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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극드라마리뷰

추노 황철웅, 살인귀가 된 그가 밉지않은 까닭은?

by 뷰티살롱 2010. 3.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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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기드라마 <추노>는 시청하고 있노라면 모든 주인공들이 죽어야만 끝이나는 드라마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청나라의 침입 이후 삼전도의 치욕이 있고 난 후 조선이라는 사회는 극도로 혼란한 사회가 되었습니다. 그 와중에 도망노비를 찾아 추쇄하는 추노꾼들이 등장하게 되었죠. 일종에 혼란의 모습이라고 할 수 있는 모습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드라마 <추노>가 이제 4회만을 남겨놓은 채 클라이막스를 향해 치닫고 있는 모습입니다. 업복이(공형진)는 그분과 함께 세상을 바꿀 마지막 거사를 앞두고 있는 모습이었고, 월악산으로 피신한 대길(장혁)과 송태하(오지호)는 시시각각으로 다가오는 황철웅(이종혁)과의 마지막 혈전을 눈앞에 두고 있는 듯한 모습으로 20회가 끝이 났죠. 길고 긴 시간에 마침표를 던지는 듯한 모습이기도 했습니다.


잠시 대길과 송태하, 혜원(이다해)이 몸을 피한 월악산의 모습을 떠올려보면 묘한 느낌이 들더군요. 다름아닌 밑바닥 인생이라 할 수 있는 도망노비들이 모여있는 근거지라는 점입니다. 이는 시작이 추노질에서 시작되었으니 그 끝도 추노질의 끝에서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이나 어쩌면 다를바가 없어 보이기도 하더군요. 송태하와 황철웅은 그동안 훈련원의 상관이자 친구 혹은 연적의 관계에 있었던 사이였습니다. 자신이 누군가의 밑에 있어 친구이기전에 상관이라는 것, 명령을 받아야만 하는 입장에 있었던 2인자로써의 비애감에 빠져있던 황철웅은 월악산이라는 곳에서의 마지막 혈전을 통해 자신의 존재를 알리려 하는 모습이었습니다. 그토록 황철웅의 머리속을 장악하고 있었던 것은 가난이라는 삶의 애환도 아니었고, 그렇다고 상관이 된 송태하의 명령에 따라야 하는 2인자의 굴레도 아닌었을 것입니다.

어쩌면 황철웅은 송태하를 반드시 넘어야 할 산이라 여겼을 것입니다. 훈련원 관원으로 있으면서 호란을 함께 겪은 송태하였고, 그에게 목숨을 빚지기까지 했었지만, 황철웅이 넘어야 할 거대한 산은 다름아닌 장인인 이경식 대감이 아니었겠죠. 무인과 문인이라는 차이는 붓과 칼로 자신을 보여주어야 한다는 점입니다. 호란이 일어나고 용골대에게 볼모로 붙잡혀 가게 되는 상황에서 송태하는 부하들과 뜻을 함께 하며 죽기를 각오하고 마지막 전투를 벌이게 됩니다. 하지만 황철웅은 태하와 함께 뜻을 하지 않았습니다. 그에게는 어쩌면 죽음을 담보로 잡기에 앞서 걱정해야만 하는 어머니가 있었기 때문이었겠죠.


그러나 황철웅은 이제 어머니에게 마지막 인사를 올렸었습니다. 이미 제주에 있던 원손을 찾기 위해 찾아가던 길목에서 어머니와의 마지막 인사를 올리고 떠났습니다. 그 끝이 다시는 돌아올 수 없을 것임을 이미 알고 있었을지도 모릅니다. 자신의 모든 것을 걸고 송태하를 찾아야 하기 때문이었죠. 하지만 검술로 자신이 우위에 있다 생각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그렇기에 마지막 인사를 하며 제주로 향했었던 것이겠지요.

왜 황철웅은 송태하와의 대결에 그토록 연연해야만 하는 것이었을까요.
그에게는 돌아선 과거가 없었기 때문이라 보여집니다. 어쩌면 훈련원에서 함께 동고동락을 함께 하던 친우들을 모두 자신의 손으로 잡아 들이고 노비로 만들어버렸던 과거의 모습에서 그는 2인자라는 낙인만이 찍혔던 것이 아닌 배신자라는 낙인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2인자로 살아있는 것보다 더 치욕스러운 것은 무사에게 배신자라는 오명으로 살아간다는 점일 것입니다. 자신이 해야만 하는 정당성을 만들어놓기 위해서는 자신이 존재했던 과거의 흔적은 모두 없애야만 하겠지요. 그렇기에 황철웅은 이미 노비가 되어버린, 자신의 부하였던 훈련원 부하들을 모두 죽일 수밖에 없었을 듯합니다. 그렇게 서서히 자신은 살인귀가 되어버린 것이겠지요.

드라마 <추노>는 혼란의 시대인 조선 인조 시대입니다. 인조는 삼전도의 오욕을 씻어내고 북벌을 준비해야만 하는 도전이 용틀음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소현세자의 뜻을 이루기 위해 송태하는 원손을 지키고 있지만, 송태하에게 원손을 지켜낸다는 의미는 세상을 바꾸는 것과 같은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세상을 바꾼다하여 양반과 노비의 신분이 뒤바뀌지는 않습니다. 뼈속까지 양반의 신분인 송태하에게 황철웅은 영원히 자신의 수하이자 친구라는 명분이 자리하고 있을 뿐입니다.

청나라의 세력을 등에 업고 나라를 부국강병화 시켜나갈 수 있겠지만, 이는 완전한 조선의 자립은 아닐 것입니다. 어쩌면 소현세자가 붙들려가는 길목에서 마지막 목숨을 다하며 부하들과 항전하던 송태하에게 등을 돌렸던 황철웅은 싸움에 말려든다는 것이 부질없음을 알고 있었던 것이었을 수도 있습니다. 충과 신의는 글줄이나 읽으며 음풍농월을 즐기는 양반네들이 즐기는 희롱이나 진배없는 놀이일뿐, 가난의 그늘을 짊어지고 살아왔던 황철웅에게는 허울좋은 신선놀음에 놀아나고 싶지는 않았을 수도 있어 보입니다.


무인의 치욕을 감내하고 어쩌면 황철웅은 송태하의 칼날아래에 싸늘하게 죽기를 고대하고 있지는 않을까 싶습니다. 무인은 말로 승부를 보지않고 오로지 칼로써 승부를 논한다는 것처럼 송태하만을 따르던 부하들을 하나하나 죽임으로써 황철웅은 자신의 인연을 스스로 끊어놓고 있습니다. 살인귀가 된 황철웅, 송태하의 부하들을 모두 죽인 장본인이지만 그가 아직까지 밉지않게 보이는 까닭은 무엇때문인지 궁금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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