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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극드라마리뷰

닥터진 7회, 드라마를 다큐로 만든 어설펐던 장면

by 뷰티살롱 2012. 6.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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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시대로 타임러프를 한 현대 외과의사의 활약상을 다루고 있는 SF사극드라마인 <닥터진>를 시청하고 있노라면 드라마일까 아니면 다큐멘터리일까 하는 생각에 고개를 갸우뚱거리게 할 때가 많이 있습니다. 조선시대로 간 진혁(송승헌)은 자신이 만나고 있는 흥선군 이하응(이범수)가 어떤 인물인지를 정확하게 알고 있지요. 더군다나 친철하게도 시청자들에게 나레이션을 날리는 친절함을 잊지 않습니다. 조선 말에 감히 생각지도 못한 수술법을 도입해 위급한 환자의 생명을 살리는 기발함이 엿보이는 의학드라마이기도 한데, 왠지 부족함이 드는 것만은 어쩔 수 없나 봅니다.

드라마 <닥터진>은 사극과 의학 그리고 환타지라는 장르를 한꺼번에 믹스해 놓고 있는 드라마입니다. 현대에서 진혁은 약혼자 미나(박민영)와 행복한 생활을 살고 있지만 한번의 다툼으로 인해 미나는 교통사고를 당하게 되죠. 그리곤 병원에서 정체불명의 환자때문에 타임슬립을 하게 됨으로써 조선시대로 떨어지게 됩니다. 그리고 그곳에서 현대의 미나와 닮은 영래(박민영)를 만나게 됩니다. 하지만 현재와 과거속에 살고 있는 미나와 영래는 서로 다른 방식으로 살아가는 사람일 뿐이었죠. 영래에게는 이미 김경탁(김재중)이라는 정혼자가 옆에 있었습니다.

조선시대의 의술로는 고칠 수 없는 병들을 진혁은 현대의술로 치료합니다. 괴질을 잠재우기도 하고, 인공호흡으로 물에 빠졌던 사람을 소생시키기도 하고, 두개골을 깨고 뇌수술을 하기도 하죠. 감히 조선시대에서는 있을 수 없는 어마어마한 의술을 펼치는 것이라 할 수 있을 겁니다.

그런데 지난 6~7회에서는 매독에 걸린 기생을 치료하는 모습이 보여졌는데, 페니실린을 제조함으로써 계향(윤주희)의 병을 치료해 주는 모습이 보여졌습니다. 진혁은 당시의 의학술로는 고칠 수 없는 매독균을 잡기 위해서 페니실린을 만들어 내죠. 하지만 페니실린이라는 약을 만들어낸다는 것은 의학의 역사뿐 아니라 조선의 역사까지도 뒤틀리게 만들수 있는 일대 혁명과도 같은 일이었던지라 고뇌하기도 했었습니다. 

진혁의 고뇌를 돌려세운 것은 병자인 계향이었습니다. 계향은 자신이 기생이라는 하잘것 없는 인생에 대해서 이야기하기도 하고, 단 하루만이라도 사람답게 살고 싶다고 말했었습니다. 간절함은 사람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다고 했었던가요. 역사를 바꾸는 일이라는 것을 뻔히 알면서도 진혁은 계향을 위해서 페니실린 제조를 만들게 되었던 것이죠.

일개 기생인 계향을 살리는 모습이 어찌보면 <닥터진>의 승부처가 되었을 수도 있을 거예요. 의술이라는 것과 역사를 거슬르는 행동을 해야만 하는 현대 외과의로써의 책임감이 모두 집약되어야 할 부분이니까요. 거기에 지체높은 양반가의 사람이나 왕실의 인물을 살리는 것이 아니라 살아있는 것조차 모를만큼 미천하기 짝이없는 일개 천한 기생을 살린다는 것은 드라마 <닥터진>에 숨어있는 의학이라는, 사람을 살리는 의술이라는 주제와 어울리는 모습이기도 하니까요.

그렇지만 이런 중요한 대목을 일개 다큐멘터리처럼 만들어놓았던지라 감동스러움이나 혹은 역사를 거스르면서까지 지켜져야 할 인간생명의 존엄성에 대한 주제가 살아나지 못했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닥터진>은 의학드라마로써 사람을 살릴 때마다 송승헌의 나레이션이 이해도를 높여주기는 합니다. 사람이 물에 빠져 목숨을 구할 수 있는 시간이나 뇌수술을 할 때에도 수술부위에 대해 설명해주는 것을 빼놓지 않고 있지요. 계향을 살리기 위해서 페니실린을 제조하는 방법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로 친절하게 설명을 빼놓지 않더군요. 제조과정에 대한 자세한 상황을 설명하기 위한 것이라고는 하지만 너무도 친절한 나레이션으로 인해서 긴장감은 그만큼 떨어지기도 하더군요. 어쩌면 미리부터 성공할 것이라는 것을 예측할 수 있는 것이기 때문이죠.

