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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극드라마리뷰

동이 38회, 후궁첩지의 화려함보다 숙종의 분노가 빛났다

by 뷰티살롱 2010. 7.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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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통 사극드라마가 인기를 끄는 데에는 과거에 있었던 일들이나 인물들을 재조명함으로써 현재 시대에서 그들의 삶을 조명해고 돌아봄으로써 발전시켜야 할 일들과 경계해야 할 일들이 무엇일까를 생각하게 한다는 점일 것입니다. 물론 정통 사극 드라마라 하더라도 역사적 사실을 비틀고 각색해 역사적으로 100%로의 싱크로율을 보이지는 않는다는 것이 사실이겠지만, 악인이었든 선인이었든 과거의 인물을 현재의 시점에서 새롭게 재조명하는 것이 혹평을 불러일으키기도 하고 호평을 얻기도 하겠지요. 또한 사극에 등장하는 인물들간의 계략과 술수를 통해 사람을 얻고 믿음을 이어가는 모습들을 시청함으로써 인간관계에 대해서도 다시 생각할 수 있게 만들기도 합니다.

MBC의 사극드라마인 <동이>는 실존인물이었던 영대대왕의 생모인 숙빈 최씨와 숙종의 로맨스를 그리고 있는 사극 드라마입니다. 드라마의 전개요소가 숙종과 동이의 로맨스에 맞추어져 있다보니 초반에는 숙종과 동이의 뛰어넘을 수 없는 신분의 벽을 코믹으로 일관했던 면도 없지않아 보여졌었죠. 그렇지만 그 코믹요소가 오히려 성공의 요인으로 자리한 것도 사실인 법 합니다. 가장 높은 곳에 있는 숙종(지진희)이 낮은 신분을 갖고 있는 동이(한효주)와 로맨스를 만들어가기 위해서는 부득이 서로간에 섞이지 못하는 신분을 불식시켜야 하겠지요. 그렇기에 역대 왕으로 등장했던 군왕의 지엄함보다 <동이>에서의 숙종이라는 캐릭터는 어설픈 허당기징과 코믹이 믹스된 깨방정 스타일로 자리했드랬습니다.

그리고 중전인 인현왕후(박하선)이 폐위되어 다시 돌아오게 되는 상황으로까지 이어졌고, 동이는 장악원 여비의 신분에서 후궁이라는 첩지를 받게 되어 진정한 내명부의 실세가 되기에 이르렀습니다. 중전인 장옥정(이소연)의 죄를 입증하는데 공이 컸던 동이는 다시 돌아온 중전으로부터 후궁인 숙원의 첩지를 받았던 모습이 38회의 주요 모습이었습니다. 궁으로 다시 돌아온 인현왕후와 다시 희빈으로 밀려난 장옥정과 귀향을 떠나게 된 오윤(최철호), 세력이 약해진 남인기반의 대신들의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흡사 <동이>의 마지막회 같은 해피엔딩과도 같은 모습이었죠. 지금까지의 회차를 돌아본다면 처음부터 끝까지 웃음으로 시작되어 웃음으로 일단락된 회차였다 할 수 있어 보였기 때문이었죠.

하지만 중전으로 돌아온 인현왕후와 후궁이 된 동이의 화려함이 시선을 끌었던 것은 사실이겠지만, 개인적으로는 숙종의 분노가 38회에서 가장 인상적인 모습이었습니다. 숙종은 자신이 꿈이 태몽이라고 설레발을 친 상선의 말을 듣고 동이에게 먹고싶은 것이 무엇이냐며, 혹시 신 것은 생각나지 않느냐면서 회임에 대해서 넌지시 물어보죠. 하지만 풍산 동이는 너무도 씩씩하기만 하더군요. 음식생각은 전혀 안중에도 없었으니 말이예요. 하지만 딱 한가지 생각하는 것이 있었는데, 어릴적에 먹었던 활인서의 죽이 먹고 싶다고 했습니다.


숙종은 동이와 함께 활인서를 향해 가게 되었죠.  그렇지만 정작 활인서에 도착한 숙종은 허허실실하던 모습에서 경악을 금치 못하는 모습이었습니다. 다름아닌 끝도없이 기다리는 백성들의 굶주림을 보았기 때문이었습니다. 자신이 왕이 나라에서 이처럼 배를 곪고 있는 백성들이 많이 있다는 사실이 너무도 기가 막히고 참담하기만 했었죠. 분노가 아닌 참담한 현실을 눈으로 목격하기는 처음이었던지라 숙종의 비애도 그만큼 컸을 것입니다.

