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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드라마리뷰

빛과그림자 17회, 주홍글씨의 여주인공이 된 이정혜

by 뷰티살롱 2012. 1.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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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초반에는 그나마 유쾌한 장면들이 등장했었는데, 이제는 완전히 웃음끼를 뺀 듯한 모습이 MBC 월화드라마 <빛과그림자>의 모습이기만 합니다. 중앙정보부와 청와대 비서실을 중심으로 장철환(전광렬)과 김재욱(김병기)의 대립은 싸늘하기까지만 하더군요. 중정에 배치되어 있던 장철환 라인을 중정의 김재욱이 정리해 버리자 장철환은 이성을 잃은 듯이 분노하게 됩니다. 본격적인 비서실과 중정의 전면전을 보는 듯한 모습이기도 한데, 이같은 모습은 과거 1970년대 한국현대사의 단면이기도 할 겁니다. 청와대 비서실의 입김에 의해서 정치가 좌지우지되던 과거 1970년대를 중심으로 쇼 비지니스 세계에서의 성공을 다루고 있는 드라마인 <빛과 그림자>는 완전히 정치드라마로 탈바꿈한 모습이기도 하더군요.

중정 내 자신의 라인을 제거한 것에 대해서 분노한 장철환은 강기태(안재욱)와 송미진(이휘향)과 함께 자리하고 있던 김재욱에게 선전포고를 선언했습니다. 남산의 좋은 공기를 마실 날도 얼마 남지 않았다며 엄포를 놓은 장철환에게 김재욱은 장철환을 보면 똥밭을 보는 듯하다며 각하의 곁에서 냄새나는 똥밭을 자신이 직접 치워줄 것이라고 응대하고 나섰습니다.

드라마 <빛과 그림자> 17회를 시청하면서 그동안 주인공임에도 이렇다 할 존재감을 보여주지 못했던 이정혜라는 캐릭터가 갈등의 중심으로 부상한 모습이여서 마음이 짠하기만 하더군요. 사랑하면서도 자신의 마음을 드러내놓고 이야기할 수 없는 이정혜였으니까요. 차수혁(이필모)의 구애에도 마음이 흔들리지 않았었는데, 이정혜에게는 강기태가 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렇지만 강기태를 좋아하게 되면 오히려 그의 성공에 자신이 걸림돌이 될거라 생각하고 이정혜는 스스로 강기태의 곁에서 떠나기로 결심했습니다. 장철환에게 찍히게 되면 누구라도 곤경에 처할 수밖에 없다는 차수혁의 말에 강기태를 떠나게된  것이었죠. 강기태에게 든든한 뒷배인 중정의 김재욱 부장의 실체를 알고 있었다면 어쩌면 이정혜(남상미)는 떠나지 않았어도 되었을 거였지만 말이예요.

 
이정혜가 보기에 장철환과 강기태의 싸움은 계란으로 바위를 치는 격이라 할 수 있었을 겁니다. 아무런 배경도 없이 그저 패기와 의욕만으로 빛나라 쇼단 단장을 하고 있고, 믿을 수 있기는 하겠지만 청와대 권력의 실세인 장철환과의 대립에서는 다칠 수 밖에 없는 입장이죠. 그렇다고 해서 누구하나 강기태를 비호해줄 수 있는 사람이 없으니 말이예요. 그렇기에 이정혜는 장철환이 이미 자신에게 관심을 두고 있었기에 강기태의 안전과 성공을 위해서 스스로 강기태 곁을 떠나기로 했던 것이었죠.

17회에서 이정혜와 강기태의 가슴아린 이별은 보는내내 짠하기만 한 모습이었습니다. 사랑하지만 사랑할 수 없는 남녀이 이별이기도 했었는데, 원수의 집안이라 비극적인 운명의 장난이 아니라 시대적 상황에 의해서 비극적으로 만들어져 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17회를 시청하면서 WAX의 <사랑한다>라는 OST가 이정혜를 위한 테마곡이라는 느낌이 절절하게 와 닿기만 하더군요. 드라마 삽입곡은 이제는 드라마의 성공 요소중 하나이기도 한데, 이정혜의 가슴아픈 사랑과 너무도 잘 매칭이 되는 곡이기도 해 보였습니다. 이정혜가 가수를 그만두고 배우를 시작하게 된 것을 알게 된 강기태는 정혜를 찾아가지만, 정혜의 입에서는 도리어 강기태를 더욱 강하게 밀쳐내려는 가시같은 말만 나올 뿐이었죠. 자신이 그렇게까지 독한 말을 하지 않는다면 강기태라는 남자가 쉽게 자신을 잊지 않을 거라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죠.


