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일이 따라서 옷이 어울리는 사람이 있고,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습니다. 마른 사람이 통이 넓은 옷을 걸친다면 왠지 측은해 보이기도 하고, 없어보이기 마련이듯이 뚱뚱한 사람이 꽉 끼는 옷을 입게 되면 어딘가 모자란 듯한 느낌이 들기도 하고, 아둔한 느낌을 주기도 할 겁니다. 이렇듯이 사람들이 입는 옷 하나에도 어울리는 것이 있듯이 드라마에 출연하는 배우들에게도 어울리는 캐릭터가 있기 마련이겠죠.

MBC 월화드라마인 <계백>을 보게 되면 출연하는 배우들의 연기력에 대해서 상당히 말이 많더군요. 은고역의 송지효를 비롯해, 계백 역의 이서진도 피해갈 수 없는 시청자들의 연기평이 그것일 겁니다. 그중에서도 어쩌면 가장 많은 욕을 먹고 있는 캐릭터가 연태연역의 한지우가 아닐까 싶기도 합니다. 극중 연태연은 백제 말기 태자책봉으로 인해서 가장 두드러져야 할 인물이라 할 수 있을 겁니다. 백제의 의자왕에게는 후궁들에게서 낳은 왕자들이 수십인데, 역사적으로도 백제패망 시기에 태자문제로 혼란스러웠던 정국이기도 했었죠.

드라마 <계백> 30회에서는 의식불명에 빠져있던 의자왕(조재현)을 대신할 백제의 운명을 결정짓기 위해 다음 보위에 오를 태자를 책봉하게 되었죠. 연태연의 아들이자 의자의 장자인 부여태를 태자에 옹립한 것이었죠. 그렇지만 나이어린 태자를 대신해 황후인 연태연(한지우)이 대리청정을 하기에 이르렀습니다. 그렇지만 황후의 대리청정은 그리 오래가지 않았습니다.

 
이미 의자왕은 의식에서 깨어나 은고(송지효)로부터 그동안의 상황을 일목요연하게 들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의자왕이 깨어난 것을 모르고 있는 연태연은 후비인 은고를 사가로 내쳤습니다. 이미 왕인 의자가 의식에서 깨어나기 어렵다는 판단으로 은고와 아들 부여효를 궁에서 내쫓고자 했던 것이었죠.

연태연 역의 한지우의 연기를 보면서 대체적으로 '발연기'라는 느낌을 버릴 수 없었을 겁니다. 드라마 계백이라는 장르는 사극이라는 장르라는 점에서 왠지 배우 한지우에게는 어울리지 않은 옷을 걸친 듯한 느낌이 들었다고나 할까 싶기도 해 보였었죠. 그렇지만 배우로써의 다른 장르에서 인기를 끌수 있는 장점을 지니고 있는 배우이기도 할 겁니다. 예를 든다면 트랜드 드라마나 현대물에서 애교있는 캐릭터를 맡게 된다면 물을 만나지 않을까 싶더군요.

문제는 사극, 특히 권력을 쥐고 있는 핵심적인 인물로 대립하고 있는 황후라는 캐릭터에서 뿜어져나온 한지우의 연기톤은 분명 드라마 <계백>에서는 걸림돌이 될 수밖에 없었을 거란 생각을 해봅니다. 최대갈등을 이끌어내야 할 태자책봉, 부여효와 부여태의 책봉을 두고 궁중 암투가 살벌하게 벌어져야 했을 은고와 연태연의 갈등구조상에서 사실상 한지우의 사극도전은 설익은 과일을 맛보는 모습같기만 했었죠. 쉽게 말해 미스캐스팅이라는 말이 생각나기만 하던 안스러운 모습이기도 하더군요.


백제는 삼국중에서 어쩌면 가장 화려한 귀족문화를 꽃피웠던 나라일 겁니다. 그러한 나라의 기반위에 왕위에 올랐던 의자왕에게 수많은 후궁들이 있었을 것인데, 후궁들의 신분이 단지 의자왕이 예쁘다고 해서 취했던 것이었을까 싶더군요. 어쩌면 대성팔족의 귀족들을 규합하기 위해서 여인네들을 후비로 맞아들이고 그 속에서 수많은 왕자들이 태어났던 것이 아니었나 싶기도 해보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볼때, 드라마 <계백>에서 황후인 연태연을 사가로 내킨다는 것은 귀족세력과 등을 지게 된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나 다름없었을 겁니다.

왕인 의자가 죽었을 경우에는 남아있는 후비들이 왕궁에서 사가로 보내질 수도 있겠지만, 아직 붕어하지도 않은 의자왕이 있음에도 황후인 연태연은 자신의 권력을 남용한 잘못으로 사가로 보내지게 됩니다. 이 모든것이 은고의 계산되어진 계략이 있었기 때문이었죠.

