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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드라마리뷰

신데렐라언니, 은조의 슬픔은 빛이 들지않는 심연(深淵) 같다

by 뷰티살롱 2010. 4.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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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조가 아빠~라고 불렀다. 마치 초반 기훈의 잔잔했던 목소리가 닫혀있던 은조의 얼어붙어있던 마음을 눈녹이듯이 은조야~하고 불렀던 것처럼 은조가 자신의 입으로 의붓아버지의 영정앞에서 눈물을 흘리며 잘못했다고...미안하다고....죄송하다고....다시 돌아가고 싶다고 아빠~라고 불렀다.... 기정의 목소리는 다정했지만 은조의 목소리는 회한과 반성의 목소리였다.

KBS2채널의 <신데렐라언니>는 슬픔의 드라마를 보는 듯합니다. 특히 주인공인 은조(문근영)가 지니고 있는 슬픔의 깊이를 측량하지 못할만큼 그 깊이가 너무도 깊게만 보입니다. 처음에는 은조의 까칠스러운 모습이 세상과 벽을 쌓고 살아가는 아이였다고 느꼈었죠. 은조가 살아온 삶은 엄마인 강숙(이미숙)으로부터 기인되었다 할 수 있습니다. 세상의 사람들을 믿지 못하고 함께 어울려 살아가는 법을 몰랐던 한 삐뜰어진 불량의 소녀가 등장했다고 보았었죠.

장씨 아저씨의 술주정이 계속되는 고단한 삶이 연속되었지만 그 이전에도 엄마인 강숙은 세상 남자들의 품에 의지해 친딸인 은조를 키웠었죠. 그렇지만 엄마의 남자가 바뀌고 그때마다 은조는 그 엄마의 사내가 자신을 덮칠까봐 불안에 떨기도 했었고, 매를 맞을까봐 전전긍긍하며 자란 불운한 10대를 보냈습니다(은조와 엄마 강숙과의 대화에서 대성도가로 들어오기 전에 여러 남자들이 엄마와 지냈었다고 말하는 대목이 있었죠).

은조의 세상과의 불신은 그렇게 자기자신을 방어하기 위해 스스로가 자신의 성을 쌓고 세상과 벽을 만들어 놓았습니다. 사람들과 자신은 무관하며 어차피 떠날 사람들이기에 정을 준다는 것은 사치스러움에 지나지 않는다고 여기고 살아온 아이였습니다. 그런 은조에게 대성참도가에서의 삶은 그동안의 구질구질한 인생과는 다른 빛으로 가득한 세상이었습니다. 대성도가의 주인인 구대성(김갑수)은 자신이 밀어내려 하면 한걸음 뒤로 물러나 은조가 진정할 수 있도록 시간을 주기도 하고, 어떤 때에는 가까이 다가와 보담어주기도 했었습니다. 세상에 태어나서 엄마의 남자, 은조에게는 의붓아빠가 될법한 사람들에게 사랑이라는 관심이라는 것조차 받아본 적이 없었던 은조에게 대성은 아빠라는 존재를 넘어서 의지하며 기댈 수 있는 더팀목이 되는 그런 남자였습니다. 그렇지만 대성의 배려와 사랑에 먼저 등을 돌리고 거부하는 것은 은조 자신이었죠. 여태껏 살아온 자신의 삶에서 아빠라는 존재, 사람이라는 존재는 결국 헤어지고 나면 남남이 되는 존재들이었다고 믿어왔으니까요.


그렇지만 대성의 진심은 굳어버린, 닫혀버린 은조의 마음을 하나씩 열어가고 있었죠. 세상은 살만한 가치가 있다는 것도, 사랑할 수 있다는 것도, 그리고 사람을 믿을 수 있다는 것도 하나씩 가르쳐 주었습니다. 진정한 아버지라는 존재로써 말이죠.

은조에게 아버지라는 존재를 일깨워주었던 단 한사람이었던 대성참도가의 구대성은 세상을 떠나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은조는 다른 사람들 앞에서는 울지 않습니다. 눈에 보이는 것은 것은 단지 사물에 대한 집착과도 같다는 것인지, 은조는 과거와 달라진 것은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그렇지만 사람들이 없는 자신만의 공간에서 은조는 오열하고 또 오열하며 슬퍼했습니다. 그러나 구대성을 끝내 아버지라고 부르지 못했었죠.

의붓 아빠인 구대성이 죽고 대성 참도가는 위기를 맞기에 이릅니다. 홍주가의 홍회장(최일화)은 본색을 드러내 송두리째 대성도가를 손아귀에 넣으려고 합니다. 자신이 투자한 금액을 돌려받으려고 하고 있으니까요. 그런 와중에 은조는 자신이 직접 담근 술을 성공시켰습니다. 대성도가에 태어나 막걸리를 먹으면서 자란 효선(서우)에게 맛을 감별해 보라며 자신의 술을 맛보게 했습니다. 효선은 은조가 내민 술이 자신의 아빠 구대성이 담근 술로 착각하게 되고, 은조는 자신이 성공했다고 말합니다. 그리고 효선에게 독한 표정으로 몰아세우게 됩니다. 대성도가에서 또한번 난 성공을 거두었는데, 효선이 넌 무얼 했느냐고.... 이렇게 하다보면 어쩜 대성도가를 자신이 꿀꺽 삼키게 될 것이라며 정신 똑바로 차리라고 합니다.


