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벽하게 한방 먹였다는 모습보다는 과감한 선전포고를 날려버렸다는 표현이 어울리는 장면이라 할 수 있는 모습이 MBC <역전의여왕> 12회에서 보여졌습니다. 그동안 퀸즈그룹을 그만두고 다른 회사에 이력서를 내밀었지만 황태희(김남주)는 매번 채용불가라는 고배를 마셔야 했습니다. 그렇게 6년이란 시간을 가정주부로 살아가게 되었었죠. 그리고 남편까지 회사의 구조조정으로 희망퇴직을 당하게 되었고, 생계를 유지하기가 막막해져 갈 즈음에 황태희는 블라인드 공모전을 통해 다시 퀸즈그룹에 채용되게 되었습니다.

황태희의 앞길을 주구장창 막아섰던 것은 다름아닌 한송이 상무(하유미)였었습니다. 그녀의 입김 한마디로 인해서 다른 회사에까지 황태희는 이력서 한번 내밀기가 어려웠던 것이었습니다. 그렇지만 황태희는 한송이 상무에 대한 원망을 하지는 않았었습니다. 자신을 믿었던 상사였다고 굳게 생각해 왔었던 것이었죠. 굳게 믿었던 부하직원이 어느날 갑자기 결혼을 하게 되면서 느끼게 되는 배신감으로 인해 자신에게 모질게 대했다하며 오히려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는 모습을 취했습니다. 그리고 퀸즈로 다시 돌아오면서까지도 한송이 상무에 대한 의리를 놓지 않았었습니다.

그렇지만 특별기획팀과 기획팀간의 기획서 유출문제에 대한 근본적인 원인이 어디에서부터 시작되었는지를 알게 되자 황태희는 생각을 달리하게 되었습니다. 한송이 상무가 자신을 생각하는 것은 부하직원으로써의 괴씸한 마음보다는 자신을 두려워하고 있었다는 것을 알았던 것이죠. 자신이 다른 회사에 들어가게 되면 결국 한송이 상무와 대적해야 하는 상황에 처하게 되니 자연스레 부하직원임에도 불구하고 황태희를 일선에서 아예 발을 붙이지 못하게 했던 것이었습니다.


황태희가 한송이 상무에 대한 의리를 저버리기로 마음먹게 된 데에는 자신의 남편인 봉준수(정준호)가 팀장인 백여진(채정안)과의 관계를 알았기 때문에 비롯된 결과였습니다. 백여진과 정준수와의 관계를 몰랐었다면 아마도 한송이 상무에게 선전포고까지는 하지 않았을 거라 보여지기도 하더군요. 자신의 남편이 다름아닌 옛애인이었던 백여진의 명령에 따라서, 백여진은 상사인 한송이 상무의 간접적인 지시에 의해서 남편 봉준수가 스파이짓을 하게 되었다는 것을 알아버린 것이 원인이었습니다.

한송이 상무에게 전면적인 선전포고를 한 황태희의 모습을 보면서 후련하고 시원한 마음이었습니다. 시청자인 입장에서야 봉준수는 자신의 아내인 황태희와 아이만을 위해서 열심히 일하고 있다는 것을 뻔히 알고 있는 사실이고, 백여진과의 관계는 단지 과거의 애인이었던 관계였을 뿐 현재는 백여진에 대한 미련이나 마음은 전혀 남아있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는 사실이죠. 하지만 주인공인 황태희는 그런 남편 준수의 본심을 모르고 있습니다. 여전히 백여진과의 관계를 불편하게 생각하고 있을 뿐이죠. 그리고 그 남편이라는 사람이 다름아닌 자신의 상사였던 한송이 상무에게 이용당했다는 사실에 기가 막혔을 것입니다.


한송이 상무의 입장이라면 사실 블라인드 공모전을 통해 재입사한 황태희의 존재에 대해서 견제할만한 위치는 아닐 겁니다. 황태희가 아무리 실력이 좋다 하더라도 일개 평사원에 지나지 않기에 회사조직으로 본다면 싸움상대는 아닌 것이죠. 그렇지만 황태희가 잡고 있는 동아줄이 문제가 되는 것이겠죠. 황태희의 상사인 특별기획팀의 구용식 본부장은 차기 사장직을 두고 이미 회장으로부터의 승계절차를 밟아나가고 있는 것이라 할 수 있는 입장입니다. 구용식 본부장이 성공하게 된다면 결국 황태희의 부활을 알리는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노처녀로 늙어가면서 한송이 상무는 연애, 남자와는 담을 쌓고 살아왔었습니다. 인생에서 가장 화려한 순간을 일과 회사에 묶여있었고, 성공을 위해서 여자이기를 포기하면서 살아왔던 것이었죠. 황태희 또한 자신과 같은 삶을 살아갈 동지로 생각하고 있었지만 느닺없는 황태희의 결혼은 한송이 상무로써는 감내하기 어려운 배신감으로 작용했을 겁니다.

