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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나라

[무비로거]더로드(2010), 부성애의 마지막 메시지를 보다

by 뷰티살롱 2010. 1.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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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무비로거 활동으로 보게 된 두번째 작품이 <비고모텐슨> 주연의 <더로드>라는 작품이었습니다. 개봉이전부터 각종 영화평론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던 작품이기도 했었지만, 묵시록적인 내용을 담고 있어 기대했던 작품이었죠. 영화에 대해 들어가기에 앞서 우선은 원작은 어떨까를 먼저 생각하게 하더군요. 개인적으로 원작을 읽지 않은 상태였던지라 영화가 전체적으로 어떤 내용인지에 대해 전혀 모르는 상태에서 관람하게 되었죠. 단지 한 아이와 그 아이를 지키려는 한 아버지의 이야기라는 사전적 지식이 전부였죠. 언제인지도 모르는 미래사회는 암울한 잿빛세상으로 변해버렸습니다. 어느날 갑자기라는 표현이 맞을만큼 영화에서는 집안에서 평화로운 한때를 보내던 중에 창밖으로 보여지는 불기둥의 흔적(커튼을 통해 이글거리는 불의 의미만 전달되었을 뿐 정확한 사건발생에 대해서는 보여지지 않습니다)만이 보여집니다. 그것이 황폐해진 미래의 모습이 지닌 전부였죠.
 
세상은 온통 잿빛도시로 변해버렸고, 그 때문에 햇살이 들지 않는 회색의 세상으로 변해 나무들은 시간이 지날수록 태양을 받지 못해 하나둘씩 쓰러져갑니다. 암울한 미래세상을 보여주던 모습이었습니다. 곳곳마다 발생하는 화재로 하늘은 연기가 뒤덮게 되고 지상의 모든 생명체들이 죽어가게 되죠. 그것이 더욱 암울하게 만드는 모습이라고 할 수 있어 보입니다.

 
언젠가 TV를 통해 과연 인간은 자연에 대해 파괴자인가 아니면 관리자인가 하는 스페셜 방송을 본적이 있었습니다. 자연을 파괴하는 인간들이 밉기는 하지만, 생태계의 조정자로 인간이 없어짐으로 인해 동물들조차도 멸종되게 된다는 내용을 담고 있었습니다. 동물들이 애완동물들로 길러지게 됨으로써 인간이 사라지게 된다면 10년 후, 20년 후, 30년 후 사라지게 될 각종 동물들과 생태계의 변화 등을 CG로 보여주던 작품이었는데, 정확하게 기억은 나지 않지만, 인간과 동물의 유기적인 관계에 대해서 다루어졌던 내용으로 기억됩니다.

<약간의 스포일러라면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어요. 영화의 스포일러가 독이라고 생각하시는 분들은 읽지 않으시는 게 좋을 수도 있어요>

<더로드>를 보면서 동물들이 사라진 데에 대해서는 어느정도의 이해가 되기도 하더군요. 큰 불에 의해 세상이 파괴되고 인간의 문명이 사라지게 된 이후에 생태계 역시도 파괴된 모습이었습니다. 세상에는 먹을 것을 찾아 생존하는 사람들이 있는 반면에 인간답게 살기위해 다른 곳으로 발길을 돌리는 부류들이 생겨납니다. 어쩌면 그러한 부류들을 영화에서는 나쁜사람과 착한사람으로 구분되어 있는 듯 보여지기도 해요. 여기에서 의문을 제시할 법도 해보입니다. 왜 세상이 파괴되었나 하는 것이죠. 일종의 프롤로그가 철저하게 배제된 상태에서 아버지(비고모텐슨)와 아들(코디스미스맥피)의 힘겨운 여정만이 시작되죠. 핵전쟁이 발발했는지 아니면 자연재해로 인해, 마치 재난영화였던 <2012>와 같이 지구온난화로 인한 것이었는지 설명이 없습니다. 단지 살기 위한 여정만이 전부입니다.
 

영화  <더로드>는 자신의 아이를 지키기 위한 한 아버지의 눈물겨운 부성애를 다루고 있습니다. 세상이 망해버린 미래에는 더이상 먹을것이 없어지고, 사람들의 이성도 마비되어지죠. 사람이 사람을 먹는 세상이 되고, 총을 가진 자와 그렇지 않는 사람들이 있을 뿐이죠. 총이라는 물건은 일종에 힘을 상징하자 생존의 열쇠처럼 보입니다. 살아남기위해 사람사람을 잡아먹기 때문이죠. 동물들이 사라지고 난 세상에서 유일하게 먹을 수 있는 고기는 사람뿐이니까요. 그렇기에 사람이 사람을 죽이는 것이 생존방식이 되어버린 듯한 모습이기도 합니다.


