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전이 시작된 듯한 모습이 MBC 월화드라마 <계백> 21회에서 보여졌습니다. 사택비를 몰아내기 위해서 뭉쳤던 의자왕자(조재현)와 은고(송지효), 그리고 백제의 마지막 3충신이었던 계백(이서진), 성충(전노민), 흥수(김유석)였지만, 이제는 서로가 다른 길을 가게 되는 듯한 갈림을 맞이하게 되었습니다. 사택비(오연수)를 몰아내고 백제의 태자가 된 의자는 성충과 흥수 그리고 은고를 조정의 주요관직에 등용시켰지만, 정작 계백은 신라와의 접경지역의 군장으로 보내게 되었습니다. 물론 의자왕자의 뜻에 의해서 행해진 것이 아닌 무왕(최종환)에 의한 처사였지만, 계백을 변방으로 보내는 것에 대해 달리 크게 반대하지는 않았었습니다. 왜냐하면 의자의 마음속에는 다른 마음이 자리하고 있었기 때문이었죠. 바로 사택비에게 복수하기 위해서 절치부심하며 함께 뜻을 했었던 은고때문이었습니다. 그런 은고가 계백에게 마음이 있음을 익히 알고 있었던 의자였기에 계백을 변방으로 보내려 하는 무왕의 처사를 극구 말리지는 못했던 것이었죠. 무왕이 염려했던 무진(차인표)의 죽음에 대해 혹시라도 계백이 다른 마음을 갖고 있지 않을까보다 태자인 의자는 계백을 은고에게서 떼어놓았다는 안도감이 들었던 것은 아니었나 싶었습니다.

그렇지만 신라접경의 군장으로 임명된 계백은 단 20명의 군사로 천여명이 지키고 있는 신라의 서곡성을 탈환하는데 성공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어릴적 죽은줄로만 알았던 형 문근(김현성)을 만나게 되기도 했었지만, 배다른 형제지간이었던 계백과 문근은 서로 다른 길을 가게 되었습니다. 어머니를 죽게 방치했던 아버지 무진에 대한 원망이 있었기에 문근은 계백이 내민 손을 잡지 않았던 것이었죠. 하지만 왠지 백제의 계백이 승승장구하며 백전백승을 이룰 수 있었던 숨은 공로자로 자리하게 될 듯해 보이기도 하더군요. 비록 동생의 손을 잡지는 않았지만, 계백의 곁에서 위험이나 함정에 빠질 위기를 숨어서 해결하는 해결사 역할을 할 것으로 보여지기도 해 보였습니다. 피를 나누지는 않았지만 문근은 계백을 동생으로 여기고 있으니까요.

 
서곡성을 함락시킨 계백의 활약을 모른 채 의자와 은고는 신라에 사신으로 가 있는 상태였는데, 계백이 신라의 성을 공격했다는 소식이 전해지게 되면 위험에 빠질 수 있음을 알고 급히 계백이 있는 서곡성으로 향했습니다. 신라에서 의자는 은고에게 자신의 마음을 이야기했었죠. 은고라는 여인을 단지 사택비를 몰아내기 위해서, 복수를 이루기 위해서 뜻을 같이했던 동지보다는 여인으로 마음에 두고 있음을 밝혔습니다. 그런 의자의 마음에 은고는 놀랍기만 할 따름이었죠. 백제의 계백군장이 서곡성을 함락시켰다는 세작의 정보로 급히 신라를 빠져나와 서곡성에서 계백과 합류해 백제의 사비성으로 향하게 되었습니다.

사비성으로 다시 돌아온 계백과 태자 의자는 백성들에게 확연히 차이나는 이목을 끌고 있었습니다. 태자인 의자는 단지 태자로 보여졌지만, 이제 계백은 백제의 군장이 아닌 영웅으로 떠오르고 있었습니다. 그도 그럴것이 단 20명의 소수병력으로 천여명이 지키고 있는 신라의 성을 함락시켰으니 백제를 지켜줄 든든한 영웅이 탄생된 것이라 여긴 것이었죠. 백성들에 의해 계백은 왕이 된 듯한 모습이었습니다.

