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드라마 <계백>이 처음 선을 보였을 때만해도 황산벌 전투씬으로 한껏 기대감이 높기만 했었습니다. 백제를 지키기 위해서 5천 결사대를 이끌고 신라의 5만 군사에 대항한 장렬함이 기대되었기 때문이었죠. 흔히 무사의 이야기는 개인전이나 다름없는 화려한 액션씬이 볼거리를 시청자들에게 안겨다 줄 겁니다. 그런 반면에 장수나 왕의 이야기는 특히 건국초를 다루는 사극드라마는 대규모 전장씬이 볼거리를 주기도 하죠. 그렇지만 MBC드라마 <계백>은 처음의 기대감과는 달리 장군이 된 계백의 활약이 돋보여야 할 전장씬이 전혀 보여지지 않았다는 게 단점이 될 드라마라 여겨지더군요. 신라와의 전투에서 무려 40개의 성을 공취했지만, 단 한개의 성인 소곡성을 제외하고 39개의 성을 어떻게 공취했는지에 대한 이야기는 보여지지 않았었습니다.

그럼에도 드라마 <계백>은 볼수록 볼만한 드라마가 아닌가 싶기만 합니다. 전투는 없지만, 주인공들인 계백(이서진)과 은고(송지효), 성충(전노민), 흥수(김유석)으로 이어지는 마지막 백제의 모습이 아기자기하게 그려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마지막 왕인 의자(조재현)의 변신과 고뇌, 그리고 계백과의 갈등이 궁금증을 만들어놓고 있습니다. 영웅은 결코 한 하늘아래 둘이 될 수 없다는 말이 있듯이, 의자왕과 계백이 어쩌면 그러한 관계가 아닌가 싶은 모습이더군요. 신라의 성들을 공취하며 백제의 영토를 확장시켜 놓은 계백은 백제의 영웅으로 자리하고 있지만, 그에 비해 정작 하늘이어야 할 의자는 허수아비 같은 존재나 다름없습니다. 어딜까도 백제땅에서는 계백의 이름은 높지만 의자왕의 이름은 불리워지지 않고 있습니다. 그것이 어쩌면 의자왕에게는 가장 큰 딜레마가 아닐까 싶은 모습이기도 하구요.


백제가 신라의 당항성을 공격하려 하는 징후를 포착했기 때문이었을까요? 신라의 김춘추(이동규)는 당의 사신자격으로 백제의 사비를 찾아왔습니다. 그리고는 계백과 의자, 은고와 연태연(한지우) 사이를 이간질 시키며 백제를 혼란에 빠뜨리려 하고 있습니다. 의자와 계백사이를 이간시키려 했던 것이 신라의 당항성 공략에 대한 간계였습니다. 신라는 당나라와의 교역로로 당항성을 이용하고 있는데, 그것은 백제와 공동으로 사용하자는 제안을 한 것이었죠. 계백은 신라와의 밀약대신에 고구려와의 협공으로 당항성을 취해야 한다고 한 반면 김춘추가 내민 당항성 공동사용은 어찌보면 의자왕에게 자신의 공을 백성들에게 알리는 기회가 될 수도 있는 반면 피를 흘리지 않아도 손쉽게 당항성을 취할 수 있으니 더할나위없이 좋은 호재일 수 있을 겁니다.

의자와 계백과의 관계를 이간시킨 김춘추는 이번에는 은고와 연태연의 사이를 이간시키려 합니다. 다름아닌 당나라의 태학에 왕자를 보내는 일로 말이죠. 왕자인 태와 효 두 아들 중 어느 왕자를 보내야 할 것인지에 대해서 연태연과 은고를 번갈아 만나게 된 것이었죠. 왕후인 연태연은 의자왕 다음 보위에 오르게 될 왕자로 자신의 아들이어야 한다는 것에 일말의 주저도 없이 태자책봉을 서두르려 합니다. 흥수를 불러서 말이죠. 이를 알게 된 은고는 역으로 왕후의 죄상을 의자에게 고함으로써 자신의 왕후의 입지를 좁아지게 만든 결과를 만들어 버렸습니다. 계백과 의자왕의 관계에서 신라의 김춘추가 만들어놓은 덫에 완벽하게 걸려든 것은 아닌듯 보여지지만, 속으로는 의자왕은 계백에 대한 불안감이 극도로 높아지고 있는 모습이었습니다. 신라의 김춘추에 의해서 완벽하게 무너지고 있으니 무력을 사용하지 않고도 능히 세치혀로 백제궁을 사분오열시키고 있는 모습이더군요.