빛나라 쇼단의 신인가수에서 노상택(안길강)의 세븐쇼단으로 옮기게 되면서 가수로써의 성공이 눈에 보였던 이정혜의 느닺없는 변화에 의심을 품은 강기태는 밤새 무엇이 정혜의 마음을 변하게 한 것인지를 곰곰히 생각해 보았습니다. 그리고는 자신과 정혜의 관계에 대해서 강하게 반발하던 여동생 명희(신다은)를 불러 캐묻게 되고 이정혜의 비밀에 대해서 알게 되어습니다. 그리고 정혜의 변화에 친구인 차수혁이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죠.

사실 이정혜는 궁정동 안가 연회에는 참석하지 않았었습니다. 극적으로 차수혁에 의해서 연회자리에 나가려는 찰라에 빼돌려지게 되었었죠. 그런데 궁정동 안가의 연회에 가기위해서 정혜는 피에르(김광규)가 운영하는 의상실에서 옷을 제작해 입고 참석하게 되었었죠. 그 때문에 피에르의 의상실에서 일하는 명희와 만나게 되었던 것이었구요.

명희가 자신의 오빠인 강기태와의 교제에 대해서 극구 반대했던 까닭은 이정혜가 밤무대 가수출신이라는 사실때문이 아니라 궁정동 안가의 비밀연회에 들나들던 과거를 지니고 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명희가 상상하는 일이 일어나지는 않았었지만, 거기까지 갔었다는 사실 자체가 자신의 오빠와의 교제를 반대한 이유였습니다.


이정혜에 대한 시선은 모두가 한결같기만 합니다. 의상실의 피에르 역시 함께 온 영화감독 최성원(이세창)에게 귓말로 이정혜에 대해서 의미심장한 말을 날리죠. 최감독이 여자킬러라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이정혜를 건드리면 안된다는 것이었죠. 물론 궁정동 안가에서 비밀연회에 대해서는 발설하지 않았지만, 피에르의 눈에 이정혜는 이미 낙인이 찍힌 주홍글씨를 달고 있는 여자일 뿐이었죠.

한번의 실수로 인해서 세상사람들에게는 차마 돌이킬수 없는 소문의 주인공이 된 사람이 이정혜였습니다. 배우로써 의상을 맞추기 위해서 의상실을 찾은 이정혜에게 강기태의 동생 명희는 과거 궁정동 안가연회에 어떤 것인지를 알고 있다고 이정혜에게 말합니다. 그렇지만 이정혜는 명희에게 어떠한 말로 반박할 수가 없었죠. '갔었지만 아무일도 없었어요'라는 할 수가 없었습니다. 이미 자신은 돌이킬 수 없는 과오를 저질른 여자였던 거지요.

이정혜의 변화에 대해서 궁금한 것은 강기태만이 아니었습니다. 장철환의 오른팔과도 같은 차수혁 역시 가수를 그만두기로 한 이정혜의 결심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이정혜는 수혁에게 할수만 있다면 자신에게 깊에 파여진 주홍글씨를 파내고 싶다고 말하죠. 궁정동 안가의 비밀연회에 갔었다는 사실을 지우고 싶었지만, 이미 시간은 흘러 과거가 되어버려 죽을 때까지 자신에게는 꼬리표로 남아있게 된 것이었습니다.
 


그토록 가수로써 성공하고 싶어했던 이정혜의 변화는 강기태로써는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모습이었을 겁니다. 강기태는 자신이 납득할만한 설명이라도 듣고 싶었지만 이정혜는 강기태를 강하게 밀어내고자 가시돋힌 소리를 하기만 했습니다.

드라마 <빛과그림자>는 단순히 쇼 비지니스 세계에서의 성공을 다루고 있지만은 않은 드라마입니다. 17회는 쇼의 화려한 세계에서의 강기태라는 가상인물의 성공이야기가 아니라 마치 과거 1970년대 격동의 한국현대사를 재현해 내는 듯한 긴장감이 감돌기만 했던 모습이었습니다.

비련의 주홍글씨의 여주인공이 된 이정혜를 연기하는 남상미에게는 가수가 아닌 영화배우로 전업하게 된 것이 오히려 더 흡입력이 높더군요. 무대에서 노래하는 것보다는 영화촬영을 하면서 크랭크인 하는 과정은 배우로써의 직업을 그대로 조명하는 것인지라 자연스러워 보이기도 했었구요. 가수 손담비가 빅토리아 나이트클럽 무대에서 화려한 쇼를 보여주었던 모습이 배우 손담비가 아닌 가수 손담비라는 자신의 옷을 입은 것과 같은 모습이었습니다.<사진은 인용을 목적으로 사용되었습니다. 출처 = MBC 월화드라마 빛과그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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