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대 학창시절을 보낸 분들이라면 우스갯소리지만 로보트태권브이와 마징가제트가 싸우면 누가 이길까? 람보와 코만도가 싸운다면? 하는 농담을 많이 해봤을 거예요. 영화 '친구'에서 '바다거북이와 조오련 선수 중에 누가 더 빠르냐' 는 얘기와 비슷한 유형일 건데, 의학계에서도 상반되는 치료법을 보이고 있는 게 양의학과 한의학에 대한 비교는 많은 논란을 있을 거예요.
메스와 신약으로 사람이 지닌 병의 원인을 치료하는 양의학에 비해, 침과 뜸으로 병의 근원을 다스리는 한의학은 일반 환자들에게는 '어느것이 더 좋은가'하는 궁금증이 들기도 하지요. 단시간에 치료하는 양의에 비해 동양의 한의학은 오랜기간동안 인내를 통해서 천천히 병을 다스리는 방법을 보이고 있는데, 병의 원인이 되는 한가지에만 치료하기보다는 병과 연관되어 있는 다른 신체부위에 대해서도 침을 통해 기를 보충해 줌으로써 병을 완전히 치료하는 방법이라 할 수 있을 겁니다.
tvN에서 어제 첫 방송된 수목드라마 '제3병원'은 양립되지 않은 두 의학체계인 양의학와 한의학의 협진이라는 소재를 다루고 있는 드라마입니다. 얼핏 보기에는 두 의학체계는 근본적으로 시작과 끝이 다른 의학이지만, 환자들에게는 양의와 한방 두 가지에 대한 기대가 높을 수 밖에 없을 겁니다. 특히 중병을 앓고있는 환자들은 지푸라기를 잡는 심정으로 양학과 한방을 겸해서 치료를 받는 분들도 많을 거예요.
첫방송을 시청하면서 <제3병원>은 두 의학체계에 대한 협진이라는 부분이 흥미롭고 새로운 부분을 도출할 수 도 있겠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대립되는 양의와 한의학은 논란을 부추길 것이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수술을 통해서 환부를 도려내는 양의에 비해서 몸의 피부를 침과 뜸으로 다스리는 한의학의 대립이니까 말입니다.
한의학이든 양의학이든 일반인이 갖고 있는 신입견은 두 의학체계가 모두 사람의 생명을 중시한다는 점일 겁니다. 요즘에는 상업적인 형태로 의학들이 발달되어 있어 병원을 찾게되는게 무엇보다 부담스럽기도 하고, 일부에서는 환자들의 병을 이용해 돈벌이를 한다는 인식이 높을 겁니다. 그도 그럴것이 진료하는 장비를 이용하는 비용은 한번 사용으로도 수십만원이 넘는 진료비가 청구되기도 하기 때문이지요.
메디컬 드라마가 시청자들의 인기를 끄는 요소는 당연한 일이기도 하지요. 사람이라면 한번쯤은 몸이 아파서 병원을 찾게 되고, 뜻하지 않는 불운을 만나게 되면 수술을 받아야 하는 상황이 찾아오기도 하니, 절대 남의 일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언젠가는 나에게도 닥칠 수 있는 상황이 바로 병원에서 진료를 받는다는 것일 거예요. 생로병사를 겪어야 하는 인간이기 때문에 드라마에서 고난이나 역경에 대한 이야기, 특히 생명을 다루는 메디컬 드라마는 인기를 끌수밖에 없는 것이지요.
첫회가 방송된 tvN의 <제3병원>은 두 양한의학 의사의 캐릭터에 시선이 가더군요. 김두현(김승우) 양의학 의사와 김승현(오지호) 한의학 의사의 등장은 환자의 생명에 대한 열정으로 카리스마를 뽐내던 모습이었습니다. 졸음운전으로 사고가 난 현장에서 응급처치로 환자의 폐에 들어찬 피를 빼낸 김두현은 부서진 두개골을 열고 수술을 집도했습니다. 그에 반해 김승현은 환자에게 유용한 약초를 캐기위해서 가파른 암벽을 등반하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두 사람이 가지고 있는 환자에 대한 애정을 가늠케 했습니다.
그렇지만 두 사람의 성격은 정반대였습니다. 외과 전문의인 김두현은 말이 없는 차가운 냉혈형 인간인데 비해 한의학 의사인 김승현은 다정다감하고 코믹스러운 따듯한 의사의 모습을 보였습니다. 대립되어 있는 두 의학체계의 모습을 보여주는 모습이기도 해 보이더군요.
첫 방송으로 등장한 두명의 의사 중 눈길을 사로잡은 것은 한의학 의사인 김두현이었기도 했습니다. 어려운 수술을 무사히 끝마친 김두현이라는 캐릭터도 주목되기는 했는데, 초반에 코믹스러움으로 웃음을 선사한 김승현은 무척이나 인간적인 모습이었기 때문이었습니다.