김춘추의 이간질로 시작된 의자와 계백의 관계는 점차 끝을 향해서 가는 듯 싶었습니다. 왕후와 비 사이에서 이간질을 일삼는 김춘추를 제거해야 한다는 중론이 생겨나게 되고, 의자왕은 이에 대해 찬성하는 편에 서게 됩니다. 그렇지만 김춘추의 제거는 신라와의 전면전을 의미하는지라, 백제의 국력으로는 주변국까지 살펴야 한다면서 계백은 죽이면 안된다고 합니다. 결국 국제정세의 수읽기가 없이는 김춘추가 아무리 이간질을 했다고는 하나 죽일 수 없다는 것이지요.

막아서는 계백을 향해서 의자왕은 마치 계백이 백제의 주인인양 황제라도 되는 것이냐며 차갑게 대합니다. 사실상 백제가 신라보다 앞선 국사력을 지니고 있다고는 할 수 있다 하더라도 한 나라와의 전면전은 쌍방이 손실을 보는 대규모 출혈이라 할 수 있을 겁니다. 그러한 때에 바다건너 당나라와 우호관계를 맺고 있는 신라를 치게 된다면 분면 우방인 당나라의 기습도 생각해야 할 것이고, 북쪽의 고구려가 남하할 수 있다는 것도 염두해 두어야 할 겁니다. 물론 신라를 멸할 수는 있겠지만, 쇄약해진 백제역시 고구려와 당으로부터 안전하지가 않음을 간파한 것이었죠. 의자왕과 계백의 골이 점점 더 깊어만 가는 모습에 안타깝기만 하더군요.


<계백> 26회에서는 주목되는 부분이 있었습니다. 바로 은고의 변신이었죠. 지난 25회에서 자신이 비가 된 데에는 현재의 왕인 의자의 간계가 있었다는 것을 알고 있었습니다. 자신의 혈족인 목씨가문을 멸문시키게 된 근원도 사실상 계백이 아닌 의자에 의한 것이었음을 알게 되었었습니다.

왕인 의자는 은고에게 자신의 뜻에 반하는 계백을 설득해 달라고 합니다. 즉 신라와의 전면전을 이끌어내 달라고 주문을 건 것이었죠. 그렇지만 계백이 오히려 은고에게 의자왕을 설득해 달라고 청을 넣었다는 말을 호위무사로부터 듣고는 '그렇다면 은고가 나에게로 와서 신라와의 전면전을 재검토해 달라고 청하겠군'라며 혼자말로 읖조렸었습니다. 그러나 의자의 생각과는 달리 은고는 의자의 뜻을 관철시키기 위해서 귀족세력들을 규합하고 나섰습니다. 즉 계백과 완전히 다른 노선을 걷게 된 모습이었죠.

김춘추를 죽이기 위해서 귀족들을 회유하고 있다는 것을 안 계백은 은고를 만나고, 김춘추를 죽이게 되면 신라와의 전면전이 될 것이라며 설득하려 합니다. 그렇지만 차갑게 변해버린 은고는 마치 사택비(오연수)가 다시 환생한 듯한 모습이었습니다. 은고는 계백에게 신라를 멸하는데 선봉을 선다면 백제인들에게 더없이 큰 광영을 얻을 것이며, 더욱이 빼앗기 자신을 자시 찾을 수 있는 길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그것이 자신인 은고가 계백에게 다시 돌아갈 수 있는 길이라고 말했습니다.


언뜻 생각해 보면 은고의 그같은 행동은 마치 사택비라도 된 듯한 모습이기도 해 보였습니다. 하지만, 은고가 계백과 척을 지게 된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지 않나 싶어 보이더군요. 과거 7년전 자신을 비로 맞이하며 자신에게는 정인이자 의자에게는 의제였던 계백을 배신한 의자의 간계를 알게 된 은고로써는 어쩌면 그같은 결정이 계백을 살릴 수 있는 것이라 여긴 것은 아니었을까요?