하지만 계백의 전공은 양날의 칼과도 같았습니다. 신라의 서곡성을 취하기 위해서 병력을 보내면 전쟁을 치뤘었지만 번번히 패하고 전쟁의 후유증을 낳던 백제였는데, 계백은 말도않되는 병력으로 서곡성을 함락시켜 버린 것이었습니다. 이는 백제의 새로운 영웅이 탄생되었음을 의미하는 것이기도 했습니다. 하늘에 두개의 태양이 있을 수 없듯이 무왕은 계백의 이러한 영웅적 행보가 마음에 걸리기만 했습니다. 특히 계백의 아비인 무진의 죽음을 직접 목격했던 계백이었기에 자신의 아들인 의자왕자를 배신할 수 있음을 의심한 것이었죠.


조정대신들이 모인 대전에서 계백의 활약상은 전공을 치하하는 자리가 아닌 왕명에 불응한 죄를 취조하는 자리가 되어버렸습니다. 그렇지만 위기에 몰린 계백을 도운 것은 다름아닌 성충과 흥수였습니다. 비록 왕에게 파발을 보내지 않고 독단으로 행했던 일이라고는 하지만 적국과 맞닿아 있는 변방에서 군장은 능히 편의종사가 우선이라는 것을 대신들에게 설득한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지방 귀족을 죽인 계백의 잘못을 따지는 데에서는 아무런 변호도 해주지 못했습니다.

그렇지만 계백은 또한번 스스로가 백성의 영웅으로 자리하게 되었습니다. 왜냐하면 귀족을 죽인데에 대해서 잘못을 인정하며 무왕의 처사를 달게 받겠다고 스스로가 말했습니다. 그러나 또다시 그러한 귀족의 횡포가 있다면 똑같은 일을 행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는 귀족에 의해 좌우되는 장수가 아닌 백성의 편에 서 칼을 들 것이라고 공식적으로 발언한 셈이라 할 수 있습니다. 넓게 해석해보자면 그 자리가 비록 변방이 아니라 하더라도 어디서든 백제를 위협하는, 백성을 해하는  귀족이라면 칼을 뽑을 것이라는 것과 같은 말이었습니다.


계백은 장수로써 아닌 백제의 영웅으로 성장했지만, 그에 비해 태자인 의자는 성장을 멈추었습니다. 사택비에게 복수하기 위해서 오랜세월동안 숨죽이며 마음속에 품고있던 칼날을 내비치지 않고 속깊게 성장한 태자 의자였지만, 정작 복수를 이루어내며 백제의 태자로 서게 되었지만, 점차 퇴보하고 있었습니다. 어쩌면 의자의 퇴보는 지나친 아비 무왕의 불신이 한몫을 한 것이라 볼 수 있겠더군요. 피로 맹약하며 의형제를 맺은 계백과의 관계를 무왕은 군신간에는 단지 굴종만이 있음을 깨우쳐 주었습니다. 군주를 따르지 않는 신하는 있을 수 없다는 것이 무왕의 통치철학이었죠.

무왕의 의심과 여인 은고에 대한 간절함이 태자 의자를 성장시키지 못하게 한 주요 요인으로 보여지더군요. 특히 무왕은 커져만 가는 계백을 견제해야 한다고 믿고 있었습니다. 아비의 죽음을 잊고 지내는 자식은 있을 수 없다는 게 무왕의 생각이었습니다. 언젠가는 아니 계백은 자신이나 태자인 의자를 속이고 있는 것이라 여기고 있었던 것이었습니다. 그 때문에 서곡성을 함락시킨 전공을 치하하기보다 계백의 공을 깎음으로써 자신의 아들에게 해가 될 수 있는 것들을 제거하려 했던 것이었죠. 잘못된 부정이 낳은 불신이라 할 수 있어 보이더군요.


아비인 무왕의 피를 이어받아서였을지, 태자인 무왕은 자신이 그토록 마음속에 담아두었던 것을 취하기 위해서 깨어난 모습이었습니다. 바로 은고를 차지하기 위해서 동생이라 말하며 의를 맹세했던 계백을 속인 것이었죠. 마치 신라의 선화공주(신은정)을 취했었던 무왕의 영민함을 보여주었습니다. 사비성으로 돌아온 태자 의자는 밤에 많은 술을 마시고는 계백을 불러들였습니다. 함께 술을 마시고 싶다며 불렀다고 했지만, 실상 계백이 도착했을 때에는 이미 많은 술을 마신 뒤였었죠. 그리고는 취중으로 은고와의 관계를 흘렸습니다. 함께 뜻을 나누며 함께 하자던 과거의 일을 말한 것이었죠. 마치 은고가 자신에게 마음이 있었음을 말한 것이었습니다.

