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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극드라마리뷰

추노, 짝귀의 허무개그에 담겨있는 의미는?

by 뷰티살롱 2010. 3.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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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바닥에서 주먹질로는 짝귀가 최고였고, 발차기로는 숭례문 개백정을 따라갈 자가 없었어. 그런데 말이지, 그게 나 이대길이가 나타나기 전까지의 일들이야

인기드라마 <추노>에서 이대길(장혁)은 월악산 산채로 숨어들어가며, 과거 짝귀(안길강)와 개백정(이대연)과의 관계를 밝혀주었습니다. 사실상 이대길에게는 죽은 천지호(성동일)를 비롯해 짝귀, 개백정으로부터 무술과 저자바닥에서 살아남는 방법을 전수받았다는 것이나 다름없었겠죠.

그런데 처음으로 만나게 된 이대길과 짝귀의 상봉은 놀라지 않을 수가 없어 보입니다. 둘도없이 반가운 듯 보여지는 두 사람의 웃음뒤로 서슬퍼런 단도를 겨누며 귀 잘라야지 하는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내뱉는 모습은 흡사 서늘하기까지 해보입니다. 분명히 누가 보더라도 둘도없는 반가운 사이일 듯 보여지는 데 말이죠. 한가지 흥미로운 모습은 대길과 짝귀의 대면식에서 대길은 스스로 짝귀의 주먹을 수차례 얻어맞고 있는 장면이었죠. 이것이 저자의 인사법이라고 볼 수도 있어 보이는데, 다른 한편으로 본다면 이대길이 짝귀와 천지호, 개백정으로부터 무술사부나 생존의 법칙을 배웠다기보다는 그들의 주특기를 도둑질한 것이 아니었나 싶어보입니다. 일종에 온몸을 맞아가면서 하나하나씩 그들의 주특기를 몸에 익힌 것이라는 얘기죠.

천지호에게는 유들유들한 생존법을 배웠을 수도 있겠고, 개백정과 짝귀에게는 무술을 도적질한 것이 아닐까요. 저자거리에서는 특별히 가르쳐주고 배워야 할 배움의 장은 없겠죠. 하루 벌어서 목구멍에 풀칠하는게 고작일 법한 생활일진데 짝귀나 천지호, 개백정이 이대길에게 아까운 시간을 내주면서까지 무술을 가르쳐줄리는 만무해 보입니다. 이쯤되면 이대길에게는 한가지 방법밖에는 없을 것입니다. 맞으면서 배우는 것이겠죠.

명안스님으로 이름과 신분을 바꾼 개백정을 찾아갔을 때에도 그러하고 월악산 산채로 숨어들며 오랜만에 만나 짝귀도 이대길을 대하는 태도는 스승과 제자의 관계가 아닌 사이였습니다. 일종에 철천지 원수는 아니더라도 달갑지만은 않은 관계로 보여지기도 했었고, 귀찮은 존재로 치부해버리는 모습이기도 했습니다. 가까이 있으면 귀찮은 존재가 다름아닌 이대길이라는 존재였겠죠.


추노에서 짝귀의 캐릭터가 다소 허무개그의 달인으로 보여지는 모습이 많이 눈에 띄입니다. 이대길과의 대결에서 어느추운 겨울날에.... 햇볕 짱짱한 여름이야..... 그렇지그렇지. 그 무덥던 여름 뽕나무 밭에서.... 바람솔솔 불던 대나무 숲....이라는 허무개그를 연상케하는 대길과의 대화법이나 혹은 이대길이 왔다는 소식에 두팔벌린 반갑게 안으려던 짝귀를 본채만채 빗겨가며 대길에게 안긴 은실이(주다영)와 짝귀의 표정을 보면서 이건 아니잖아 이건 아니잖아 하는 허무스러운 개그무대를 보는 듯한 모습이나 다름없었습니다.  

짝귀의 이같은 허무스러운 동작과 표정들을 보면서 천지호의 미친 존재감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을 듯 합니다. 짝귀의 등장시기가 마치 약속이라도 한듯이 천지호의 죽음 직후에 이루어진 모습에서 보면 애드리브와 감초연기로 시선을 잡는 조연배우의 바통터치같은 모습이었기 때문이었죠. 그런데 짝귀의 허무스러운 모습이 드라마 <추노>의 긴장감을 한껏 높여놓고 있는 모습이라는 아이러니는 왜일까요?


극의 시점을 가만히 보고 있노라면 천지호의 모습과 짝귀의 모습은 한단계 확대되어 있는 듯한 인간관계를 묘사하기 때문으로 보여집니다. 천지호에게 있어서 추노꾼이라는 세계에서 단연 1인자는 자신이라고 여기고 있었죠. 물론 이대길이라는 1인자가 있기는 했었지만, 1인자 이대길을 키운 사람이 바로 자신이라고 더벌이고 다닐만큼 자기자신은 추노계에서 1인자였습니다. 또한 이대길과 다른 세계로 접어든 황철웅(이종혁)과의 동행에서 천지호는 다른 어떠한 세계와도 접촉이 없이 단지 황철웅이라는 1인과의 접촉만이 보여졌습니다.

