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수목드라마이 <로드넘버원>이 보여주었던 비장함과 긴박함이 한순간에 무너져 버린 듯한 모습이 11회의 모습이었습니다. 무너져 버렸다는 것이 일종의 혹평이라는 얘기가 아니라 전개의 톤이 완전히 코믹으로 변해버린 듯한 모습이었죠. 낙동강 방어선을 넘어서 북진하는 국군은 생사의 갈림길을 넘어 평양에까지 이르게 되었습니다. 수도 서울수복은 미군에게 빼앗겼지만 평양탈환만은 국군이 앞장서서 해야 한다는 사단장의 말과 그로 인해 탄생되는 전쟁영웅은 2중대에서 나와야 한다는 것을 강조합니다. 사단장의 말에 2중대원들은 모두가 들떠있는 모습이었습니다. 이렇다할 북한군과의 대치도 없었고 평양 외곽에까지 접근한 2중대원들은 누구나 할 것없이 자신이 영웅이 되어야 한다는 들떠있는 분위기였습니다.

그중에서도 3소대장인 한영민(박병은) 소위는 전쟁영웅이 자신이 되어야 한다는 강한 욕심에 사로잡혀 있는 캐릭터였습니다. 어찌보면 평양탈환의 과정은 그야말로 <로드넘버원>이라는 드라마가 지금껏 보여주었던 비장함과 긴박감과는 거리가 먼 코미디같은 모습이었습니다. 실버스터스텔론의 전쟁영웅 영화였던 <람보>의 패러디영화였던 찰리쉰의 <못말리는 람보>를 보는 듯한 모습이었다나 할까 싶었던 모습이었죠. 화살이 없어 지나가던 닭을 잡아 화살대용으로 쏘아날리던 <못말리는 람보>의 코믹함은 전쟁과 영웅이라는 소재를 코미디로 극화시켜 놓았던 모습이기도 합니다.

한영민 소위는 자신의 명예욕, 일종의 훈장 욕심이겠지요. 평양에 가장 먼저 태극기를 꽂음으로써 영웅이 되어야 한다는 강한 집착에 사로잡혀 있습니다. 하지만 한영민 소위는 이장우(소지섭) 중위나 혹은 신태호(윤계상) 소위처럼 전장에 대한 즉각적인 본능이나 군대에서 중요한 명령의 중요성에 대한 고정적 의식은 전혀 없는 한마디로 마음만 앞서는 철부지 소위에 불과했습니다.


평양으로 진군하는 미군에게 박격포를 급히 조준해 포격을 가하지만, 좌표하나 불러야 한다는 기본적인 절차도 모르는 채, 무조건적으로 포를 발사하라는 둥, 지도에서의 아군의 위치나 적군의 위치조차도 소대원의 조언을 구해야 하는 신출내기 소대장이었습니다. <로드넘버원>의 지난회차에서 잠깐 보여졌던 한영민 소위라는 인물이 사실상 신태호 소위와 비견될만한 캐릭터가 아님을 보여주었던 모습이기도 하겠지만, 급격하게 진지함에서 코믹으로 변해버린 드라마의 전개모습이 의아하기만 해 보였습니다.

미군과의 대치에서 다행스럽게도 한영민 소위의 포격은 어이없이 빗나가고 말았습니다. 지도의 좌표를 대충 어림짐작으로 불렀으니 당연한 결과라 할 수 있기도 합니다. 무능한 소대장의 표상을 보여주기도 했었지만, 그동안 윤삼수(최민수) 중대장의 지휘아래 치열한 백병전까지도 불사하던 2중대의 모습과는 너무도 대조적인 모습이었습니다. 마치 오리지날 <람보>와 패러디물인 <못말리는 람보>를 동시에 관람한 듯한 모습이었다나 할까 싶더군요.

그렇지만 평양탈환의 모습에서 박영민 소위라는 캐릭터가 보여주었던 웃지못할 코믹스러움이 필요했던 까닭을 생각하게 되더군요. 박영민 소위는 평양시가지로 입성해 대로를 우회하라는 이장우 중대장의 명령을 어기면서까지 대로를 따라 전진합니다. 가장먼저 깃발을 꽂음으로써 영웅이 되고자 했었던 것이었죠. 비록 평양 시가지에서의 적과의 교전은 없었습니다. 그렇지만 숨어있던 저격수에 의해서 3소대원이 총에 맞아 부상당하는 일이 발생했습니다. 하지만 한영민 소위는 부하들의 부상은 아랑곳하지 않고 오로지 깃발꽂기에만 몰두해 있었고, 급기야 가장먼저 태극기를 꽂는 장본인이 됩니다. 그리고 그것을 외신 종군기자의 카메라에 포착이 되기에 이르죠. 그야말로 새로운 전쟁영웅의 탄생이라 할 수 있는 모습이었습니다.