영화에 등장하는 아버지는 아들을 안전하게 지키기 위해 길을 떠납니다. 어딘가에 있을지도 모를 안전한 세상을 찾아 떠나는 것이죠. 어쩌면 그곳은 동식물의 생태계가 유지되는 곳이라 믿고 있고, 그곳이 남쪽의 바닷가라고 여기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아버지는 늘 꿈을 꿉니다. 행복했었던 과거 아내(샤를리즈테론)과의 한때를 꿈꾸죠. 그렇지만 황량한 세상이 현실이 되어버린 현재에 과거의 행복했던 기억은 단지 악몽이나 마찬가지일 뿐입니다. 다시는 돌아갈 수도 없고 또 만질수도 없게 된 현실이기 때문에 그보다 더한 악몽은 없을 테니까요. 눈을 뜨면 아버지의 눈에는 잿빛으로 물들어 있는 대지와 황폐해진 도시가 눈앞에 펼쳐지죠. 그렇기에 꿈속에서의 모습은 최고의 악몽이 될수밖에 없어 보입니다. 행복했던 미래와 황폐해진 미래의 모습에 서 있는 아버지와 아들의 여정이 번갈아 교차되는 이분법적인 모습에서 영화는 하나의 메시지를 보내는 듯도 보이더군요.


아들과 함께 떠나는 여정을 통해 아버지는 과연 무엇을 찾으려 했을까요?
영화를 보면서 기존 재난영화들에서 보여졌던 모습들을 송두리째 비난하는 듯한 모습이었죠. 미래의 암울한 세상을 보여주었던 <투모로우>나 <매드맥스 시리즈>에서 보여졌던 희망이라는 단어가 떠오르기도 합니다. 그렇지만 이들 영화에서는 식량전쟁이 아닌 생존을 위한 연료전쟁으로 묘사된 데 비해 <더로드>은 자연과 인간, 그리고 무엇으로 사는가 라는 질문을 던지고 있습니다. 가장 인간답게 사는 것이 무엇인가라는 철학적인 질문을 던지고 있는 모습이죠. 구시대인 아버지와 아직은 세상에 대해 모르는 한 아이의 인생은 서로가 다를 수 있습니다. 과거 행복스러웠던 시대의 풍요로움을 맛보았던 아버지의 눈에 황폐해진 세상에서 아들을 지켜내기 위해서는 모든 것이 의심의 눈으로 보게 됩니다. 그렇지만 아들의 눈에는 황폐해진 현재의 모습이기에 그 세상에서 시작하는 것을 의미하죠. 두가지 세계관과 삶의 방식이 교묘하게 엉클어져가며 아버지와 아들은 세상을 이야기 합니다.

그리고 그 길 위에서 세상을 만나게 됩니다. 아들의 눈을 통해 보게되는 세상과 아버지의 눈을 통해 보게되는 세상을 말이죠. <더로드>의 포스터를 보게 되면 국내에 소개된 포스터와 원작포스터의 차이가 다소 있어 보입니다. 국내에 소개된 <더로드>에는 생존코드라 할 수 있는 총이 배제되어 있는 모습이고 아버지와 아들이 동등한 동일선상에 서 있는 모습입니다. 하지만 원작의 포스터에는 아들을 지키기 위해 자신을 바람막이처럼 서있는 아버지와 그 뒤에 서 있는 아들의 모습이 보이죠. 어떤 면에서 본다면 원작의 포스터가 오히려 충실한 모습이란 느낌이 들었습니다.


가정에서 아버지란 존재는 세상의 모든 풍파를 막아내는 바람막이를 해주는 분이죠. 아버지란 이름 하나만으로 세상에 두려울 것이 없어 보이기까지 하니까요. 세상에서 가장 든든한 빽이 되기도 하고, 후원자가 되기도 하니까요. 영화에서 어머니이자 아내의 모습은 과거의 회상으로만 보여집니다. 작품에서는 부성애에 대해서 다루어진 작품이고, 그 부성애가 보여주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가를 관객에게 전달하는데 집중하고 있죠.

황량한 세상에서 아버지는 아들에게 자신이 없어진다는 상황에서의 세상을 살아가는 방법을 하나둘씩 아들에게 보여주죠. 때로는 모질게 사람들을 대하기도 하고, 때론 가혹하리만치 매몰차기도 하지만 생존을 위해 아버지로써 해야 할 일들을 해 나가죠. 착한사람과 나쁜사람의 비교되는 집단을 보여주면서도 한편으로 아들의 눈에 아버지 또한 나쁜사람과 닮아가는 아버지를 보게 됩니다.

