함창향교'가 그곳입니다. 향교는 다른 지역에도 많이 존재하고 있기도 한데, 지역마다 사람들을 가르치는 곳이기도 합니다. 충청남도에서 유년을 보냈었는데, 서산시에도 향교가 있는데, 아마도 우리나라 곳곳에 이러한 이름있는 향교들이 많이 있을 거라 여겨집니다.

상주시 함창읍 교촌리에 위치해 있는 '함창향교'는 조선 태조 7년 객관이 있던 구향동의 남쪽 언덕에 창건되었고, 인조 14년에 이곳 교촌리로 이전된 것이라고 전해지고 있습니다. 그 후 인조 26년에 면륜당을 중건했고, 1907년 현감 이종호가 다시 중수하였습니다.

상주시는 알고계시듯이 지난 2011년 6월에 슬로시티로 지정된 고장이기도 합니다. 함창읍과 공검면 이안면 3개면을 상주 슬로시티로 지정받게 되었는데, 이례적으로 3개도시가 한꺼번에 슬로시티로 지정된 것은 흔치 않은 일이기도 하지요.

'빨리빨리' 라는 말이 70~80년대 산업화를 이루려던 한국어의 대명사로 자리하기도 했었지만, 반드시 빠른 것이 좋은 것만은 아니라 봅니다. 가을 하늘이 청명한 날에 찾은 '함창향교'의 모습을 보면서 '느림의 미학'이라는 단어가 새롭게 생각나기도 했었습니다.

서울에서 2시간 남짓을 소요해서 도착한 상주시는 하루여행으로는 빠듯한 여행이 될 듯도 해 보입니다. 그만큼 볼거리가 많다는 얘기인데, 대표적인 상주의 관광지인 '경천대'를 오르는 것만으로도 하루 반나절이 필요하기 때문이지요. 거기에 상주박물관과 자전거박물관, 공검지와 용화사, 상안사 등의 사찰들을 돌아보기 위해서는 3~4일은 필요하다고 보여지기도 해요.

상주에 도착하면 왠지 모르게 '천천히' 돌아봐야 할 것만 같은 기분에 쌓이게 되기도 하는데, '슬로시티'로 지정되어 있기에 마음적으로도 여유가 생겨나서일까 싶기도 해요. 특히 아기자기한 '귀농마을'을 찾게 된다면 예쁜 마을풍경에 빨리 돌아보고 가야한다는 생각은 멀치감치 버려두어야 할 거예요. 발길을 붙드는 마법이 깃들어 있는 곳이라는 얘기지요. 얼마전에 함창에는 '함창명주박물관'이 생겨나서 볼거리가 하나 더 추가되었으니 발길이 쉽게 떨어지지 않는 고장이기도 합니다.

가을의 정취가 물씬 풍기는 날에 찾아간 '함창향교' 앞의 고목나무는 어느새 물들었는지 단풍이 빨갛게 물들어가고 있었어요. 향교로 올라서는 계단의 오른쪽 편에는 비문들이 세워져 있었는데, 한자를 많이 알고있는 편은 아닌지라서 해석을 따로 해드리지는 못하겠어요ㅜㅜ

함창향교는 목조기와집으로 맞배지붕을 갖고 있는 조선초기의 건축물이기도 합니다. 총 6동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소설위 향교로 천묘후학의 배치형식을 갖춘 대성전, 명륜당, 동재와 서재, 고직사 등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서울에서 이른 시간에 출발할 때에는 비가 추적거리며 내리는 바람에 내심 걱정하기도 했었는데, 상주에 도착하고 향교에 이른 오후에 접어서니까 비가 개이고, 흐렸던 하늘이 개였습니다. 비온 뒤에 하늘을 올려다 본 분들이라면 아실건데, 먼지한점 없는 파란 하늘이 청색의 심연을 연상케 하기도 합니다. 서울에서야 하루가 지나면 금새 뿌연 하늘로 변하기도 하는데, 파란 가을 하늘을 보는 건 그리 쉬운 이이 아닐거예요.