드라마 <계백> 30회를 시청하면서 급격하게 빨라진 전개에 재미가 배가되는 모습이기도 하더군요. 지지부진하게 계백(이서진)과 은고의 러브라인으로 질질 끌던 내용에서 급속도로 빨라진 듯한 모습이라는 얘기죠. 계백이 백제의 영웅으로 자리하면 할 수록 의자는 자신의 권위와 계백에 대한 의심이 커져만 갔었죠. 그런 의자가 신라를 공격하려다 의식불명이 되었는데, 다시 기사회생한 의자는 대신들의 의견을 묵살하는 폭군으로 거듭나고 있습니다.


흥수(김유석)와 성충(전노민)이 추진하려던 개혁의 중심인 정전제와 정사암의 확대라는 것을 일순간에 묵살시키며 태자책봉으로 정국을 소란케했다는 것을 빌미로 흥수를 삭탈관직시키고 궁에서 내 쫓게 되었죠. 거기에 충언을 하는 성충에게 술잔을 집어던지며 군신간의 신의를 망각하는 폭군으로 변해버렸더군요.

 
급격하게 빨라진 드라마 <계백>을 시청하면서 늦기는 했지만, 시선을 잡는 모습들이여서 반갑기만 했습니다. 주인공인 계백의 영웅담으로 그려지고 있는 드라마 <계백>이지만, 사실상 계백에 의한 드라마의 주도권을 잡기에는 너무도 그 캐릭터가 미약하기만 합니다. 왜냐하면 대양성 공취나 신라의 성 40여개를 백제가 함락했다는 것들은 익히 알고 있듯이 계백장군이 이루어낸 것들이 아니라는 것을 시청자들도 알고 있는 터이고, 그러한 허구적인 상상으로 사극을 전개시킨다는 것은 시청자들이 등을 돌리게 되는 요인이 되기 때문이죠.

의자왕과 척을 지고 있는 계백. 그 원인은 후비로 들어간 은고라는 여인에서부터 시작되고 있죠. 즉 드라마 <계백>은 의자-은고-계백의 3각관계라 극의 흐름을 주도하고 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30회에서의 모습은 사뭇 다른 모습이었습니다. 의자-은고-계백 이라는 식상한 러브라인보다는 폭정-충신의 구도로 그 흐름이 바뀐 모습이었습니다.

정사암 회의를 폐지하고자 하는 의자의 뜻에 정면으로 반발을 한 것은 성충과 계백이었죠. 성충의 충언이 못마땅한 의자는 자신의 화를 참지 못해 물건을 집어던지게 됨으로써 충신의 말을 듣지 않는 폭군이 되어버렸습니다. 그리고 계백또한 은고를 바라보는 애뜻함보다는 백제의 명운을 앞에두고 사랑대신 백제를 붙잡으로 하고 있습니다. 자신이 궁을 떠남으로써 올바르고 지혜로웠던 과거의 은고아씨로 돌아와 달라고 말했습니다.


그렇지만 계백의 바램과는 달리 너무 멀리 뛰어와 원점으로 돌아가기에는 힘이 부치게 된 상황이 되고 말았습니다. 어쩌면 원점으로 돌아가기보다는 계속해서 앞으로 뛰어가 결승점을 향해 나아가는 것이 더 지치지 않고 빨리 경기를 끝마치는 방법이 된 것이라 볼 수 있을 듯합니다. 은고에게 돌아와 달라 청하지만 사실상 은고는 너무도 멀리 달려와버린 것이라 할 수 있을 겁니다. 황후를 궁에서 내쫓지만 않았더라도 어쩌면 다시 돌아갈 수 있는 마지막 희망이 남아있을 법한데, 그 마지막 희망을 은고 스스로 버린 것이었죠. 그렇기에 이제는 다시 옛날로 돌아갈 수는 없는 상태가 되어 버린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의자왕와 계백을 놓고 볼 때, 사극드라마에서 시선을 잡는 것은 백제의 패망이라는 사실에 있을 겁니다. 위기속에서 계백과 은고의 사랑이야기보다는 충신을 멀리하고 충언을 귀담아 듣지 않으면서 잘못된 정치를 열게 되면 독재자 의자왕과 마지막 황산벌에서 장렬하게 전사하게 되는 계백의 이야기를 보고 싶어한다는 것이죠. 엄밀하게 말하자면 계백에게 과연 황산벌로 향하기 이전에 죽여야 할 가족이 있을까 하는 의구심도 듭니다. 드라마 <계백>을 시청하게 되면 마치 마지막 황상벌로 향하며 죽여야 할 처자식이 다름아닌 이미 후비가 된 은고와 부여효가 될 가능성이 높기만 하기 때문이죠. 그렇기에 30회에서 보여졌던 다이나믹하게 전개되는 흐름이 반가울 수밖에 없더군요. 변방으로 떠나게 된 계백은 어쩌면 초영과 혼인하게 될지도 모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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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뷰티살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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