사실 <더로드>는 인내심을 요구하는 영화이기도 하는 영화죠. 영화를 보는 목적이 사실 영상미학을 즐기는 재미라는 점에서 <더로드>는 마치 흑백영화를 보는 듯한 색채와 등장인물도 그다지 많이 등장하지 않고 아버지와 아들의 눈을 통해 세상을 바라보는 선문답을 보는 듯하기도 하니까요. 왜 그들은 그토록 오랜동안 길위을 걸었을까 하는 의문을 계속해서 던지게 되기도 합니다. 그리고 각종 평론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을까 하는 점을 상기하게 합니다. 책으로 보는 원작의 묘미는 세밀하게 묘사되는 상황묘사에 있다 할 수있지만 영상으로 전해지는 영화는 시각적인 감각에 몰입하게 될 수 밖에 없겠죠. 그렇기에 영화의 지루한 여정은 관객에게 힘겨운 인내를 요하고 있기도 합니다.


1시간여 동안의 지루함을 달래줄 수 있는 것은 유일하게 주인공을 연기하고 있는 모고모텐슨의 내면연기 덕이라 할 수 있어 보이기도 합니다. 세상이 왜... 착한사람들과 나쁜사람들은..... 이 두가지 문제는 세상과 단절된 채 길을 걷는데에는 여념이 없는 아버지와 아들의 모습으로 지루하기조차 느껴지기도 하죠. 그리고 서서히 사람들을 만나게 됩니다. 자신들을 위협하는 사람들과 노인, 약탈자 등등을 만나게 되죠.

그리고  질문들에 대해 해답의 실마리를 제공해 주기도 합니다. 바로 길위에서 만나게 되는 노인(로버트듀발)을 통해서 말이죠. 아들과 아버지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세상이 충돌하게 되는 시점이 어쩌면 노인과의 조우가 아닐까 싶기도 합니다. 어쩌면 노인을 만나게 됨으로써 달라지게 되는 아버지와 아들의 세계관이 엿보이기도 합니다. 보다 안전하고 평화로운 곳이 있을 것이라 믿으며 힘겹게 길을 떠나는 아버지와 아들의 모습에서는 공통적인 것은 한가닥의 희망이죠. 그 희망에 대한 메시지를 아들은 사람들을 통해서 전해주고, 아버지는 과거의 평화로웠던 회상과 현재의 위험하게 변해버린 세상속에서 아들을 지켜내야만 하는 현실에서 전해줍니다.


아버지는 아들에게 사람으로 살아가는 것에 대해 보여주고자 하려 하죠. 그것이 아버지로써 해줄 수 있는 마지막 사랑이자, 희망이기 때문이죠. 얼마전 TV에서 방영된 바 있는 배우 최민수의 복귀작이었던 <아버지의 집>을 떠올리게 하는 영화이기도 했습니다. 아버지는 나이가 들면 아들을 통해 다시 꿈을 꾼다라는 것처럼 세상을 향해 나아가는 아들에게 모든것을 전해주고 그리고 커가는 아들의 모습으로 자신이 다시 살아가는 것이라고나 할까 싶습니다.


<더로드>는 사실 강력하게 추천하고 싶은 영화는 아닐 성 싶기도 합니다. <눈먼자들의도시>와 같은 작품성에 충실한 영화들을 좋아하는 분들이라면 적극 추천하고 싶지만, 묵시록적인 미래세상을 예상하고 극장을 찾았다면 실망하게 될 영화로 보여집니다. 예를 들어 얼마전 개봉한 재난영화였던 <2012>나 케빈코스트너 주연의 <워터월드>, <포스트맨> 혹은 맬깁슨의 <매드맥스 시리즈>를 매혹되어 있는 영화팬들이라면 지루하고 참아내기 힘든 인내를 요구하기도 할 법해 보이는 영화로 보여지더군요.

영화의 마지막 엔딩을 보면서 한편의 헐리우드 영화가 떠오릅니다. 로버트 로드리게스 감독의 <씬시티>라는 영화였습니다. 주인공으로 출연한 브루스윌리스는 영화 <씬시티>의 라스트 엔딩에서 죽으면서 늙은남자는 죽는다 젊은 여자는 산다 꽤 괜찮은 거래군. 사랑한다 낸시라는  대사를 날립니다. 아버지와 아들의 긴나긴 여정을 보면서 그 대사가 생각나는 것은 왜였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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