태자 의자의 술주정은 마치 악마로 돌변한 듯한 모습처럼 소름돋는 모습이었습니다. 직접적으로 해를 가하지 않고 계백 스스로가 은고를 단념하도록 유도하는 노림수가 숨어있던 의자의 간계였지만, 의를 따르는 계백은 어쩌면 은고를 포기하려 할수도 있다고 느껴졌습니다. 자신이 은고에게 향한 마음도 중하지만 한편으로 의형제가 된 의자가 갖고있는 은고의 인연도 소중하게 여길 것이라는 것이죠. 특히 의자의 술주정속에는 은고가 의자와 함께 하고자 했음을 의미하는 것이리도 했었기에 은고의 행복을 위해서라면 차라리 장수인 자신보다는 백제의 왕인 의자와 맺어져 행복하게 되기를 바랄 수도 있지 않을까 싶기도 했습니다. 참으로 영악함을 넘어선 소름돋았던 의자의 계략이었습니다.

이제는 태자인 의자는 계백을 신뢰하지 않으려 할 것이라 보여지기도 하더군요. 단지 계백을 이용해 자신의 자리를 굳건히 지키려는 간웅이 되고자 하는 변신을 보이던 회차였습니다. 은고 역시 새로운 권력의 중심에 자신도 모르게 발을 들여놓게 될 것이라 여겨집니다. 자신이 의도하지 않았던 권력이었지만, 귀족세력들의 집요한 간계에 의해서 자신도 모르게 귀족세력의 중심이 되어가게 될 것으로 생각되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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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뷰티살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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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의자왕이야기는 한심해서 보기도 싫다
    기껏 계백한테 5천명주고 적군 못 막아서 망하는 나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 딴게 무슨 나라냐?

  2. 저는 무왕이나 의자도 이해갑니다 2011.10.04 17:07  수정/삭제 댓글쓰기 댓글주소

    순간 생각났던 게, <선덕여왕>에서 비담이 했던 대사. "유신군이 어찌 있을 수 있어! 오로지, 폐하의 군사일 뿐이다" 꼭 은고 때문이 아니라도, 무왕이나 의자나 자신의 권력에 반하는 행동에 대해서는 알레르기를 일으킬 정도로 민감할 수밖에 없습니다. 사택가문에 당한 게 얼만데요-_-;;

    그리고 계백의 행동도, 겉으로 보기엔 좋아보이고 영웅적 행동으로 보이겠지만, 당시의 관점으로 보자면 꼭 잘한 것만은 아닙니다. 못된 짓을 일삼는 지방귀족을 죽인 건, 그렇다 칩시다. 하지만 성을 공격한 건 문제의 소지가 있습니다. 편의종사의 원칙은, 전쟁을 명받고 나간 장수라면 구체적인 작전수행에 있어 중앙의 지시에 따르지 않을 수도 있다는 불문율입니다. 즉 지휘권 내에서 일정한 재량을 주는 것이지, 방어를 명령받은 장수가 멋대로 전쟁을 수행해도 된다는 뜻은 아닙니다. 그건 월권이지요. 실제로 의자 일행은 잘못하면 죽을 뻔했죠-_-;; 개전과 종전은 군주가 독점하는 권한이어야 합니다. 둘 다 외교의 일환이기 때문이죠.

    솔직히 까놓고 말해서, 이겨서 결과가 좋았으니 망정이지 졌으면 어떻게 되었을까요. 설사 방어만으로는 부족하니 기습을 해서 공격해야 한다는 전략이 맞다고 칩시다. (솔직히 방어만으로도 부족한 병력으로 어떻게 한 고을을 손에 넣을 수 있었는지는 의문이지만요) 하지만 계백이 몸 성히 군장 노릇을 하려면 그렇게 해서는 안 되었습니다. 상황을 설명하고 건의를 하든 간청을 하든, 군주의 눈치는 봤어야 했지요. 만약 그런 식으로 모든 지방 군장에게 독단적인 군사 행동이 가능하다면 어떻게 되겠습니까.