가을이면 하늘이 높아진다고 하는데, '함창향교'에서 올려다본 하늘은 하늘이 높다는 말이 어떤 의미인지를 알 수 있었던 하루이기도 했었습니다. 향교의 지붕위로 새털구름이 지나가고 있는 모습을 한참이나 쳐다보고 있노라니 자연스레 발걸음은 바삐 움직여지지 않았습니다.

옛 것에는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게 하는 세월이 느껴지기도 하지요. 함창향교의 외벽을 돌아 뒷문을 통해 들어가는 길목에 서서 흙을 발라 돌담을 쌓은 외벽에서도 옛 선조들의 모습이 떠오르기도 합니다. 후학을 양성하고 배움의 전당이기에 마음도 한결 숙연해지기도 했었어요.

함창은 고녕가야국시대로부터 상주와 버금가는 독자성을 띤 문화를 형성해온 고장이기도 한데, 함창인물 배양에 함창향교가 큰 역할을 했을 거라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하늘마저도 함창향교의 방문을 반기는 듯해 보였어요. 마치 한폭의 그림을 보는 듯한 비온뒤의 하늘만큼이나 함창향교의 모습은 위엄이 있는 모습이었고, 옛스러움이 물씬 풍기는 곳이기도 합니다. 옛날이나 현대나 배움에 대한 열의는 변하지 않는 것이기도 하지요. 인간이 인간답게 사는 것과, 동물과 다른 것은 배움과 학습에 있기 때문일 겁니다. 생각하고 생각하고 또 생각하는 것이 인간이기 때문이지요.

총 6동으로 이루어진 함창향교의 동재입니다. 맞은 편에는 서재가 위치하고 있는데, 두개의 동.서재가 마주보고 있는 모습에서는 열띤 토론이 생각나기도 하고, 쌍극의 대립을 보는 듯하기도 하더군요. 한국의 역사를 들여다보면 수많은 정적들의 대립과 왕과 세도가들의 싸움이 끊이지 않았던 모습을 볼 수 있는데, 함창향교의 마주보고 있는 위치해 있는 동.서재의 모습은 어쩌면 한국의 역사와 현재의 정치사이기도 해 보입니다.

지방문화재 문화재자료 제 124호로 지정된 함창향교는 해마다 음력 2월과 초정일에 춘계석전과 음력 8월 초정일에 추계석전을 지내고 있으며, 청소년 인성교실과 1일 향교생활, 한자교실 등 교육과 체험의 장으로 활용되고 있기도 합니다.

쌀과 명주 그리고 곶감의 '삼백의 고장'인 상주 함창읍에 위치해 있는 '함창향교'는 배움의 전당이기도 하지만 과거 향교라는 곳이 후학을 양성하는 역할만 한 곳이 아니었습니다.

학습의 장이라 할 수 있는 명륜당과 동서재의 윗쪽에는 대성전이 위치하고 있는데, 제례를 지내는 곳이기도 합니다. 학습을 위한 곳만이 아닌 역할을 향교가 과거에는 했었다고 볼 수 있을 거예요. 유학을 신봉한 조선시대에 선비들의 정신은 몸을 가지런히 하고 가꾸는 것도 게을리하지 않았습니다.

가을에 찾아가본 함창향교의 모습은 잠시 기둥에 몸을 기대어 흘러가는 구름을 감상하고 싶을만큼 가을의 정취에 푹 빠지게 만들기도 했었습니다. 이른 아침에 마음을 심란하게만 했던 빗줄기는 온데간데 없고, 파란 하늘과 그 위에 흰 물감을 뿌려놓은 듯이 새하얀 구름이 흘러가는 모습에 한동안 마음을 빼앗겨 버리고 말았습니다.

좋은 것을 보게 되면 마음도 고와지기 마련인가 봅니다. 서울생활에서 하루 24시간이 부족하게 바삐 움직였었는데, 이곳 함창향교의 깊어가는 가을날씨를 만나게 되니 하루쯤은 느리게 움직이고 생각해도 부족하지 않을것만 같았어요. 어쩌면 모자랄 지경이었지요.

