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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드라마리뷰

신데렐라언니, 효선의 자각 - 破局(파국)으로 가는걸까?

by 뷰티살롱 2010. 5.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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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겨 시청하는 KBS2 채널의 <신데렐라언니>라는 드라마를 보고 있노라면 가끔 섬뜩한 느낌이 들기만 합니다. 그동안 시청해봤던 드라마와는 달리 <신데렐라언니>는 슬픔으로 가득차 있는 드라마입니다. 사랑하기 때문에 아파해야 하고 그리워하기 때문에 아파해야 하고 보고싶어서 아파해야 하고 말하기 때문에 아파해야 하는 그런 드라마입니다. 은조(문근영)의 슬픔은 그중에서 가장 큰 심연에 자리하고 있었던 모습이었죠. 기훈(천정명)에 대한 애뜻한 마음은 있지만 효선(서우)때문에 기훈에게 마음을 돌릴 수가 없습니다. 또한 엄마인 강숙(이미숙)의 악행으로 은조는 아파해야만 합니다. 

강숙과 은조가 대성참도가로 들어옴으로써 시작된 슬픔의 행렬은 그치지 않죠. 구대성(김갑수)가 죽음을 맞게 되기까지 어찌보면 강숙은 대성을 진심으로 사랑했기 때문에 그를 따랐던 것은 아니었던 모습이었죠. 단지 강숙은 바람막이가 되어줄 남자가 필요했던 것이었고, 자신의 딸인 은조와 자신이 늙어가면서도 넉넉하고 편안하게 살아갈 수 있는 그늘막이가 필요했던 모습이었습니다. 그렇지만 그 모든 강숙의 진심을 알고 있음에도 대성은 자신의 모든 것을 내어주면서 떠나지 않는 것이 그저 행복이다, 자신이 고생하는 것이 오히려 낫다, 강숙이 눈물짓는 것은 단지 자신이 못나기 때문에 일어나는 것이다, 부족하기에 원인이 된다고 하는 미련스러운 지아비였습니다.


8년간의 일기를 읽어나가면서 강숙은 대성의 존재를 깨닫게 되었습니다. 대성이 죽고 없어진 빈 자락이 외롭고 쓸쓸하고 불안하다는 감정은 사라지고 진심으로 대성에 대한 그리움과 애뜻함이 생겨나게 되었습니다. 구대성 사장의 삶을 그제서야 깨닫게 된 강숙은 효선에게 진심으로 대하게 됩니다. 단지 은조가 효선한테 뜯어먹을 게 많아서 잘해주는 것이 아니라 <그 미련하고 어리석은 구대성의 딸>이라는 사실만으로 효선에게 마음을 열게 되었습니다.

의심과 불안감이 감돌던 대성도가에 비로소 한줄기의 빛이 새어들어오는 듯한 모습이기도 했습니다. 은조에게 거지라며 대성도가에서 없어졌으면 한다던 효선은 어느새 어른이 되어있었습니다. 기훈에게 자신의 사랑을 거절당했습니다. 세상에 아버지인 구대성 외에 남자라고는 알 수 없었던 효선은 달콤한 사랑의 약에 취하기보다 이별의 아픔을, 마음이 황폐해짐을 비로소 알게 되는 듯해 보였습니다. 못됐지만 그래도 옆에 있어주는 게 낫다며 세상을 오로지 빛으로만 바라보던 효선의 시야에도 이제 어둠이 보이게 된 것이나 다름없는 모습이었죠.