페니실린 제조에 성공하는 장면에서는 실소까지 나올 뻔 하더군요. 도합 20개의 시료를 만들어 시간이 흐른 뒤 세균이 배양되는 것을 살펴, 매독균에 대응하는 정제수를 찾아내어 약으로 만드는 것이었는데, 사실 기생인 계향을 살리는 과정에서 가장 극적인 장면이 연출되어야 할 부분이기도 했을 거예요. 하나하나 시료통을 열어보는 활인서 의원의 '실퍠'라는 말은 19번까지 이어졌었죠. 그리고 마지막 하나남은 시료통을 남겨두고 진혁이 손수 뚜껑을 열어보게 됩니다.

흔히 테러리스트에 의해서 설치된 폭탄을 해체하는 과정에서 극적인 상황을 연출하기 위해서 영화에서 흔히 사용하는 방법이 시간을 몇초 앞두고 폭탄을 해체하는 방법입니다. 10초...9초....8초... 마지막 1~2초를 남겨놓고 폭탄의 시계가 멈춤으로써 해체하는 극도의 긴장감을 유발하기도 하는데, 진혁에 의해서 ㅏ지막 남은 시료통을 여는 모습은 마치 폭탄을 해체하는 과정처럼 여겨지기도 하더군요. 사실 긴장감이라기보다는 실소가 나오기만 하던 장면이었습니다.

MBC의 의학드라마중에 <허준>이 있는데, 환자를 살리는 허준의원을 연기한 전광렬의 연기는 일품이었던 작품이었습니다. 무엇보다 드라마 <허준>을 아직까지도 떠오르게 되는것은 환자들을 치료하는 과정과 환자가 완치되는 감동적인 순간이 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반위 환자를 치료하는 과정에서 맞게 되는 위기와 걷지 못하는 양반 대가집의 안주인을 걷게 만드는 장면 등이 아직도 기억나는데, 병자를 치료해 나가는 과정의 어려움과 극적인 장면들을 담아냈기 때문이죠.

그렇지만 <닥터진>에서는 환자를 치료하는 과정을 설명해 줄 뿐 치유된 모습에서 감동스러움이 묻어나지는 않기만 합니다. 마치 의학채널에서 수술법을 소개하거나 약을 제조해 내는 방법을 설명해 준다고나 할까 싶은 드라마라는 얘기죠. 계향은 페니실린의 덕분으로 병이 치유되어 가지만 경탁에 의해서 옥에 갇히게 됩니다. 그런 계향을 옥사까지 찾아가 마지막까지 병을 치료해 주고자 주사를 놓아주려하는 진혁의 모습이 보여졌습니다. 그렇지만 계향은 흥선군에게 해가 미칠까 싶어 스스로 자살하게 됩니다.

계향을 치료해주었던 진혁에게 기생 춘홍(이소연)은 술자리를 만들어주게 됩니다. 아마도 춘홍과 진혁이 마주하게 된 술자리는 처음으로 두 캐릭터간에 애정을 만들어낸 순간이었을 겁니다. 우주 평행이론이라는 미나의 말과 다음생에는 평범한 여인으로 태어나 사랑하고 싶다는 춘홍의 말에서 진혁은 미나를 발견하게 되는 대목이었습니다.

진혁과 춘홍의 러브라인의 시작이었던 시점이기도 했던 대목이었는데, 이는 계향의 치료에서 시작되었다 할 수 있을겁니다. 의학이 특별한 사람, 양반들이나 높은 계층을 위해서 존재하는 것이라는 김병희(김응수)의 말에 반박해 진혁은 의술은 누구에게나 평등하다고 말했었습니다. 드라마 <닥터진>의 주제이기도 한 대목이었다 볼 수 있는데, 계향을 살리려던 진혁의 행동은 사람이 평등하지 않던 신분사회인 조선시대에서 인간의 목숨은 누구에게나 권리를 받아야 한다는 주제를 드러내 놓은 부분일 겁니다.

7회에서 보여졌었던 진혁의 페니실린 제조 과정은 감동을 만들어내야 할 중요한 대목이었지만 아무런 감흥조차 남지 않은 듯했습니다. 당연히 현대의학을 배운 외과의사였으니 성공할 확률은 100%에 가까운 일이었고, 그것도 진혁의 손에 의해서 마지막 남은 시료통을 여는 순간 '오호라 페니실린은 저렇게 만들어질 수 있는구나'하는 다큐멘터리를 보는 듯한 모습이었습니다.

다음 생에서는 다른 사람으로 살아가고 싶다는 춘홍의 말은 어쩌면 미래세상에서 말했던 미나의 말과 교차되는 말이었습니다. 우주에는 무수히 많은 세상이 존재하고 그 무수한 세상속에서 나의 모습은 서로 다른 존재로 살아가는 것이라고 말했었죠. 어쩌면 조선시대에 미나는 기생 춘홍의 모습으로 살아가는 것이었던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었습니다. 즉 춘홍과 진혁이 미래에는 인연이 되는 관계가 성립될 수 있다는 것이죠. 그렇다면 과거속의 영래와 진혁은 어떤 인연으로 얽혀있는 것일까요? 그 인연이 미래에도 지속되는 것이라는 얘기겠지요. 춘홍과 영래 두 사람중 미래의 미나는 누가 될지 궁금해지네요. <사진은 인용을 목적으로 사용되었습니다. 출처 = MBC 주말드라마 '닥터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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