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화제가 되고 있는 tvN의 '응답하라 1997'의 성공요인은 무엇이었을까요? 신비주의 전략 혹은 추억이 되살아나게 하는 향수주의 전략이었을까요? 첫 드라마 시작부터 지금까지 시청해왔는데, 드라마의 성공요인에는 신비주의나 혹은 향수주의에 있었던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요. 가장 근본적인 성공요인에는 진짜 가족같이 여겨졌던 시원(정은지)의 가족사가 주는 코믹이 아니었나 싶기도 합니다. 성동일과 이일화 두 배우의 맛깔스러운 부산사투리섞인 조연의 힘은 단 1회에서 시선을 잡아끌던 요소이기도 했었습니다. <응답하라1997>은 코믹적인 요소를 배제하고 시원과 윤제(서인국)의 러브라인만을 고집했다면 아마도 이처럼 폭발적인 성공까지는 거두지 못했을 거란 생각이 들어요. 질풍노도의 시기인 고등학생들의 시절, 현재의 중년들이 느낄 수 있는 공감대가 드라마속에 적절히 녹아있기 때문에 성공한 것이 아니었나 싶기도 합니다.

코믹적인 시원의 가족에서 출발한 드라마 <응답하라1997>은 신비주의로 곧바로 이어졌지요. 바로 시원과 윤제 그리고 윤태웅(송종호)의 3각관계가 숨쉴새도 없이 몰아쳤습니다. 3각관계의 형성은 바로 현재의 시점인 2012년을 기준으로 1997년이라는 과거의 시간으로 흘러들어가게 되지요. 시청자들에게 이미 결말을 보여주기는 했지만, 그 결말은 교묘하게 얽혀놓아서 궁금증을 유발시켜 놓은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현재의 시원은 두 남자중 한 남자의 아내가 되어 있는데, 과거 1997년의 시간에서는 풋풋한 여고생과 남고생 그리고 선생이 있었습니다. 친남매처럼 자랐던 시원과 윤제의 관계는 분명 훗날 부부가 되는 것을 믿어 의심치 않았지만, 묘하게도 시원의 사랑은 윤제가 아닌 태웅이 될수도 있다는 호기심이 자극되어 버립니다. 바로 신비주의의 시작이 셈이었지요.

1997년이라는 시간은 현재의 중년이 된 사람들에게는 멀지 않은 추억의 시간이기도 합니다. 패기와 열정이 가득했던 어린 질풍노도의 시기는 누구나 한번쯤 겪었을 것이고, 드라마 <응답하라1997>은 30대가 되어버린 현재의 중년들에게는 아련한 추억이 되기도 할 거예요.

16부작인 <응답하라1997>은 11회와 12회를 거치면서 장막속에 감추어져 있던 신비주의를 벗었습니다. 과연 윤제와 태웅 중에 시원의 짝이 누구일까 하는 점이었지요. 첫 방송부터 동창생들이 모인 자리에서 누군가 결혼발표를 하게 될 것이라는 수수께끼를 제시했던 <응답하라1997>은 두가지 수수께끼를 연속으로 드러내 보였습니다. 학찬(은지원)과 유정(신소율)이 결혼발표를 한다는 것이 이미 앞서에서 보여졌는데, 그 뒤를 이어서 시원의 임신이라는 새로운 수수께끼가 새롭게 등장했었지요.

하지만, 11회와 12회를 거치면서 더이상의 수수께끼는 없는 모습이더군요. 시원의 상대가 누구인지, 결혼발표를 하게 되는 커플이 누구인지에 대한 수수께끼는 더이상 없다는 얘기지요. 12회에서 태웅은 자신의 마음을 시원에게 전달해 줍니다. 또한 윤제역시 시원에게 자신의 마음을 고백합니다. 반지를 통해서 말이지요. 누군가의 손을 잡게 된다면 마음을 잡게 된다고 하지요. 그래서 사람들은 결혼할 때에 반지를 선물하는가 봅니다. 그런데 윤제와 태웅 두 형제는 시원에게 같은 선물인 반지를 선물합니다. 누가 보다라도 시원이 선택한 반지의 주인공이 누구인지를 쉽게 알 수 있는 회차이기도 했습니다.