그렇지만 활인서에서는 줄을 서서 기다리는 백성들에게 모두가 죽을 나누어주지는 못했습니다. 강제적으로 그날에 할당된 배급량을 마감하고 지쳐서 먹을 것을 구걸하는 백성들의 쪽발을 창으로 두들기면서 해산시키려고 했었습니다. 울상이던 숙종에게 그같은 모습은 자신이 꿈꾸었던 부국강병이라는 실체와는 전혀 맞지가 않는 모습이었을 겁니다. 겉으로는 외적에 맞서 튼튼한 성을 축조하고 국방력을 강화시켜나가면서도 정작 백성들의 실상 깊숙한 곳까지는 돌아보지 못했었던 것이었죠. 숙종의 분노는 다리를 절둑거리다가 땅바닥에 죽을 쏟은 백성이 쏟아진 죽을 손으로 끌어모으며 다시 쪽박에 담는 모습을 보면서 폭발하고야 말았습니다. 상선에게 죽을 가져오라 명하고 활인서는 일시에 갑작스레 등장한 숙종의 모습에 관리들은 머리를 조아렸습니다.


숙종은 활인서에서 담당 관리를 그 자리에서 파직시키고 변방으로 쫓아내도록 합니다. 자신은 분명 활인서에 명해 가난한 백성들을 구제하도록 명했기 때문이었죠. 하지만 그러한 명을 제대로 시행하지 못하고 있던 안이한 관료들을 그 자리에서 파직시킨 것이었습니다.

38회에서 숙종의 분노는 단지 한 회차에서의 에피소드와도 같은 분량에 지나지 않았습니다. 기껏해야 10여분의 시간분량으로 보여졌었는데, 한 회차를 놓고 보자면 극과극의 모습이기도 했습니다. 중전의 귀환과 후궁첩지를 받은 동이의 즉위식이 보여준 화려함과는 대조적으로 백성들의 궁핍한 삶은 그야말로 하늘과 땅을 연상케하던 모습이기도 했습니다.

우연하게도 28일 수요일은 보궐선거가 있는 날이죠. 그동안 알게모르게 TV 토론회다 뭐다 정치인들이 등장해 선거공약을 내걸기도 했었고, 같은 당 의원들의 막장 토론까지도 서슴없이 보여주었습니다. 언제나 그렇듯이 선거철만 되면, 그중에 빼놓지 않고 등장하는 것들이 다름아닌 서민안정과 경제회복이라는 두 단어일 듯 합니다. 가장 중요한 공약이기도 하기에 앞다투어 그러한 공약들을 내걸기도 합니다. 그렇지만 서민들이 생각하는 경기회복의 수준은 아직도 좋아졌다고 생각지는 않을 듯합니다. 뉴스에서는 대기업들의 기업보고서에 따라 올 상반기 흑자전환이네 사상최고의 수출을 달성했다고 하지만 중소기업이나 서민들의 삶은 어떠할까요?

활인서에서 숙종은 동이에게 의미있는 말을 건네죠. 매일처럼 앉아 대신들이 가져다주는 문서만을 들여다보고 있었는데, 실상을 살피지 못한 내 불찰이 크다는 것이 요점이었죠. 그리고 그런 나를 왕으로써 백성들이 어찌 믿을 수 있겠느냐고 말하죠. 하지만 그런 숙종의 상심에 동이는 손을 잡아주며 한번도 원망하지 않았었다고, 오히려 감사해 하고 있었다고 말합니다. 비록 며칠동안 굶었지만 활인서에서 먹을것을 먹을 때마다 주상전하의 은덕에 감사해 했다며 힘을 주었습니다.


동이의 말은 어찌보면 왕과 후궁이라는 관계보다 남편과 아내의 모습처럼 보였던 장면이었습니다. 회사가 힘들고 어깨가 쳐진 남편에게 아내의 말한마디가 큰 힘이 되어 주듯이 동이의 말에 숙종은 힘을 얻는 듯한 모습이었습니다. 잘사는 사람이 아닌지라 어쩌면 숙종과 동이의 활인서 나들이가 화려했던 후궁첩지를 받는 동이의 모습보다 더욱 빛났던 모습이었습니다. 비단 숙종이 백성의 궁핍한 삶에 대해서 분노하는 모습에서가 아니라 그속에 담겨있던 동이의 숙종에 대한 믿음도 한꺼번에 보여주었던 장면이었죠. 특히 공감이 가는 것은 동이의 말이었습니다. 한번도 주상전하를 원망하거나 미워하지 않았었다는 것이었죠. 오히려 끼니를 잇지 못하더라도 가끔씩 먹게 되는 활인서의 죽을 먹으면서 주상전하의 은덕에 감사했다는 말이었습니다. 현재의 시대에서 국민들에게 혜택을 마련해 주는 높으신 분들에게는 <동이>에서의 활인서 장면은 어쩌면 낯뜨거웠던 장면이 아니었을까 싶기도 하더군요. 한편으로는 활인서의 일을 단순하게 에피소드처럼 끝내버린 아쉬움이 들기도 했었습니다. 천민이었던 동이의 후궁첩지를 통해 기득권층으로 입성과 더불어 보다 낮은 민초들의 삶을 통해 서인과 남인의 정치적 대립을 이끌어나갔다면 어떻을까 하는 개인적인 생각도 해 보았습니다. < 사진 = MBC 사극드라마 '동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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