정말 어이없었던 평양탈환의 모습이었지만 한편으로 한영민 소위를 통해 드라마 <로드넘버원>에서 보여주고자 했던 것은 무엇이었나가 엿보이더군요. 신태호 소위는 갑작스레 전쟁영웅으로 알려진 한영민 소위의 진면목에 대해서 종군기자에게 말도 안되는 기사를 발행한 점에 대해서 묻습니다. 그런 신태호에게 종군기자는 <전쟁에서는 가짜영웅도 생겨나고 진짜영웅도 생겨납니다. 그리고 저 또한 전쟁의 실체를 전부 보여주지는 않습니다>라고 말합니다.

종군기자의 말속에는 일종의 여론의 형성과 그것을 만들어내야 하는 이유가 담겨져 있는 말처럼 들리더군요. 쉽게 말해 TV드라마나 연예계의 배우들에 대해서 리뷰글을 쓰다보니 자연스레 연예계 소식에 대해서 기사들을 더 많이 보게 되었는데, 그중에서는 여론을 조성하기 위해서 특정 배우의 이미지를 와전시키기도 하고 때로는 전혀 무관한 기사들이 기재되기도 하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특히 기사의 내용과는 전혀 무관한 글들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러한 기사들을 통해 일반인들은 새로운 이슈를 형성해 나갑니다. 하나의 글에 의해서 혹은 하나의 기사에 의해서 시작된 여론몰이는 사람들의 입과 입으로 전해져 파급력이 급상승하게 되죠. 일종의 이슈가 만들어지는 셈입니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처음에 의도했던 기사와는 무관하게 변절되어 있는 경우도 많이 발생하게 됩니다.


전장에서의 여론의 영웅만들기는 일종에 숨겨져 있는 진실과 겉으로 드러나보이는 거짓이 엿보였던 장면이었습니다. 2중대원들에게 한명민 소위는 소대장 기질이 없었던 신출내기에 불과한 찌질한 소대장이었죠. 부하의 안위는 상관없이 오로지 자신의 공훈만을 위해서 달려가는 한명민 소위였지만 외신기자의 사진과 글속에서는 누가 보더라도 영락없는 참된 군인이자 영웅의 모습이었습니다. 부상당한 부하를 부축한 모습은 소대원을 누구보다 먼저 생각하는 상사로 보여지겠지만, 한영민 소위와 함께 생활하고 있는 소대원들은 누구보다 전쟁영웅의 참된 모습을 알고 있으니까요.

급격하게 코믹으로 전개된 평양탈환의 모습을 보면서 오늘날 보편화되어 있는 인터넷을 올바르게 즐기는 방법에 대해서 생각하지 않을 수 없더군요. 인터넷이라는 공간은 하루에도 수십 아니 수백만개의 글과 기사들이 넘쳐나는 그야말로 앉아서 세상돌아가는 것들을 한눈에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 수많은 정보들 중에는 거짓과 진실이 공존하고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하나의 추측이 사실화되어 인터넷상에서 유포되는 경우도 허다하죠. 그렇지만 그러한 정보를 유포하는 누리꾼이나 혹은 신문지상의 수많은 글들을 막을 수는 없습니다. 여전히 쏟아져 나오고 있는 정보들을 차단시키지는 못한다는 얘기죠. 정보에 대한 신빙성을 떠나서 일반인들에게 거짓과 진실은 너무도 쉽게 노출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그 노출되어진 정보들을 올바르게 선별하는 것은 다름아닌 일반인들의 몫이 되었습니다.

평양탈환의 영웅이 된 한명민의 실체와 그 속에 담겨져 있는 거짓의 양면성은 전쟁이라는 극한 상황에서뿐 아니라 현재 전세계를 하나로 묶어놓고 있는 인터넷 공간에서도 공존하고 있습니다. 어쩌면 갑작스럽게 긴장감을 버리고 코믹버전으로 돌아선 MBC의 <로드넘버원>은 이러한 진실과 거짓 사이에서 그것을 판단해야 하는 사람들에게 의식의 필요성을 보여주려 함은 아니었나 싶었습니다. 마치 2중대의 중대장인 이장우 중위를 윤삼수 중대장과 동일시한 시선으로 생각하고 있는 신태호 소위가 평양전투에서의 진실을 바라보고 있듯이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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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뷰티살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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