윤제는 노래방에서 시원에게 자신의 마음을 고백하며, 자신의 형이 좋아하는 사람이 시원인데 두 사람에 대한 자신의 감정을 이야기합니다. '우정? 지랄한다' 며 말하고 떠난 윤제의 말 한마디에는 형인 태웅에 대한 애정과 이성인 시원에 대한 사랑이 함축되어 잇는 말이기도 했었습니다. 윤제는 형이 좋아하는 시원을 빼앗을 수도 그렇다고 시원과 친구처럼 예전으로 돌아갈 수도 없었습니다.

그런데 이미 수수께끼가 풀려버린 <응답하라1997>은 한층 더 영악스러운 전개를 드러내 보이고 있습니다. 이미 상대가 누구인지 노출되었지만, 여전히 앞으로의 전개를 기대하게 만들고 있으니까요.

왜일까요?

시원을 향한 윤제의 마음은 한결같았습니다. 그렇지만 시원은 그것을 알지 못했었지요. 언제부터인가 자신을 대하는 윤제의 행동이 어색함을 느끼고, 그 어색함은 시원에게 불편스럽기만 합니다. 하지만 그 불편함이라는 것이 평소에 너무 익숙해져 있었던 자신의 반쪽이었다는 것을 이제서야 알게 되었습니다. 윤제가 늘 바라던 같이 성장해 나가주기를 바라던 시원의 성장이 비로서 이루어지게 된 것이었지요. 하지만 시원은 윤제보다는 태웅을 좋아하던 상황이었지요. 그런데 눈을 떠보니 태웅을 좋아했던 것은 사랑하는 감정과는 다른 친근함이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늘 잘해주고 부족한 것이 없이 대해주었던 태웅의 친절함이 시원은 사랑이라 생각했지만, 멀어져있는 윤제에게서 진짜 사랑을 알게 된 것이었습니다.

시원에게 생일선물로 실반지 하나를 선물해주면서 윤제는 그렇게 떠나갔습니다. 1999년이 지나면서 윤제와 시원은 한번 더 성장해 나가고 있었습니다. 윤제는 사랑의 아픔을 시원은 사랑이라는 감정을 알게 되었습니다. 서로가 어긋나 반대편으로 가는 길을 걸어가고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말이예요.

그렇지만 두 사람의 사랑은 끝난 것이 아니었습니다. 잃어버린 강아지가 제 주인을 다시 찾아가듯이 두 사람 윤제와 시원은 진짜 사랑을 시작하게 된 것이었습니다. 바로 2005년에 말이예요.

드라마가 영리하다는 점은 12회에서 보여지고 있는데, 학찬과 유정은 한번의 헤어짐이 예고됩니다. 학찬이 유학을 떠나게 되면서 말이예요. 그런데 1997년과 2005년 그리고 2012년이 된 현재의 시점을 돌아보면 극중 등장캐릭터들의 성장기와 청년기 그리고 중년의 모습들이 고스란이 담겨놓고 있습니다. 이들 성장의 시기를 통해서 그들의 사랑또한 함께 성장해 나가고 있지요. 헤어진 윤제와 시원은 다시 만나게 되는데, 학생이 아닌 사회의 구성원으로 성장해 있습니다. 학찬과 유정은 어쩌면 2005년에 서로가 헤어져 있는 상황이기도 할 거예요.