오랜 세월을 견디어낸 건축이라는 것을 알려주듯이 대성전으로 들어서는 대문 지붕위에는 노송이 뿌리고 간 씨앗들이 고개를 내밀고 있었습니다. 얼핏 알기로는 지붕위에서 자라난 노송의 싹은 약재로도 쓰인다는 얘기가 생각이 나기도 하는데, 마치 군대에 입소하기 위해서 머리를 짧게 깎은 군인의 머리처럼 기와지붕 틈새를 비집고 자리를 잡고 있었습니다.

현대의 건축물들은 모두가 일륜적으로 똑같은 형태의 콘크리트 건물들이 도시위에 세워지고 있는데, 아파트나 빌라 등의 고층건물들은 현대적 건물이기는 하지만 개성이 엿보이지는 않기도 합니다. 기와로 지붕을 만들고, 나무와 흙으로 기둥과 벽을 만든 옛 건축양식을 보게 되면 콘트리트로 마치 벽돌을 찍어내듯이 짧은 시간동안 만들어지는 현대의 고층건물에서는 엿볼 수 없는 개성미가 물씬 풍기기도 합니다.

어쩌면 기계에 의해서 만들어지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의 차이이기도 할 거예요. 거푸집을 만들고 시멘트를 기계로 혼합해 일사천리 만들어지는 과학적인 콘크리트 건물이기는 하지만, 과거의 건축양식은 어느 것 하나 사람의 손이 가지않은 부분이 없습니다. 기와를 올리고 기둥을 깎아내는 모든 과정들이 장인의 손을 거쳐 만들어지는 것이니 옛 건축물을 보면서 감탄하지 않을 수 없을 겁니다.

옛 것을 보존하는 것이 어쩌면 선조들의 협동적인 모습을 엿볼 수 있기 때문은 아닐까 싶기도 해요. 잠시동안 '함창향교'가 건축되었을 당시에 어떤 모습이었을까 생각해 보았습니다. 황토흙을 나르고, 마당 한껸에는 아름드리 나무를 깎아 대들보를 만들었을 거예요. 한낮의 더운 날씨속에서 수많은 사람들은 고목나무 아래에서 잠시 흘러내린 땀을 홈치며, 몰려드는 졸음에 잠시 낮잠을 청하기도 했을 수도 있겠지요. 동네 아낙들의 막걸리를 담은 점심이 날라오고 한낮의 갈증을 풀었던 옛날의 모습들이 떠오르기도 합니다.

심신을 수양하고, 마음가짐을 바로 잡았을 모습을 생각하니 함창향교의 앞마당에서는 기품이 느껴지기도 합니다. 무엇하나 쉽게 지나칠 것이 없어 보이기만 했습니다.

명륜당의 넓은 공간에 많은 학생들이 모여 글읽는 소리가 문틈으로 새어나오는 듯하기만 합니다. 때론 장난스럽고 짓궂음을 보이기도 했을 것이고 스승으로부터 야단을 맞기도 했었겠지요.

함창향교는 1시간이면 모든 것을 돌아볼 수 있는 곳이기도 하고, 빠르면 30분만에 곳곳을 관람할 수 도 있을 거예요. 하지만 사당의 제를 지내는 모습을 떠올리며, 학생들의 청아한 글읽는 소리를 가만히 눈감고 상상해 본다면, '느리게 즐길 수 있는 볼거리'가 깃들어 있는 곳이기도 합니다. '슬로시티 상주'의 모습처럼 이곳에서는 빠른 걸음보다는 한걸음 한걸음에 옛날의 모습들을 상상해 보시는 것은 어떨까 싶어요.

<유익하셨다면 쿠욱 추천버튼(손가락)을 눌러주세요~~ 글쓰는데 힘이 된답니다. 아래 구독버튼으로 쉽게 업데이트된 글을 보실수도 있답니다^0^>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