그에 반해 은조와 기훈은 서로의 마음을 그제서야 드러내 보였습니다. 은조와 효선의 아빠인 구대성을 죽음으로 몰고간 장본인이 다름아닌 기훈 자신이기에 기훈은 자신의 죄를 그들 자매곁에서 속죄하며 살아가고자 합니다. 한편으로 자신의 마음을 더 이상 속일 수가 없었습니다. 기훈 자신에게 은조가 아니면 안되듯 은조 또한 기훈 자신이 아닌 다른 사람은 안된다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하지만 슬픔은 그들사이를 갈라놓고 있습니다. 의붓아빠인 대성에 대한 속죄는 비단 기훈에게만 존재하고 있었던 것은 아니었습니다. 어느샌가 세상을 알게 되고, 사랑을 알게 되고 따뜻함을 알게 해준 대성, 사람에 대한 따뜻함을 깨닫게 해준 대성에 대한 용서를 은조 또한 구하고 있는 모습입니다. 그렇기에 자신의 몸이 찢겨진다해도, 자신의 사랑을 포기한다 해도 자신의 동생이자 구대성 사장의 친딸인 효선의 불행은 지켜볼 수없는 것이었나 봅니다.

드라마 <신데렐라언니>는 슬픔을 노래하는 듯한 모습입니다. 각자의 살아온 삶이 다르다 하더라도 그들 각자의 내면에 존재하는 슬픔과 어두움을 한꺼풀 벗겨내면서 보듬어가는 듯하기만 합니다. 대성이 자신을 버리면서까지 은조와 은조모를 받아들였듯이, 은조모인 강숙의 본심을 알고있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슬픔을 스스로 자신의 가슴속에 빗장을 걸어 풀려나지 못하도록 했듯이, 은조도 자신을 버리면서까지 효선을 지키려하고 있는 모습입니다.

아이에서 어른이 된 효선은 대성도가와 홍주가와의 관계를 알게 이릅니다. 은조의 짜증스러운 섞인 말대로 효선은 대성도가에서 하나둘씩 배워나감으로써 어른이 되었던 것이죠. 일본으로의 수출에 홍주가가 개입되어 있다는 사실을 일본 바이어를 통해 알게 되고, 기정을 만나게 됨으로써 모든 시발점에 기훈이 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거기에 자신의 아버지인 대성이 살아생전 기록으로 남겼던 일기를 발견하게 됨으로써 강숙의 본심이 어떤 것이었음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마냥 아이같았던 효선은 어느새 어른이 되어있었던 것이었습니다. 아버지의 일기장을 들춤으로써 효선은 이제 강숙에 대한 애뜻함은 사라지게 될 것으로 보여지기만 합니다. 그동안 효선의 마음을 짓누르던 슬픔, 세상에 혼자 남겨지게 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은조와 강숙이 자신을 버리게 될 것이라는 두려움에 불안해 하고 있었습니다. 불안하더라도 엄마인 강숙과 언니인 은조가 옆에 있는 것이 낫다고 생각하고 있었지만, 효선은 이제 아이가 아닌 어른이 되어있습니다.

서로가 서로의 슬픔을 안고 살아오던 은조와 효선 그리고 강숙은 어쩌면 더이상 서로를 바라보지 않게 될듯해 보입니다. 은조는 슬픔에서 태어나 대성을 통해 기쁨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죠. 그렇지만 효선은 즐거움 속에서 살아왔고 강숙을 통해 슬픔을 알게 되었습니다. 기훈은 효선에게서 애정을 알게 되었지만 그와 함께 책임을 알게 되었고(기훈에게 가정은 일종의 억압과 고통이었을 겁니다. 홍주가 서자로 태어나 그림자처럼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하다 대성도가에서 삶의 기쁨을 알게 되었지만 반대로 대성의 죽음으로 책임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으니까요), 은조를 통해 연민을 느꼈지만 사랑을 알게 되었습니다. 은조는 대성을 통해 사랑을 알게 되었지만 기훈을 통해서 아픔을, 사랑을 버리는 버리는 것을 알아가고 있는 듯해 보입니다. 그들이 갖고 있는 슬픔의 깊이는 얼마나 깊을까요? 자꾸만 그들은 슬픔으로 인해 파국으로 가게 되는 것은 아닐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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