    평화외교의 사명을 띠고 - 본래 목적은 다른 데 있었지만 어쨌든 명분은 그러했으니까요 - 간 사신들이 죽을 뻔 했는데, 그 사신이 다른 사람도 아닌 일국의 태자였는데, 성 공략도 황명에 반하는 행동이었는데, 성을 점령했다고 백성들의 환호를 받으며(전제군주 치하에서 이게 얼마나 큰일 날 일인지는 잘 아실 겁니다ㅠ) 돌아오니 무왕 입장에선 얼마나 눈꼴시린 상황이었겠습니까. 꼭 지나친 권력욕이나, 남자로서의 질투심으로 해석할 일만은 아닙니다.

  3. 한 말씀만 더 드리면 2011.10.04 17:12  수정/삭제 댓글쓰기 댓글주소

    (바로 위에 답글 단 사람입니다^^) <사기>에 등장하는 이야기입니다. 초나라와의 최종 결전을 앞두고 한신이 한왕 유방의 소환을 받죠. 와서 도와달라고. 하지만 한신의 책사 괴철은 유방을 배신할 것을 권하며 단언합니다. 당신이 세운 공이 너무 커서 그 어떤 보상으로도 부족할 테니, 죽음으로밖엔 갚을 방법이 없다고. 마찬가지입니다. 무왕이나 의자나, 계백에게 그 어떤 보상으로도 빚을 갚을 길이 없다는 걸 잘 압니다. 특히 의자의 경우, 눈 앞에서 계백의 아버지를 죽였습니다. 그 마음이 어땠을까요. 저 같아도 본능적으로 경계할 수밖에 없을 것 같아요. 사람이, 죄책감이 너무 크면, 도리어 증오로 바뀌는 법입니다. 아예 눈앞에서 없어져버리면 자신의 죄책감도 덜 수 있으니까요.

    계백이 잘못했다고 말하는 게 아닙니다. 그의 충성심을 의심하는 건 잘못됐죠. 하지만 고금을 통틀어 계백의 행동을 유쾌하게만 볼 군주는 없습니다. 성격이 뭐같아서가 아니라, 전제군주 자체가 그럴 수밖에 없는 자들입니다.

    말이 너무 많았습니다만^^;; 의자 역을 맡으신 조재현님의 연기는 정말 대단합니다. 죄책감과 경계심과 질투심 사이, 그 미묘한 틈을 파고 드는 표정 연기가 너무 실감나서요. 앞으로 기대됩니다.

  4. 좋은 리뷰 잘 보았습니다.. 어제 계백은 정말 인상깊었던 회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무왕이 너무 의심이 지나치지 않나 생각되었지만 그동안 사택가문에 의해 농락을 당했던 것을 생각하면 그런 의심병이 있어도 이상하진 않겠지요^^;
    첫댓글 다셨던 분의 말씀대로, 그동안의 전제왕조들에서는 계백과 같은 장수를 유쾌하게만은 볼 수 없었던 것같습니다. 한나라 명나라의 유명한 토사구팽 일화도 있고.. 가까이는 조선시대 선조가 의병장이나 이순신한테 했던 행동들을 보면 알 수 있겠지요.
    이해가 되면서도 씁쓸도 합니다..
    아무튼 좋은리뷰 잘보고 추천 꾹~~ 누르고 갑니다^^

  5. 사실 계백에서 의자랑 계백, 은고가 너무 총명하고 인품 좋게 그려져서 어떻게 백제멸망을 그리려나 싶었습니다. 결국엔 드라마 전개상 무왕-무진-사택비 구도랑 비슷하게 삐그덕 거리는 구도로 그려질 것 같네요.

    • 아버지인 무진의 뒤를 쫓는 계백, 무왕의 전철을 따르는 의자, 사택비처럼 되어가는 은고.... 과거가 현재가 되어버린 듯한 모습이기도 해 보이죠^
      즐거운 하루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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