간혹 다리를 접질러 동네 한방진료원을 찾곤 하는데, 갈 때마다 양방병원의 메케한 포르말린 냄새는 문을 들어서게 되면 오싹한 차가움을 느끼게 되기도 하지만, 한방의료원의 문을 열게 되면 갖가지 한약냄새와 향기가 코를 자극하기도 합니다. 동네 노인분들이 많이 찾는 곳이 동네의 한방진료소이기도 한데, 침을 놓으면서도 다리 곳곳을 진맥하면서 접질러진 곳에만 침을 놓는것이 아니라 머리에서 발끝까지 침을 꽂는 경우도 더러 경험했었습니다. 혹은 피로를 많이 느낄 때에도 침을 맞는다면 전신에 몇개의 침을 맞거나 뜸치료를 해주기도 하지요. 한방과 양방이라는 서로 다른 병원의 이미지는 마치 <제3병원>에서의 김승현과 김두현 두 의사의 이미지와 같은 것이기도 해 보이더군요.
김승현은 진료를 하면서도 아주머니들과 농을 하면서 우스갯소리로 회진을 돕니다. 그에 비해서 김두현은 차가운 카리스마가 마치 포르말린의 알콜을 연상하는 모습이기도 했습니다.
최강의 동안을 자랑하는 여배우 김민정의 출연도 반가운 모습이었어요. 공중파에서 방송된 <뉴하트>에서의 하얀 의사가운이 무척이나 어울리는 여배우기도 했었는데, 지난 제작발표회에서 보았던 이미지와는 또다른 말괄량이 소녀의 이미지로 첫등장을 했었습니다. 말괄량이 같은 이미지가 달리 보면 <뉴하트>에서의 캐릭터와 닮은 듯 보이기도 하지만 여배우 김민정에게 너무 잘 어울리는 캐릭터이기도 해 보였습니다.
진혜인(김민정)과 한의학 의사인 김승현과의 첫 만남은 그야말로 코믹함의 정수를 보여주었지요. 절벽에서 채취해온 약초를 이용해 환을 만든 김승현은 전화를 걸다 바닥에 떨어진 환을 집어들기 위해서 허리를 구부리고 기어갔었는데, 공교롭게도 양의학 의사인 정승희(최윤소)의 다리밑이었습니다. 짧은 붉은색 미니스커트를 입고 있었던 정승희의 다리밑을 기고 있는 김승현의 모습은 말 그대로 치한의 모습이었지요. 앞뒤 상황도 볼것 없이 혜인은 승현에게 발길질을 날렸는데, 혜인과 승현의 로맨스가 하이코믹으로 전개될 것이라는 것을 예감해 하는 장면이기도 했습니다.
혜인과 승현의 코믹러브라인은 치한에서 비아냥으로 발전해 진료하는 과정에서도 이어졌습니다. 회진하는 승현이 할머니와 이야기를 하는 과정을 혜인은 어린꼬마환자와 낱말찾기를 빌어서 비아냥 거렸습니다. 그런데 알고보니 낱말찾기가 아니라 스토쿠 게임이었습니다.
러브라인에서는 차가운 두현에 비해 혜인과의 관계에서 먼저 앞서간 승현의 모습이 첫방송에서 보여졌었습니다. 하지만 혜인이 한의학이 아닌 양의학 의사라는 점에서는 승현의 후배이니 러브라인에서는 가산점이 주어진 셈이지요.
절대로 양립할 수 없을 것만 같은 두 의사 승현과 두현의 양의학과 한의학의 대립이 첫방송에서부터 시작되었는데, 김두현이 수술한 환자가 한쪽 팔이 마비되자 한의학 김승현에게 진료를 받게 되었습니다. 한의학은 사람의 혈자리에 침을 놓음으로써 끊어진 혈을 이어준다는 이론을 갖고 있습니다. 두현은 자신의 환자의 몸에 꽂혀있던 침을 뽑으며 승현과의 본격적인 대립을 예고했습니다.
의학체계로는 양의학과 한의학은 공존할 수 없을 것만 같은데, tvN의 새로운 수목드라마 '제3병원'은 물과 기름처럼 섞일 것 같지 않은 두 의학이 협진을 통해서 새로운 의료체계를 구현해 나갈 수 있을지 주목이 됩니다. 한가지 확실한 점은 양의학이든 한의학이든 사람의 생명을 살리는 데 어느 것 하나 뒤에 있거나 앞에 있지는 않다는 점일 거예요. <tvN의 '제3병원'은 티빙(www.tving.com)을 통해서 다시 볼 수 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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