그렇지만 한송이 상무의 황태희에 대한 집착과 병적인 견제는 사실 너무 깊어 보였습니다. 매번 다른 회사를 다시 입사하려던 황태희의 앞길을 자신의 입김으로 막아내던 것이었죠. 그렇지만 황태희의 성공을 위해서 황태희의 남편을 다시 재입사시키고, 기획안을 빼돌리는 데에 이용하려던 모습은 회사의 상무로써의 직책뿐만 아니라 인간적인 도리를 저버린 악녀의 모습이나 다름없었습니다. 한 가정을 미끼로 철저하게 이용하려던 모습이었기 때문이었죠. 황태희의 한송이 상무에 대한 미련의 끈을 잘라버리며, 과감하게 선전포고한 모습은 속이 시원하기만 했습니다.


그렇지만 한송이 상무 역시 쉽게 물러설 위인은 아닌가 보더군요. 황태희에게 당한 만큼 되갚아주려는 듯이 회의장소를 호텔로 잡아놓고 과감하게 다른 사람을 시켜 호텔사진과 회의룸을 사진으로 찍어 휴대폰으로 전송시켰으니까요. 

개인적으로는 한송이 상무의 반격은 어느정도 예상하고 있었지만, 너무도 치졸하고 해서도 안될 용서받지 못할 짓을 한 것이라 보여졌습니다. 자신이 살아남기 위해서 황태희의 기획안 작성을 방해하고 혹은 연구실에서의 샘플작업을 방해하는 방법으로 고난을 준다는 설정은 악녀기질로써의 캐릭터로는 환영할 수 있겠지만, 가정을 상대로 그것도 부부라는 관계를 이용해 이혼까지 가게 되는 상황을 만든 주범이기에 용서받을 수 있는 선을 넘었다고 보여지더군요.

<역전의여왕>은 어찌보면 행복스러운 드라마라고 보여지기도 할 듯 합니다. 소위 실패한 사람들, 2류인생들의 새로운 성공기로 보여질 수 있는 드라마였다고 할 수 있습니다. 성공기를 다루는 유쾌한 모습에서 갑자기 사이코적인 모습으로 돌변하고 있는 듯한 모습이 아닌가 싶었습니다. 차라리 봉준수-황태희-백여진의 삼각관계를 오해와 화해를 반복해 나가는 모습이 더 낫지 않았나 싶기도 하구요. 금술좋던 부부인 황태희-봉준수가 자신들의 감정변화가 아니라 주변의 사람들의 술책에 의해 서로가 믿지 못하는 상황으로 치닫게 되는 모습은 기분좋거나 흥미를 유발하기 보다는 짜증스럽고 화나는 모습이 아닌가 싶어요.

초반에는 셀러리맨 회사원들의 애환을 직접적으로 건드리면서 흥미진진하면서도 동감이 가는 부분이 많았던 것이 사실이지만, 한송이 상무의 봉준수 이용하기는 왠지 드라마가 자꾸만 산으로 향하고 있는 듯한 모습이 아닌가 싶어 보이더군요. 더욱이 자신에게 애정이 남아있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는 백여진 또한 봉준수에 대한 마음을 접지 못하고 황태희의 몰락만을 바라는 것인 양 봉준수의 애정을 이용하는 것도 반복되는 모습이 아닌가 싶더군요.

이혼의 위기, 드라마에서는 빼놓을 수 없는 소재거리지만 <역전의여왕>이라는 드라마에서는 오히려 이혼이라는 면보다는 부부간의 신뢰를 중심으로 풀어나가는 모습이 더 이상적이 모습이 아닌가 싶어 보입니다. 퀸즈그룹의 두개라인인 구용식(박시후) 본부장과 한송이 상무 라인을 대변하고 있는 사람들이 다름아닌 봉황커플이겠죠. 봉준수는 아직까지 중책까지는 아니더라도 나름대로는 페어플레이를 통해 노력하는 모습이 역력해 보입니다. 한송이 상무와 백여진 팀장이 이간질과 술책으로 승리를 쟁취해 가려는 데 반해 봉준수는 늦게까지 실험실로 찾아가 샘플을 얻어오기까지 했었습니다. 또한 특별기획팀의 목영철 부장(김창완)과도 친목을 유지하는 관계입니다. 봉황커플의 활약으로 두 라인의 불협화음이 일치되는 모습로도 그려지길 바래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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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뷰티살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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