효선에 대한 은조의 말을 들으면서 독하고 악하다는 느낌보다는 은조의 슬픔을 느끼게 합니다. 자신이 살아온 세상이 얼마나 힘들었으면 자신의 본심과는 전혀 다르게 표현하게 될까 하는 것을 보게 된 것이죠. 아버지를 잃어버린 효선이 슬퍼하며 은조에게 의로받고 싶은 마음에 펑펑울면서 은조의 무릎에 기대었지만, 은조는 그런 효선을 매몰차게 뿌리쳤습니다. 하지만 은조의 마음은 대성이 자신의 어깨를 보담어주던 손길을 잊지 않고 있었습니다. 마음속으로는 울고있는 효선에게 다정하게 의붓아빠였던 대성이 자신에게 했던 것처럼 안아주고 싶었지만 은조는 그렇게 하지 않았죠.

마음과 다른 행동은 그 사람이 너무 좋거나 아니면 관심을 끌기위한 행동에서 기인합니다. 은조는 효선에게 다정스레 위로해주고 싶었지만 그럴수록 효선은 자신에게 의지하는 것이 더 많아지게 될 것이고, 어쩌면 자신의 엄마인 강숙의 울타리안에서 살아갈 수 없을 것을 알고 있었던 것은 아니었을까요. 은조는 수십년을 엄마 강숙과 함께 살아왔었죠. 어떤 사람이라는 것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고, 사람을 내치거나 배신한다는 것에 익숙해져 있는 아이였었습니다. 빛 안에서, 양지에서 커온 효선은 강숙의 품안에서 살아갈 수 없는 아이입니다. 그런 효선에게 해줄 수 있는 건 은조로써는 아무것도 없었을 듯해 보입니다. 은조가 위로하면 위로해줄 수도록 효선은 강숙에 의해 어둠속으로 떨어질 것이기 때문이었죠.

 
효선을 뒤로 하고 은조는 자신이 성공시킨 첫 술동이를 아버지의 영정에 바치며, 오열하며 그토록 부르지 못했던, 입안에서만 맴돌던 말을 꺼냈습니다. 잘못했다는 말.... 그리고 아빠 라는 말이었죠. 세상에 태어나서 많은 아빠들을 만났었지만 은조에게는 아빠라고 인정했던 사람이 대성이었습니다. 은조의 눈물에 좀처럼 드라마를 보면서 슬퍼하지 않는 저로써도 눈물이 글썽이더군요. 은조의 슬픔이 보이지 않은 너무도 깊디깊은 심연과도 같은 모습이었기 때문이었죠.

자신의 속내를 좀처럼 내비치지 않는, 누구를 쉽게 믿지 않는 은조가 처음으로 자신의 마음을 열어보인 사람은 세사람이 있었습니다. 기훈(천정명)과 대성(김갑수), 그리고 한정우(택연)이었습니다. 대성도가로 처음 들어왔을 때 은조는 기훈에게 처음으로 존대말을 쓰는 어색한 모습을 보였었습니다. 비록 과외 선생이라는 입장으로 마주했던 기훈이었지만 존칭을 사용함으로써 기훈의 온화한 모습에 마음의 빗장을 열기위한 준비를 한 모습이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 빗장의 문을 열게 해준 것은 다름아닌 의붓아빠인 대성이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커다란 울타리가 되어주어 은조가 마음껏 뛰어놀수 있는 놀이터가 되어준 이가 대성이었기 때문이었죠. 그리고 또 다른 한사람인 한정우. 정우는 은조에게 평온을 가져다 주었습니다. 유일하게도 은조가 마음놓고 웃음을 보였던 이가 바로 한정우였었습니다.

대성도가의 위기와 엄마인 강숙의 변신은 대성도가의 주인이었던 한사람 대성의 친딸인 효선의 위기라고 할 수 있습니다. 대성에게서 받았던 사랑과 관심을 은조는 효선에게 돌려주려 하고 있는 모습이었습니다. 지킬 수 없는데 어떻게 빼앗겼다고 말할 수 있을까요. 효선은 은조에게 어느것 하나 빼앗기기도 그렇다고 지키려 했던 것도 없었습니다. 효선은 대성의 울타리안에서 뛰어놀던 어린아이에 불과한 신데렐라였으니까요. 세상의 악한 것을 경험하지 못한 효선은 이제 어쩌면 끝도 보이지 않았던 은조의 어둠속으로 들어서게 될 것입니다. 그런 효선에게 은조는 자신의 위로가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을것임을 알고 있었을 겁니다. 그렇기에 효선의 손을 잡아주기보다는 더 깊은 심연의 끝으로 밀어넣으며 어둠의 실체안에서 살아남는 법을 일깨워주는 것이 더 나을 듯해 보였을 겁니다. 은조가 지닌 슬픔의 깊이는 얼마나 되는 것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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