유정은 학찬에게 사랑의 표현에 대해서 말합니다. 준희도 알고, 윤제도 알고, 성재(이시언)도 알고 있는 일들을 왜 자신은 모르고 있느냐고 말이지요. 사랑하는 사람에게는 비밀이 없어야 한다는 유정의 말에는 어린학생의 사랑에서 어른의 사랑으로 성장해 나가는 과정을 보여주고 있기도 합니다. 부모님의 말씀대로 유학길을 가야 하는 학찬은 아직까지 부모의 보호아래 있어야 하는 존재입니다. 학찬이 스스로 자립할 수 있는 위치에 오르는 것은 어른으로의 성장을 보여주기도 하지만, 남녀의 사랑의 결실인 결혼이라는 결말을 향한 레이스가 시작된 모습이기도 합니다.

질풍노드의 학생들이 겪는 첫사랑이나 혹은 좋아한다는 감정만으로 상대방을 향하는 사랑은 더이상 <응답하라1997>에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이제는 어른의 사랑이 시작되고 있는 것이죠. 시원과 윤제는 헤어지고 5년이 지난 2005년을 맞았습니다. 시원은 대학을 졸업하고 인터넷에 올렸던 글을 통해서 방송작가 되어 꿈에 그리던 HOT의 토니와 인터뷰를 하는 자리를 만나게 됩니다.

성인이 된 시원에게 사랑하는 사람은 누구일까요? 시원의 손가락에 끼워져 있는 반지의 주인공은 이미 더이상 수수께끼가 아니었습니다. 2012년이 되어서 만나게 된 동창생 모임에서 시원은 결혼반지보다는 커플반지를 고집하고 있는 모습에서 반지의 주인공이 누구일지는 쉽게 알수 있습니다. 학생의 신분에서 질풍노도같았던 시기에 가슴절절하게만 느껴지던 사랑은 윤제나 시원에게 더이상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이제는 한츰 성숙되어 있는 쉬핑크림 가득 넣은 커피를 주문하는 어른이 있을 뿐이지요.

흡사 인기드라마였던 <신사의품격>에서 장동건과 김하늘의 짝사랑에 대한 정의가 엿보여지는 드라마가 tvN의 <응답하라1997>에서 윤제와 시원의 사랑이기도 해 보이더군요. 몇번이나 윤제는 시원에게 좋아한다는 감정을 드러내놓았지만, 시원에게는 늘 남매같이 스스럼없이 느껴지던 윤제였었지요.

<응답하라1997>은 영리하게도 그동안 수수께끼 같았던 신비주의를 12회에서는 벗어버리고 어른이 된 사람들의 로맨스를 담고 있습니다. 과거에 잃어버릴 뻔 했었던 사랑을 되찾을 수 있는 기회가 마련되어 있는 모습이기도 한데, 시원과 윤제의 다시 시작되는 2005년 과거의 로맨스가 남은 4회에서 펼쳐지게 될 것으로 여겨지더군요. 사랑이 제자리를 다시 찾아가는 모습 말이예요. <응답하라1997은 티빙(www.tving.com)을 통해서 다시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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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뷰티살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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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근데 반지는 형 태웅도 준거라 윤제라고 단정짓는건 아직 아니지않나요?
    뭔가 반전은 있을듯...

  2. 드라마를 자세히 안보신 듯 하네요....글쓴님... 태웅이 준 반지도 윤제가 준것과 같거나 비슷한 거였어요. 태웅이 처음에 주려고 했던 반지는 너무 과하다는 동료의 말에 그냥 커플링 사서 선물했는데....마치 다른 반지를 선물했다는 투로 글을 쓰셔서... 다시 한 번 드라마 보시라고 말씀드리고 가요 ^^

  3. 관리자의 승인을 기다리고 있는 댓글입니다

  4. 응답하라 1997은 예전 아날로그의 감성을 불러일으키는 드라마라고 생각합니다.
    등장인물의 하나하나 개성있는 캐릭터는 극 중에서 흥미진진한 재미를 주지요.
    포스팅 잘 보고갑니다:)

  5. CJ라는 대기업 계열이라곤 하지만, 어쨌든 케이블 드라마라고 하기엔 너무나 짜임새 있게 만들어진 드라마입니다. 정말 푹 빠지게 되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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