하지만 월악산이라는 산채는 묘하게도 이대길과 송태하(오지호), 거기에 김혜원이 된 언년이(이다해)까지 하나둘씩 모여든 세계입니다. 심지어 이대길에 의해 붙잡혔지만 결국에는 이대길의 손에 의해 구출되어진 노비들도 모여든 곳이죠. 이런 짝귀의 세계안에서는 짝귀 자신은 어느 누구도 접근할 수 없는 그야말로 왕이나 다름없는 존재입니다. 여기가 어딘줄 알아 여기는 나랏님도 어쩌지 못하는 야차의 땅이야 라는 산채 입구에서의 이대길의 말처럼 월악산에서는 임금도 아무도 필요없는 곳이죠. 일종의 평화만이 깃들어 있는 곳이라 할 수 있습니다. 관군이 언제 들이닫칠지 모르지만 이대길이 나타나기 전까지는 신분이나 계급이 필요없는 평화로운 곳이라는 얘기죠.

짝귀가 아이들을 좋아하는 허무개그의 달인이 될수 밖에 없는 이유가 어쩌면 여기에 있어 보입니다. 그동안 잠잠하기만 하던 월악산 산채에 하나둘씩 목적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모여든 것이죠. 송태하를 쫓는 황철웅과 원손을 지키기 위해 숨어든 송태하, 그리고 언년이를 지키기 위한 이대길까지 짐승남들이 모이게 된 월악산 산채는 그야말로 긴장감이 넘쳐납니다.


<추노>에서 최고의 고수들이라고 할 수 있는 네명의 고수들이 모두 모이게 되는 급박한 상황으로 이어지고 있는 모습입니다. 누가 죽더라도 한명은 골로 가게 될듯해 보이는 모습이죠. 짝귀의 허무스러움은 모여드는 고수들의 싸움터로 변하게 될 앞으로의 모습에 긴장감을 한층 고조시켜 놓고 있는 모습이었습니다.

천지호라는 캐릭터가 자신만의 세계를 위해서 미친 존재감을 만들어냈다면, 짝귀의 존재감은 어쩌면 허무일 듯 해 보입니다. 아가야 칼 크다고 쌈 잘하는 거 아니다. 그런데 넌 누~굴~까?라는 대화속에는 일종의 월악산 산채에서의 자기의 위치를 알리는 동시에 팽팽한 긴장감을 위트로 승화시켜 놓고 있는 모습이었습니다. 사람들이 모여살고 있는 월악산 산채는 어찌보면 나랏님이 살고있는 한양의 궁궐에서 본다면 분명 화적패에 지나지 않는 무리들이 모여살고 있는 곳이나 다름없는 곳이죠.


벼슬아치들이 들실대는 궁중의 암투같은 모습과는 대조적으로 민초의 삶이나 다름없는 모습이죠. 짝귀라는 캐릭터가 등장하고 나서 갠적으로 눈길을 끌었던 부분은 다름아닌 원손(김진우)을 안는 장면이었습니다. 이야기로는 자식이 죽었기때문에 어린아이들만 보면 마음아파하는 성격을 지니고 있는 캐릭터가 짝귀라는 캐릭터입니다. 그렇기에 어른들에게는 한없이 무서운 존재지만 아이들에게는 둘도없이 웃기는 아저씨에 지나지 않습니다. 그런 짝귀가 혜원이 안고 있는 원손을 안으며 함박웃음을 짓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원손을 안은 사람들을 살펴보면 신분적인 모습을 그대로 드러내놓고 있습니다. 어머니의 사랑으로 원손을 안고 있는 혜원은 왕위를 이어받을 왕손이 아닌 그저 자식같은 존재로 보고 있죠. 어미의 마음으로 말입니다. 그에 비해 송태하는 원손을 왕을 이을 사람, 세상을 바꿀 존재로 존대합니다. 그렇지만 두명의 민초는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이대길과 짝귀입니다. 이대길에게는 원손이라기보다는 그저 어린 꼬맹이에 불과합니다. 이대길은 원손을 버리고 갈만큼 독하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나랏님 모시듯 떠받들지는 않습니다. 자신이 살아온 저자바닥의 어린아이를 대하는 것 이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죠.
 
그렇지만 이대길과는 달리 짝귀에게 어린아이는 다른 의미를 지니고 있습니다. 아무것도 아니면서도 그에게는 전부나 다름없는 것이죠. 어린 아이같은 마음을 가지고 있는 캐릭터가 바로 짝귀라는 인물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어른이라는 세계에서 짝귀는 다른 모습입니다. 갠적으로는 짝귀의 허무개그같은 모습에서 <추노>의 세상을 들여다보기도 했습니다. 양반이나 노비라는 신분이 필요없는 어린아이같은 마음이 있다면 평등한 세상이 되겠죠. 어쩌면 허무개그로 일관하고 있는 짝귀의 이미지가 아닌가 싶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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