계백은 왕인 의자에게까지도 자신의 뜻을 굽히지 않을 만큼 대쪽같은 성품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또한 자신또한 계백장군에게 뜻을 바꿀것을 설득해 보았었습니다. 그렇지만 계백의 대답은 절대적이었습니다. 계백이 생각하고 있는 것은 모두가 알고 있는 진실이었습니다. 신라와의 전면전이 필요하기는 하지만 아직은 때가 아니라는 것이었죠. 고구려와의 우호관계도 완벽하게 정립해 놓아야 하고, 당나라와도 외교적인 교셥을 통해서 신라와의 전면전시에 외세로부터의 침입에 대해서 방비해야 한다는 점이었습니다. 그렇지만 김춘추에 의해서 시작된 백제왕궁의 혼란은 화를 내세울 뿐 세세한 계획이 없었던 것이었습니다.

신라와의 전면전을 고집하는 의자와 지금은 아닌 때를 기다려야 함을 주장하는 계백 사이에서 은고가 할 수 있는 것이라면 계백을 지키기 위해 의자의 의심를 완벽하게 차단시켜야 한다고 판단했을 겁니다. 비록 계백과 척을 지는 양상으로 보여질 수 있을지언정 은고는 자신의 행동으로 완벽하게 의자의 사람이 되었음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었다 생각되더군요. 계백이 대쪽같은 고집으로 설득이 불가함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죠.


백제의 부국강병을 원하는 계백에 비해 은고는 복잡하기만 합니다. 자신의 사랑을 빼았겼기에 의자왕에게 복수하려는 복수심이 불타오르고 있는 것도 하나일 것이고, 자신의 아들 효를 태자로 앉히려는 야욕도 생겨나고 있습니다. 그것이 의자에게 빼앗긴 자신의 인생을 복수하는 것이라 여긴 것은 아니었나 싶더군요. 어쩌면 은고의 복수심은 연태연의 아들인 태 왕자를 태자로 삼으려 하는 흥수를 귀향보내게 되는 결과를 가져오지 않을까 싶어 보였습니다. 사료에서도 백제를 공격하기 위해 신라와 당나라가 연합해 쳐들어왔을 때, 군사적 계략을 듣기 위해 유배중에 있는 흥수에게 방책을 알려달라 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흥수의 방책과는 달리 백제는 그 반대로 군사를 움직임으로써 결국 망국으로 가게 된 것이었죠. 사택비가 되어가고 있는 은고는 어찌보면 계백을 구명하기 위해서 자신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내던진 듯하기도 해보였습니다. 물론 의자왕에게 복수하기 위한 길이기도 하겠죠. 
<유익하셨다면 쿠욱 추천버튼(손가락)을 눌러주세요~~ 글쓰는데 힘이 된답니다. 아래 구독버튼으로 쉽게 업데이트된 글을 보실수도 있답니다^0^>
Posted by 뷰티살롱

댓글을 달아 주세요

  1. 김춘추의 이간질임을 뻔히 아는데도 머리와 가슴은 다르다고.. 그동안 쌓여있던 갈등요소가 김춘추의 한치혀에서 다 터진듯 합니다. 정말 무서운 사람같네요.
    역사상으로는 김춘추가 저때 죽을 일이 없으니 살아나겠지만.. 앞으로 백제의 미래가 더욱 암울해질것으로 예상되는군요.
    사택비는 백제를 위한다는 명분은 있었지만 은고의 경우는 개인적인 원한이 더 앞서서 백제내부의 혼란을 더욱 가속시킬것으로 보이는군요.
    흥수도 이번 혼란에 어쩔 수 없이 휩싸이다보니 무사하기는 힘들것 같습니다. 과연 계백과 성충이 이 위기를 어떻게 해결해나갈지 기대가 되지만 의자와 은고는 어떤 실정을 저질러 백제의 혼란을 가속화시킬건지.. 마음이 무겁기도 하네요.
    좋은 리뷰 잘 보았습니다^^

script type="text/javascript" src="//wcs.naver.net/wcslog.j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